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HOME | 운영자에게 | 소개 | 사이트맵
NO.89|08|2010
검색
Home > 전체목록  

NO.23|02|2005
2004년 일자리 40만개 창출의 진실

:: 2006-07-27   조회: 1960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04년 2월, 노사정위원회는 이른바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발표하였다.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를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종합대책을 내놓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며, 기업은 인위적인 고용조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노조는 법 테두리 내에서 대화와 타협에 주력하고 향후 2년간 임금안정에 노력한다는 것이 그 대강이었다. 요약하자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어차피 기업이니 자본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고, 노동조합은 임금동결과 쟁의행위 자제를 약속하고, 정부는 외국인 직접투자와 같은 자본 유치에 주력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노무현 정부는 향후 5년간 일자리 200만개 창출을 목표로 2004년 한 해 동안 일자리 40만 개를 만들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구체적 대책으로는 경제성장률 5% 달성,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공공부문에서 신규일자리 창출 등이 제기되었다. 한편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비정규직으로라도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장밋빛 선언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일자리는 과연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가?


더욱 불안정한 일자리의 증가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2004년 월평균 신규 일자리 수는 42만개로 숫자상으로는 목표치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광공업에서 9만2천 개, 건설업 5천 개, 서비스업 45만7천 개 등의 신규 일자리가 생겼다. 좀더 구체적으로 서비스업을 살펴보면 공공 수리 개인사업 등에서 17만6천 개, 사업서비스 15만9천 개, 숙박 및 음식업 8만1천 개 등 신규 일자리가 늘어나 예년 수준인 4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정부가 연초에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겠다고 밝힌 목표가 외형상으로는 실현된 셈이다.

그러나 고용의 불안정성은 크게 증가하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직장을 떠난 지 1년 미만 된 실업자는 2004년 월평균 63만1천 명에 달해 전년도의 58만9천 명보다 7.1%, 4만2천 명이 늘었다. 이 중 명예퇴직 조기퇴직 정리해고 휴폐업 경영악화 등 불경기의 여파로 직장을 떠난 사람은 전년보다 11.3%나 증가한 22만7천 명으로 집계됐다. 이것은 3년 만에 최대의 규모이다. 게다가 실업자 85만5천 명 중 예전에 이미 직업을 가졌다가 직장을 잃은 경험을 가진 사람들(전직실업자)은 80만 5천명으로 5만1천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직실업자 중 이직한지 1년이 안된 실업자는 65만2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7천 명(4.2%)이나 증가해 취업과 실업을 반복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헌재 경제부총리 역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예산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일자리를 46만 개로 봤고 그 중 약 15% 정도가 지속적인 일자리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85%는 미봉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또한 임금노동자중 일용노동자가 5만5천 명 늘었고 임시노동자는 8만3천 명이 늘어났다. 통계청의 종사상 지위별 정의에 따르면 1개월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일용근로자'이고 1개월 이상 1년 미만으로 일하는 노동자가 '임시근로자'이다. 말하자면 단기계약직 일자리가 늘어난 셈이다. 2004년 8월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결과를 보아도 장기임시근로는 10만 명(1.7%) 감소한 반면, 1년 미만으로 일하는 임시근로는 33만 명(1.7%) 증가했다. 노동부마저도 한 해 동안 정규직 일자리 40만 개가 감소하고 비정규직 일자리 80만 개가 만들어졌다고 인정한 바 있다. 비정규직 일자리의 증가를 주도한 것은 노동부가 말하는 '한시적 노동자', 즉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였거나 근로계약기간을 정하지 않았지만 비자발적 사유로 계속 근무할 수 없는 자'가 증가한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숫자상으로 늘어난 일자리의 이면에서는 정규직 일자리가 비정규직 일자리로, 그나마의 비정규직 일자리마저도 더욱 불안정한 일자리로 대체되어 가는 흐름이 생겨나는 것이다.


공식실업률의 함정과 불완전 취업자의 증가


주당 36시간 미만 불완전 취업자는 2004년 255만5천 명으로 2003년 같은 기간의 218만2천 명보다 무려 37만3천 명이 늘었다. 반면 주당 36시간 이상 완전 취업자는 올해 1천969만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만5천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말하자면 취업을 했어도 불완전한 고용상태로 있는 노동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예를 들면 건설산업의 일용직 노동자들이라든지 호출노동을 하는 행사도우미, 은행에서 한 달에 10일 정도만 고용되는 피크타임 노동자 등을 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삼성경제연구소는 통계상의 순수 실업자 외 일용직 노동자 등 고용이 불안정한 '유사 실업자'와 구직 단념자가 포함된 '노동력의 불완전활용도'는 15% 대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12월 발표한 2004년 1∼9월 노동력의 불완전활용도는 15.1%로 정부의 공식 실업률의 4.3배에 육박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2004년 월평균 실업자는 지난해보다 5.1% 늘어난 81만7천 명이지만 구직 단념자와 주35시간 미만 노동자는 각각 12.2%와 7.3% 증가한 10만1천 명, 259만5천 명에 달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1주일에 1∼17시간 근무자는 1998년 47만 명에서 2004년에는 73만1천명으로 55% 늘었다. 18∼35시간 근무자도 같은 기간 36% 증가했다. 바꿔 말하자면 정부가 신경을 쓰는 공식실업률은 5% 정도이지만 실제 구직을 포기하였거나 일을 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자본 계열인 삼성경제연구소마저도 "일용직 노동자가 급증하는 등 고용시장이 악화됐는데도 한국의 지표 실업률이 '완전고용'에 가까운 3% 대인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점이다. 게다가 삼성경제연구소는 정부가 구직 단념자와 '취업을 위한 학원 기관 통학자(통계청 공식용어)'를 전업주부와 같은 '비(非)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하고, 무급가족종사자와 자영업자를 '취업자'로 구분하는 점도 지표 실업률과 실질 실업률의 간극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정부 계열인 한국노동연구원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제기되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용현 연구위원은 미국의 유사실업률 정의(U1∼U6)를 이용한 [유사실업률 추이를 통한 실업률 수준 평가]]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10월 사이 월평균 실업자수는 81만3천 명으로 3.5%의 실업률을 보였으나 이는 '즉시 취업이 가능하지만 지난 1주일간 구직활동에서도 취업을 못한 자'만 실업자에 포함시킨 것" 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취업에 뜻이 있으나 일자리를 찾지 못한 '실망 실업자'와 경제적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전직이나 추가 취업을 원하는 '불완전 취업자' 등 을 포함할 경우 실업자는 182만5천명으로 실업률이 7.8%에 달한다는 것이다.


늘어난 여성 취업, 그러나 비정규직의 확산


통계청이 지난 12월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15∼19세 계층의 일자리 수는 2003년과 같았고 20∼29세는 4만4천 개, 30∼39세는 2만7천 개가 각각 줄었으나 40∼49세는 7만5천 개, 50∼59세는 9만1천 개, 60세 이상은 7만2천 개 등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여성은 15∼19세에서 1만1천 개의 일자리가 줄었으나 20∼29세 3만3천 개, 30∼39세 2만3천 개 등 10대를 제외한 전 계층에서 일자리가 늘어났다. 특히 여성은 40∼49세에서 10만2천 개, 50∼59세에서 6만5천 개, 60세 이상 4만3천 개 등으로 중년층 이후 연령층에서 많은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지난 12월 26일 중앙고용정보원이 산업 직업별 고용구조조사(OES)를 분석한 결과, 여성 취업자는 20대 초까지 증가했다가 20대 후반 이후 결혼과 육아 등으로 줄기 시작해 30대 초반에 최저점을 기록한 뒤 30대 후반부터 재취업에 나서 40대 초반에 최고점을 보였다.
여성의 노동시장 재진입이 정점에 이르는 40대 초반의 취업자를 분석해 보면, 40대 초반의 비정규직 비중은 42.7%로 20대 후반 비정규직 비중(20.3%)보다 2배 이상 높아 정규직 비중이 크게 줄고 비정규직 취업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의 경우, 비정규직에서도 20대 후반과 40대 초반의 직종 차이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후반에는 학원강사, 고객상담, 통신판매 등이 비정규직 중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40대 초반에는 주방보조, 접객, 파출부, 보험모집인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요컨대 육아와 가사 부담으로 인해 가정으로 퇴장하였던 여성들이 다시 일자리를 구하게 되었을 때 그들이 찾을 수 있었던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라는 우리 주변의 상식을 이번 조사결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작년 서비스업에서 만들어진 45만 개의 일자리, 특히나 숙박·음식업에서 창출된 8만 개의 일자리의 불안정한 성격을 유추할 수 있다.

한편 1월 31일 노동부와 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법정 최저임금(2004.9∼2005.8 적용)인 시급 2천840원에 못미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전체의 8.8%인 125만 명 가량으로 추산됐다. 이 같은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수는 2002년 85만 명(6.4%), 2003년 104만 명(7.6%) 등에 이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125만 명 중 47%가량인 58만6천명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로 나타났다.


40만 개 일자리 창출의 허구성


정부와 자본이 내놓고 있는 일자리 마련대책의 핵심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창출에 있다. 이를 위해 자본에 대한 온갖 규제를 완화하거나 아예 없애고 비정규직으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여기 어디에도 '안정된 일자리', '양질의 일자리'라는 개념은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안정된 일자리를 요구하는 것은 '정규직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라 비판당하고 집단이기주의라고 매도당한다. 게다가 일자리 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된 노동자들의 희생과 고통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요즈음 정부와 자본의 논리는 한층 더 뻔뻔스러워지고 있다. "정규직 한 사람 쓰는 비용이면 비정규직 두 사람을 쓸 수 있다", "비정규직이라도 실업자보다는 낫지 않은가" 등등. 한 마디로 밥 한 그릇을 둘이 나눠 먹으면 둘 다 굶어 죽는 것은 면할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음과 같이 웅변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살림살이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불안정한 일자리가 늘어날수록 전체의 노동조건은 더욱 바닥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진실은 '40만 개 일자리의 창출'에 있는 것이 아니라 40만 개의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점에 있다.

지난 12월 27일 한진중공업의 약속파기에 항거하며 자결하신 고 김춘봉 동지의  삶은 지난 20여 년간 이 땅의 평범한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과 굴곡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20대 청춘에 입사하여 20년간 피땀 흘려 일한 회사에서 산재를 당하고,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희망퇴직을 강요당하고, 다시 '촉탁직'이라는 비정규직 신분으로 일한 지 1년 남짓 되자 외주용역화의 위협에 직면하여 알량한 촉탁직 일자리마저 빼앗기게 된 현실. 젊음을 바쳐 일한 공장에서 산재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구조조정으로 비정규직으로 전환된 것도 모자라서,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온전하게 지킬 수 없었던 고인의 인생역정은 "어떠한 일자리가 사람다운가"에 대한 답을 웅변하고 있다.

"다시는 이러한 비정규직이 없어야 한다. 나 한사람 죽음으로써 다른 사람이 잘 되면.... 비정규직이란 직업이 정말로 무섭다."
- 고 김춘봉 동지의 유서 중에서 -
정책국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 [자료] 만성실업비정규직_선전지 2001/04/25

 

△이전글: '신용불량'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바라보며
▽다음글: 경기일반노조 이마트 수지점분회 동지들

Copyright 1999-2026 Zeroboard / skin by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