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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46|01|2007
거북이와 공인해

:: 2007-04-10   조회: 2065

이 글은 우리가 간절히 바라지만,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로, 저임금 불안정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이유로, 학생이라는 이유로, 아직 태어나지 못한 미래의 우리 아기들을 위해 우리 부부가 직접 만든 동화들 중에 하나입니다. 흔한 이야기에 흔한 결론이지만 이제 시작이니까 너무 실망들 하지마시고 예쁘게 봐주세요.
참고로 밑에 나오는 공인해라는 아이는 인민해방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 첫째 아이의 이름입니다. 이름을 미리 지은 아주 심각한 사연이 있지만, 여기서는 생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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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해 방 한쪽 구석엔 어항이 하나 있다. 그 안엔 거북이 한마리가 겨울잠을 자고 있다. 간간이 잠에서 깬 거북이는 신경질적으로 자갈을 파헤친다. 거북이도 뭔가 할 말이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말을 걸었다.


공인해 : 왜 그렇게 자다 말고 자갈질인 거야? 어디 불편해?
거북이 : 그럼 너 같으면 좋겠냐? 내가 왜 이런 데 있어야 하는 거냐고.
공인해 : 그야 내가 널 사왔으니까.
거북이 : 췌, 기가 막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네가 날 사왔으니까 난 여기서 평생 이러고 있어도 된다? 아니, 날 왜 사왔는데?
공인해 : 넌 진짜 귀엽거든.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먹이 먹는 모습이 아주 매력적이지. 햐~
거북이 : 그...그렇긴 하지. 어쨌든 네 만족이었단 거네.
공인해 : 왜 그래, 그래서 먹이 하나는 제대로 주잖냐.
거북이 : 그래,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난다.
공인해 : 어째 말에 가시가 박힌 거 같다. 그래도 내가 잘 해줬잖아. 요새는 좀 소홀해지긴 했다만, 물도 잘 갈아줬지, 어디가면 매번 예쁜 돌 주워다 넣어줬지, 또 뭐 여러 가지로, 뭘 더 어떻게 잘 해 주냐?
거북이 : 그만 하자, 그런 것들 자체가 나한텐 다 스트레스라고. 더 이상 말도 하기 싫다.
공인해 : 뭐? 난 한다고 했던 건데.
거북이 : 후...됐다, 그만 하자.
공인해 : 미안.
거북이 : 뭐가 미안한데? 나 귀엽다고 툭툭 쳤던 거? 발버둥치는 게 웃기다고 억지로 목 조르고 똥개훈련 시켰던 거? 그래, 네가 잘 해주면 내가 사는 데가 조금은 나아지기도 해. 근데 네가 나를 키운다는 게 당최 말이 되냐? 너네 어떤 만족을 위해서 날 죽을 때까지 평생 가둬놓고.

공인해 : 그래, 네 입장에선 그렇겠다. 그래도 내가 너한테 잘해주려던 마음은 거짓이 아니잖아. 그게 정반대로 작용해서 그렇지.
거북이 : 그게 문제란 거다. 그리고 더 어이없는 건, 내가 아무리 힘없고 말 못 하는 거북이라지만 날 지들 멋대로 잡아다가 팔아먹고 또 팔아먹고 그러대. 그 과정에서 돈 챙기는 사람 따로 있고 말이야. 공인해 팔아서 챙겨 먹는 거야?
공인해 : 그것도 미안하게 됐다. 우리 인간 세상이 고따구야. 그러려니 하라고. 그건 널 특별히 동물이라고 무시해서가 아니라, 우리 인간들도 힘없으면 다 팔려가고 억울하게 돈도 딴  놈이 챙기고 그래. 그러고 보니 너나 우리나 처지가 비슷하다.
거북이 : 그러게, 너네는 같은 사람끼리 어째 그러냐. 그래서 너네도 평생 그렇게 억울하게 살다 그냥 죽는 거야? 어떻게 잘 좀 해봐. 같은 사람끼린데 해 볼만 하겠는데.
공인해 : 안 그래도 억울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같이 일을 꾸미고 있어. 여럿이 모일수록 힘도 점점 세지고 있다고. 이대로 살진 않으려고. 그나저나 넌 어쩔 거야? 어떻게 해줄까?
거북이 : 글쎄, 나야 내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우리는 자연상태로 있을 때가 가장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내 의지로 뭔가 할 수 없다는 건, 내 약점을 잡아 다른 누군가가 날 지배하고 괴롭힌다는 건 말도 안 되잖아.
공인해 : 그래. 네가 나보다 낫다.


그날로 공인해는 거북이를 놓아주었고 거북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아갔다. 공인해도 거북이와의 대화를 통해 한층 생각이 자라날 수 있었고,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갔다.
공미란, 정승호 | 철폐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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