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HOME | 운영자에게 | 소개 | 사이트맵
NO.89|08|2010
검색
Home > 전체목록  

NO.46|01|2007
우리은행 3,100명 정규직화가 비정규직의 현실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

:: 2007-04-10   조회: 1913



○ 우리은행 3100명 정규직화에 대한 우려

지난해 12월 우리은행 노사합의로 세간의 반응이 뜨거웠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그 파장 역시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은행 노사는 1만 1천 여 명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 정규직의 임금동결을 전제로 직접고용 비정규직 3,100명을 올해 3월부터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했다. 우리은행 노사는 비정규직을 창구업무를 담당하는 Mass Marketing 직군, 사무지원직군, 콜센터 업무를 담당하는 Customer Satisfaction(고객만족) 직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로 나누어 급여를 차등으로 지급하고 순차적으로 급여를 정규직 수준으로 올리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비정규직 3,100명이 정규직화 되었다고 그 의미를 확대하여 보도하였고, 대부분 여성노동자였기에 여성단체에서도 환영 성명을 내보내기도 했고, 민주노총에서도 긍정의 의미를 담은 환영의 성명을 냈다. 과거 ‘신인사제도’에 반대하며 투쟁하던 여성운동 진영과 민주노총이 이번 우리은행 정규직화에 대한 아니 정확히 말해 분리직군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환영의 의미를 내비친 것은 입장의 선회인지 상황을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것인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사실 3,100명 정규직화의 이면에는 우려스러운 현실이 더 많다.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경우 조직화의 가능성이 열렸고 고용안정을 조금이라도 만들었다는 데에서 의미를 찾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8월에 이미 계약직 노동자에게 적용한 독립직군제 문제와 연장선상에 있다는 데에서 단순하게 긍정적이라 볼 수만은 없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분리직군제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순차적인 임금 상승이 얼마나 지켜질지도 미지수이고, 무엇보다도 비정규 관련 악법 시행과 관련하여 차별금지조항을 피하면서도 차별을 고착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정규직의 양보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열쇠인양 선전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다.

○ 이 문제를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금융권의 구조조정 역시 IMF 시기를 거치며 급격해지는데,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던 관치금융 시대를 마감한 은행권에는 각 금융기관이 경영자율성을 확보하고, 다수의 정부보유 지분을 매각하면서 실질적 민영화를 이루고 나아가 시장 질서를 통해 금융시장이 운용되도록 하는 것에 그 변화의 목표를 맞추었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으로 인해 낮은 인건비부담을 추구한 은행권 구조조정은 비정규직의 상시인력화로 나타났다. 그와 함께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위해 인원 감축을 시행한 은행에서 해당 직무를 맡아볼 인원이 없어지는 사태에 이르자 이 역시 비정규직을 통해 해당업무를 수행하게 된 데에서 비정규직의 도입이 활성화되었다.
외환위기를 통해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쉽게 얘기할 수 있게 되자 사업주들은 대량인원 삭감, 사업부서와 직무의 대대적 재편으로 인한 직무유동성 도입, 성과중심의 인력관리방식과 인사제도 개편을 추진해왔다. 경영성과와 개인의 임금을 연결시키는 구조조정이나 노동강도를 강화시키는 현장에서의 각종 구조조정들은 바로 인력조정의 가능성을 만들어서 노동자들을 짜르거나 그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전제들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나타나는데 특히 금융권에서는 전자의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일부 핵심업무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원업무를 도급화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개혁안을 발표하여 은행권의 간접고용화 역시 확대될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나 금융권에서는 오래전부터 성과급제 도입을 전제로 한 신인사제도에 반대해 왔는데, 지금 와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성과급제를 동반한 분리직군제를 도임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투쟁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신인사제도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시행 이후 은행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통해 여행원제도를 폐지하고, 채용과 임금 등 직장에서의 남녀차별을 없애는 등 남녀고용평등법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오자 일부 은행측이 도입한 성과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인사제도였다. 노동조합이 신인사제도를 강력하게 반대한 은행의 경우에는 신인사제도 대신 정규직 여자행원을 채용하지 않고 계속해서 비정규직만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간접차별은 더욱 심해졌고, 이 결과 은행에서의 여자노동자는 3분의 1이상이 비정규직 여성으로 되어 버렸다.
우리은행에서 시행되는 분리직군제 문제 역시 이러한 임금 유연화를 동반한 금융권의 상시적 구조조정의 하나이고, 신인사제도의 부활일뿐이다. 오랫동안 신인사제도에 대한 반대를 해왔던 금융권 노조들의 맥락으로 볼 때 단순히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였다고 하여 수용하고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 저지라는 관점에서 대응하며 나가야 한다.

○ 성과중심의 인사제도는 특수고용의 전 단계

성과중심의 분리직군제를 전제로 한 우리은행 3,100명 정규직화는 이러한 은행권의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연장에 있다. 특히 이러한 성과급제는 은행권의 특수고용직화를 전제로 할 소지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 이러한 성과급제가 노사관계의 개별화와 집단적 노사관계의 파괴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쉽사리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현재 특수고용이라 불리는 노동자들이 과거에는 정규직형태로 고용되어 있었다는 사실과 그들의 정규직에서 특수고용으로의 전환과정을 보면 잘 드러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 역시 처음에는 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지금과 동일한 노동을 행하고 있었으나, 사용자가 경영 및 노무관리의 필요성에 따라 정규직에서 특수고용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학습지 노동자의 경우 대부분 정규직이었다가 특수고용노동자로 전락하는데 이는 입지가 약해진 학습지 산업의 위기 탈출이자 정규직 형태로의 관료제적 통제방식이 시장의 변화에 따라 일정한 한계에 부딪히자 나타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은행 비정규직 3,100명의 정규직화는 정규직화냐 아니냐의 문제로 협소하게 볼 것이 아니라 금융 산업에서의 지속적인 구조조정의 과정으로 인식해야 하며 특히나 이후에 성과급제를 바탕으로 나타날 금융권 노동자의 특수고용직화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 조직화와 고용안정은 얼마나 가능한가

그렇다면 이번 노사합의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두 가지 근거인 조직화의 가능성과 고용안정 효과의 경우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일단, 조직화의 측면에서 보자면 비정규직의 외주화를 막고 이들 계약직을 정규직화로 인해 조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단지 많은 수가 조직화 대상에 포함되었다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설령 이 노동자들이 조직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조직화를 하고자 하는 목적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조직된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가 어떻게 비정규직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노동조합에서 비정규직을 천명 만 명 조직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몇 년간 봐왔지만 투쟁을 통한 정규직화가 아닌 주체의 확대가 가지는 의미는 별로 없다. 오히려 자신이 비정규직이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더욱 비정규직 문제에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조직화라는 측면이 가져올 효과라는 것도 별달리 없다.
이것도 조직화가 가능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이번에 우리은행에서 시행되는 ‘분리직군제’는 성과급제를 기본으로 한다. 지금까지 성과급제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파괴하고 조직화를 못하게 만드는 자본의 정책이었다. 집단화된 방식이 아니라 내부 경쟁을 통한 살아남기가 팽배해짐에 따라 오히려 조직화는 더욱 어려워진다. 따라서 성과급을 전제로 한 분리직군제가 조직화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말은 지금까지 조직화와 단결을 가로막는 성과급제에 대해 투쟁해왔던 현실에 눈을 감는 행위에 불과하다.
한편, 설사 조직화가 된다하더라도 이번 노사합의 내용은 산별노조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산별노조인 금융노조는 그 안에 특별지부로 비정규지부를 만들었는데도, 비정규직 문제에 있어 산별에 입각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별 지부의 입김이 그대로 작용하였다. 이번 정규직화 방안도 그런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는데 이는 이후 산별노조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여전히 기업별 노조의 방식으로 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데에서 더욱 심각하게 고찰해 봐야 한다.
두 번째 고용안정의 효과로 보아도 별달리 의미가 없다. 은행창구 업무 등은 늘 인원이 필요한 상시업무이기 때문에 해고하더라도 인원을 다시 충원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 관련 법안에 따라 2년 이상 된 비정규직을 계약해지 하는 것은 비용이 든다. 그래서 실제 은행권에서는 계약을 계속 갱신하면서 일하는 장기계약자가 많이 있다. 과거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규직을 정리해고 한 뒤 업무의 필요에 의해 다시 비정규직으로 재입사시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은행권의 비정규직들의 실질적 고용불안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노동자들은 ‘고용안정’을 정말로 원했을까? 그것은 실제로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해고할 수 있다는 점을 빌미로 해서 재계약시기마다 노동자들을 협박하고 이것을 현장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즉 고용불안이 크지 않더라도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현장통제에 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 분리직군제는 설령 형식상의 고용안정은 된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고용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이전 분리직군제 시행 내용을 보면 노동자들을 성과에 따라 A~D등급으로 나누고, 해고를 위해 업무 부적합 경고 3년이면 해고, C, D 등급을 2년 이상 받으면 해고 등의 내용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분리직군제에서도 실제로 해고를 한다기보다는 고용불안을 미끼로 해서 노동자들이 자기 통제를 하도록 만드는 장치가 들어있는 것이다.
실제 중요한 것은 고용안정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통제가 강화되지 않고 불안하지 않는 고용안정의 내용을 무엇으로 하느냐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이라도 고용안정이 이루어졌다는 말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 정규직노조 죽이기 이데올로기에 편승하는 조치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정규직의 양보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열쇠로 호도되는 현실이다. 정규직 임금을 동결하여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는 발상의 오류는 비정규직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보지 못한 데에서 기인한다.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의 확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점을 볼 때 비정규직의 확대의 책임을 정규직노동자에게 물리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더구나 노무현 정권이 ‘정규직 노동조합의 양보를 통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라고 정권 4년 내내 귀가 닳도록 해댔던 얘기가 ‘정규직노조 죽이기 이데올로기’로 굳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 이런 노사합의가 더욱더 비정규직 문제의 올바르지 못한 해법으로 나타나게 된다.
물론 이번 노사합의는 사측의 전적인 의견이 반영된 것이기에 이런 현실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이지만, 이렇게 노동계가 받아들이는 것은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자본과 정권은 신자유주의 유연화를 하면서 고용의 유연화를 먼저 시도했다. 그리고 임금유연화를 통해서 노동비용을 낮추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성과급으로 임금을 지급하고, 정규직들의 임금에 대해서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 것은 임금유연화를 위한 전단계일 뿐이다. 고용유연화를 해결하겠다고 임금유연화를 받아들일 수는 없지 않는가. 이것은 결국 노동자들의 권리를 하향평준화하고,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자신의 노동조건을 획득해나갈 가능성을 봉쇄한다. 여전히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양보 속에서 시혜와 혜택을 받는 분리된 저편에 있는 노동자들에 불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득은 자본만이 차근차근 챙기게 될 것이다.

○ 차별의 고착화, 저임금의 고착화를 부르는 분리직군제

다음으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정규직화’ 안이 우리은행의 계약직의 분리직군제를 유지한 채 가동된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분리직군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만을 별도 직군으로 묶어 고용은 보장하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 정도로 유지하겠다고 하는 것이 골자이다. 자본가들은 고용을 보장하되,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는 요인인 임금 저하를 용인하는 기가 막힌 제도라고 격찬하고 있는데 이것은 특정한 노동자들의 신분을 묶어두고 차별을 영속화하는 반노동자적인 제도이다.
임금과 노동조건, 그리고 승진의 기회에서 정규직들과는 다른 완전한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우리은행 사용자측은 분리직군제 도입 이유도 당시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법 개악안 중 ‘차별금지조항’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분리직군제가 유지되면서 진행되는 ‘정규직화’라는 것은 말로만 정규직화일 뿐 분리직군제 그 자체이다. 차별금지 조항은 피해가되 차별은 더욱 고착화하고 저임금도 굳어지는 것이다.
2001년 한솔교육 학습지교사의 경우도 특수고용 노동자를 정규직화 하였다고 하여 언론에서 의미심장하게 다룬 적이 있었다. 한솔교육은 2001년 3월부터 위탁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실시해, 직영 본사에 한해 만 1년 이상 근무한 지도교사 등의 일정한 요건을 갖춘 대상자를 정해 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근로기준법 기타 4대보험을 적용하였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에 따라 급여 체계가 완전 성과급에서 기본급과 성과급의 혼합 체계로 변경되면서 평균 10~15만원 정도의 수입 감소가 발생했고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의무출근일과 행정업무를 부담시키는 등 기존보다 노동통제 및 강도가 강화되었다.
한솔교육의 학습지노동자의 경우 노동법의 적용과 노동조건의 악화 및 노동통제의 강화가 맞바꿔지는 형태로 추진된 정규직 전환에 대해 노동법의 현실적 적용을 이유로 정규직화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이 같은 정규직 전환의 동인이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쟁취된 것이 아니라 사측의 의도에 의해 취해진 것이라는 점에서 정규직화라는 의미는 퇴색하고 자본이 원하는 통제 방식에 맞게 변형될 것이다.

○ 여성노동자의 차별은 더욱 치명적으로 나타난다.

금융권에서의 여성 차별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2003년 노사정위원회 내 금융특위 내부 실태자료에 보면 은행권 비정규직의 86.5%가 여성노동자로, 은행권 비정규직에서 여성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산업에 종사하는 다수의 노동자가 여성이면서도 다른 산업과 달리 그 차별의 고착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알다시피 금융권에는 여행원제라는 성차별적 제도가 있었다. 이 여행원제는 여성운동 진영의 끈질긴 투쟁으로 1993년, 직접차별인 은행의 여행원제도가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배된다는 노동부의 시정조치에 의해 폐지되었다. 그러나 이후 은행권은 코스별 인사관리제도인 분리직군제를 도입함으로써 수년 동안 여성에 대한 간접차별을 자행해 왔다. ‘신인사제도’에 기반한 이러한 분리직군제는 개인적 차원의 차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형태의 차별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과 사회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고, 이에 대해서도 여성운동 진영의 지속적인 반대가 있어왔다.
여성운동 진영의 끈질긴 노력으로 여행원제는 폐지되었고, 신인사제도에 기반한 분리직군제를 반대하여 왔지만, 그 뒤 IMF 구조조정 이후 비정규직은 다시 여성노동자로 채워졌다. 초기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의 퇴출․합병 등이 이루어지면서 여성이 집중적인 퇴직 대상이 되었고, 퇴직된 여성노동자가 다시 비정규직으로 신규 입사하는 경우가 증가하여 금융권의 여성노동자는 점점 더 비정규직화 되었다.
이처럼 은행권에는 눈에 보이는 직접차별은 사라졌지만 간접차별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금융 기관에서 비정규직은 대부분 여성이고, 업무 역시 단순 지원업무로 나눠지고 있다. 단순업무, 하위직, 접객업무에 대해 여성행원의 집중배치 경향은 금융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된 뒤 이들이 비정규직으로 재채용되는 현상으로 직결되었으며, 이는 비정규직 문제와 융합하여 성차별의 문제로 확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특히 점점 더 업무와 고용형태, 성별을 연동하여 고착화시키는 방식으로 차별이 교묘해지는데 이는 비정규 법안의 차별금지 조항으로 더욱 확실하게 나타날 것이며, 더욱더 여성노동자에 대한 간접 차별은 증가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분리직군제를 통한 정규직화 방안은 여성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영원히 차별을 고착화한다는 점에서 예전의 여행원제도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치명적이다.

○ 우리은행 3,100명 정규직화 방안은 자본의 대안일 뿐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금융 기관 업무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를 완전히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차별 시정을 피해가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기존의 정규직, 비정규직 구별 없이 직무에 따라 영업직군과 사무지원직군 등으로 나누던 것을 (그러나 사실상 업무의 중요도에 따라 이미 정규직과 비정규직 업무는 구분되고 있는 실정)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어 적용하는 것으로 안보이던 구분선을 명확하게 두어서 업무의 유사성을 피해가려고 하고 있다. 또한 이번에 정규직화 된 비정규직 3,100명에도 포함되지 않는 70%나 되는 다른 비정규직 직군이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게 호들갑을 떨 이유는 없다.
마치 지난해 8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5만 4천명을 정규직화 하겠다는 정부의 비정규직대책이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수에 비하면 새 발의 피요, 더 들춰보면 정규직화가 아닌 무기계약근로일 뿐인데도 그렇게 포장한 것처럼 이번 우리은행 3,100명 정규직화 역시 그 진실에는 분리직군제가 버젓이 버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나 언론에서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분리직군제가 마치 대단히 좋은 것인 양 선전하여 비정규직 법안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인 것처럼 위장하기 위한 이데올로기 전술이다. 극악한 노동법 개악안을 포장하기 위한 이 전술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우리은행 3,100명의 정규직화의 여파는 당장 무노조 경영으로 악랄한 삼성 계열의 신세계에서도 나타났다. 신세계가 백화점과 이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에 대해 오는 7월부터 시행 되는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라 2009년부터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1월 17일 밝힘에 따라 여전히 이러한 방안이 자본의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묘책임이 드러난다. 신세계가 발표한 정규직화 방안 역시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에서 1주일에 36시간미만 일하고 있는 시간제 근로자인 여성 캐셔 4,800명의 근무시간을 정규직 직원에 맞게 주당 40시간으로 늘려 정규직으로 전환 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도 우리은행과 마찬가지로 시간제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기존 정규 직원들과 임금체계를 차별화하기 위해 직무급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마트는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한 삼성 계열 회사라는 점에 있다. 이처럼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의 사측의 주도에 의한 정규직화 바람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결코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 것은 뻔하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직무급제란 기존 비정규직들이 하던 직무를 분석하여 그것이 더 임금을 낮게 받는 직무라는 점을 ‘자본 합리적’으로 증명하여 차별을 고착화하고자 하는 시도에 불과하다.
비정규직 법안이 불고 올 바람이 한 편에서는 대량해고로 이어질 것이고, 한 편에서는 정규직화라는 포장 속에서 더욱 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과 저임금을 고착화하며 살아남기 위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발적 통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정규직화 방안이 노조가 없거나 노조가 있더라도 노사협조주의 성향이 강한 노조가 있는 곳에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이를 더욱 잘 보여준다. 따라서 분리직군제, 직무급제 등을 골자로 한 정규직화 방안은 자본의 대안일 뿐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안일 수는 없다. 비정규노동자의 대안은 투쟁에서 나올 뿐이다.
정지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무처장


  :: [질라라비] 비정규직지부 정상화를 위한 한국노총 금융산업노조 비정규직지부 총회 2006/07/27

 

△이전글: 한미 FTA저지 투쟁은 신자유주의 분쇄 투쟁으로 계속된다
▽다음글: 거북이와 공인해

Copyright 1999-2026 Zeroboard / skin by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