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운동도 민주노조운동의 한 부분으로서 자기 과제를 갖고 있습니다.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변화가 이야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비정규직 운동이 갖고 있는 의미도 크지만, 민주노조운동의 변화와 고민, 그리고 과제를 같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비정규직과 민주노조운동’이라는 꼭지는 민주노조운동의 중요한 과제들을 함께 이야기 나누는 공간입니다.
이 곳에 이야기를 싣고 싶은 동지들은 요청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
오늘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이하 한노사연)에서 월례토론회가 있었다. 직선제 규약개정안이 다루어질 예정인 4월 19일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를 염두에 둔 듯 ‘직선제가 대안인가?’라는 주제가 잡혔다. 지난 10년간 직선제 반대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해 왔던 ‘한노사연’이 마련한 토론회였다. 많은 사람들이 오지는 않았으나, 민주노총 전 실장들도 몇 명 참석했다.
반대론의 근거로 새로운 것은 없어 보였다. 직선제 보다 우선해야 한다면서 제출하는 ‘숙의 민주주의’라는 것도 토론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산별조직이 가맹하는 형식인 총연맹의 위상에 맞지 않다는 10년 전의 주장도 다시 나왔다. 서구 노총처럼 대중투쟁은 산별노조에 맡겨 두고 내셔널센터는 정책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구 노총들이 사민당과 파트너가 되어 정책센터 역할에 안주하다가 그 사민당들이 신자유주의로 편입되어 들어가자 전체 노동자의 대정부투쟁력이 무장해제 되어버린 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는데도. 정파대립 얘기가 시종일관 나왔다. 민주노총 패배의 주원인을 정파대립으로 규정하고, 이제는 정파대립 해소책을 마련하기 전에는 ‘직선제 실시 불가’라는 주장이다.
오늘 토론 구조는 자못 흥미롭다. 발제자 조00 교수, 노사연 김00 연구위원이 직선제 반대론을, 민주노총 김00실장, 그리고 필자가 찬성론을 개진했다. 간만에 좌우가 직선제 찬성으로 연대한 셈이다. 10년간의 반대진영 중에서 이제 ‘한노사연’만이 ‘꿋꿋하게’ 권력을 조합원 대중에게 돌려주는 걸 반대하는 형국이다.
“수석부위원장후보 기호 2번 전00입니다. 지지를 부탁합니다.” “전00이 수석으로 나왔어? 조금 전에 왔다간 위원장후보 정00이는 기호가 5번이라던데. 왜 번호가 다른겨?”
단사노조 임원선거에 익숙한 조합원들이 지난 금속노조 임원직선에서 헷갈려 하는 장면이다. 새로 출발하는 15만 통합 산별노조의 방향과 정책에 대한 현장토론이 치열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조직선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대공장 남성 정규직 후보들이 각축하는 양상이었다. 결과적으로 직선제의 효과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한 선거였다. 그러나 정리해고 투쟁의 선봉에 섰던 어느 후보는 정파구도를 넘는 조합원 대중의 지지를 획득하기도 했다.
직선제는 제도만 도입한다 하여 그 효과를 발휘하는 것도 아니며, 민주노총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그러나 조합원 대중을 민주노총에 무관심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주요결정에서 조합원 대중을 배제하는 상태는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고민해야 할 것은 활동가들의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조합원 대중의 민주적 토론과 결정이 보장되는 직선제를 운동 차원으로 이루어 내는 문제일 뿐이다.
4월 19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임원․대의원 직선제가 반드시 실현되기를 절실히 기대한다. 그리하여 다음 민주노총 선거에서는 전국 각 지역선거구에서 비정규, 중소영세사업장, 이주 노동자들도 민주노총을 평가하고, 향후 방향과 정책을 토론하고, 그에 걸맞는 지도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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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연 | 전국 활동가조직 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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