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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요구'를 중심으로 한 비정규투쟁의 연대체가 필요하다 -비정규투쟁사업장공동행동 평가를 중심으로-

:: 2009-03-20   조회: 2324

들어가며

2007년 10월 3일, 웃다가 울어버린 집회가 있었다. 바로 '비정규투쟁사업장공동행동'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뉴코아노조, 이랜드일반노조, 코스콤비정규직지부, KTX열차승무지부, 공공노조 학교비정규직, 송파구청 비정규직, 기륭전자분회, GM 대우 비정규직지회 등의 동지들이 단결하여 '비정규악법을 폐기하라!', '투쟁사업장문제를 해결하라!'라고 외치며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정부를 향한 규탄의 함성을 높이는 집회였다. 이날 집회는 그동안 수동적으로 앉아서 연사들의 연설과 문화 활동가들의 공연을 보는 것을 넘어서, 자신들이 직접 개사한 노래를 부르고, 직접 짠 연극을 하면서 장기간 투쟁으로 지쳐있던 동지들의 마음들을 풀면서 웃다가, 마지막에 장기투쟁으로 힘들어서 연대를 많이 나오지 못했던 KTX동지들이 오랜만에 집회에 나와서 발언을 하다가 울어버려, 거기에 있었던 수많은 투쟁사업장 동지들이 그 마음이 자신의 마음이라는 것을 느끼며 한꺼번에 울어버린 집회가 있었다.
이 집회를 주최한 '비정규투쟁사업장공동행동'은 투쟁사업장동지들이 단사의 사업장을 넘어서 자신들의 투쟁 승리를 위해서는 기간제법, 파견법 즉 비정규악법이라고 일컬어지는 법을 폐기할 것을 단결하여 강력하게 주장하고, 또한 당시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공약을 등에 업고 당선된 노무현정부가 오히려 정부의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양산하는데 일조를 한다는 분노를 모아 정부에게 비정규투쟁사업장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 요구를 가지고 모인 투쟁사업장들의 공동행동이었다. 이와 같이 비정규투쟁 10년 동안 비정규투쟁사업장, 비정규노조가 '비정규악법폐기'와 같은 정치적인 요구를 중심으로 연대체를 스스로 만들어서 투쟁을 해온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이에 대한 의미와 과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짚어보는 내용의 글을 쓰도록 하겠다.


정치적요구를 건 새로운 연대의 틀 '비정규투쟁사업장공동행동'

2006년 11월 30일 비정규직을 일반화하고, 고착화시키는 비정규직법이 날치기 통과되었다. 그 이후 비정규법이 통과되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비정규직을 더욱 더 '해고'할 것이라는 운동진영의 예상에 정확하게 들어맞아 07년 6월이 되자 비정규직법을 피해가기위해 외주화하고, 계약해지를 하는 곳이 우후죽순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마 무수히 많은 비정규직이 알려지지 않은 채 해고 되었겠지만, 뉴코아-이랜드를 필두로 몇몇 비정규직 동지들은 자신들의 해고에 맞선 투쟁을 시작하였고, 07년 여름은 뜨거운 비정규투쟁이 시작되었다. 07년 뜨겁던 여름이 지나고 이들의 투쟁이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자, 비정규투쟁사업장들은 자신들의 투쟁을 단사의 요구로만 한정해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 공동의 요구로 공동의 투쟁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였다. 그리고 논의 끝에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대응, 비정규악법폐기를 위한 대정부 투쟁, 비정규법 폐기를 위한 서명운동사업 등을 과제로 한 비정규투쟁사업장 공동행동을 만들었고, 이러한 과제들은 그간에 있어왔던 품앗이 투쟁을 넘는 수준의 것이었다. 왜냐하면 투쟁사업장들끼리 일정을 맞춰서 서로에게 힘을 주는 연대집회가 아닌 공동의 요구, 공동의 과제를 즉 정치적인 과제를 가지고 단결하여 투쟁했기 때문에다. 원청의 사용자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간접고용 사업장, 외주화에 맞서서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사업장,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으로 인한 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투쟁사업장 등 투쟁사업장의 요구와 조건은 모두 달랐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동일한 요구가 있었다. 비정규 투쟁사업장 단사의 요구로 봤을 때 비정규노동자들의 고통의 근원은 이윤만을 중시하면서 노동자들의 고용형태를 비정규직으로 바꾸는 기업들에게 있지만, 공동의 과제로 보면 그런 기업과 더불어 그런 기업들의 횡포를 가능하게 뒷받침하고 비정규직을 제도화 하는 정부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기 때문에 단사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를 상대하는 투쟁은 공동으로 필요했던 것이다. 특히 비정규법으로 인해 해고된 사업장들이 모여있었기 때문에 정부 스스로가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폐기하는 것을 요구로 걸고,  07년 하반기 뜨거운 대정부투쟁을 시작하였다.


이제는 우리는 선언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개별 사업장에서 각자의 요구를 갖고 힘겹게 투쟁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부터 이 법안을 만든 정부가 이 법안을 폐기하고, 권리보장입법을 수용한다고 선언할 때까지 공동으로 대정부 투쟁을 할 것이며, 한 사업장의 승리가 아니라 전체 비정규 사업장의 승리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우리 비정규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의 분노가 뭉칠 때, 얼마나 끈질긴 힘이 생기는 지를 반드시 보여줄 것이다.
- 10월 3일 결의문중



성과 : 투쟁사업장의 한계를 넘어 '정치적요구'를 제기하고, 공동으로 자발적인 투쟁을 기획하다

사실 비정규법이 통과된 이후 전선을 만들기 위한 연대체 혹은 투쟁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07년 상반기에 연석회의라는 노조, 단체와 투쟁사업장을 포괄하는 방식의 연대체가 있었으나 집행체계와 구조 등과 같은 지리멸렬한 논의가 계속되어서 힘을 받지 못하는 과정이 있었고, 그 이후 비정규법으로 인한 비정규노동자의 고통이 가시화되고 투쟁을 시작하자, 뉴코아-이랜드-코스콤 연석회의가 꾸려졌다. 그러나 3사의 투쟁을 중심으로 놓고 연석회의가 꾸려졌기 때문에 3개의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지원대책위 정도의 역할을 했다. 이것 자체도 큰 의미가 있었으나, 이들이 해고된 것은 단위사업장의 무자비함을 넘어서 비정규악법이라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핵심을 건드려주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3단위의 지원체로서는 이것을 사회화 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비정규투쟁사업장공동행동'은 공동과제와 사업중심의 투쟁체였기 때문에 조금 더 기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고, 또한 투쟁사업장들이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구조가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유실된 전선을 살려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공동행동의 활동은 앞에서 말했다시피 '비정규악법폐기'와 '대정부를 향한 비정규투쟁사업장문제해결'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하기도 하고, 국회시즌에 맞춰서 국회의원에게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비정규법으로 해고되어 결구 장기투쟁사업장이 된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법을 성과적으로 평가하는 이상수노동부장관에게 비정규투쟁사업장들의 절규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대선시즌이 되자마자 비정규투쟁사업장 문제와 비정규법에 대한 문제에 대한 각 대선후보의 입장을 확인하고, 반노동자적 후보를 규탄하는 행동들도 했다.
이러한 것들을 비정규투쟁사업장이 함께 했다는 것은 '뉴코아문제를 노동부가 해결해주세요.','기륭의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주세요'라는 것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단사의 투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계급적으로 전체 노동자에게 해악이 될 비정규악법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제기였고, 전체 투쟁사업장 아니 전체 비정규직노동자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이었다.
또한 산별논의가 활발해지면서 투쟁으로 산별을 건설하는 과정이 생략됨으로써 비정규직들의 독자적 행동은 산별에 가로막혀 있었다. 투쟁사업장들이 개인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고, 그것은 자신들의 투쟁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하지만 공동행동이라는 틀 안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산별과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문제의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집회를 해도 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과 소수의 연대단위로 이루어지는 집회가 되긴 했으나, 수많은 연사들이 발언하고, 박수치는 그러한 집회가 아닌 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집회의 방식이 자발적인 집회의 방식들이 그대로 살아 숨 쉬었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했던 것은 단위의 투쟁과 정치적인 요구의 투쟁이 잘 결합이 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번 씩 이러한 정치집회를 하고, 남는 일주일은 품앗이 투쟁을 하면서 서로의 투쟁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공동행동은 첫째, 단사의 투쟁을 넘어 정치적요구를 투쟁사업장에서 공동으로 걸고 투쟁을 했던 점, 둘째, 투쟁을 누구에게 대리해주는 방식이 아닌 스스로가 직접 요구 하고 투쟁했던 점, 셋째, 투쟁사업장들끼리 자발적인 연대가 가능했던 점은 굉장한 의미였다.


비정규악법폐기의 전선을 투쟁사업장에게만 감당하게 한 한계

앞서 말했듯이 비정규투쟁사업장공동행동은 비정규직문제를 주체들 스스로가 외치고, 대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했던 것에 의미가 있었다. 특히 대선시기와 맞물려, 비정규직의 문제에 대해 정치권에 압박을 하는 역할을 했고, 노동부가 비정규법에 개악의 흐름을 보일 때마다 주체들이 스스로 나서서 막는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점 이면에는 한계는 존재했다. 그것은 투쟁사업장에게 '단사의 문제'와 '정치적 문제' 즉 비정규직과 관련된 모든 것을 다 감당하게 하면서 장기화된 투쟁사업장을 더욱 힘들게 한 측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것은 주체들의 문제가 아닌 운동진영전체의 문제였다. 처음에 공동투쟁은 단사의 투쟁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투쟁사업장에서 새로운 투쟁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가능하고 의미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공동투쟁가 길어짐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뒷받침할만한 역량은 늘어나기 보다는 소진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면서 투쟁사업장은 이러한 의미들을 끝까지 가져가지 못하고, 결국 단위사업장의 문제중심으로 돌아 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투쟁사업장과 정치적인 문제를 연결시키고, 투쟁사업장들에게 모든 것을 감당하게 하지 않는 구조들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투쟁사업장들이 공동으로 나서서 전선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연대의 틀거리를 만들 때보다 훨씬 유리하지만, 유실되기에도 그만큼 쉬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화된 투쟁사업장에서 비정규투쟁사업장공동행동을 민주노총에서 적극적으로 고민하도록 하는 노력을 했으나, 각 산별과의 문제 등으로 인해서 이러한 것들이 제대로 되지 못함으로서 이 의미 있는 투쟁체가 소멸되어버렸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공동행동이후 투쟁사업장에서 조금 더 확장된 공동투쟁단을 꾸려서 투쟁을 시작했으나 이미 투쟁의 피로가 너무 지나치게 많이 있었고, 정치적인 집회를 아무리 해도 가시화된 성과가 없다보니 이러한 것들이 쌓여 결국은 단사의 투쟁 위주로 흘러 갈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단사의 요구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사의 문제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계속적인 제기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비정규노조는 노조를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반동적으로 가게 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치적 사회적 요구보다는 노조의 이익집단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공동의 전선의 틀을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계속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나가며

비정규투쟁사업장의 연대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 연대는 단위사업장에 힘을 주는 집회부터 시작해서, 정치적인 요구까지 할 수 있는 그러한 연대여야 한다. 비정규투쟁사업장의 주요 요구가 무엇인가? 그들이 투쟁하는 것은 매년 고용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저임금을 받고 일하지 않으며 안정된 일자리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것은 즉, 비정규직철폐이다. 그들의 요구가 그들만의 요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투쟁의 구심이 필요하고 그것은 투쟁사업장과 함께 운동진영전체가 만들어야 할 것이다.
요즘 투쟁사업장이 장기화 되는 것이 요즘에 추세이다. 자본과 노동자 중 정말 끈질기게 버티는 곳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것으로 점점 바뀌고 있는 것이다.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투쟁의 의미를 잃어가고 현안문제의 해결에만 집착하는 경향역시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단사의 투쟁은 승리해도 또 그와 똑같은 투쟁사업장이 발생하고 이러한 것들은 반복되고 있다. 전체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단사의 투쟁을 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투쟁사업장들의 문제로 국한 시켜서는 안 된다. 또한 비정규직들에게만 맡겨서 되는 것도 아니다. 전체노동자가 단결하여야 한다. 비정규투쟁사업장공동행동의 의미와 한계를 잘 평가하면서 투쟁사업장과 함께, 운동진영이 함께 할 수 있는 비정규직문제의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요구를 중심으로하는 연대의 틀을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안그라미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조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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