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 고등학생들의 '현장실습'이 과연 교육적 효과가 있느냐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현장실습제도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아직 어린 학생이고 미성년자인 실습생에게 일할 의무만 지우고 책임은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ꡐ현장실습 기간 중 기업체의 기물파손 등 물적 손실에 대해서는 보호자가 배상 책임진다. 는 규정과ꡐ현장실습 중 본인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는 본인이 책임을 진다ꡑ는 등의 규정ꡓ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나 교육청은 실습생의 인권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현장실습’의 획기적인 개선은 외면한 채 학생들로부터 무한책임의 서약서를 받고 현장실습을 내보내고 있다.
인권을 유린당해도 그저 가난하고 실력 없는 존재로서의 자기 탓만 할 줄 아는 실업계 고등학생들에 대한 인권보호가 시급하다.
교육적 의미는 없었다.
‘현장실습’은 학생들이 그간 배우고 익힌 ‘기술’을 직접 (노동)현장에 나가 ‘실습’해 보면서 새롭고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제도 같아 보인다. 하지만 말이 그럴 뿐이다. 정상적인 학교수업을 받으면서 잠깐잠깐 현장에 나가 현장을 체험하는 ‘배움’을 얻는 성격의 ‘교육과정’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산학협동’이란 미명 아래 이 제도가 처음 실시된 지난 60년대 이후 지금까지 현장실습이 자기 이름에 걸맞은 본래 취지대로 실행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교육적 의미는 온데간데없이 저임금 단순기능인력 수급의 한 방편으로 이용되어 왔다. 학생, 교사, 학부모, 관계부처, 해당 기업 그 어느 쪽도 사실상의 ‘조기취업’(실습기간이 끝나면 실제 정규직이나 비정규직으로 채용되기도 한다)인 현장실습을 ‘교육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장실습이 ‘취업’을 전제로 한 형태로 진행되어 오면서 실업계 고교의 3학년 수업은 거의 1학기로 마무리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실업학교의 특성상 3학년 학생들은 3학년에 집중적으로 편성된 전문교과는 제대로 학습하지도 못하고 기업체로 진출하여 ‘실습’ 이라고 하기보다는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2학기 기말고사가 마무리되는 9월말(10월초)부터는 정상적인 교육활동은 중단되고 만다. 더 이상 평가받을 것이 없는 학생들이 학과 수업에 참여할 의지를 상실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현장실습의 실상은 결국 실업계 학생들의 학습결손을 초래하고 있다.
이렇게 대부분의 학교에서 3학년 수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현장실습제도가 개선되기 힘든 이유는 학교는 공납금 받고도 가르치거나 ꡐ관리ꡑ를 하지 않아서 좋고, 회사들은 싼 임금으로 아이들을 부려먹어서 좋기 때문이다. 학생 본인도 처음에는 학교 밖으로 나간다고 좋아하지만 후회하게 된다. 결국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나머지 관련자들은 모두 만족하는 시스템인 셈이다.
문제는 이 기간이 학생들에게 현장학습이나 직장체험의 경험이 되기보다는 학교의 보호나 기업 내 노조의 관심에서 벗어난 ‘근무기간이 안정적인 저임금 단순노동자ꡑ취급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과 공부해야 할 아이들이 학기 중에 현장실습 이라는 명목으로 취업을 나간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게다가 현장실습에 나간 학생들은 대부분 어리고 경험이 없는 학생인 까닭에 직장 내 성희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현장실습을 빌미로 한 저임금에 약속한 시간보다 훨씬 많은 노동시간의 강요, 잡다한 모든 업무를 도맡아 하는 등 수많은 문제점과 고통에 대해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안전교육이나 산재보험 등 작업을 위한 안전망도 없이 일터로 나가는 경우도 허다한 상황에서 학교측은ꡐ가서 말 잘 듣고 참고 근무하라ꡑ는 정도의 말밖에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습생
다른 노동자들과 하나도 다름없이 일하고 있는데도 서류 상에는 ‘실습생’이라고 되어 있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여기에 바로 현장실습의 온갖 폐해가 고스란히 숨겨져 있는 것이다. 실습생 신분이다 보니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어디 하소연도 제대로 못하는 등 그야말로 법의 사각지대, 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버려진 셈이다.
충북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씨멘스VDO한라에서는 정규직 노동자가 산재를 당해 빈자리를 실습생으로 채우면서 계약을 1일단위로 체결하고 연소자임에도 1일 8시간 근무에 필요에 따라 연장 또는 야간 또는 휴일근로를 명할 수 있다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실습생이 아닌 일용직 노동자로 일을 시키면서 현장실습제도를 악용하고 있다..
충남에 소재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세원테크에서는 노사분규에 실습중인 공고 3학년 학생들을 파업을 막는 구사대로 동원하기도 하였다.
제조업에 실습 중인 많은 학생들은 하루 10～14시간 근무에 시달리다 코피까지 흘리는 등 현장실습 경험을 통하여 어른들로부터 받은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되고, 힘든 노동의 대가가 보장되지 못하고, 기본적인 인권마저 유린당하는 경험을 함으로써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사회에 대한 비뚤어진 편견을 갖게 하는 역할을 현장실습이 하고 있다.
광주에서는 배합사료 기계를 설치해주는 회사에서 실습중인 학생이 용접을 하다가 폭발사고로 전신의 40% 2도 화상을 입고 6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으나 3백만 원 정도의 치료비를 한 푼도 보상받지 못하였으며, 강원도에 소제한 모 공고의 한 학생은 작업을 하다 손가락이 짓이겨지는 사고를 당한 일이 있었다. 더 이상ꡐ실습ꡑ을 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고 사회에 나가서도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부상이었다. 그러나 이 학생은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 학생에게 쥐어진 것은 사장 개인으로부터 전달된 약간의 치료비뿐이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일부 실업고에서는 학생 개인의ꡐ생명보험 가입ꡑ을 의무화 혹은 강권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성희롱문제도 감추기에 급급
여학생들의 경우 최근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성희롱을 받으면 감추지 않고 피해 사실을 밝히는 학생도 있으나 대부분은 깊은 수치심을 느끼며 한동안 큰 고통에 시달린다. 오히려 회사측은ꡐ회사에도 결근하고 말도 잘 듣지 않는다.’ 고 항의하거나ꡐ내년에 이 학교 학생을 뽑지 않겠다.’ 고 엄포를 놓는 뻔뻔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학교나 교사는 이런 문제에 마땅한 대책을 세워주지 못하고 있다.
중소업체 사무직으로 실습을 나간 한 학생은 상사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욕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 학생이 일하던 부서엔 상사와 자신, 이렇게 두 사람만이 일하고 있었는데 상사는 틈만 나면 몸을 만지고 뒤에서 끌어안았다고 한다. 회사 바깥에서도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노래방에 가서 춤을 추자고 강제로 끌어당겼는가 하면,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자신의 차에 태워서 강제로 키스를 시도했다고 한다. 이에 완강히 저항했던 학생은 회사에 나가지 않았고, 담임교사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교사가 항의하자 회사측은 ꡒ절대 그런 일이 없었다.” 고 철저히 잡아뗐다. 그러다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자 회사측은 금전적 보상과 함께 공식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젠 실습생마저 비정규직 ?!
최근에는 현장실습이 비정규직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삼성 등 대기업은 언제든지 해고를 용이하게 할 수 있고 근로자후생복지의 불필요, 저임금, 인력관리의 수월성 등으로 근로자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정규직 사원의 모집인원의 수를 가급적 적게 뽑고 인력파견업체를 통한 채용을 확장함으로써 실업계고 학생의 대기업체 취업을 원천 봉쇄하여 실업계고교의 어려운 현실을 더욱더 어렵게 조장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사람을 확보하지 못한 사실상의 용역업체인 인력파견업체가 학교 현장실습에 침투하여 이러한 시스템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교사와 학생들을 유혹하여 많은 학생들이 인력파견업체를 통하여 현장실습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기업은 현장실습의 기본적인 교육프로그램은 무시한 채 돈벌이에만 급급하여 고3학생들을 단순직 생산라인에 투입하여 그들의 임금을 착취한 대가로 성장하고 있다.
껍데기뿐인 현장실습 가라!
교사들은 이런 사태에 학교와 교사, 학부모, 그리고 회사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들을 빨리 내보내고 수업을 적게 해보려는 일부 교사나, 형식적일지라도 취업률을 높이려는 학교관리자나, 아이들이 어떤 일을 하든 어떤 대우를 받든 문제만 생기지 않기만을 바라는 학교나 모두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과정이 지켜지거나 말거나 학교가 알아서 결정하고 책임지라며 팔짱을 끼고 있는 교육부와 교육청도 제몫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교사는 ꡒ아직 졸업생이 아니라는 이유로 형편없는 월급에 그보다 더 심한 대우를 하는 회사들이나, 아이를 생각해 좀더 알아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해도 별 생각 없이 서약서에 도장 찍으러 오는 학부모들이나, 모두 어떤 것이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지에는 관심이 없다ꡓ고 개탄했다.
실업계고교의 현장실습이 필요하다면, 좀더 교육적 효과를 고려하여 실습답게 진행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체에 충분한 사내ꡐ교육과정ꡑ(그러나 이런 시스템을 마련해 놓은 기업은 전무하다)이 필요하며, 학생들에게ꡐ실습생의 의무ꡑ가 아니라 노동의 소중함과 함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매우 강조하여 교육해야 한다. 취업을 위해 현장실습을 희망하는 학생들에 한해 해당 기업체의 자문과 지원을 받아 3학년 2학기는 학교에서 심화실습을 실시하고, 현장실습은 졸업 전 겨울방학 기간에 견학 위주로 실시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만일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껍데기뿐인 ‘현장실습ꡑ제도 자체를 차라리 폐지되는 것이 옳다.
비록 어려운 환경으로 태어나기는 했어도 피교육자로서 최소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으로 성장하여 사회에 발을 내딛을 때까지는 국가와 사회가 그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감싸 안아야 한다. 그들도 이 사회에 참으로 쓸모 있을 자질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며, 이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그 대가로 행복함을 누릴 수 있도록 성장기의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배려와 투자가 절실하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일원으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하인호 |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 위원장 / 인천 문학정보고등학교 교사
배용준
(2008-04-02 10:21:05)
(서울=연합뉴스) 강일중 기자 = 연극에 관심있는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서울문화재단과 한국연극100주년기념사업단이 함께 마련한 '대학로 연극투어'의 첫 행사가 30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치러졌다.
이날 연극투어에 참가한 어린이 8명을 포함한 서울시민 30명은 연극배우 오지혜 씨의 안내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의 백스테이지와 서울연극센터를 견학하고 오후 3시 극단 미추의 '남사당의 하늘'(윤대성 작.손진책 연출) 공연을 관람했다.
아르코예술극장의 음향.조명팀 관계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연극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연극 100주년 기념공연으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려진 '남사당의 하늘'에 나오게 되는 음향효과와 다양한 조명방법 등을 선보였다.
부모에 이끌려 연극투어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난생 처음 보는 극장 무대 뒤의 모습에 무척 신기해 하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이번 투어에 참가한 주부 이수재 씨(47.서울구 양천구 신정 2동)는 일반인이 무대 뒤를 볼 수 있는 것이 흔치 않은 기회여서 신청을 해 참가하게 됐으며 투어가 아주 의미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아들 김경환(11.서울 신목초등학교 4학년) 군과 함께 투어에 나온 이씨는 '남사당의 하늘' 공연은 남편과 다른 아들도 볼 수 있도록 별도로 표를 샀다며 애들에게 연극을 보여주는 것이 교육적인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공연이 끝난 후 '남사당의 하늘'에 출연한 배우 김성녀.윤문식.김종엽 씨 등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한편 다음번 '대학로 연극투어'는 4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있게 되며 4월 프로그램은 역시 아르코예술극장 백스테이지 견학과 서울연극센터 방문과 함께 연극열전2 시리즈의 '리타 길들이기'를 관람하는 것이다.
매달 있게 되는 이 행사의 안내는 배우 오지혜 씨가 계속 맡아 하며 매달 관람하는 연극이 달라진다. 아르코예술극장 백스테이지 투어 때는 전문가들이 각 분야 별로 설명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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