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에서 비정규노동자로 투쟁한지 4달,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한다! - 금융노조 우리은행 비정규지부 권혜영지부장님을 만나고
:: 2005-07-12 조회: 1911
벌써 3개월이 넘도록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다. 3개월동안 비정규직 투쟁을 하는데도 한국노총 사업장이라 잘 알려지지도 않은 우리은행 계약직여성노동자들.. 이들의 투쟁은 비정규직의 투쟁이요,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기에 더욱더 그 의미가 있다.
사무직과 금융업의 여성노동자노동자들은 해고와 재입사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으로, 여성으로써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다른 비정규직들도 그러하지만, 이들의 투쟁은 투쟁하는 동안뿐 아니라 투쟁이후에 더 값지다는 생각을 하며 비오는 여름날 그들을 만나봤다.
◆ 투쟁의 심경을 털어놓다!
1.투쟁한지 벌써 3개월이 지났는데, 현재 심경이 어떠신지..
현실의 벽을 느끼고 있습니다.
누구도 우리 스스로를 대변할 수는 없기에 우리 문제는 우리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비정규직의 해고 투쟁이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기에 투쟁과 법적인 소송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분명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투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건 뭔가요?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투쟁을 하다보니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사실 금전적인 부담감도 있었구요. 금융노조나 정규직노조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금융노조에서는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처우 개선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그 당사자인 사무행원들은 비정규직의 주류가 아니라는 조직내 또다른 차별을 심화시키는 편협한 시각을 가지고 있고 더구나 정규직 노조에서는 같은 노조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우리의 투쟁에 시비를 거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부분입니다.
3.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힘들고 외로운 투쟁을 하면서 우리 조직원들이 흐트러짐 없이 이렇게 손잡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대형은행을 상대로 아직까지 맞서 투쟁한 곳이 없는데 이렇게 우리의 권리를 찾고자 투쟁하고 집회하고 관련 행사마다 달려가기를 서슴치 않으면서 원하지 않은 봉변도 당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에 솔선하여 주신 동지들이 가장 고맙고 기억에 남습니다.
◆ 여성노동자 문제를 말한다!
4. 요새보니까 한미은행도 파업하고, 하나은행도 문제가 많던데... 특히 하나은행에서는 여행원제도가 다시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은행의 여성노동자들의 차별이 심각하다고 들었습니다. 은행 여성노동자들의 상황을 간략히 말해 주세요.
은행 창구는 여러 가지로 일이 많은 곳입니다. 4시반 은행 문이 내릴때 까지는 끊임없이 고객들을 상대로 그들의 욕구를 일일이 만족시켜야하고 예금, 적금의 수신업무는 기본이고 보험업무며 카드 업무, 모바일뱅킹 업무, 인터넷뱅크 업무, 심지어 공과금등 한마디로 모든 업무를 전반적으로 다 할 수 있는 베테랑이 되어야 하고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합니다. 은행 업무 중에서 가장 힘들고 열악한 일선 창구는 여직원들로 배치하여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끊임없는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노동이 고도의 노동가치가 있다고 인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조금 고급스러운 창구에는 남자직원을 배치하여 수출입, 외환, 대부창구를 맡기고 있습니다.
여성의 일과 남성의 일을 묵시적으로 결정지어 놓다보니 결국 일선창구는 여직원을 앉혀서 입. 지급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스템화가 되어 있는 형편이고 승진에 있어서도 남성 위주의 인사가 되어 있습니다만 앞으로는 점점 성차별이 없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연대투쟁에 대해..
5. 어떤 싸움이던지 마찬가지이지만, 비정규직노동자의 싸움에 있어서는 정규직노동자들의 연대가 중요한데, 이번 투쟁에서는 정규직과 연대가 무척 힘들어 보였습니다. 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가 힘들었던 지점은 무엇때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규직노조는 우리가 정규직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우리를 도와 줄 수가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금노의 산별노조인 비정규지부 소속이기 때문에 금노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금노는 우리은행의 눈치를 보게 되었고 이 두 집단의 첨예한 이기주의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희생양이 된 것 같습니다. 정규직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금노와 정규직지부들이 비정규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으며 또 적극적인 정규직 지부들의 지지가 바탕이 되지 않고는 금노또한 비정규직을 옹호하지도 연대하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6. 얼마전 한국노총에서 비정규지부를 없앴쟎아요. 한국노총의 비정규직이면서 현재도 투쟁중이어서 이에 대해 더욱더 속상하셨을텐데, 한국노총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태도를 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전 사실 이용득위원장이 한국노총의 위원장으로 가시면서 그동안의 한국노총이 아닌 새로운 면모를 갖추어서 양대 노총의 한 축을 잘 감당하리라 기대를 했는 데 비정규지부를 없앴다는 황당한 얘기를 접하고는 정말 아에 할 말이 없더라구요 너무나 기가 막혀서죠...한국사회에 만연한 비정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비정규국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7. 정규직노조는 그렇다 치고, 다른 곳에서 연대해주신 분들 중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신지...
당연히 윤애림동지죠! 사실 그분도 너무나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열일을 제치고 항상 저희와 연대해 주시고 여러 분야에 우리의 사안을 알리고 정말 하루도 쉬지 못하고 우리은행 해고 투쟁에 전력을 기울여 주셔서 이 기회를 들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또한 매주 연대를 해주시는 외환카드의 장화식동지와 김호정동지, 그리고 노동가수 류금신 동지, 금노의 이승민 비정규부위원장을 비롯하여, 몸짓 선언 동지들, 한비연 동지들, 한국노총의 하정수국장 등등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 투쟁의 쟁점을 짚어본다!
8. 노동자를 해고하면서 사측은 항상 업무가 더 이상 필요없다든지, 경영난이 어렵다든지 하는 이유를 들잖아요. 우리은행도 공과금 수납업무가 자동화되면서부터 사람이 필요없다며 해고했는데, 해고
된후에 그 업무를 일용직이나 텔러계약 직이 새로 채용되었고, 우리은행은 은행업계에서도 수익 1위를 자랑하는 곳인데 정말 이 해고가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 해고 할때 사측에서는 어떤 논리로 해고를 통보했고, 이를 받아들이게 하기위해 우리은행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어떤 회유와 협박을 했나요?
계약만료를 핑계로 우리를 해고 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우리 직원들이 단체로 금노의 비정규지부에 가입하고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이 더 큰 결정적 이유였다는 것을 은행측의 책임있는 관계자들도 인정을 했습니다. 공과금 업무에 더 이상의 인원이 필요없다는 논리였고 집중일에만 바쁘다는 이유를 들어 더 열악한 피크타이머들로 대체를 하겠다는 거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지속적으로 사무행원들을 채용했고 우리의 퇴직이 마치 스스로 퇴직하는 것처럼 사직서를 강요했고, 사직서를 쓰지 않으면 마치 퇴직금을 지급 받을 수 없는 것처럼 법적으로 무지한 사람들을 회유했습니다.
9.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는데, 사측에서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철회하라고 압력을 넣었잖아요. 그렇다면 사측도 이해고가 부당해고라고 인정하는게 아닐까요? 지금은 이에 대해 사측이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어차피 노동위원회에 제소가 되어 있는 상태니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이 나면 그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이면서도 동시에 대법원까지 끝까지 가겠다는 입장입니다.
10. 이것 말고 사측의 탄압은 없었나요?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한 당사자들의 우리은행내 친.인척을 동원해서 구제신청을 철회하지 않으면 개인적인 불이익을 당할 거라는 압력을 수차례 넣었으며 그로 인해 실지로 그 당자자는 소송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 투쟁 3개월이 지난 지금, 이후 투쟁은...
11. 현재 남아서 투쟁하는 동지들은 몇 명이 되나요?
10명정도 됩니다.
12. 이후 투쟁의 향방은 어떨른지..
지금의 방식대로 집회와 법적소송을 병행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은행측에서 성의 있는 태도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의 방향을 제시 한다면 저희는 기꺼이 그 타협에 임할 것이며 만약 우리의 요구가 제대로 관철된다면 법적인 소송도 취하할 생각입니다.
13.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투쟁하시는 동지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지금 현재 우리 사회의 곳곳에는 수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있고 그들은 비정규직으로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의 테두리 속에서 소리쳐 울고 있습니다. 이렇게 병들어 있는 우리 비정규직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는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면서 이제는 정규, 비정규를 가르는 이분법적인 논리에서 벗어나 다 같은 노동자로 함께 연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여타 사업장에서는 정규직이 비정규직을끌어안는 모범 사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많은 사례들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되며 지금이 그 과도기를 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1-2년 후의 노동 현장의 모습은 사뭇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투쟁하시는 데 힘들고 어렵고 외롭더라도 그 곁에는 정말 많은 동지들이 뜨겁게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라며 승리의 그날까지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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