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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89|08|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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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6|04|2003
청소용역 노동자의 죽음 ; 죽어서도 차별 받는 서러운 비정규직

:: 2003-04-22   조회: 3610

아직도 중앙로역에 들어서면 매캐한 냄새가 난다.
지금도 중앙로역에 들어서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여전히 중앙로역에 들어서면 아픈 가슴만큼,
아니 그보다 더 큰 분노가 인다.

사회적으로 소외 받은 한 사람이 당긴 불씨의 결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도 큰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불과 10여분만에 화장터가 되어버린 지하철 역사, 그리고 지금은 무덤 속 같은 역사. 나는 오늘도 그곳으로 간다. 그리고 안타까운 실종자들의 사연, 그 유가족들을 뒤로하고 지하 2층으로 향한다.
故 김순자, 故 김정숙, 故 정영선 조합원들을 만나러... 고인들은 대구지하철에서 청소 일을 하시던 청소용역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다. 50-60대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인 대구지하철 청소용역 여성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지하철 공사에 직접고용 되어 있지는 않았다. 최저임금을 겨우 받으며 지하철과 시민들을 위해 가장 낮은 위치에서 가장 더러운 곳을 가장 깨끗하게 청소하며, 용역업체보다 역무실 직원들과 더 가깝게 생활하는 지하철 직원이나 다름없다.
참사가 발생한 당일 저녁, 고인들이 돌아가신 것을 확인하고 병원으로 갔을 때 대기실에 안치되어 계시던 고 김순자 조합원의 유류품 중에 껌 긁는 칼이 놓여있었다. 마지막 가시는 길마저 청소도구와 함께 하셨다. 이렇게, 살아서 열심히 일하였지만 비정규직이라는 그 차별의 서러움은 죽음에서조차 예외가 없었다. 빈소가 차려진 5일 동안 어느 누구 하나 조문 온 사람이 없었다. 장례식이 있던 날도 마찬가지였다. 장례식이 있는 지도 몰랐다.
지하철 공사 직원들의 합동분향소를 차리면서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은 자기네 직원이 아니라 같이 할 필요가 없다고 쏙 빼 놓았다. 그들이 정말 인간으로서 도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돌아가신 우리 조합원들을 인간으로 생각했다면 죽음을 앞에 놓고 정규직 직원이 아니라고 해서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미 비정규직은 사회적으로 인간도 아닌 것이다. 죽으면 그저 골치 아픈 시체덩어리일 뿐....
또 하나 기가 막힌 것은 참사가 있은 다음 날부터 운행이 중단된 대구역, 칠성역, 신천역, 반월당역, 명덕역의 조합원들을 지하철 공사의 직접 지시로, 강제 동원하여 중앙로역을 치우게 하였다는 것이다. 독가스를 마시며 화재 쓰레기를 치우느라 얼굴이 붓고 평소 기관지가 약하던 조합원들은 결국엔 병원에 가야 했다. 지하철에서 일을 하다가 죽어도 직원이 아니라서 책임은 회피해도 되고, 직원도 아닌 사람에게 직접 업무지시는 내려도 되는 것인가?
지하철 역사 청소는 새벽 6시에서 밤 10시까지 이뤄진다. 2조 2교대로 오전반은 새벽 6시에 출근해서 오후 3시까지, 오후반은 오후 1시에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일을 한다. 하루 9시간을 지하철에서 보내지만 식사는 커녕 물 한 모금 지급되지 않는다. 용역원 대기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제대로 된 난방시설도 없고 심지어 창고를 대기실로 쓰기도 한다. 모든 필요물품들은 조합원들이 자체적으로 구해온 전기장판, 전기밥솥 등의 전열기구들로 해결해야 한다. 겨울이면 언 속에 식은 도시락 드시기가 팍팍해 국이라도 끓여 먹으라 치면, 냄새가 난다고 못 만들어 먹게 하는 경우도 있다. 식수도 화장실에서 물 받아와서 직접 끓여 먹거나 역무실에서 얻어 먹는다. 그마저 감사가 나오면 죄다 숨기기 바쁘다. 더구나 참사가 난 후에는, 화재 예방을 한다며 아무런 대책 없이 전열기구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여 나이 드신 분들이 추위에 떨며 휴식을 취하다가 많은 노동자들이 감기에 걸렸다.
작년 7월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까지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 몇 년을 일해도 퇴직금 한번 받아보지 못했다. 용역업체가 1년 단위로 지하철 공사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상시적인 고용불안에 처해 있다. 그러니 복지시설은 언감생심이다. 살아서는 최저임금에, 8시간 일해도 식사도 없고 제대로 된 휴게실도 없는 노동조건으로 차별받고, 죽어서는 인간 대접받지 못하고 차별 받는 것이, 이 나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동의 유연화’ 정책으로 비정규직이 많이 늘어났다. 일은 정규직과 똑같이 하고 임금은 그 절반이다. 더구나 그저 쓰기 편한 소모품으로 취급받고 있다. 죽어서마저 차별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또다른 사고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절실히 느낀 게 있다면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은 개죽음이라는 것이다.

참사가 난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네 차례의 노동자 추모집회를 가졌다. 이제 추모는 잠시 접어두고 투쟁을 해야겠다. ‘비정규직 차별철폐, 청소용역 노동자의 죽음을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대구시를 상대로 이번 참사 수습과정에 있어 중앙로역에서 엄연히 근무를 하다 돌아가신 조합원들에 대해 다른 시민들이나 지하철 공사 직원들과 동등하게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지하철 공사에는 순직으로 대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이기 때문에 처해있는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개선투쟁도 함께 벌여나갈 예정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당신도 언제든 비정규직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단결하여 비정규직 차별 철폐, 아니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전개하지 않는다면 일터에서 죽은 당신은 그저 귀찮은 시체덩어리가 될 뿐입니다.” 라고...
차은남 | 여성연맹 대구지하철 청소용역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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