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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11|2002
청소용역 여성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삶

:: 2002-11-16   조회: 2726

* 앞으로 여성노동팀에서는 각 업종별, 직종별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노동과정, 투쟁 사례 등을 분석하는 글을 연재할 계획이다. 콜센터, 유통 매장, 사무직 파견 등 곳곳에서 여성의 비정규직화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지만 이들이 어떤 조건에서 일하고 어떤 불만을 갖고 있는지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아직은 청소, 호텔 서비스, 조리, 사서같은 부분에서부터 선도적으로 투쟁을 시작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기획 코너에서는 조직화를 위한 기초를 다진다는 목표로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다양한 실태를 연재하도록 하겠다.

청소 용역 여성 노동자-정확히는 파견 노동자-의 투쟁과 삶을 다룬 '빵과 장미'라는 영화를 보면 " 이 빌딩에서 우리는 투명 인간과 같아"라는 대사가 나온다. 거대한 빌딩에서 세련된 옷을 입은 사람들은 엘리베이터 틈새를 청소하느라 엎드려있는 청소 노동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간다. 청소 노동자 또한 그 빌딩의 구성원이지만 전혀 그 존재가 의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투명인간과 같다는 것이다. 물론 청소 노동자의 존재감이 강하게 부각되는 경우도 많다. 몇 년 전 박카스 광고에선 청소원 아버지를 돕는 아들의 모습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이 사는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이미지가 방송되었다. 연말이면 정치인들이 관내 청소원들에게 성금 등을 전달했다는 방송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런 사례들 속에서 청소 노동자는 '비참한 상황에 있는 가여운 사람'이라는 연민어린 시선을 바탕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청소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안쓰러워하는 시선이 아니라 이들을 억압하는 구조적 원인에 대해 인식하고 함께 문제제기하고자 하는 자세이다. 청소 용역 여성노동자가 어떤 구조적 원인으로 인해 저임금, 무권리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파악해야, '청소까지 직접고용하면 어떻게 하냐'라는 비현실적인 말을 안 하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아래에서는 청소 용역 여성노동자들이 어떤 상태에서 노동을 하고 있으며, 이들을 열악한 조건으로 내모는 구조적 원인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기술하도록 하겠다.

Ⅰ. 청소 용역 여성노동자의 실태

1. 하루 일당 2만원에도 못미치는 임금
2002년 4월 전국 9개 대학의 청소 노동자들의 월 평균 총 수령액은 51만 3천원이었다. 전국여성노조가 실시한 2001년 여성 용역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용역노동자의 월급여총액 평균은 496,234원이고, 60만원 미만을 받는 경우가 8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8시간 이상 노동을 하고 때로는 휴일없이 근무를 함에도 여성 청소 노동자들의 임금은 50만원 수준을 맴돌고 있다. 더욱이 여성 청소노동자들이 받는 총 수령액은 12달로 나눠서 미리 지급하는 퇴직금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제 받는 임금의 수준은 더 낮다. 청소 여성 노동자들은 "하루 일당으로 계산했을 때 만 오천원은 너무 하지 않느냐, 일당 2만원 수준이라도 되면 만족하겠다"는 안타까울 정도로 소박한 바램을 갖고 있다. 영세한 용역업체들은 각종 수당이나 임금조차 떼먹는다. 갑자기 인원이 줄어서 고려대 청소 노동자들은 다른 사람 몫의 일까지 해야 했다. 평소에도 새벽 4시 정도까지는 출근을 해야 빠듯하게 자신의 업무를 끝낼 수 있는데 다른 층까지 청소하려면 더 빨리 나와서 더 힘들게 일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온 몸을 파스로 휘감아가며 일을 했던 열흘간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수고비는 고작 일인당 만오천원.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자 돌아온 답변은 '잘해주니까 대들기나 한다'는 말이었다.
임금을 낮추기 위해 청소 용역업체들은 잔머리를 굴려댄다. 퇴직금의 경우 다양한 방식으로 떼먹는다. 어떤 용역업체는 노동자들이 법에 어두운 것을 이용해 1년 6개월 일하고 그만 두면 1년치 퇴직금만 주거나 아예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3개월 수습기간이라는 것을 도입해서 '정식 근무 기간은 9개월 밖에 안 되니 퇴직금을 줄 필요없다'고 하기도 한다. 법정 수당 또한 청소 용역 노동자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노동법을 대놓고 무시하는 용역업체 때문이다. 한 예로 IMF 이후 정규직에서 용역직으로 전환된 부산의 한 백화점 여성 미화원은 백화점 특성상 토요일, 일요일에도 일해야 하지만 특근 수당이나, 연장 수당, 휴일근로 수당은 한 푼도 없다. 8시간에서 12시간까지 일하고 받는 임금은 38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게 여성 청소용역 노동자의 저임금 현상은 제도적으로 조장되는 측면이 있다. 왜 연장 근로나 휴일근로에 대한 법정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냐는 항의에 대해 사용자들은 걸핏하면 '포괄임금제기 때문에', ' 감시 단속적 업무에 해당되니까'라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임금은 계속 깎여간다.

2. 무권리 상태의 노동조건
- 자기 돈으로 사람을 사야 쓸 수 있는 휴가
용역업체의 행태는 퇴직금, 수당을 떼먹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경비 절감한다고 청소 인원부터 줄이다보니 어느 사업장에서든 인원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인원부족 문제조차 용역업체는 청소 노동자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여성 청소 노동자에게는 여름휴가, 경조사 휴가 뿐만 아니라 연월차휴가, 생리휴가가 허용되지 않는다. 여성 청소 노동자가 법적으로 보장된 연월차 휴가나 생리휴가를 사용하겠다는 건 곧 직장을 그만 두겠다는 말이다. 심지어 지하철이나 지하상가에서 일하는 여성 청소노동자에게는 주휴일조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제사, 결혼 등과 같은 집안 대소사 부담을 지고 있는 기혼 여성노동자에게 휴일, 휴가는 특히 절실한 부분임에도 여성 노동자가 사람을 하나 사서 들여보내지 않으면 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 산업재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곳
많은 사람들이 청소를 하찮은 일로 보지만 청소 또한 나름의 힘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업무로 인한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쓰레기 봉투나 청소 도구를 들다가 허리나 발목을 삐는 경우도 흔하다. 화장실에서 쓰는 독한 약품 때문에 구토나 두통 증세에 자주 시달린다. 밀걸레나 비를 쓰는 동작 때문에 생기는 손목과 어깨 통증도 만성적인 증상 중 하나이다.

"맨날 부황 뜨고 그러지. 다리 이렇게 휜 거 봐요. 그런데다가 대청소 한번 하고나면 안아픈데가 없어. 바닥 같은데 빤짝빤짝하게 광내려고 기계질 하고나면 침 맞아야되고 그래."
- 고려대 청소용역 노동자의 말

한 대학의 시설관리직에 종사하는 여성 청소 용역 노동자는 "강의실도 큰데다가 의자가 많아서 좁으니까 다니다가 부딪쳐서 시퍼렇게 멍들고 그러는 거지. 짜여진 시간은 있고 일은 빨리 해야 되고 하다보니 힘들어." 라며 직무의 어려움을 표현한다.
그러나 '집안 일이랑 별 다른 바 없는 손쉬운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이런 일상적인 증상들은 전혀 산업재해로 인식되지 않는다. 심지어 여성 청소 노동자 자신조차 '나이가 많으니까 이런 거야'라는 식으로 생각한다. 허리를 다치거나 팔다리가 부러지는 경우, 창문에서 떨어져서 큰 부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그나마 업무상 발생한 재해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정식으로 산재보험 처리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용역업체는 산재보험에 가입했다하더라도 보험료가 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식으로 산재처리를 하지 않는다. 대신 치료비를 돈으로 주는 걸로 해결한다. 게다가 아직도 많은 용역업체는 업무상 생긴 부상이든 상관없이 "다쳤으니까 일 못하겠네? 그럼 나오지마."라고 하며 해고해버린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늙어서 다치기나 한다고 해고당할까봐 다친 걸 숨기고 자비로 치료하기도 한다.

- 열악한 휴식 공간
미화원분들은 청소 작업의 특성상 사람들이 공간을 많이 이용하는 때에는 청소를 할 수 없다. 일이 연속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을 하지 않을 때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며 실제로 많은 시간을 그 공간에서 보내게 된다. 그럼에도 실제로 그 공간의 환경은 어둡고 비좁기 일쑤이다. 대부분이 휴게공간으로서 마련된 것이 아니라 공간을 다 배치하고 남은 짜투리 공간, 실제로 그렇게 쓰여있었듯이 '창고'로 쓰임직한 곳을 이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에 알맞은 적당한 크기의 공간이 주어지지 못하고 그저 '남는' 공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종로 5가 지하상가의 경우 아예 휴식 공간없이 도구실에 스티로폴 깔고 앉아 있다가 최근에서야 마련했다고 한다. 어떤 건물의 가장 어둡고 불편한 곳이 청소 용역 여성노동자의 휴식 공간이라 봐도 틀리지 않는다.

이렇듯 여성 청소 용역노동자들은 노동법상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고, 최소한의 사내 복지조차 없는 상태에서 일하고 있다. 연장근로 수당이나 연월차 휴가같은 법정 권리도 이 직장을 그만 둘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무권리 상태가 청소 업종 전반에 걸쳐 만연하다보니 노동자들은 휴가없이 일하고 다쳐도 자비로 해결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점심 해먹을 쌀이라도 제공해주면 괜찮은 회사 축에 속할 정도이다.

3. 성차별적인 지배 억압구조
청소 업무는 대표적인 여성 집중 업종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소수의 남성 관리자가 다수의 여성 노동자들을 관리, 통제한다. 대학에는 각 단대 건물마다 '반장', '조장'이라 불리는 담당자가 있는데 남성인 경우가 많다.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은 업종임을 생각하면 남성이 '관리하고' 여성이 '지시받는다'는 성차별적 구조가 지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장이 여성일지라도 경비 노동자가 청소 업무에 대해 지시, 감독하는 경우도 많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하나도 안 도와주면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말하는 경비가 밉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청소용역 여성 노동자에 대한 지배는 성폭력을 통해서도 진행된다. 중고령층이 다수인 사업장에서 무슨 성폭력이냐 하겠지만 도시철도공사 청소용역 노조에 따르면 각 역사 당 1명씩 있는 관리장에 의한 성폭력, 성희롱 사례가 있다고 한다. 노조 결성시 관리장의 횡포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많았고 이에 노조는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성희롱과 폭력 금지 조항을 두어 사태 발생 시 진상조사와 더불어 정도에 따라 징계를 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연 2회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도록 명문화시켰다.

Ⅱ. 저임금 무권리 상태의 구조적 원인

1. 용역 노동자라는 고용형태
사실 여성 청소 용역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무권리 상태는 대부분의 영세업체에서 발생하는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선 용역업체들이 영세하다보니 생기는 문제이니까 맨파워같은 대형 인력 파견업체나 용역업체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동법 위반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형 용역업체나 파견업체라 해서 근로기준법 위반같은 일이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서울 지하철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향우용역'에는 1400명, 한국통신 전화국 청소를 담당하는 '한국통신 산업개발'에는 1000명 이상의 직원이 있다. 그럼에도 이들 대형 용역업체에서도 영세업체와 똑같이 최저임금 위반, 임금 체불, 부당 해고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즉 청소 용역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무권리 상태는 업체의 영세성 때문이 아니라 용역업체라는 간접고용 구조에서 근본적으로 비롯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의 거센 물결속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에 시달리고 있다. 흔히 구조조정하면 정리해고를 떠올린다. 그러나 김대중이 '상시적 구조조정'이라고 한 데서 알 수 있듯 용역 전환, 분사, 아웃소싱, 소사장제 도입, 계약직 전환 등과 같은 방식이 노동력을 신축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서 전면화된지 오래이다. 노동자들의 집단적 저항과 사회적 비판이라는 문제를 교묘히 피하면서 정리해고 못지 않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노동 유연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용역 전환, 분사, 아웃소싱, 소사장제 도입 등과 같은 간접고용으로의 전환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다. 자본의 입장에서 보면 이전과 다름없이 통제를 할 수 있으면서도 사용자 책임(노동조건에 대한 책임, 노동조합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이 늘 꿈꿔오던 '의무는 없고 권리만 있는' 상태가 간접고용이라는 고용형태에 의해 현실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간접고용은 용역, 위탁, 도급, 분사, 아웃소싱, 소사장제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간접고용이라는 고용형태는 정규직 노조에게 ' 우리 회사 직원도 아닌데'라는 면죄부를 부여하기 때문에 정규직, 비정규직의 연대투쟁도 형성되기 어렵다. 자본의 입장에선 노동자의 집단적 저항과 연대를 막는다는 점에서 더더욱 매력적일 것이다.

그중 처음부터, 가장 오랫동안, 가장 광폭한 간접고용화를 겪어 온 게 바로 청소용역 노동자들이다. 90년대 이전 공공부문, 빌딩, 아파트, 대학 등의 청소노동자는 대부분 직고용 형태였지만 최근에는 거의 모든 청소업무가 용역직으로 전환했다. 이는 소자본의 용역업체가 난립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이로 인해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용역계약 단가에 의해 매해마다 고용여부와 노동조건, 임금조건이 바뀌는 불안정한 상태로 내몰렸고, 용역회사의 덤핑계약으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구조에 허덕이게 되었다. 더군다나 이를 막아야 할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앞장서 최저가낙찰을 부추기고 있고(서울대공원, 서울대학교, 시군구청 건물 등), 입찰계약 과정을 관할하는 조달청에서 사실상 무분별한 저단가 경쟁입찰을 시행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 시설관리 노동자들을 고용불안과 저임금으로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용역업체는 원사용자의 돈을 받아 계약기간 동안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해줄 뿐, 계약이 끝나면 일하던 노동자들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청소 용역노동자들은 1년 단위의 근로계약서를 쓰고, 용역회사의 계약이 만료되면 사직서를 써야한다. 그리고 새로 원사용자 측과 계약한 용역업체에 재고용이 될 수 있기를 빌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탈락되어서 사실상 해고된다 하더라도,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뚜렷한 법적 근거도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몇 년을 못 넘기고 이 직장에서 저 직장으로, 이 건물에서 저 건물로 옮겨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용역업체에 의해 당하는 불이익들은 청소 용역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조업체의 생산 현장에는 사내하청이라는 용역업체들이 있고, 신문사의 인쇄 파트에는 도급업체들이 있다. 이랜드같은 회사의 물류 창고, 대한항공 면세점에서도 용역업체에 의해 고용된 용역노동자들이 있다. 이들 또한 용역업체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직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보다 용역, 파견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이 많은 것은 이들이 그만큼 극한의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렵게 노조를 설립해도 용역 노동자라는 신분은 장애물로 작용한다. 노조를 설립하면 가장 먼저 탄압에 나서는 것이 원사용자이다. 실질적으로 용역 노동자를 사용하고 지휘, 감독하는 것은 원사용자이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불순한(!) 움직임은 더더욱 눈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노조 간부 해고하기, 노조 활동 탄압하기, 탈퇴 강요하기, 수당 안 주기, 용역업체 계약 해지하기 등 원사용자가 할 수 있는 노조탄압은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이런 노조 탄압 행위에 대해서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 형식적으로는 용역업체가 사용자이다보니 제 3자인 원사용자가 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해괴한 법 해석 논리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용역이나 파견같은 간접고용을 늘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 노조 활동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데 있다. 청소 용역 여성노동자들도 노조를 결성하거나 권리를 찾기 위해 나섰다가 원사용자에 의해 탄압을 받는 경우가 많다.

2. 여성 노동에 대한 차별과 착취

용역 전환이라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청소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악화된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구조조정에서 한 발 더 나가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왜 청소 업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치없는 노동으로 여겨지게 되었는가? 왜 청소 업무가 구조조정의 1순위 대상이 되었는가? 왜 청소 업무는 여성의 노동으로 여겨지게 되었는가? 이런 질문들에 답하고자 할 때 비로소 여성 청소용역 노동자를 압박하는 구조적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

- 왜 청소 업무에 여성이 몰리는가.
한국의 여성 노동자들은 대체로 저임금 노동에 몰리는 게 현실이다. 한 언론 보도에서 2001년 하반기 여성 취업자가 전년도에 비해 33.2% 증가했고 기혼여성 취업자는 43.9%나 증가했다 그러나 구체적 취업 상황을 보면 단순노무직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그중에서도 건설 노무자, 청소원으로의 취업이 가장 높다. 여전히 여성 취업자의 47.2%가 남녀 전체 임금의 하위 25%수준인 월 70만원미만의 임금을 받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70만원 미만의 비중이 높아져 최근의 고용증가가 저임금에 집중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듯 여성 노동자들은 저임금 직종에 취업하도록 강제당하고 있다.
왜 여성들은 저임금 직종으로 몰리는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족 임금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남성 중심의 노동시장 구조이다. 남성이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허구적인 가족임금 이데올로기는 여성 노동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정당화한다. 남성이 생계를 책임진다는 것은 곧 '여성의 노동은 부차적인 부업에 불과하다'는 인식과 연결된다. 그래서 정규직 일자리, 고임금 일자리는 더 큰 책임을 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남성에게 돌아가며 여성 노동자는 노동시장에서 밀려나게 된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누구를 먼저 해고할 것인가, 어느 업무를 먼저 비정규직화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이 때 자본은 '가장이 아닌 여성이 먼저 나가야 한다'는 논리로 손쉽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 남성 중심의 노동조합 또한 당장의 어려움을 면키 위해 자본의 논리에 쉽게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이 과정 속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들이 가지 않는 저임금 일자리에 몰릴 수 밖에 없다. 아예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채 비공식부문의 노동을 하기도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에서 실업자로, 실업자에서 비공식부문 노동자로 바뀌는 것처럼 여성노동자는 취업과 실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드는 불안정한 상태이다. 게다가 중장년의 기혼 여성들은 연령이 높을수록 취업 기회가 줄어든다. 일단 35세가 넘으면 단순직 이외에는 취업하기가 어렵다. 40세가 되면 학력도 자격증도 하등 소용이 없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50대 이상, 저학력의 중장년 여성들의 경우는 특히 갈 곳이 없다. 중장년 기혼여성들이 직업을 고를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그나마 얻을 수 있는 일거리는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담당해 왔던 가사노동의 연장선상에 놓인 청소나 식당 일이다.

- 불행한 악순환
청소 노동은 '여자나 하는 노동'으로 치부되면서 사회적으로 평가절하된다. 이렇게 평가절하된 저임금 노동일수록 여성 노동자들이 몰리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청소 업무는 저임금 업종이자 여성업종으로 굳어진다. 여성 노동자들이 몰리는 여성업종이 될수록 임금 수준과 노동조건을 더 열악해진다. 여성 집중 업종이라 해서 여성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같은 일을 함에도 남성 청소 노동자와 여성 사이에 5만원에서 15만원에 이르는 임금 차별이 있다. 대표적인 여성집중 업무임에도 반장이나 관리장같은 중간 관리자는 대부분 남성이다. 이렇듯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는 단지 용역 업체 소속의 계약직이라는 고용 형태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여성 노동에 대한 사회적 평가 절하와 여성노동 착취가 중요한 원인인 것이다.

Ⅳ. 청소 용역 여성노동자들의 대응

1. 투쟁 사례
청소 용역 여성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투쟁한 사례는 97년 경제위기 직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경제위기로 인한 임금삭감, 해고가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먼저 진행된 부분이 청소 부분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시설관리노조의 경우 일방적으로 39만원이라는 액수로 임금을 삭감한 것이 노조결성의 계기였다. 이때부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이 높아지고 투쟁 사례들이 많아지면서 청소 용역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사례도 많아졌다. 특히 전국여성노조나 민주노총 여성연맹같은 여성노동자 독자노조가 활발히 활동하면서 여성이 집중된 청소 노동자의 조직 사례가 많아지게 되었다.

서울대 시설관리 노조
2000년 1월 노조를 결성한 이후 41일간의 파업 끝에 단체협약을 체결함. 서울대 시설관리 노조는 경비노동자와 청소노동자를 함께 조직한 경우. 여성 청소 노동자들이 집행부의 다수로써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노조의 핵심 투쟁동력 또한 여성 노동자임. 그러나 아직도 남녀 청소원간의 임금 격차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임.

전국여성노조 경북대 지회
2001년 4월 전국여성노조가 용역여성노동자 실태조사를 하면서 그때의 만남을 계기로 7월에 경북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전국여성노조 대구지부에 가입함. 노조 가입을 이유로 사측이 부당해고를 함. 여성노조, 총학생회와 함께 원직복직 투쟁을 계속한 끝에 승리. 이 투쟁에 자극을 받은 청소 노동자들의 가입이 줄이어 '미화원 정년차별을 시정하고 고용승계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냄.

도시철도 청소용역노조
최저임금 기준에 훨씬 못미치는 용역업체에 항의하여 2001년 7월 10일 노조 결성. 노조결성 이후 임금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5개월에 걸친 교섭과 태업 등 투쟁을 벌여 최저임금을 훨씬 넘는 10만원 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인사권 노조합의, 징계위 노사동수 구성 합의를 쟁취함. 이로서 나이 많고 최악의 환경에서 일하는 여성 청소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권리개선은 쉽지 않다는 세간의 인식을 깨뜨리는 성과가 있었음. 현재 도시철도 5,6,7,8호선에 지부가 결성되어 있음. 민주노총 여성연맹 소속.

전국시설관리노조 한국통신산업개발 지부
한국통신산업개발 지부는 시설관리 노동자(보일러, 냉난방, 전기 담당)만을 조합원으로 받고 시작했음. 이후 여성 청소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의지에 힘입어 조직 대상을 확대하게 됨. 올해 6월말 이틀에 걸친 파업을 통해 청소 노동자의 임금이 4만원 인상됨.

2. 여성 청소용역 노동자 투쟁에 있어서 고민해야 할 지점

청소 용역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사례는 이미 전국에 걸쳐 10여 개가 넘는다. 이런 현상은 그동안 쌓인 분노들이 노조로 모여 분출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투쟁은 집단적이고도 전국적인 문제제기로 이어지지 못하고 개별 용역업체나 원사용자를 상대로 한 싸움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반해 같은 비정규직이지만 특수고용직, 파견노동자의 문제는 전사회적인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100일을 넘긴 레미콘 노동자들의 투쟁, 전국을 휩쓸며 노조 인정 투쟁을 벌인 학습지 교사들의 투쟁 등과 파견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면서 노사간의 첨예한 쟁점이 될 수 있었다.
반면 청소용역 여성노동자의 투쟁은 아직도 개별 업체와 사용자의 부당함을 비판하는데 집중되고 있다. 개별 사업장에서의 부당한 대우라는 문제로 쟁점이 좁혀질수록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은 사회적 쟁점이 되기 어렵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나 사내하청 노동자, 파견 노동자 등과 마찬가지로 전국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 또한 그들의 공통의 요구를 모아서 공동의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아직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청소 용역 노조들의 공동 대응, 공동 투쟁은 찾기 어렵다. 비록 전국여성노조, 민주노총 여성연맹, 각 지역 지역일반노조, 전국시설관리노조 등 다양한 상급단체 아래 조직되고 있지만 전국적인 공동행동을 조직하기 위한 노력은 시급한 문제이다.

청소용역 여성 노동자들을 조직하는데 있어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청소노동자의 경우, 노동자층 내에서 최하위층이고 가장 비천한 일을 한다는 인식이 있어 노동자라는 각성과 주체의식, 권리인식을 갖고 노조활동으로 떨쳐 일어서는데 커다란 한계로 작용한다. 대부분이 50대 후반 60대의 여성이다 보니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하다. 이곳에서 떠나면 다른 직장을 가지기 어려우므로 잘못 보이거나 자기 주장을 하면 잘린다는 피해의식이 많다. 따라서 청소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조직사업이 필요하다. 8시간씩 한 달 일하고도 기껏해야 50여만원 받는 것이 왜 부당한 것인지, 왜 당당하게 노동에 대한 댓가를 요구해야 하는지 인식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실제로 노조로 조직된 청소 용역 여성노동자의 경우 자신의 노동이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당당히 발언하곤 한다. 아직은 소수의 노조 간부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청소 노동자들부터 청소 노동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은 확대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여성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다. 여성 노동자의 문제는 단순히 노동권이라는 측면에서만 이해되고 해결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여성 노동의 저평가라는 부분은 뿌리깊은 성별분업 논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왜 청소 노동이 부끄럽지 않은가를 설명하려면 여성 노동에 대한 성차별적 인식이 설명되어야 한다. 여성 청소용역 노조 조합원들이 노조 활동을 하기 어려운 것은 퇴근하자마자 집에 가서 집안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조합원 스스로 자신의 일은 '애들 교육비 보태려', '용돈 벌이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앞에 나서서 노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청소용역 여성 노동자들의 경향을 극복하려면 여성의 눈으로 현실의 부당함을 인식하게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필요하다. 여성으로서의 문제의식을 갖지 않고서는 왜 남성 청소 노동자와의 임금차가 문제인지, 집안 일과 노조 활동을 어떤 식으로 조화시켜야 할 지로 논의를 진척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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