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인하대 환경미화원 분회 소속 조합원들은, 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을 고용승계에서 배제하고 신규채용하는 새로운 도급회사와, 사실상 원청이며서도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인하대에 맞서 끝까지 투쟁함으로써 노동조건 하락 없는 고용승계를 쟁취했다. 열흘간의 흔들림 없는 투쟁과 승리를 취재했다. 투쟁 취재와 이덕순 분회장 동지에 대한 인터뷰는 인하대 한지호 동지가 해주셨다. |
천인공노할 조합원 집단 계약해지
12월 19일 화요일 오후 5시 30분경, 학내 환경미화원 50여명이 도급관련 담당부서인 총무팀을 점거하였다. 도급업체 입찰과 근로(재)계약 과정에서 분회(노동조합)를 결성하지 않은 비조합원과 달리 분회를 결성하고 있는 조합원들을 고의적으로 배제한 것에 따른 것이었다. 학교측은 학생들이 방학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평균 15년(5~26년) 이상 인하대에서 일해오신 50여명의 미화원들에 대해 천인공노할 집단해고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하대는 매년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을 기점으로 환경 용역업체와 1년 단위 도급계약을 맺어왔으나, 올해는 이례적으로 12월까지 4개월만 연장시켜 이번 사건을 이미 예고하고 있었다. 또한 그동안 3개업체에서 맡아왔던 학내 환경업무를 A구역, B구역으로 통폐합하고, 새롭게 2개 업체를 입찰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였다. 지금까지는 업체가 어떻게 바뀌든 업무의 숙련도와 미화원의 고용안정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고용을 전원 승계해온 터였다.
문제는 이번 학교측과 계약을 완료한 2개 용역사에서 분회활동을 했었던 미화원을 재계약에서 고의적으로 배제하고, 신규채용하는 것이었다. 학교측에서는 용역사의 노무관리 내용이므로 경영상 개입할 수 없다는 제3자의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재계약 미화원의 연령을 제한하는 바 미화원 절반 이상이 60대라는 점을 악이용하는 것이었다.
“학교는 도급업체의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고용승계를 지시하는 등의 간섭을 할 수는 없다.” 학교는 해고사태의 책임과 결정권은 용역(도급) 업체에 있으며, 원청인 인하대가 용역사측에 고용승계 지시 등을 하며 경영상의 개입을 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용역사와 학교측은 대등한 계약관계이므로 지시하고 명령하는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리고 용역사는 공식적인 대화를 거부하면서 분회활동을 하면 재계약을 할 수 없다는 소문을 퍼뜨려서 미화원의 분열을 시도하였다.
미화원 동지들과 학생들은 “20년 이상 일해온 분들에 대한 용역측의 계약해지는 매우 부당하며, 더욱이 분회 조합원에 대한 고의적인 배제는 명백한 노조탄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원청인 인하대는 용역사에 시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도급업체가 업무상 학내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경우, 원청에 의한 계약의 해지는 가능하며, 이는 계약상 합법이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정도 규모의 노골적인 노동조합(분회) 탄압은 누가 보더라도 학교측과의 연계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기에 사태를 수수방관한다면 이 모든 과정에 학교측이 개입한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의견을 모아서 요구사항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원청사용자 인하대는 즉각 미화원 사태의 해결에 나서라
둘째, 신규 용역사측에 시정을 지시하고, 응하지 않을 시 계약을 해지하라
(분회원을 배제한 신규채용의 즉각적인 중단, 노조탄압 중단, 전원고용승계)
셋째, 인하대는 비정규직 노조(분회)에 대한 탄압을 자랑삼고 있는 업체와 계약한 것에 대하여 해명하라 |
환경미화원의 저임금을 담보로 한 학교와 용역사의 공생관계, 그리고 책임 회피
인하대에서 일하는 100명 가까운 미화원들은 평균연령 55세로 1년마다 계약만료와 재계약을 반복하며 평균 근속년수 15년을 넘게 일해온 전형적인 저임금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다. 학교측은 지난 수십 년 간 청소업무를 도급업체와 계약하여, 환경미화원을 간접적으로 고용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러한 구조는 항상 양측의 이익과 관련이 있었다. 인하대는 최저입찰가로 도급계약을 성사시킴으로서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고, 반대로 도급업체 측에서는 인하대의 환경사업권을 얻어 중간이윤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양측의 이익은 사실상 환경미화원의 저임금을 담보로 하는 것이 명백하다. 도급업체에서는 경쟁사를 물리치기 위해 최저가로 입찰한 후, 낮아진 수익률을 보충하기 위해 인건비를 상대적으로 줄여버리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미화원임금이 법정 최저임금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05년 인하대 미화원 최저임금미달 사태) 여기서 학교측은 “나는 모르는 일, 당신들과 계약한 용역사에 가보세요"라고 문제를 간단히 회피할 수 있다.
하지만 인하대가 이러한 악성구조의 최초 원인제공자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학교가 도급계약을 통해 얻은 예산절감 효과는 단연코 직접고용(정규직)을 거부하고, 간접고용(비정규직)으로 전환함으로써 임금비용을 줄인 것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미화원들의 월급봉투가 얇아진 만큼 학교측은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개탄스러운 것은 이러한 예산절감이 합리적 경영의 성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기업의 이른바 합리적 경영이라는 것이 노동자의 가난을 대가로 하는 것이라니…….
더욱이 학교측은 저임금 미화원과의 계약을 직접 맺지 않음으로써 노무관리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핵우산까지 제공받는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학교측은 제3자 타령을 할 것인가.
열흘간의 흔들림 없는 투쟁
투쟁으로 돌입한 이후, 50여분의 분회소속 미화원분들은 높은 단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학생들도 방학 중 소수나마 적극적으로 연대하였다. 특히 학교측 답변이 계속 미뤄지는 가운데 12월 31일부로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이어서 불안감도 커지고, 60세가 넘어가는 분들은 더욱 초초해지는 상황이었다. 한편 용역사측에서는 분회활동하면 재계약 못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미화원들의 분열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농성장에서 미화원들이 보여준 담담하고도 질서있는 모습은 지난 분회활동 경험에서 우러나온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었다. 현재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에 가입되어있는 47명(현재는 93명)의 분회원들은 2000년과 2004년에 각각 용역사별 분회를 결성하였다. 첫 번째 분회는 최저임금을 요구하고, 미화원 두 분에 대한 부당해고에 맞서면서, 두 번째 분회는 청소감독관의 상습적인 손찌검과 욕설에 항의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면서였다. 이후 학생들과 연대하며, 노래패 소모임활동과 분기별 영화제를 개최하는 등 일상적인 분회활동을 해왔다. 인하대 미화원 분회는 비정규직 미화원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3권을 실현하고, 노동현장의 민주화를 앞당긴 디딤돌이었다.
- 투 쟁 경 과
12월
11(월) 인하대 환경도급 현장설명회
13(수) 입찰업체 서류마감
15(금) 최저가 입찰완료
(기존 3개 용역사 탈락, 2개 구역 통폐합, 신규용역사 입찰, 감독관만 승계)
18(월) 분회 소속 조합원을 제외한 신규채용 시작, 50여명 사실상 해고 예정
19(화) 총무팀 항의방문, 기습점거
(요구: 원청인하대 사태해결 촉구, 비정규직 노조탄압 중단, 신규채용 중단, 고용승계)
(학교측: 용역사의 노무관리에 개입할 수 없다고 밝힘)
20(수) 점심 선전전 1일차
21(목) 점심 선전전 2일차
22(금) 점심 선전전 3일차, 총무팀면담(신규면접중단, 26일 사무처장과 면담약속)
26(화) 노조탄압중단, 원청책임촉구 결의대회(학생20명, 분회원 50명)
사무처장 면담(약속어기고 신규채용 계속한 것에 대한 항의)
밤 11시까지 8시간동안 본관에서 농성지속
27(수) 사무처장과의 3차협상
28(목) 고용승계 약속
29(금) 채용설명회에서 임금삭감을 전제한 고용승계임을 확인, 2차 농성 돌입
비조합원 46여명, 분회에 대거 가입
30(토) 원청인하대, 근로조건 저하없는 전원 고용승계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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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승계를 원한다면 임금삭감에 동의하라!
분회원들에 대한 악의적인 탄압과 계약해지에 항의하며 집단농성에 들어갔던 인하대 환경미화원. 찬바람 맞으며, 학교측과 용역업체 사이의 지루한 책임전가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지 열흘째. 마침내 학교측과 용역사는 분회원을 전원 고용승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그러나 환호성을 지른 지 하루도 채 안되어, 다시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이튿날 채용설명회 자리에서 “임금삭감이 고용승계의 전제다” “계약단가가 낮아 어쩔 수 없다”며 용역업체는 분회원들이 임금삭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고용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용역사로서는 인하대와 계약한 입찰가가 낮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간 듯하였으나, 이로서 역시 간접고용의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원청사용자(인하대)로부터 해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비조합원들이 분회의 문을 두드리다
미화원들은 근로조건의 후퇴없는 고용승계와 2007년 최저임금의 온전한 보장을 요구하며 총무팀 앞에서 2차 농성에 돌입한다. 연말연휴를 앞두고 다시 시작된 투쟁에 끝이 보이지 않는 불안감이 농성장을 휘감았다.
그러던 중 농성중인 희소식! 인하대 미화원의 절반을 차지했던 5호관, 서호관 등을 담당하시던 (구)성진사 소속 미화원분들이 임금삭감에 항의하며, 대거 분회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해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분회결성을 주저하셨던 (구)성진사 소속 50여분들이 용기를 내어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생리휴가 등 각종수당을 반납해 가며, 최저임금에도 미달하는 임금을 감수해온 미화원이었다.
신입 분회원들은 30일 아침 10시 반부터 본관로비를 메우고 계신 미화원과 학생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의 박수를 받으며 합류하며, 한배에 올라타게 되었다. 어쨌든 이일은 하루만에 뒤바뀐 답변(임금삭감을 전제한 고용승계) 때문에 실의에 빠져있던 기존 분회원들의 사기를 한껏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승리!
학교측은 시간이 갈수록 예상과 반대로 자신들이 점차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 분회에 가입되지 않았던 미화원들이 대거 분회에 가입하면서 점차 규모가 커지는 것을 보았고 학생들의 여론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용역사 뒤에 숨기에는 자신의 덩치가 너무 크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리라. 교섭과 정회를 반복하기를 수차례, 밤 9시반경 마침내 원청 인하대는 물러섰다. 아래는 대학본부와 미화원분회와의 합의내용이다.
- 합 의 내 용
1. 전원고용승계 하며, 기존임금은 삭감하지 않는다.
2. 미화원의 임금을 차등없이 동일하게 지급한다.
(그동안 비조합원들은 상대적으로 낮음 임금이었음)
3. 학교는 환경미화원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4. 학교는 미화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며, 동일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 |
비록 물가인상등을 고려하여 12.3%인상된 07년 법정 최저임금(786,480원)을 온전히 보장받지는 못했지만, 기존임금이 후퇴하는 것은 가까스로 막아낸 것이었다. 기존조합원의 입장에서 보면 약간의 감액이 있었지만, 조합원 만장일치로 그것을 감수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아오던 비조합원 성진사 소속 미화원분들의 임금인상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이덕순 분회장은 “고용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투쟁하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그러나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학생들의 연대가 있어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도 “이번 겨울투쟁을 계기로 50여명의 미화원이 새롭게 분회에 가입하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8일에는 신입 분회원을 포함한 93명의 미화원이 한자리에 모여 역사적인 인하대 미화원 통합총회 개최하여 승리 보고대회를 갖고 새로운 임원을 선출하였다.
미화원 투쟁의 의미와 과제
열흘간의 이번 인하대 미화원투쟁은 정규직 노동조합으로부터 고립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① 미화원의 저임금과 불안정을 담보로 한 최저가입찰제의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②도급이라는 간접고용의 교란을 걷어내 인하대의 사용자성을 확인하였으며, ③특히 분회원이 똘똘 뭉쳐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을 막아낸 쾌거로 평가할 수 있겠다.
이제 하나의 산을 넘었다. 전 미화원의 분회가입이라는 올 겨울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역량을 쌓아간다면, 정규직화 쟁취도 멀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저임금으로 귀결되는 ‘비인간적인 최저가 입찰제’를 바꿔내는 일과 최저임금의 실질적 보장, 고용안정 그리고 입찰과정에의 참여 등은 미화원-학생이 함께 차근차근 이후 쟁취해야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의 정신을 몸소 실천한 인하대 미화원분들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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