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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5|04|2004
여성노동자가 투쟁의 주체가 되어 파견법 반대투쟁을 예비하자

:: 2004-04-16   조회: 4072

1. 파견법투쟁의 시작, 파견법 투쟁은 이미 여성운동의 핵심적 투쟁과제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파견법 철폐운동은 97년 파견법이 통과된 시간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파견법 철폐투쟁은 존재했다. 93년 여성운동계의 핵심적 이슈로 파견법 투쟁이 존재했었다. 그만큼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심각하게 만드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당시 파견법 반대 투쟁은 여성운동, 노동운동 할 것 없이 모두의 투쟁의 과제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사실상 양적, 질적으로도 그 막대한 피해와 고통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여성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점과 파견법의 폐해를 고스란히 받고만 있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2. 90년대 초반 여성운동의 파견법 투쟁의 의미

93년부터 파견법 반대운동은 여성계, 노동계가 함께 대응해온 주요 이슈였이슈였다. 그동안 고용안정을 위한 여성운동 및 노동운동의 성과로 93년 정부가 고용정책 기본법, 직업안정법, 고용보험제, 파견법 등 고용관련 4가지 법제도 추진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파견법 이었다. 고용안정을 위해 투쟁했던 성과와 역행하게도 정부가 발표한 파견법 제정은 오히려 고용불안정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은 파견법 제정 반대 투쟁을 조직적으로 벌여나갔다.



그러다 95∼96년 노동유연화를 핵심으로 하는 신인사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흐름들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여성운동과 노동운동 진영은 변형근로제, 시간제노동자법, 근로자파견법, 정리해고도입, 휴가 축소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별적 노사관계법의 정비방향에 반대하기 시작한다.
그 중에서 파견법은 시간제노동 도입과 더불어 여성노동자들에게 심각한 폐해를 이루고 이에 대한 반대 움직임은 가속화된다. 외국의 경우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더라도 정규노동자와의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 해고남용규제 등이 일반화되어 있고, 파견기간 동안 발생하는 노동문제에 대해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의 파견법은 또 다른 노동자의 계급이요, 고용안정과는 거리가 먼 경우에 해당한다.

3. 97년 파견법 제정 당시의 회고. 그리고 교훈

결국, 이러한 흐름은 신자유주의가 도입되고 이에 기반한 노동유연화가 가속되는 과정에서  97년 정리해고제, 파견법 통과로 이어지고 만다. 그런데 문제는 97년 파견법이 통과된 과정을 자세히 보면, 중장비나 운수업 등의 남성직종은 제외된 반면 사무직, 비서직 등 여성직종들이 파견업무로 확정된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파견업종 선정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왜 하필 여성직종 중심으로 26개의 파견업종이 만들어진 것일까?
아마도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화되어 있지 않음으로써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당시 노동운동계 역시 파견업무로 남성직종을 제외시키고 여성직종을 확대하는 것에 일정의 타협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여성노동단체들은 파견법 제정 반대운동을 벌이다가 IMF이후 파견법 제정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파견직종에서 여성들의 직종을 제외시키기 위한 노력을 선회하게 되면서, 여성 직종으로의 파견대상이 굳어지는 길은 막을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4. 여성노동자에게 닥칠 파견법의 위협

결국 이렇게 도입된 파견법은 오히려 정규직 신분의 여성노동자들을 파견직으로 전환토록 했고, 그간 노동시장에서 단순보조적인 업무로 칭해졌던 업무의 대다수에 파견업무가 허용되었다. 그 결과 여성노동자들은 더욱 불안정한 고용조건에서 더욱 낮은 임금으로 일하게 되었다. 파견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정규직에 비해 60∼70%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고, 근속년수가 긴 여성노동자의 경우 50%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기도 한 현실을 볼 때 잘 알 수 있다.
업종별로 본다면 무엇보다도 양적으로 파견법의 가장 많은 피해를 당하고 있는 업종은 사무직일 것이다. 제2금융권의 경우 파견노동자의 규모가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대표적인 곳이다. 이는 남녀고용평등법의 시행이후 여직원 채용 기피현상, 사무직 노동운동의 확산, 사무자동화에 따른 단순 반복적 업무의 증가 등으로 인해 계속 증가되는 추세에 있다. 초기에는 전체 정규직의 0.5% 내에서 운영되어지던 것이 최근 들어 정규직 여성의 절반을 상회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또한 법적으로 파견근로는 근로기준법 그리고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이 되지만, 이를 제지할 방안이 없다. 그야말로 여성노동자에게 파견근로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5. 파견법 반대투쟁,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앞서의 교훈을 통해 이 파견법 투쟁이 현재완료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90년대 초반 투쟁을 함께 했고, 97년 파견법 도입이후 당사자들만 간헐적으로 투쟁하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부에서는 파견법 확대의 조짐을 다시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97년처럼 또다시 파견법 제정에 힘없이 주저앉고 말 것인가. 가장 피해를 보는 불안정노동층의 문제로 돌리고 자신의 밥그릇을 지켰다고 안도의 한숨을 쉴 것인가. 아니 이제는 그렇게되지 않는다. 모두가 위협에 쌓여있다.
지금은 다시 한번 90년대 초반, 노동유연화 반대의 기치 아래 투쟁했던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 노동계, 여성운동계 모두 함께 파견법 반대 투쟁을 준비하자. 또한 이 과정에서 또다시 여성노동자들의 폐해가 만들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성노동자들을 투쟁의 주체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정지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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