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견법 5년의 경과
1998년 2월 20일, 오랜 논란 끝에 제정된 파견법은 1998년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사실 노동계가 오랫동안 반대해왔던 노동자파견제의 합법화 시도는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있었다. 노동부는 1993년 6월 「근로자공급사업지도」지침을 통해 "음성적이고 위장된 도급형태로 탈법운영하는 사례가 계속 증가하므로 불법근로자공급사업에 대하여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행정지도의 내용은 불법근로자 공급사업체에 대하여는 근로자 공급사업을 중지하도록 하는 것이고, 공급근로자 사용업체는 용역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동부는 1993년 7월 종전의 방침을 180도 바꾸어 이들 불법사업을 양성화하기 위한 입법예고를 하였다. 결국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같은 해 10월 「근로자 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 및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당시에 개최된 공청회 등에서 개진된 노동계의 반대에 봉착한 이 법안은 국회노동위원회에서 본격 심의되지 못한 채 입법이 보류되었다.
1995년 8월 중순에는 김영삼 대통령이 대기업총수들을 잇달아 만나 중소기업에 대한 장기어음발행 자제 등을 당부하였다. 그 후 통상산업부는 [중소사업자 구조개선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는데, 이 특별법에 근로자파견제와 함께 변형근로시간제, 정리해고 요건의 완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당시에도 노동계와 사회단체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결국 민자당 고위당직자회의에서 파견법 유보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재정경제원 등이 나서서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의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계속 했다.
1996년 5월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구성되면서 파견법 제정문제는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사용자측과 노동조합측의 시각 차이가 워낙 커 합의안 마련에 실패한 노개위에서는 공익위원들이 파견근로에 대한 객관적인 실태조사와 논의절차를 거쳐 1997년 중에 입법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이는 정부의 방침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1996년 말의 노동법 날치기 통과 사태로 노동계의 총파업에 직면하게 되어 파견법과 정리해고제 입법화의 문제는 다시 가라앉게 되었다. 그러던 중 1997년 말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12월 5일 발표된 [IMF 자금지원 합의내용]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추가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게 되었다. 그러면서 1997년 12월 24일에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해 1998년 2월 중에 정리해고제와 파견법의 입법을 추진하기로 IMF측과 합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결국 1998년 2월 9일에 노사정간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이 이루어지면서 6년여를 끌어온 근로자파견법의 제정 문제가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다. 노동자파견제의 합법화는 중간착취를 합법화하고 정규직의 일자리를 간접고용으로 대체하고 또한 노동조합을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노동운동, 특히 여성노동운동의 반대에 부딪쳐 왔다. 1998년 노동자파견제의 합법화는 IMF경제위기 속에서 노동운동을 사회적으로 압박하여 1987년 이후 계속된 노동유연화에 대한 자본의 요구를 관철시킨 것이었다. 그리고 당시 정부는 파견법의 제정이 불법적 간접고용을 규제하고 간접고용 노동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 장담했다.
2. 파견제 합법화 이후,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가
그러나 파견제 합법화 이후 5년이 지나는 동안 벌어졌던 사태들은 노동운동진영의 우려와 반대가 현실화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지난 5년간의 경험을 우리는 '안정적인 일자리의 파괴'와 '노동기본권의 무력화', 그리고 '저임금·주기적 해고·노예노동의 확산'이라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불법파견은 규제되고 있는가? 파견법 시행 5년동안 정부는 불법파견에 대한 감독을 방기하다시피 했다. 2000년 6~7월에 걸쳐 전국적으로 수만명의 파견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파견법 6조 3항에서 "2년 이상 계속 사용한 파견노동자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직접고용의무조항을 회피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용업체가 파견노동자를 교체 또는 해고한 것이다. 그러나 '파견노동자에 대한 학살'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2년의 기한이 돌아오는 파견노동자들은 주기적으로 해고되고 있다. 최근 인사이트 고법판결 전까지는 불법파견은 파견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져 오히려 불법파견이 더더욱 양산될 수 밖에 없었다.
파견제의 합법화는 불법파견을 규제하기는커녕 반노동적, 반인권적인 간접고용 사용을 정당화시켜 주었다. 파견제가 새로운 취업기회를 보장해 주리라는 자본의 논리는 철저한 기만에 불과하다. 정규직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되고 그 자리를 파견·용역노동자들로 채우고 있다. 외주·용역화·분사화를 통해 정규직의 일자리는 급속하게 간접고용화되고 있다. 근로자파견제는 정리해고제와 함께 일상적 구조조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파견·용역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이란 장식물에 불과하고, 간접고용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해도 사용사업주와 파견사업주의 집요한 노조와해공작 속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 무권리의 노예노동이 점점더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3. 불법파견의 실상과 폐해를 통해서본 파견법의 문제점
(1) 위장도급을 통한 파견법 적용의 회피 조장
사업장에서 가장 심각하게 볼 수 있는 것은 도급을 위장하여 파견법 적용을 회피하려는 경향이다. 많은 사업장에서 이런 악용의 사례가 제기되는데, 문제점을 짚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도급과의 구별이 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법은 파견의 경우 파견대상업무와 파견기간을 제한하고 있으나 민법상의 도급의 경우는 아무런 제한이 없이 자유롭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들은 실질이 파견이라고 할지라도 형식적으로는 용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여 파견법의 적용 자체를 피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파견과 도급을 구별하는 담당기관은 노동부이지만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노동부는 도급을 지나치게 넓게 인정하여 파견법 상의 제한마저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둘재, 노동부 고시 역시 문제의 심각함을 드러낸다. 노동부는 도급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노무관리의 독립성과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다 갖추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비록 노동부가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을 언급하고는 있으나, 그 내용을 보면 독자 자본을 가지고 파견노동자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기만 하면 되는 등 이는 기업으로서의 실체만 가지고 있으면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을 인정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노동부의 기준에서 보면 개인사업자가 아닌 법인의 형태를 갖춘 용역업체라면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는 용역업체가 사용업체의 노무부서에 불과하여 법인격이 부인되어야 하는지(그래서 용역업체 노동자들을 사용업체가 직접고용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적합할지언정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셋째, 사용업체 관리직의 파견업체로의 전적을 통한 파견법 적용 회피를 통한 신종 수법의 등장이다. 나아가 최근 들어서는 아예 사용업체가 자신의 관리직을 용역업체의 용역소장으로 전적을 시킴으로써 파견을 피해 가는 신종수법이 등장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통상 전출이란 "근로자가 여전히 원래 고용된 기업에 소속해 있으면서 휴직, 장기출장, 파견, 사회근무 등의 처분에 따라 근로제공 의무를 면하고 다른 기업으로 옮겨 그 지위감독 아래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적이라면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 소속회사를 변동시키는 것인데, 전적 후에서 변동되기 전 회사로부터 월급을 지급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서울지방노동청의 결정은 전출과 전적에 대한 구분도 하지 못한 채 전출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불법파견을 부정하는 논리로 내세운 것에 불과하다.
넷째, 파견임을 인정받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고의 문제 역시 심각하다. 노동부가 그 실질이 도급이 아니라 파견이라고 인정을 했다 하더라도 노동부의 불완전한 시정지시로 인하여 진정을 제기했던 파견노동자들이 오히려 직장에서 쫓겨나는 사태가 발생한다. 노동부는 불법파견임을 인정한 경우에 사용업체에 대하여 "직접고용을 하던지 아니면 민법상 완전한 도급으로 시정하라"라는 내용의 시정지시를 내리고 있으며 사용업체는 시정지시를 따른다면서 불법파견을 중단하고 합법도급으로 바꾸겠다는 명목으로 기존의 도급계약을 해지함으로써 해당 파견근로자들이 해고되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대부분 파견임을 인정받은 사업장의 경우 모두 계약해지를 당한 후 비조합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급업체에 재취직되었다.
다섯째, 불법을 인정하고도 사측의 불법을 용인하는 시정조치를 내리는 노동부의 관행 역시 문제다. 예를 들어 하나로통신에 파견된 하나로테크놀로지 소속 파견노동자들의 경우를 보면 사실상 사용자가 사용업체인 하나로통신으로 보아야 할 정도로 하나로통신이 고용주로서의 권한을 행사해 왔다. 하나로테크 노조가 낸 진정에 대하여 서울강남지방노동사무소는 하나로통신과 하나로테크 사이의 도급계약의 실질이 파견이라고 판단하고 이 둘을 고발조치했다. 그리고 하나로통신의 직접사용자성에 대해 인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에 대해 노동사무소가 제대로 된 시정조치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단 서울강남노동사무소는 시정조치의 대상을 '아직까지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고 있는 근로자들'로 한정하였다. 이미 도급업체로 취직한 자들은 문제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또한 시정조치의 내용에 있어서도 직접고용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고용안정 방안을 마련토록 했'을 뿐이다. 이는 하나로통신이 직접고용이 아니라 다른 도급업체로 취업시키는 것을 고용안정 방안으로 인정하겠다는 태도이다. 결국 서울강남노동사무소는 드러난 사실관계상 어쩔 수 없이 직접고용관계를 인정했을 뿐, 직접고용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사측의 불법을 용인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2) 파견노동자의 교체사용을 통한 영구적 파견 사용
현행 파견법은 파견대상업무의 경우 파견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2년마다 파견노동자를 교체요구하여 새로운 파견노동자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기간의 제한을 회피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KBS, MBC 등 방송사인데, 파견법 시행 2년을 맞아 파견법 제6조 제3항의 적용이 문제가 되자 이에 해당하는 파견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새로운 파견노동자를 파견받아 사용했다. 파견업체는 이 조항을 회피하면서도 자신의 수수료를 확보하기 위해 KBS의 파견노동자를 SBS에 보내고 SBS의 파견노동자를 MBC에 보내는 등의 편법적인 방법을 써 왔다. 또한 노동부 행정해석 역시 6조 3항의 해석과 관련하여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라 함은 동일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하여 파견노동자의 교체를 하는 경우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법원도 이에는 마찬가지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3) 중층화된 파견, 재하도급
일반적으로 사용사업주가 바뀐 경우라면 업무 자체가 변경되는 경우이므로, 당연히 사용사업주별로 2년을 산정한다. 그러나 최근의 경우에는 파견의 고용형태 또한 중층화되고 있어 도급계약(실질적인)과 근로자파견계약이 중복되는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즉 수급업체가 파견업체를 통해 노동자를 공급받은 도급 받은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문제가 된다. 이런 이중적인 형태는 파견법이 예측하지 못한 고용형태인데, 2년 중간에 사용사업주가 변경되기는 했으나 파견노동자가 해당 업무에 2년 이상 근로한 경우라면 위에서 살펴 본대로 업무를 중심으로 보나 노동자를 중심으로 보나 모두 다 2년이 경과한 것이 되므로 6조 3항의 적용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노동부의 입장은 사용사업주 사이에 고용의 이전 등에 대한 합의가 없는 이상 새 사용사업주로부터 2년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한다. 새로운 사용사업주의 경우는 파견노동자를 사용한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불의의 결과를 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대송텍의 경우를 보면 이들은 동일한 업무를 동일한 노동자가 2년 이상 수행해 왔다는 점, SK와 대한송유관공사가 시설주인 국방부를 매개로 하여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점, 첫 사용사업주인 SK가 대한송유관공사 민영화과정에서 대주주로 된 점에 비추어 SK에게 직접고용을 부담시켜도 타당성을 잃지 않는다는 점 등을 볼 때 위 조항을 적용하는 것이 위 조항의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이처럼 파견법이 예측하지 못한 중층화된 파견에 대해서는 위 조항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이러한 편법을 막는 유일한 방책이라고 할 것이다.
(4) 직접고용간주조항의 문제
근로자파견은 본래 중간착취의 위험 및 고용불안정의 폐해 때문에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였지만 기업의 일시적인 인력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금지에 대한 예외'로서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다. 근로자파견법의 파견기간 제한규정이나 직접고용 간주규정의 입법취지도 파견근로자를 장기간 계속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입법의 결함으로 인하여 오히려 2년마다 주기적인 해고가 반복되고 파견근로 상용화를 조장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고 있다.
그 사례로 SK 인사이트코리아 직원 중 윤활유업무를 맡는 노동자들은 SK에 6개월 계약직으로 직접고용되었다가 이 계약기간이 만료되기도 전인 3개월만에 반강제적으로 도급으로 전환시켜버린 사례나, 이랜드 부곡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도급직원들에 대한 출퇴근 관리, 인원배치 및 작업 스케줄 지시, 업무처리의 방법 지시 등 노동과정에 대해 이랜드 관리직원이 직접적이고도 구체적으로 통제해 왔으며, 도급직원의 채용시 이랜드 관리자의 직접면담후 채용된 경우를 통해 알 수 있다. 이처럼 정규직으로 직접고용이 되지 않는다면 위 조항은 유명무실하게 되는 것이다. 직접고용간주조항은 "직접고용된 것으로 본다"라고만 언급하고 있을 뿐, 근로계약기간이나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사용자들은 2년 후 계약직으로 고용하면서 이 조항을 피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계약직도 파견직과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이상 계약직으로의 직접고용은 결국 또 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할 뿐이므로 이러한 시도는 금지되어야 한다.
(5) 사용사업주의 노동3권 침해
노동3권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향상을 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인 장치이다. 특히 이중착취의 구조로 인하여 저임금,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파견노동자들에게 있어서는 그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한 노동3권 보장이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파견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조건을 좌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사용업체이므로, 사용업체를 상대로 한 노동3권의 보장이 아니고서는 그 의미가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사용업체들은 자신은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파견노동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거부하고, 조합 활동을 보장하지 않으려 한다. 나아가 노동조합 설립을 이유로 한 파견·용역계약의 해지, 교체 요구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일삼는다. 하지만 법원, 노동위원회, 노동부는 이 모든 노동3권 침해 행위에 대하여 사용업체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고용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부정하고 있으며 사용업체는 면죄를 얻고 더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6) 공공부문에서의 불법파견의 사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불법파견을 규제해야할 공공부문에서 정부의 의지 천명과는 무관하게 불법파견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도시철도공사의 청소용역업무의 경우, 도시철도공사와 용역업체간에는 계약 형식은 도급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도시철도공사가 청소 및 방역업무의 계획, 시행, 결과 평가(검수)는 물론 이를 수행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출퇴근, 근로시간, 휴가 사용 및 결근율을 직접 엄격히 통제하고 있고, 이를 기준으로 도급액을 매월 계산해주고 있다. 해양대 청소용역의 경우 용역업체가 독자적으로 도급계약을 이행하고 있다고 불 수 없고, 한국해양대학교의 청소업무에 대하여 해양대와 제일안전관리(주)가 형식상 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나, 무허가로 근로자파견사업을 수행하여 2003년 2월 부산지방노동청으로부터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받은바 있음에도 불법파견과 최저임금 미달에 시달리던 청소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고, 현장관리자로 온 반장은 별로 하는 일 없이 그 전과 동일하게 작업하고 있어 불법파견을 교묘하게 회피하고 있을 뿐이다. 부산지하철 매표업무 민간위탁의 경우도 불법 파견이 계속되고 있는데, 계약서상에 지하철 시설물의 무상사용, 부산교통공단의 매표업무 관리권한, 업무지시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공공부문에서의 불법파견의 실태를 통해서는 불법파견에 대한 규제가 말뿐 아니라 실제 시행될 수 있기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책임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불법파견의 온상이 되고 있는 조달청 물자조달계약에서 용역계약 제외해야 한다.
(7) 제조업 사내하청을 통한 불법파견의 확산
사내하청이란 하청회사가 원청회사의 일정한 생산 업무를 도급받아 이를 원청회사 사업장에서 원청회사의 생산시설을 이용하여 수행하는 경우를 말하며, 용역이나 도급의 한 유형이다. 부품을 외부에서 제작하여 납품하는 일반적인 하청과는 다르며, 사용자가 한 라인 혹은 한 공정, 또는 작업의 일부를 도급화하여 용역계약의 형식으로 주는 것이다. 그러나 사내하청의 경우 원청노동자와 동일한 장소에서 노동하게 되므로 원청사용자에 의한 업무 지시·감독이 있을 경우 불법파견에 해당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내하청노동 자체가 본질적으로 대공장 노동조합의 힘을 무력화시키고 고용조정을 손쉽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확산되고 있어 더더욱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제조업에서 직접생산공정에 위장도급형태로 파견노동자를 사용해 불법파견 관련 진정건이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의 노동부의 최소기준인 도급과 파견에 관련한 기준은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를 판단하고 있지 않아 더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대우조선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노동부 고시에 기준해서 위장도급-불법파견 판단의 근거라하더라도 도급계약서상에 합의되어 있으면 노동부에서 문제삼지 않고 있어 불법파견이 규제되기는커녕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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