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노점대책발표와 언론의 반응
2월 27일, 서울시는 노점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듯, 기자회견을 열어 ‘노점특별관리대책’을 발표하였다. 이 ‘노점특별관리대책’의 주요 내용은 노점밀집지역의 기존 노점상을 대상으로 노점유도구역을 만드는데, ‘노점시범가로’를 자치구 별로 1개소씩 선정하고, 이 유도구역 내의 협의체로 ‘노점개선자율위원회’를 구성하여 ‘노점시간제 및 규격화’사업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외의 기업형 노점과 새롭게 발생하는 노점에 대해서는 전 자치구의 ‘동시다발적 단속’을 통해 노점을 척결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서울시의 노점대책에 대한 언론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다. 언론들은 서울시의 노점대책에 대해 노점단속 위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노점상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또한 더욱 서울 거리를 깨끗하게 만들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노점상의 생각은 다르다
하지만 이 대책의 당사자인 노점상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노점상들은 환영하기보다 오히려 걱정하고 크게 노점단속이 진행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에 노점상 단체인 전국노점상총연합(이하 ‘전노련’)은 서울시가 노점대책을 발표한 다음 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노점대책은 기만적이며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하였다. 이후 3월 13일에는 3,000여명 가량의 노점상들이 모여 대학로와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노점관리대책에 항의하며 집회를 가지기도 하였다.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이는 서울시가 노점상을 위한 대책이라고 내어 놓았지만, 이 대책은 지금까지의 서울시의 노점상에 대한 기만적인 태도, 대화의 대상으로조차 여기지 않았던 태도에 대한 연장선상에 있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노점상들을 철저하게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계획을 진행하였다. 이에 전노련을 포함한 노점상들은 몇 가지 이유로 서울시의 노점대책에 반대하고 있다.
자기들 맘대로 정하고 노점상을 위한 정책이라고?
서울시는 전문가, 구청 담당자들과 수차례의 간담회와 대책 논의를 통해 노점대책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 노점대책과 관련하여 서울시는 노점상과는 단 한차례의 사전협의 조차 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일방적으로 노점대책을 발표하였고 노점의 현실에 대해 철저히 무시한 채, 노점시범가로 내에 영업시간을 오후 4시로 제한하고 운영기간, 취급품목, 노점 마차규격까지 일방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 대책은 결국 노점상에 대한 아무런 고려도 없이, 오직 노점을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 서울’에 걸맞지 않은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단지 ‘편하게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겠다며 노점상을 격리시키고 고사시키는 대책 안을 발표하였다.
노점시범가로 들어가면 장사 안 될 거 뻔하고,
오후4시부터 장사하라는 건 그만두라는 거지!
노점상은 경험적으로 노점시범가로가 실효성 없음을 알고 있다. 서울시가 발표한 노점시범가로는 새로운 노점대책 안이 아니라 이미 과거 지자체나 시에서 실시하여 실패한 방침이다. 이는 지난 90년대 ‘절대금지구역’을 전국적으로 설정하고 노점 상권을 위협하였던 사례를 변형하여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 상권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질 노점시범가로는 결국 노점상 상권을 붕괴시키고 노점상들을 격리, 고사시키려는 대책일 뿐이다.
이는 90년대 이후 유도구역으로 만들어진 신도림, 방배동 지역 및 지방의 원주, 광주 복개천, 대전, 청주. 부산의 해운대 및 부산역 근처 수많은 풍물 시장의 붕괴를 통해서 분명하게 확인된다. 또한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로 인한 전국 재래시장의 고사위기만 보더라도, 노점시범가로와 같은 유도구역의 설치는 실효성이 없는 대책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또한 저소득자의 생계대책 또한 미약한 상황 속에 먹고 살 권리로 선택하게 되는 노점에 대해 영업시간, 규격, 물품을 서울시가 임의로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노점 장사의 고사를 의미할 뿐이다.
결국 없는 사람들 이간질만 시키는 거지!
또한 서울시의 대책 안을 보면, 일부 노점에 대한 ‘노점시범가로’로의 유도와 함께 그 나머지 노점과 새롭게 발생하는 노점에 대해 ‘전 자치구의 동시다발적 단속’을 통한 노점척결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 발표 이후, 아직 서울시와 자치구에서는 어떤 결정 사항도 없지만, 몇몇 지역에서는 어느 지역이 ‘노점시범가로’로 선정되었다는 소문이 무성히 나돌고 있다. 또한 이 노점시범가로라는 것은 결국 몇몇 노점에게는 노점시범가로로 들어가게 하여 기득권을 주고 그 외의 다수 노점상에게는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내용으로, 노점상간에 갈등만 유발시킬 것이다. 즉 이 대책 안은 몇몇 노점의 허용을 통해 언론과 시민들에게는 노점상에 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는 형식을 취하면서 대부분의 노점을 척결하겠다는 것일 뿐이며 이는 노점상간의 분열을 통한 기만적인 단속방식인 것이다.
결국 단속하겠다는 말이잖아!
이에 노점상들은 이 대책을 ‘노점말살대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단속 위주의 노점대책에서 벗어나자고 말하지만 실상은 소수의 노점상을 제외한 다수의 노점상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얘기하고 있어 노점상 말살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미 서울시의 노점대책 안은 단순히 발표로 끝난 것이 아니라, 서울시의 각 자치구들은 서울시의 노점대책 안을 기초로 하여 ‘자치구가 어떻게 노점대책을 실시할지’에 대해 논의를 하였고 이미 노점상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이 대책은 최근 경기도 지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민들을 상대로 노점물품 불매운동, 노점상 단속에 있어 구청뿐만 아니라 시청까지 합동으로 단속하고 있는 상황과 결부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노점상들은 기만적 서울시의 노점대책에 분노하며 항의하고 있다.
누가 노점상 하고 싶어서 시작하나,
먹고 살려니까 어쩔 수 없지!
노점상들은 추우나 더우나, 깡패나 취객, 지나가는 사람들의 행패와 폭력에 노출된 채 먹고 살기 위해 길거리로, 시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노점상들은 가난해도 도둑질하지 않고 먹고 살기 위해, 사람답게 먹고 살 권리로 노점을 시작하지만,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혐의로 지자체와 시는 노점상에 대한 어떤 고려도 없는 기만적이고 일방적인 노점대책, 노점단속만을 자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노점상들의 대응은 투쟁일 수밖에 없다. 절대 패배해서는 안 되는 투쟁, 먹고 살기 위해 목숨을 위한, 목숨을 건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노점상에 대한 대책이라는 것은 IMF 이후, 빈곤층이 더욱 증가된 현실과 이로 인해 지속적으로 증가 할 수밖에 없는 노점상의 현실을 고려하는 것이며 우리 사회의 전반적 빈곤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 없이는 불가능하다. 또한 폭력적 단속과 과도한 과태료 부과를 통한 노점척결이라는 방식이 아니라 노점상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시와 지자체가 노점상들과의 대화를 통해 노점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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