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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11|2002
"근로기준법과 노동3권, 아직도 경기보조원에겐 그림의 떡"

:: 2002-11-16   조회: 1990

2001년 9월 어느날 경기도 소재 모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이 노조를 만들고 싶다고 찾아왔다. 부당하게 해고된 경기보조원 한사람에 자치회가 부당하다고 느끼는 몇몇의 경기보조원들이 절실히 노조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경기보조원 노조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며칠 후 다시 만났을 때 그녀들은 한숨을 쉬었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노조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우리 같은 사람, 노조를 만들어봐야 짤리기 밖에 더하겠냐며 차라리 모른 채 돈이나 벌어 가게나 차리겠다고 하네요, 어떡하지요?"
그리고 다시 그녀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부당해고된 경기보조원 한사람만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협조해주지 않고, 본인들이 다시 생각해보니까 너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며 자신만이라도 부당해고에 맞서서 싸우고 싶다고 했다. 결국 노조는 만들지 못하고 부당해고에 대한 법률적 다툼만 하게 되었다. 경기지노위는 부당해고를 인정했지만 중노위와 행정법원, 고등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문제삼아 부당해고를 기각했다.
내가 경기보조원들을 노동자의 이름으로 처음 만나게 된 건 1998년 5월이다. 천안에 있는 프레야 C.C 노조의 파업 현장에 내려갔을 때 클럽하우스 앞 하얀 천막에는 북과 장구를 든 백여명의 경기보조원들이 사업주의 성희롱과 인격적 무시에 치를 떨며 단결투쟁가를 부르며 노조에 가입하여 직원들과 함께 파업을 하고 있었다. 회사는 경기보조원들을 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고, 노조는 이에 대해 노동부에 질의했다. 노동부는 경기보조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지만 노조법상 노동자이므로 노조활동은 정당하고 했다. 그 뒤로 대둔산 C.C, 유성 C,C, 경북 C.C, 관악 C.C, 88 C.C, 한성 C.C, 대영 C.C의 경기보조원들이 노조에 가입하거나 노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집단해고되어 장기간 원직복직 투쟁을 벌이거나 장기간의 파업을 통해서 단체협약을 체결해야하는 등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밟아야 했다. 이유는 단 하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노조법상 노동자이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현실은 노조활동뿐만 아니라 각종의 법률적 소송에도 제동을 걸며 경기보조원들을 울게 만들었다. 몇몇의 부당노동행위와 부당해고 다툼에서 노동위원회는 경기보조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했지만 2001년 행정법원은 건건마다 경기보조원의 근로자성을 부인했고, 사업주들은 이 판결을 성전삼아 경기보조원들의 노조활동을 차단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급기야 한성 C.C 사용자는 용인시청에 행정법원에서 경기보조원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조가 규약상 경기보조원들의 노조가입과 활동을 인정하고 있다며 2002년 10월 규약시정을 요하는 민원을 제기했는가 하면 스카이벨리 C.C(구 대영 C.C)도 2000년 장기파업을 거쳐 노사간 서로 합의한 단체협약의 경기보조원 관련 조항을 모두 삭제하자고 2002년 교섭에서 요구하고 있다. 한차례 이상씩 경기보조원 교섭위원들이 참석한 교섭을 회사가 거부한 것은 물론이다.
이들 노조들은 회사의 요구와 행동이 부당하다고 소리높여 외쳐보지만 행정법원의 판례를 등에 업고 있는 사용자들은 어떻게 더 빨리 더 강하게 노조법상 노동자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경기보조원들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난도질할 수 있을 것인가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노조법상 노동자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편을 가르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경기보조원들의 실질 근로의 내용이 아니라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형식적 잣대로만 경기보조원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법원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노조활동을 하고 있는 경기보조원들은 물론이거니와 4만명으로 추산되는 전국의 경기보조원들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경기보조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예이다. 왜냐면 이들은 너무나도 근로기준법을 원하고 있지만 이들을 근로기준법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은 정부와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이윤 창출을 위해서 자신의 노동을 제공하는 이들이 노동3권과 근로기준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무리한 요구일까?
경기보조원들의 노조활동을 규정하고 있는 한성 C.C 규약이 정당하고 스카이벨리 C.C의 경기보조원 관련 단체협약 조항이 삭제될 이유가 전혀 없다는 판결이 내려지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것도 무리한 발상일까? 잘못된 법의 이름으로 계속되는 경기보조원들에 대한 공격 중단을 위해 오늘도 경기보조원들은 눈물을 머금고 싸우고 있다.
박진희 |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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