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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6|04|2003
"후퇴하는 특수고용대책, 노동자성 인정이 정답이다"

:: 2003-04-22   조회: 2675

1.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특수고용 대책논의, 방향을 잘못 잡았다

지난 3월 19일 발표된 노동부의 업무보고 중에는 주요추진과제로서 “비정규근로의 남용 규제 및 균등대우 원칙 확립”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제목에 비해 실제 대책으로 제시된 내용들은 이제까지 정부가 내놓았던 실효성 없는 대책들을 재탕 삼탕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남용규제■차별해소에 관한 법■제도개선에 관해 노사정위 논의를 조기 마무리하고 상반기 중 입법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나 산재보험 적용문제에 관해 2004년 중 법개정을 추진한다는 일정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반복되어 온 계획이다. 산재보험 적용문제는 이미 2002년 5월에 이른바 “1차 노사정합의”를 통해 정해진 것임에도 여태까지 구체적 시행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비정규직 대책을 노사정위에 맡겨 놓은 채로 현장에서 만연하는 비정규직 남용과 극악한 차별에 대해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더구나 ■업무보고■에서는 특수고용 대책은 노사정위원회에 다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보호내용을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돌이켜보면 노사정위원회에서 비정규직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4월 경제사회소위원회 논의 때부터이고, 2001년 5월에는 다시 노사정위에 비정규특위를 만들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해 왔다. 노사정위 비정규특위 때부터 쳐도 거의 2년 가까이 논의를 거듭하고 온갖 외국 사례 조사, 실태 조사를 거듭해왔으면서도 여전히 더 논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노사정위원회의 논의가 표류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비정규직 대책논의가 후퇴하는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수고용노동자 문제에 국한하여 그 양상을 살펴보자. 2000년 10월에 노동부는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닌 ‘준근로자’로 규정하여 근로기준법 일부조항을 적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대책은 엄연히 노동자인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근로기준법이 전부 적용되지 않는 열악한 노동자군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노동운동진영의 거센 반대에 부딪치게 되었다. 그 후 노사정위에 비정규특위가 구성되고 특수고용노동자 문제에 대한 분과논의가 진행되면서는 대략 네 가지의 대책이 논의되었다. 첫째, 일정 범주의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 일부를 적용하는 방안, 둘째,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방안, 셋째, 사회보장법상의 권리를 인정하는 방안, 넷째, 경제법적 보호방안 등이 그것이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특수고용노동자는 근로자가 아니다”라는 전제 위에서 근로기준법 일부나 노동3권, 사회보장법상의 권리를 적용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지난 1월 인수위에 대한 노동부 업무보고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노동관계법 적용은 어렵고 단체결성권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노동운동진영의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노사정위 공익위원 의견이라는 형태로 단체결성권 허용, 파업권 부정, 근로조건 일부 보호 등의 내용이 알려져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 4년간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조직화와 투쟁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가 노동자라는 점을 주장해오고 근로자성 인정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해온 것과 비교해보면, 정부■노사정위의 논의는 노동자들의 요구와 평행선을 달려오거나 오히려 더욱 후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정부■노사정위의 논의가 표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실태를 외면하고 자본이 주장하는 ‘비근로자화’ 전략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면서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자성 문제를 애써 회피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문제를 자본의 노동유연화 전략 속에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종속노동의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이 없기 때문에, 경제논리(무한대의 이윤추구논리)를 들이대는 자본측에 밀리고 노동권을 박탈하는 ‘비근로자화’ 전략을 정당화시켜 주는 것이다.

2. 자본의 ‘비근로자화’ 전략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입장에서는 이들이 서비스업 등 새로운 업종의 발달 및 취업자층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출현한 노동계층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특수고용의 대표적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들이 처음부터 특수고용 형태이었던 것이 아니라, 기존에는 정규직이었으나 사측이 경영 및 노무관리의 필요성에 따라 구조조정을 하면서 특수고용으로 전화시킨 과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다음의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표1> 특수고용형태로 인력을 활용하는 사유
주 : 복수응답 항목
출처 : 김소영■김태홍, ■근로자로 보기 어려운 여성취업자의 실태 및 개선방안■, 노동부연구용역보고서, 1999, p.33

학습지 교사들이 정규직에서 위탁계약직으로 전환된 사례를 보자. 1980년대 말까지는 계속된 사세확장으로 고정급 지급을 통해 교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1989-1991년에 걸쳐 과외금지 조치가 완전 해제되어 학습지의 독점력이 약해지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급을 확대시킬 적극적인 유인책이 필요하게 되어 실적에 따른 수당지급을 골자로 하는 위탁계약제를 도입했다. 또한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학습지회사에도 노조가 생기고 처우개선과 승진적체 해소를 위한 몇 차례 파업 시도가 있음에 따라 이에 맞서기 위한 필요성도 컸다. 대교의 경우 1988년 노조 설립 후 1989년 위탁계약제를 도입했고, 재능은 1989년 노조 설립 직후에, 구몬도 1992년 노조 설립 직후 위탁계약제를 도입하여 노조를 와해시켰다. 재능교육의 사측 문서를 보면 위탁계약직 도입 사유에 대해 “사원 개인에게 돌아가는 노동비용을 절감하고, 회원 수 증가에 비례하여 교사수가 급증함에 따라 발생하는 인사관리상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례로 (주)대교에서 “주1회 가정방문을 통해 학습의 지도 및 관리■상담”을 하는 ‘눈높이교사’는 직원교사(정규직)와 사업부제교사(비정규직)로 구성되어 있다. 업무는 거의 동일하지만, 직원교사가 관리하는 회원수에 상관없이 월정액의 급여를 지급 받는데 비해 사업부제교사는 관리하는 회원으로부터 징수한 회비의 총액 중 일정비율을 수수료 형태로 지급 받는 계약직이다.

<표2> (주)대교의 고용형태 변화

출처 : 대교노동조합 보도자료(1999. 11)

최근 학습지회사들은 인터넷 학습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재택근로의 도입, 지국 통폐합 및 소사장제화, 파견업체를 통한 학습지 교사 사용 등 다각도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소사장, 파견업체 등을 통해 학습지 교사와의 근로관계를 중층화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운송의 경우 원래 건설회사 정규직 노동자였으나 레미콘 차량의 강제불하를 통해 이른바 ‘지입차주’의 형태로 특수고용으로 전환되었고, 이후 건설운송에 몸담게 된 노동자들의 경우도 이들 불하차량을 인수하거나 차량을 지입하는 방식으로 특수고용 형태로 편입되었다. 1990년대 초부터 동양, 쌍용 같은 시멘트 회사, 대기업에서 먼저 일본의 쉐어(share)제의 모델을 도입하여 차량 불하 및 도급으로의 전화를 추진해나갔고, 레미콘연합회의 적극적인 권장에 따라 1993년부터 일반 레미콘 업체에도 이같은 경향이 보편화되었다. 사측으로서는 차량 운영에 따른 각종 세금, 공과금 등 비용과 위험 부담을 떠넘김에 따라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건설경기의 하락에 따른 위험을 레미콘 강제불하를 통해 노동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시 사업장별로 건설되고 있던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급 전환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사측은 한편으로는 도급 전환시 수입 증대라는 선전을 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도급전환 거부시 해고를 위협하는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불하 및 도급을 확대시켜 나갔다. 최근에는 건설운송노동자의 경우도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화를 겪고 있다. 2001년 건설운송노조 파업 이후 레미콘회사가 위장중기회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위장중기회사는 다시 건설운송노동자들과 운반도급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레미콘회사와 건설운송노동자 사이의 근로관계를 중층화시키고 있다.
애니메이션 노동자들의 경우도 80년대만 해도 정규직 사원으로, 기본급도 있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업계의 경우 25개 정도 되는 대규모 업체가 외국 주로 미국에서 직접 하청을 받고, 나머지 225개 정도의 소규모 업체가 재하청을 받는 구조인데, 미국 노동자들이 겨울 휴가를 가는 3개월 가량이 비수기로 그 때는 일을 쉬게 된다. 사측에서는 이런 비수기까지 고정적인 월급을 지불하는게 아까워서 감독들을 능력대로 받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설득하여 89년부터 개별 계약제도를 도입하여, 모든 애니메이션 노동자들을 개인 사업자화했다.
AS 기사들의 경우도 AS가 보조 업무에 머무를 당시만 해도 정규직이었으나 계절적 경기 변동에 따른 비용 전가를 위해 AS 실적에 따른 수당 지급으로 그 체계를 바꾸어 서비스대행계약제도를 도입했다. 최근 AS 업무 자체가 독자시장으로 개척됨에 따라 AS 업계도 경쟁이 늘어나고 있어 영업촉진과 효율적인 노무관리를 위해 이같은 위탁계약제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반적인 특수고용 업종이나 사업장으로 꼽히는 경우 외에 다른 일반 업종이나 사업장에서도 이같은 특수고용화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영세업체를 중심으로 소사장제가 횡행해왔고, 제화나 의류업계 중심으로는 객공제가 만연해왔다. 최근에는 이같은 소사장제나 객공제를 해고 위협을 무기로 강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 서의노의 미스지콜렉션이나 서울제화의 미소페, 소다의 경우 개인사업자 철회, 부당해고 철회 등의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홍익매점과 같은 영업직 노동자들의 경우 영업이라는 특성을 계기로 하여 개인도급을 추진하는 경우도 많다. 홍익매점 노동자들은 철도홍익회의 성과급 영원사원이라는 형태로 근무를 해오면서, 하루 16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으로 가족까지 나와 일해야 하며 한달 2600만원 정도의 매출을 해야 받는 급여가 100만원 정도, 그것도 같은 매점에서 근무하는 영업보조원과 나눠야 한다. 홍익회는 홍익매점노동자들이 성과급 영업사원이라는 이유로 수십년간 급여 동결은 물론, 열차판매원과는 달리 연월차수당, 시간외수당, 학자금보조, 휴일 등을 전혀 부여하지 않았다. 그런데 철도청 자체의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감원 필요성이 제기됐고 성과급 영업사원 형태에서 완전히 노동자성을 배제한 특수고용형태로의 전화를 위해 각 매점별로 노동자들을 개별 사업자화하는 개별용역 전환을 추진했다. 홍익매점 노동자를 개인사업자화하여 경쟁을 부추기고 매장관리 비용 등 각종 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속셈에서였다. 이같은 결정이 나온 데에는 2000년 11월 홍익회 성과급영업사원도 노동자에 해당하므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의 영향이 많이 작용을 했다. 처음에 말로는 희망자에 한하여 용역으로 전환하고 전환하면 개인사업자로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며 회유했지만, 2001년까지 100% 용역전환 추진이라는 계획하에 노동자들을 개별적으로 협박하여 개별적 용역전환을 강행하였다. 이후 사측은 정년 60세로 재계약이 필요없던 현재의 용역계약을 '1년 단위 재계약'으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또한 용역비전환자만을 노조의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전환자에 대해서는 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교섭을 거부한 바 있다.
자동차판매 영업소에는 크게 본사의 직영영업소와 대리점의 두 종류가 있다. 직영영업소에 고용된 판매사원은 보사직원으로써 동일한 급여체계와 인사규정의 적용을 받고 있는 반면에 대리점의 경우는 대리점별로 채용이 되며, 독립된 별도의 사업체이기 때문에 고용되어 있는 판매사원의 규모나 급여체계 역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직영영업소의 경우 IMF 이전의 700여 개의 지점들이 구조조정과 대리점 형태로의 전환을 통하여 300여 개의 지점으로 줄어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 소속으로 변경되는 구조조정의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대리점 소속 영업사원의 경우 기본급이나 의료보험의 혜택마저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오로지 영업실적에 따른 수당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우자동차판매노조의 경우도 GM의 인수과정에서 기존의 직영점을 광역대리점화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을 완전성과급 기반의 특수고용직으로 변경하려 하는 과정에서 파업투쟁을 벌인 바 있다.

3. 구체적 제안 - 근로기준법 적용의 내용

특수고용노동자의 대부분은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노무를 제공하고 있는 엄연한 ‘근로자’이다. 이들의 노무제공형태가 종래의 정규직노동자와 다르다고 하여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당장은 실용적으로 부분적인 보호를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근본적으로는 노동자이면서 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 열악한 계층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만약 일정한 범주의 노동자를 노동법상 근로자로 보지 않는 법개정이 이루어진다면 곧이어 대부분의 기업에서 노무이용형태를 이 새로운 범주에 끼워맞추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보호를 위한다는 법개정이 오히려 더 많은 특수고용형태를 양산해내는 결과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한편 노조법상 근로자로만 인정하자는 견해도 현실적으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을 받게 되어도 현행 노동법 체계 속에서는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때 부당노동행위를 다투기 어렵다. 사용자의 개념을 넓게 보는 입장에서도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는 노동자와 근로관계에 있는 자로 좁게 보는 것이 보통이다. 법원의 보수적인 태도를 감안한다면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어도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전반,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결국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는 것이 노동3권의 실질적 향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용자 개념의 확대 뿐 아니라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각각의 내용과 관계에 관한 현재의 해석론 전반을 바꾸는 작업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일인데, 이것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러한 논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각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의 실태에 부합하고, 고용■취업형태의 다양화에 따른 노동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받는 것이 가장 유력한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보장을 위한 법개정을 고민하기에 앞서 분명히 할 점은,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무실태를 정확히 살펴본다면 현행법 하에서도 충분히 노동자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1978년 이래 폭발적으로 제기된 이른바 ‘자유공동작업자’(매스미디어산업에 종사하는 프리랜서 등)의 노동자성을 둘러싼 소송에서, 연방노동법원이 전통적인 인적 종속성 이외에 특수고용노동자에게서 나타나는 경제적■조직적 종속성을 인정하는 법해석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확인한 바 있다.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무실태를 정확히 살피기만 한다면 현재 판례가 제시하고 있는 종속성의 기준에 비추어보아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지극히 형식적인 논리를 내세워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보장을 위한 법개정이 논의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법원의 편협한 해석을 견제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분명한 판단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특수고용노동자 관련 법개정 논의의 출발점은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분명히 인정하는 것이어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가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근로기준법 적용’의 문제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그야말로 노동조건에 대한 ‘최소기준’을 정하고 있는 법이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취업하여 노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이 원칙이다. 특수고용노동자는 근무하는 모습이 보통의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집단적으로 함께 일하는 정규직노동자와 다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이미 고용■취업형태의 다양화를 반영하여 보호의 내용도 조금씩 달리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97년 근로기준법 개정 과정에서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내용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만약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무형태가 전통적인 제조업■사무직 노동자의 모습과 다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한다면, 단시간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단시간근로자가 정규직노동자보다 노동시간이 짧게 계약되어 있다고 해서 노동자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요컨대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노동법의 배제가 아니라, 고용형태의 변화와 보호규범의 성질에 따른 근로기준법 적용의 구체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구체적 방향성은 대략 다음과 같이 고민해 볼 수 있다.

■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의 확대

- 현행 근로기준법 제14조에 제2항을 신설하여 근로자 개념 확대의 근거를 마련함.

- ‘근로자’ 정의규정을 확대한 경우에도 확대의 기준을 법률 또는 시행령으로 분명히 하지 않으면, 법원의 보수적 해석에 의해 또다시 제한될 우려가 있음.



■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기 위한 별도의 장을 근로기준법에 신설

-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단시간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한 일반적 기준을 제25조에 두고 세부적인 내용을 시행령으로 정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게,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실효성있게 적용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근로조건 보장의 내용을 별도의 장으로 마련함.

■ 고용■취업형태의 차이와 상관없이 보장되어야 할 규정은 전면 적용
-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한 제한과 수당지급
- 연월차유급휴가
- 생리휴가 및 모성보호

- 연장근로수당과 관련하여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이러한 규정들은 장시간노동을 제한하고 노동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만큼 고용형태와 무관하게 보장되는 것이 타당하다. 시간외근로수당 보장에 관하여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실제 근무시간에 대한 산정의 어려움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등을 활용하여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 제56조는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를 두어 “근로자가 출장 기타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여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때에는 소정 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 다만, 당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통상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만약 간주근로시간 자체가 법정근로시간의 한도를 초과하도록 정해진 경우에는 사용자는 연장근로의 적법요건(근로기준법 제52조 등)을 갖추어야 하고, 연장근로수당도 당연히 지급하여야 한다. 단시간노동자의 경우도 소정 근로시간보다 초과하여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가산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9조 제1항).
근로기준법이 시간외근로에 대한 제한규정과 이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정하고 있는 것은 장시간노동을 규제하고 금전적 보상을 통해 노동력재생산을 가능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많은 시간을 사무실 밖에서, 개별적으로 일하면서 성과급으로 보수를 받고 있다. 그런만큼 장시간노동이 규제되기도 어렵고 실제 근무한 시간만큼의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시간의 문제는 근로시간규정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의 실노동시간을 규제하고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완전성과급으로 운영되고 있는 보수지급체계를 바꾸어 일정한 기본급을 보장함으로써 특수고용노동자들 스스로가 연장근로에 몰입하게 되는 요인을 없애나가는 것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무제공의 성격에 맞게 조정되어야 할 내용

- 통상임금의 계산
: 현행 근로기준법 제56조(근로시간계산의 특례, 이른바 재량근로제)와 유사하게,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근로자대표 혹은 노동조합과 서면합의한 바에 따르기로 함.
: 통상임금 산정지침(노동부예규 제327호)

■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의 불안정성을 보완할 수 있도록 더욱 두터운 보호가 필요한 부분을 추가로 규정

- 일정액의 기본급 보장(근로기준법 제46조 활용방안)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임금이 완전성과급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장시간노동이 일상화되고 노동자 스스로 생존을 위해 노동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특수고용노동자의 불안정성을 보상하기 위한 보호규범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근로기준법 제46조에서는 ‘도급근로자’라는 제목으로 “사용자는 도급 기타 이에 준하는 제도로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하여는 근로시간에 따라 일정액의 임금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이러한 규정을 둔 이유는 노동자의 임금이 노동시간에 따라 정해지지 않고 노동의 성과에 따라 정해지는 도급제의 경우, 노동자가 일정 수준의 임금을 확보하기 위하여 스스로 노동강도를 높이면서 중노동에 혹사당하게 될 위험이 많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에도 일의 성과에 관계없이 최소한의 보장급을 정하도록 하여 최소한의 보호를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법에서 정하고 있지 않아서 유명무실하게 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유명무실하게되어 있는 도급근로자에 대한 임금보장 조항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 고용의 불안정성을 보상하는 특별수당 지급

또한 고객확보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공헌에 대한 보상적 성격의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VRP(외판원, 상업대리인)에 대하여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이 기간만료 이전에 종료되거나 갱신되지 않는 경우, 사용자가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등에 ‘고객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노동법전 L. 751-9조).
그리고 특수고용노동자의 고용불안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공통의 문제인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이용할 수 있는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어야 한다. 일정한 사유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맺은 경우라면 고용불안정성을 보상하기 위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경우 통상의 노동자에게는 퇴직금 제도가 없지만,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나 파견근로의 경우에는 ‘고용종료보상금’이라는 일종의 퇴직금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또한 일방적 계약해지로부터의 보호도 필요하다.
4. 맺으며 - 근로자성 쟁취를 위한 기초를 마련하자

그동안 특수고용 노동조합 차원에서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최소한의 생계비나마 사측의 책임으로 지우려는 실질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영루미나CC노조 2000년 단체협약>

- 제101조 [생계 보상비]
1. 회사는 비시즌(1월~3월) 기간에 도우미 조합원에게 2002년부터 개인당 월10만원씩 지급한다. 2. 회사는 타구 사고시 부상을 입었을 경우, 진단서를 제출할 경우 진단서에 명시된 근무치 못한 기간에 대하여 근무로 인정하여 치료비 및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인정하여 입원기간내의 기간을 산출하여 일괄계산 한다.

<전국건설운송노조 모범단체협약안>

- 제5장 레미콘 운송비 제24조 [운송비의 정의와 구성]
2. 제 수당 (중략)
(4) 회사는 비수기 1월, 2월은 기본급 100만원을 보장한다.

<재능교육교사노조 2000년 단체협약>

제28조 [일시 계약 정지]
재능 선생님이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 일시 계약기간을 정지한다.
1. 관리중, 관리외 부상으로 14일 이상 입원 및 요양이 필요한 경우 : 6개월
2. 질병, 출산으로 인한 요양 : 3개월

제29조 [계약 정지자의 처우]
① 계약 정지 기간중 관리중 부상, 출산으로 인한 정지기간은 근무기간에 통산한다.
② 회사는 계약기간 정지자의 누계 순증수와 저축수당 지급등 제반조건을 복귀 후 종전 기준에 따라 인정한다.
③ 전조 1호의 관리중 부상일 경우 아래와 같이 생계비를 보조한다.
1. 2주 이상 입원 : 20만원
2. 3주 이상 입원 : 30만원
3. 4주 이상 입원 : 50만원
여기서 입원이라고 하면 입원, 입원에 준하는 요양을 말한다.

또한 재능교사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매년 2회 재능선생님(특수고용직) 중에서 정사원으로 발탁한다”는 정사원제 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처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다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요구도 투쟁에서 중요할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노동자로서의 기본적 권리를 쟁취하는 사례가 확산될수록,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윤애림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정책국장


  :: [자료] 특수고용직노동자의조직화와투쟁의과제/백두주윤영삼 2003/12/19
  :: [자료] [한국노동연구원]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적용방안 토론회 200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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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특수고용교육역량강화교육]4강 특수고용노동자조직화와 투쟁방안,공동투쟁의 방향" 200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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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라라비]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판단의 기준과 근로기준법 적용 방안 2003/02/18
  :: [자료] [원고] 특수고용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방안 2003/02/06
  :: [자료] [교육위]특수고용역량강화 3강 강의안 2002/07/12
  :: [자료] [교육위] 특수고용교육역량 교육 1강 강의안 2002/07/12
  :: [자료] [교육위] 특수고용교육역량강화 2강 강의안 2002/07/12
  :: [자료] [교육위]특수고용역량강화교육 4강 2002/07/12
  :: [자료] 2002년 특수고용 교육역량 강화교육 2002/05/20
  :: [자료] 특수고용관련 외국입법사례 연구 2002/04/20
  :: [자료] 특수고용노동자선전지 200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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