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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 명분에 우리의 자유를 압류당할 것인가?

:: 2004-01-01   조회: 3122

국정원이 또다시 인권을 볼모로 자신의 권한만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을 추진하고 있다. 11월 14일 국회 정보위는 테러방지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국정원강화법, 테러방지법안 폐기를 촉구하며 국회 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벌였던 인권활동가들은 당시 영등포 경찰서와 방배경찰서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었고, 이 소식을 듣고 한동안 좌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11월 28일 현재 테러방지법안은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인권·사회단체 활동가들은 법안의 법사위 통과를 막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대체 왜 테러를 방지하는 법을 막으려는 것일까? 또 국정원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법안의 내용을 보면,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테러방지법안은 테러를 방지하는 법이 아니라 테러방지를 빌미로 국정원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법이다. 이 법이 통과될 때, 내·외국인에 대한 국정원의 감시체제는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전세계적 공안정국
'반테러'를 명분으로 한 정보수사기관의 강화와 시민적 자유의 축소 움직임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장 선두에 선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미국은 9 11 직후인 2001년 9월 13일 테러퇴치법을 시작으로 10월 25일 패트리어트법을 통과시켰다. 이어 11월 13일 조시 부시 미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테러용의자에 대한 특별 군사법정의 설치를 발표했다. 패트리어트법은 수사 당국이 테러 용의자를 언제든 압수수색, 구금, 추방할 수 있도록 했고, 은행 기록과 전화 및 인터넷에 대한 감청권까지도 확대시켰다. 나아가 현재 미 정부는 비밀정보기관과 연방수사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국내안전강화법안', 이른바 패트리어트 II를 입안해 놓은 상태다.
미국이 아니더라도 각국의 반테러조치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경향은  정보기관의 강화  외국인의 지위 및 권리의 약화  모든 사람의 자유 축소로 압축된다.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은 전 방위적인 감시의 위협 하에 놓이게 됐고, 국가기관들의 정보 수집, 조사 활동은 한층 강화됐다. 각국의 정보기관들은 9 11이 빚어낸 세계적 공안정국을 자신들의 권한 강화의 계기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국정원에 막강권력 부여
국정원도 뒤질세라 2001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줄곧 테러방지법안 통과에 목매고 있다. 국정원이란 비밀주의를 기본 속성으로 하는 정보기관이다. 이른바 '정보수집' 업무란 이름 하에 거의 무제한적으로 국민을 감시하고 그 정보력에 기반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기관이 바로 국정원이다.

출처: 참세상방송국
굳이 과거 중앙정보부, 안기부를 거쳐 오늘날 국정원에 이르는 정보기관들이 저지른 인권침해 행위들을 나열하지 않겠다. 그리고 아무리 지금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정보기관의 본질적 속성은 달라지지 않는다.
법안은 국정원 산하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하고 다른 기관들의 대테러활동을 기획·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제4조) 근본적으로 민주주의와는 모순된 길을 가는 비밀정보기관, 국정원에게 행정각부를 조정하고 총괄하는 권한을 주는 것이 바로 테러방지법안이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 강화
또 법안은 '테러단체의 구성원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이유로 국정원이 외국인에 대해 거의 무제한적인 사찰을 하도록 용인한다. 또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 규제 요청권을 주고, 법원의 승인 없이 감청할 수 있는 권한을 지금보다 더욱 확대하고 있다. '반국가활동'만큼이나 모호한 '테러'나 '테러단체'라는 개념에 기대 감청권한을 휘두르고 아랍권 출신의 외국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할 것이다. 최근에도 국정원은 이슬람 사원을 드나드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사찰하려다 꼬리가 밟혔는데, 이에 대해 국정원은 '테러방지를 위한 정보수집 활동'이라고 말했었다. 국정원에 의한 감시체제 강화를 테러방지법은 더욱 정당화할 따름이다.

민간 치안 유지에 군 동원
국정원장이 군의 특수부대도 요청할 수 있다. 국정원의 권한 강화도 문제지만, 이는 헌법이 정한 '계엄'에 의하지 않고 군 병력을 민간에 대한 치안 유지에 동원한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는다. 이밖에도 '경찰만으로 국가중요시설이나 다중이 이용하는 시설 등을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국방부 장관의 지휘 아래 군 병력이 시설의 보호 및 경비를 위해 동원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령,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어려운 경우'라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청와대나 무역센터, 야구장 등을 군 병력이 경비하는 상황을 상상해보라.

테러로부터의 진정한 안전은?
'테러'가 왜 발생하는가부터 다시 되짚어 봐야 한다. 9.11 테러는 1990년 이후의 세계정세, 즉 신자유주의의 세계화가 폭력적으로 관철되며 미국에 의한 일국 지배체제가 공고화되고 있는 시대 상황의 필연적 결과물이었다. 일방적 힘의 외교,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곧 테러를 촉발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테러가 국가권력의 물리적 통제력을 높인다고 사라질 리 없다. 세계적 차원의 불평등과 국가에 의한 테러, 폭력이 사라질 때 비로소 테러도 자취를 감출 것이다.
'테러방지'를 빌미로 우리의 자유를 압류하는 감시체제의 강화를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자유와 평화의 증진을 통해 민중의 실질적 안전을 도모할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테러에 대한 조장된 공포에 기반해 비밀정보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안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이주영 |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 [자료]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 쟁점 분석 2015/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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