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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적 아시아에 반대하는 투쟁으로서의 한일 FTA 저지투쟁

:: 2006-07-27   조회: 2227

지난 90년대 일본경제를 일컬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한다. 과잉생산, 과잉축적에 따른 자본의 위기인 이른바 ‘버블경제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정권과 자본은 ‘신시대 일본적 경영’이라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으로 극복하려 하였다. 도산법, 회사법이 개악되고, 파견법, 직업안정법 등이 개정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고 실업률이 급증하게 된다. 그리고 산재사망과 직업병이 증가하고, 고용보험법이 개악되고 능력급제의 도입에 따른 인간관계의 파괴로 자살과 폭력이 늘어나게 된다. 연공서열과 종신고용으로 대표되던 일본경제는 90년대 중반 이후 비정규노동이 증대하면서 최근 장기간 능력그룹이라 일컫는 정규직은 20%를 밑돌고 전문능력 활용형 10%를 포함하여 나머지 80%가 비정규직으로 바뀌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를 표방하면서 추진되었지만 이렇듯 노동비용을 줄이기 위한 극심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경제는 오히려 심화될 뿐이다. 한국에서도 계기, 시기, 형태만 다를 뿐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동일하게 강제되었고 그 결과 비정규노동, 실업과 빈곤을 낳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제국주의적 초국적자본은 지역화, 블록화의 형태로 단일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EU는 지난 5월 1일 자로 중동구권 10개국을 편입시키면서 경제체제의 통합범위를 확장하고, 연방제와 같은 형태의 단일국가 건설을 포함하는 정치체제의 통합을 향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유로화라는 단일화폐를 만들어 기존의 달러중심 경제체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제권을 구축하고 있다. 다른 한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넘어 전미자유무역협정(FTAA)을 체결하여 쿠바를 제외한 남북미지역 34개국을 단일경제권으로 묶기 위한 시도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이제 아시아지역의 블록화, 지역화만이 남았을 뿐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서도 과잉축적과 과잉생산의 위기를 해소할 수 없는 일본과 한국이 시점만 다를 뿐 ASEAN+3를 똑같이 부르짖고 있으며 이를 위한 경로로서 한일FTA를 바라보고 있다. 일본에서 이미 90년 중반 이후 ‘대동아 엔블록’이, 한국에서 노무현정권의 ‘동북아경제중심국가’가 경제지표가 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최근 한국정부는 FTA 로드맵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블록화는 초국적자본의 무한경쟁의 결과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초국적자본의 무한경쟁은 파견제, 기간제 노동법의 개악이라는 또 다른 구조조정을 강제한다. 아울러 초국적자본과의 경쟁자체가 어려운 기업이 외국으로 피해버린 그 자리는 실업으로 넘쳐날 것이다. 프랑수아 쉐네가 인용한 대로 유럽의 한 재벌그룹의 총수가 “원하는 곳에서 공급받고 판매하면서, 노동법과 사회적 협약에 의해 되도록 가장 적게 제약을 받고, 원하는 것을 생산하기 위해 원하는 시간 원하는 곳에 정착할 자유”를 ‘세계화’라고 판단하는 한, 이는 단순히 한일 노동자에게만이 아니라 아시아 그리고 전세계 노동자 민중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다. 이야말로 자본의 지구화에 저항하는 노동자 연대의 지구화가 요청되는 근거이며, 한일 FTA에 반대하는 한일노동자 민중연대의 배경이다.  

05년 말 타결을 목표로 2개월 주기로 한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개최되는 협상, 그 중 6차 협상을 저지하기 위한 한일연대투쟁이 지난 11월 초 일본 동경에서 있었다. 한국에서 간 80여명의 투쟁단과 일본에서의 FTA반대 노동?사회운동의 연대체가 함께하여, 협상이 열리는 외무성과 우리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경단련 앞에서의 집회, 신주꾸와 같은 동경 번화가에서의 집회와 선전전이 있었다.
나까소네 정권 당시 국철을 민영화하면서 우리의 민주노총 격이었던 총련의 핵심노조인 50만 조합원의 국철노조를 깨고 이를 바탕으로 총련마저 깨고 노동조합운동 전반을 재편하였다. 그리하여 지금의 연합과 전노련, 전노협이라는 3노총 체제가 갖추진 것이다. 그 이후 제대로 된 투쟁 한 번 없었던 일본에서, 집회가 금지되어 처음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그리 크지 않은 외무성 앞 집회와 경찰과의 몸싸움이라 할지라도 일본의 활동가들에게는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었고 다음 투쟁을 기약할 수 있는 투쟁이었다. 물론 자본의 세계화를 저지하기 위한 한일 노동자 민중의 최초의 실질적인 연대투쟁이라는 점에서 칸쿤에서 WTO 각료회의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과 같은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의 한일 FTA 저지투쟁은 ASEAN+3을 매개로 하는 아시아지역의 신자유주의 블록화, 그리고 세계화에 반대하는 아시아 노동자 민중투쟁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화라는 판도라상자의 두껑이 열리면서 드리운 비정규노동의 증대, 실업과 빈곤의 그림자, 초국적 자본의 장단에 놀아나는 굿판을 갈아 엎는 투쟁은 지난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이종회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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