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초, 정부는 비정규직문제를 공공부문부터 모범을 보여 해결한다는 취지로 <공공부문 비정규직노동자의 무기계약 전환조치>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공공부문에서 많은 수의 비정규직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되었고, 그 중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대책의 최대 수혜자라는 이름을 얻을 만큼 많은 수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 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전환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무기계약전환은 실질적으로 해고조항이 확대되고, 독소조항이 더욱 늘어난 영원한 불안정노동자로의 삶만 있을 뿐이었다.
정부가 말했던 정규직이라는 허구는 안산의 시곡중학교에 학교회계를 담당하고 있던 4명중 1명을 학교 학생수감소와 예산감소를 이유로 해고하겠다고 하는 위기를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임금에는 약간 차이가 있으나 고용은 안정되었다고 떠들어대던 정부의 말은 거짓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투쟁에 들어갔다. 이렇듯, 무기계약직이라는 이름으로 전환되었지만 다시 또 해고의 위기에 몰려 투쟁을 하고 있는 안산 시곡중학교 학교회계노동자 조영선 동지를 만나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의 삶에 대해서 들어보았다. (취재,정리 : 철폐연대 조직부장 안그라미)
학교비정규직의 근속년수가 10년이 넘는 노동자들이 꽤나 많다. 10년 전, 그들이 학교에 처음 다녔을 당시에는 비정규직이라는 용어자체도 생소했고, 자신들이 비정규직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계약서를 매년 쓰는 것도 아니었고, 고용불안을 느끼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또 열심히 하면 기능직으로 추천을 해줘서 정식 공무원이 되기도 했기 때문에 비정규직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고 한다.
저 같은 경우에는 조금 늦게 들어온 편인데, 03년에 계약서를 쓰고 들어왔어요. 제가 들어올때까지만 해도 한번 계약하면 자동연장으로 보고 계약서를 그다음부터는 안 썼다더군요 그런데 04년도부터 갑자기 쓰게 했어요. 그러면서 직종을 강화하고, 7월부터 갑자기 학교회계직원으로 통폐합되었어요.
그러다 07년 비정규법이 시행되기 전에 공공부문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로 공공부문 인사관리 지침을 각 기관에 내려보내기 시작했고, 학교비정규직 역시 무기계약으로 많이 전환이 되었다.
무기계약으로 전환되기 전까지는 부당한 해고 사례가 거의 드물었어요. 취업규칙에 해고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많이 없었으니까요. 오히려 취업규칙이 없는 학교도 많았죠. 그냥 뭐든지 공무원에 준해서 적용했으니까요. 그런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취업규칙에 해고조항이 훨씬 더 많아졌어요. 옛날에는 해고하기 위한 근무평가 같은 건 없었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독소조항이 많이 생겼어요. 그래서인지 처음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것에 대해 계약을 해야되나 싶었어요. 특별히 업무가 달라지거나 하지도 않으면서 해고조항만 늘어난 것이니까요.
교육기관 무기계약 인사관리(취업규칙) 중 해고 관련 조항을 보면 '직제와 정원의 개편 또는 사업의 종료, 기관의 통․폐합, 학생수 감소, 공무원충원 등에 의한 폐직 및 예산축소'(서울, 인천시교육청), '근무성적 평가 결과에서 2회 이상 최하위 등급을 받은 자로서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된 때'(울산시교육청), '근무성적 평가 결과 연속 3회 최하위등급(불량)을 받은자'(경기도교육청) 등 각 교육청 별로 해고조항을 확대하였다. 말이 무기계약직이지, 사실 읽어보기만 해도, 해고하고 싶을 때 언제나 해고할 수 있는 조항이나 다름없다.
근무평가는 관리자들이 알아서 해요. 내용이 공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말 주관적인 기준으로 윗사람에게 잘보인 사람이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사실 학교 회계직원 같은 경우는 성과를 매길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평가를 한다는 자체가 웃기죠. 결국 살아남으려면 아부 잘해야죠. 참으로 비참하고, 직원이 아니라, 이건 종업원을 넘어 종처럼 사는 것 같아요.
이렇게 공공부문부터 모범을 보이겠다고 하는 비정규직대책은 비정규직을 위한 대책이 아니었고, 비정규직을 고용불안에 내놓고, 경쟁관계에 놓이게 하는 대책이었다. 그래서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독소조항이 들어있는 허구적인 정규직, 무기계약에 맞선 투쟁을 하였다.
안산 전체적으로 뜻 맞는 사람들끼리 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하기도 하고, 무기계약을 거부하는 흐름들을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탄압이 더 들어왔어요. 우리학교 같은 경우는 취업규칙동의 못하겠다고 해서 무기계약으로 전환 되었을 당시, 계약서를 쓰지 않았어요. 하지만 계약기간이 돼서 다시 재계약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계약서에 싸인만 했을 뿐인데, 안타깝게도 계약서 내에는 취업규칙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었어요.
2008년 2월 11일, 시곡중학교에서는 학생수가 320명 감소하여 학교운영지원비 수입이 감소되는 결과를 가져와 결국 구육성회직원을 1명 정리해고 하거나 또는 연봉제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그리고 2008학년도 예산에서 1명 인건비를 줄여 예산을 확정했다.
학교 측에서는 "2월 11일 정리해고 하겠다."라면서 "희망퇴직을 받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노조와 함께 단체교섭을 시작하면서 학교를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예산이 줄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했습니다. 무기계약직이 되면서 정규직이 되었는지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많이 좌절했어요. 정규직 해주겠다고 언론에서 많이 떠들었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가 컸어요. 하지만 겉포장만 번지르르한 초라한 선물이나 다름없는 것이지요. 결국 호봉제만 유지해주면 3명 인건비로 4명이서 생활하겠다고 학교에 호소를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연봉제가 아니라면 짜르는 것이 원칙이고, 학부모들이 원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열심히 무기계약직에 반대를 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핑계를 대어 눈엣가시를 없애려고 한 것이겠지요.
이렇게 비정규직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무기계약직이 된 당사자들은 무기계약직이 되고나서 더욱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업무의 양은 늘어서 힘들어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정규보호법은 비정규보호법 같지가 않고,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학교비정규직이라고 했지만, 계속적 근로관계에 있었어요. 하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거꾸로 고용불안이 오게되었죠. 자르기 좋게 만드는 것이 비정규법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이라고 생각해요. 실질적으로 무기계약직이 되는 것이 좋은 줄 알고 있는 사람도 있어요. 특히 학교의 조리종사원분들은 안정된 직장을 가지게 된다고 알고 있어요. 그래서 무기계약으로 전환 될 당시, 취업규칙이나 계약서 읽지도 않고 사인을 했어요. 우리가 가서 무기계약의 독소조항에 대한 설명을 하면 "우리 좋아진 것 아니예요?"라고 반문을 해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1차 대책으로 무기계약직이 되지 못한 학교 비정규직은 내년에 무기계약 못되서 짤리는 것 아닌가하고 노심초사 하는 상황이예요. 사실 우리 경우만 보아도, 무기계약직이 안전한것도 아니라는 것을 금새 알 수 있을텐데 말이죠.
무기계약직은 비정규노동자를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 처음에는 정규직인줄로만 알았다가 영원히 차별이 고착화 되는 삶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절망감은 그동안의 배가 되어 돌아온다. 언론에서는 우리은행을 시작으로 비정규법으로 인해, 정규직으로 노동자들이 전환되었다면서 연일 떠들썩하게 보도했고, 올해 경제활동인구 조사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이 작년보다 감소했다면서 비정규법이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살펴보면, 무기계약직이라는 이름으로 정규직노동자라고 뒤집어 씌우면서 예전과 똑같은 삶을, 아니 더 힘든 삶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비정규직악법은 비정규법이 통과된 1년이 된 지금 사라져야 할 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그냥 우리 이대로 살게 해주세요. 해줄려면 정규직으로 해주던가, 아니면 그딴 취업규칙 내려주지 말고 없앴으면 좋겠어요. 비정규직법은 쓰레기고, 버려야 되는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