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해고의 양상과 본질
비정규직법 시행 2년이 다가오면서 정부와 여당은 법의 사용기간 2년 제한으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거나 법 적용을 유예하여 비정규 노동자들이 해고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비정규직 고용을 제한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법 개악에 반대하며, 비정규직법 폐기와 권리입법 보장을 요구했다. 결국 정부와 여당의 법 개악안은 7월 국회까지 처리되지 않았고, 다시 공은 9월 국회로 넘겨졌다. 그리고 연일 정부는 앞으로 해고될 비정규직 숫자를 카운트하며 해고선동을 지속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요청하는 노동부 장관의 발언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전제로 참아달라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번 비정규직법 개악 논란 속에서 가장 우리를 혼란에 빠뜨린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기간제법의 ‘2년’ 기간 도래를 전후로 하여 해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장의 해고를 막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있어서 ‘현행 유지와 정규직 전환 지원금’ 이라는 구호가 허황된 것임에도 이를 벗어나지 못했던 이들도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해고의 양상을 정확하게 보아야 한다. 그래야 비정규직법 개악 논란에서 정부의 ‘법 연장 혹은 유예를 통한 비정규직 고용의 보호’의 논리가 어떻게 현실을 은폐하고 있는지, 왜 악법폐기가 우리의 해답일 수밖에 없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법 시행 2년이 되기 전에도 비정규직에 대한 해고는 있었다. 지속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각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차례로 해고되고 있었다. 이것은 그저 비정규직은 늘 해고에 떠는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는 말과는 다르다. 법 시행 2년 전에 이미 장기간 고용해 왔던 기간제 노동자들의 고용을 단절시키고 비정규직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는 말이다. 또 경제위기 시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해고되는 것도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이는 비정규직법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투쟁력으로 고용안정을 쟁취하기 어려운 것이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이기 때문이며, 또한 그런 이유로 자본은 비정규직 고용을 선호한다. 그 증거로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노동현장은 초단기고용, 아르바이트, 이주 노동자 등 가장 열악한 고용형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즉, 최근 진행되는 비정규직 해고는 정부의 말처럼 법이 2년으로 규제하고 있어서 해고되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 고용을 제도화-일반화하고, 모든 고용을 비정규직으로 재편하고자 하는 자본의 구조조정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며, 그 제도적 근거가 2년 전에 만들어진 비정규직법이다. 그러나 그들의 입장에서도 비정규직법은 불완전했기에 기간제한을 완전히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법 제정을 전후하여 진행된 무기계약 전환은 이제 완전히 중단되었다. 무기계약 전환을 통해 장기간 고용했던 비정규직을 한 번 정리하고 이후 남은 노동자들에 대하여 비정규직 교체사용 시스템과 외주화, 민간위탁 확대의 방향으로 정리를 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에 강제적으로 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이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이름의 구조조정 방안으로 비정규직 해고와 민간위탁-외주화 확대, 정규직 구조조정까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해고는 아직까지 남아있던 장기근속 비정규직을 정리하는 마지막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후에는 지속적인 비정규직 교체사용과 파견 확대, 외주화 확대가 그 수순으로 남아있다. 하기에 비정규직 사용의 제도적 근거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법을 폐기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상시고용-직접고용의 원칙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 이를 붙잡고 싸우지 않는다면 끊임없이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또 해고하며, 그를 무기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입을 틀어막고자 하는 저들에 맞서서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지켜내기는 어렵다.
이 글에서는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에서 내려지고 있는 기간제 노동자 해고에 대한 판정 사례를 통해 실제로 비정규직법이 제정된 후 이 법이 판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 사례들을 통해 이후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쟁점을 추려보고자 한다.
2.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노동위원회 판정 사례
1) 주택금융공사- 중앙2008부해769(초심 서울지노위 2008부해1473), 한국주택금융공사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사건
(1) 쟁점주택금융공사는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의 무기계약 전환 대상 사업장이었다. 그러나 무기계약 전환 이후 2년이 도래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기간제 노동자로 현장에 복귀했고, 1년 후 다시 업무 전체가 외주화 되면서 공사에서는 해고되었다.
살펴 볼 사례는 기간제 노동자로 현장에 복귀할 당시의 노동위원회 판정으로,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 등으로 인해 무기계약 전환의 기대감이노동자들에게 형성되어 있었으므로 부당한 해고에 해당된다고 한 사례이다.
(2) 노동위원회 판정 요지이 사건 노동자들은 2006년 1~3월부터 짧게는 계약기간 2개월에서 12개월, 계약을 2~3회 갱신하며 일해 왔다. 그리고 2008. 6. 30.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 당했다.
노동위원회는 ① 계약직 근로자에 대해 2년 사용기간 준수 원칙을 지켜온 공사의 관행, 그리고 정부의 2차 공공부분 비정규직 대책 시달까지짧게는 2개월부터 6개월까지 계약기간 만료시점을 2008. 6. 30.자로 정한 것으로 보아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지만, ② 이 사건 이전 사용기간 2년 이상인 계약직 3명 전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있었던 점, 2차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 맞추어 6.30. 자로 계약기간을 동일하게 설정한 점, 공사의 ‘무기계약인력 운영규정’에 “한시적으로 사용기간을 2년 이상으로 연장한 상시지속업무 종사계약인력의 경우 계약기간을 2년 초과하여 재계약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기간 만료 후에도 근로관계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할 만한 사유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③ 그리고 사용자가 제시한해고 이유(경영상 사유 등)에 합리성이 없으므로 부당한 해고라고 판정을 내렸다.
(1) 쟁점공무원연금관리공단 역시 공공부문 비정규대책의 무기계약 전환 대상사업장이다. 이 사건 당사자인 노동자는 최초에 무기계약 전환 과정에서정치활동을 이유로 배제되었고, 같은 이유로 해고되었다. 이후 이에 대하여는 부당해고의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복직된 이후 재계약 과정에서 사측에 별정직(무기계약) 전환 약속을 요구하고 1년짜리 계약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사례이다. 노동위원회에서는 이를 노동자가 계약을 거부한 것으로 보아 부당한 해고로 보지 않았다.
(2) 노동위원회 판정 요지노동위원회는 ① 최초 3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두 차례에 걸쳐 1년 단위 계약 체결하였으므로 기간을 정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사용자가 계약직 관리지침에 따라 계약기간 중의 직무수행능력 및 업무실적, 예산 등을 감안하여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여 온 점도 그 근거로 들었다. ② 또한 계약만료 시점에 (1년 단위) 근로계약 체결에 임할 것을 이틀 전인 2008. 10. 10. 서면으로 통보한 점, 근로계약 체결과 관련하여 사용자와 면담이 있었던 점, 지난 부당해고 판정 이후 6. 1. 복직 시 이미 해당 업무에 인력이 채용되어 있어 정원인 1인 초과되었던 점등에 비추어 계속 고용의 기대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며, ③ 별정직 전환 절차를 위한 후속 절차 이행 중 계약 기간 도래로 재계약을 요청하였다는 사용자 주장을 인정하고, 노동자가 ‘별정직 전환 절차 명시’를 요구하며 갱신 체결을 거부한 사실을 고려할 때, 노동자의 거부로 근로계약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기간이 만료된 것이므로 별도의 해고예고 절차 없이 기간만료된 것으로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정하였다.
(1) 쟁점국민체육진흥공단의 경우 공공부문 비정규대책 무기계약 전환 대상사업장이었으나 이 사건 해당 노동자들인 발매원들은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유는 주변업무라는 것이었다. 이후 공공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에 대하여 2007년 말 해고와 대규모 부당전보가 진행되었고, 이에 대하여 노동위원회 판정을 통해 부당함을 인정받았다. 이 때 사측은 인사평가를 해고 사유로 주장했으나, 근거 부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 후 2008년 말 사측은 다시 17명에 대해 인사평가를 근거로 해고를 통보했고, 이에 대해 서울지노위는 노동자들의 신청을 기각하였다.
이 사건 노동자들은 1995년부터 2003년에 걸쳐 공단에 입사하여 개인별로 4~12회 계약 갱신이 있었던 노동자들로 이들의 계약기간을 형식에 불과한 것으로 볼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2008년 사건에서 초심 지노위와 중노위는 각각 다른 결론을 내렸던 사례이다.
(2) 노동위원회 판정 요지2008년 사건에서 서울지노위는 “1년 중 몇 주 단절된 유기계약(재입사 형식)을 체결하였으나,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것인 점, 경력직원을 우선하여 계약을 체결해 왔고, 갱신시 신규직원과는 상이한 절차와 기준을적용한 점, 계약직에게도 사번을 부여하고 호봉을 인정한 점 등”을 볼 때 계약기간은 형식에 불과하며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다를바 없다고 판단하여, 갱신거절은 해고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에 대하여 중노위에서는 ① 경륜사업의 경우 문광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시행하는 것으로 경주개최 자체도 매년 계획서를 작성, 승인을 받고 있어 그 승인 여부에 따라 일용계약직의 채용인원이나 채용시기가 매년 달라지는 점, 겨울에는 계약이 단절되는 점, 경력직원을 우선채용하였으나 신규 지원자와 함께 매년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 사용자가 정한 기준에 적합하여야만 계약이 갱신되어 온 점, 같은 직종인 신청 외 김**에 대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보지 않고 있는 점(대법원2005. 9. 9. 선고 2005두 6003) 등을 이유로 계약기간을 정한 것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 후, ② 갱신 횟수 및 경력자 우선 채용, 호봉 부여, 계속 근무 권장한 점, 법원이 김** 사건에서 갱신기대권 인정한 점 등에 비추어 갱신 기대권이 인정되므로 갱신거절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고, ③ 해고 사유의 기초가 된 근무평가가 부당한 징계를 기초로 하고 있으며, 다른 근거의 경우 신빙성이 의심되므로 부당한 해고라고 판단하였다.
2009년의 두 사건은 위 중노위 판정과 마찬가지로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이나 갱신기대권이 있음을 인정하고 갱신거절의 합리성 여부를 주되게 판단하였는데, 3회 연속 D등급을 받은 경우 채용 결격사유가 된다는 규정을 이유로(그러나 규정에는 이에 관하여 구체적인 명시는 없음)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1) 쟁점국립오페라합창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002년 창단 이래 1년의 기간을 정한 계약을 반복해 왔다. 공공기관 선진화로 인한 구조조정 지침이 나온 후,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오페라 합창단은 해체되었고, 그 과정에서 장기간 일한 노동자들은 합창단의 해체를 반대하며 투쟁하였다. 사측은 사회적 기업 등의 방식으로 외주화하고자 하였으나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결국 국립합창단의 계약직 단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국립합창단은 정단원, 연수단원, 계약직 단원 등 복잡하고 위계적인고용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해고의 과정에서 사측은 2년 이상 일한 노동자들에 대하여는 정리해고의 방식을 취하였고, 2년 미만의 노동자들에 대하여는 기간만료를 이유로 해고하였다. 본 사례는 2년 미만의 노동자 6인에 대한 판정 사례이다.
(2) 노동위원회 판정 요지서울지노위는 ① 기간이 정해져 있는 단원 위촉 계약서에 자필로 서명한 점, 가운데 3인은 단 1회만 계약 갱신을 하였고, 갱신시 기간을 명시한 점, 외 3인은 1년의 위촉계약을 체결하였고 만료 후 갱신 사실이 없는 점, 국립오페라합창단 운영규칙에 계약기간이 만료된 경우 당연 해지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2002년도 창단 이래 매번 1년의 기간을 정해 계약을 체결했고, 만료 시점에 자체평가를 실시하여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 온 점 등을 고려하면 계약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한 것이 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며, ② 갱신 의무나 절차 및 요건 등에 관한 근거 규정이 없는 점, 2008. 12월 경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 사실을 통보하며 협의한 점, 동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점, 자체평가가 2008년에는 실시되지 않은 점, 이 사건 근로자들의 총 계약기간이 2년을 넘지 않으며, 2009년부터는 공연 사실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갱신에 대한 합리적 기대감을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였다. 따라서 ③ 기간 만료에 따라 근로계약은 당연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5) 명지대학교- 경기지노위 2009부해265, 301/ 부노18, 22 병합, 학교법인 명지학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사건
(1) 쟁점명지대학교 사례는 일반조교로 장기간 일해 온 기간제 비정규직을 일시에 해고하고 단기계약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해고사례이다. 계약시작 시점이 학기의 시작과 맞물려 있어서 2월 28일에 계약이 종료되는 노동자와 8월 31일에 계약이 종료되는 노동자들이 있으며 첫 번째 해고는 2008년 8월 말에 진행되었다. 이후 고용에 불안을 느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고, 2009년 2월에 진행된 해고에 대하여는 집단적인 대응을 시작했다.
이 사례에서 노동위원회는 동일한 업무에 기간제로 일해 온 노동자들을 2년을 기준으로 나누어 각각 판단을 달리 했고, 해고 이후 6개월 계약을 별도로 체결했던 노동자들에 대하여도 달리 판단을 진행하였다.
(2) 노동위원회 판정 요지경기지노위는 ① 조교인사규정은 “일반 조교의 임기는 1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이 사건 근로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년 단위로 근무해 왔고, 서면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으나, 재임용을 위해 학부장, 학과주임교수, 근무부서장 등의 추천을 거쳐 총장의 위임에 따라 교육지원처장이 각 부서로 매년 발령을 통보해 왔고, 또한 별도의 정년퇴직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② 그러나 일부를 제외하고, 13인은 최소 4차례에서 13차례까지 갱신되어 왔던 자들로 근속에 따라 5호봉까지 호봉승급이 이루어져왔고, 추천 절차 역시 다소 형식적으로 운영되었고, 성적평가를 갱신절차에 반영한 사례가 없으므로 갱신을 기대할 만한 충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며, ③ 사용자는 일반조교제도를 폐지하고 행정보조원제도를 도입하였으며, 조직개편은 경영권에 속한다고 하나, 사용자가 일찍부터 기간제법 세미나와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법 시행에 대비해 왔던 사실이 인정되고, 일반조교와 행정보조원의 업무내용이 기본적으로 동일하여 오히려 장기 복무자의 업무수행능력이 높을 것으로 추정됨에도 일괄적으로 근로관계를 단절하려 한 점, 행정보조원의 계약기간은 2년을 상한으로 명시하고 이전 일반조교보다 급여를 높게 책정한 사실 등을 종합할 때, 이 사건 갱신거절은 기간제법 적용 회피 의도가 다분하여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6년 5개월간 근무한 1인의 노동자에 대하여는 6개월 연장임용신청서에 당연퇴직을 명시하여 계약서를 작성하였으므로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또한 근속 기간이 1년 미만으로 갱신이 한 차례도 없었던 경우 역시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3. 검토되어야 할 쟁점
1) 계약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한지, 그리고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 문제
노동위원회 판단의 흐름은 ▲ 우선 계약기간의 정함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 형식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진행한 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으로 볼 경우 재계약 거부를 해고로 보아 사유의 합리성 여부를 판단하고, ▲ 계약 기간의 정함이 있는 것으로 볼 경우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한 후, 갱신기대 가능성이 인정된다면 그 계약 갱신의 거절이 합리적 사유가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을 거친다. ▲ 그래서 비록 기간을 정한 계약이라 하더라도 노동자가 계약의 갱신을 기대할 만한 사유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에서 합리적 사유가 없이 재계약을 거부하였다면 부당한 해고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위 사례들에서는 계약기간이 형식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에서 갱신횟수나 근속 년수 등을 기준으로 협소하게 판단하고 있다.공무원연금관리공단 사례에서도 5년을 일한 노동자에 대하여 최초에 3년, 그리고 이후 두 번에 걸쳐 1년 단위로 계약을 했으므로 기간의 정함이 있는 노동자로 보고 있다. 5년이라는 장기간의 근속 보다는 3년, 1년 등으로 임의적으로 사용자의 주도에 의해 정해지는 기간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또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경우에는 경주개최 시기나 규모가 매년 문광부장관의 허가를 받아 약간씩 달라진다는 것을 이유로 짧게는 5년, 길게는 13년 이상 일한 노동자들에 대하여 기간의 정함이 있는 계약이라고 보았다.
또 명지대의 사례를 보면 갱신거절의 합리적 사유 판단에서 “사용자의 해고가 비정규직법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므로 부당하다”고 판단했음에도 갱신이 한 차례도 없었던 노동자들에 대하여는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동종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대하여는 근로계약기간을 갱신기간으로 보아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면서, 갱신이 한 차례도 없었던 9개월 내지 1년을 근무한 노동자들에 대하여는 근로계약기간을 존속기간으로 해석하여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한 판결이 일관되지 못한 측면은 있으나 과거 의미 있었던 하급심 사례에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광성택시 사건이나 “근로자가 종사하던 작업의 종류, 내용, 근무형태, 계약갱신시의 신계약체결절차의 형식, 다른 근로자의 계속 근로의 유무에 비추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마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상태로 존재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근로자가 기간 만료 후의 계약 갱신을 기대하는 것에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 갱신된 경우가 아니라 최초의 계약 갱신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다를 바가 없”다고 판단한 (부래당(주)사건과 비교하여 본 사례들에 있어서의 노동위원회 판정은 지나치게 협소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보인다.
2) 그 외 쟁점
(1) 갱신기대권의 기준에서 비정규직법의 2년 규정이 미치는 영향국립오페라단 사례에서 (2년 이상 일한 노동자들에 대하여는 판정 이전 노사합의로 판정문이 있는 것은 아니나) 다른 노동자들이 장기간 반복 갱신하며 일해 왔음에도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기 보다는 해당 당사자들의 총 계약기간이 2년을 넘지 않는 다는 것을 판단에 포함시키고 있다. 노동위원회가 “계약 갱신 절차 및 요건에 관한 근거 규정이 없고, 국립오페라 합창단 해체 사실을 통보하였고, 매년 실시한 자체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점‘ 등과 함께 근거의 하나로 든 2년 경과 여부가 판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에 대하여 기간제법상의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의 경과 여부를 판단에 일정 정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반복갱신의 경우에 있어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하여 이 사례들의 이후 법원 판결을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노동위원회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인정하기 보다는 기간의 정함은 있지만 갱신기대권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갱신기대권 여부에 대하여 사실상 갱신의 횟수나 근속 기간 등을 주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면서 기간제 사용기간 제한 2년이 그 기준의 하나로 사실상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사용자의 불리한 계약기간 변경에 대하여 노동자는 거부할 수 있는가공무원연금관리공단 사례의 경우에는 노동자가 무기계약 전환 절차를 요구하며 1년짜리 계약을 거부한 사안에 대하여 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를 정당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 명지대의 경우 6년 이상을 일한 노동자가 마지막에 6개월 연장계약을 하면서 기간 만료 후 당연퇴직 한다는 뜻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한 것을 근거로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로계약 체결에 있어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용자의 의도에 따라 계약기간도 조건도 마음대로 정해지는 것을 용인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위에서 노동위원회가 판단한 반복갱신의 문제나 갱신기대권의 판단 등에 있어서도 사용자가 계약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형식적 근거를 얼마든지 없애 버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불리해지는 계약서를 써도, 쓰지않아도 노동자는 해고 될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사용자의 형식적인 계약 내용 변경 등에 맞서서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
(3) 근무평가 자료를 근거로 하여 해고하는 경우또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사례처럼 근무평가 자료를 근거로 하여 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에 대하여도 논의가 필요하다. 해당 사례의 경우 상대평가로 인해 특정 %의 노동자들은 D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되고, 그 외 주관적 평가지표(지점장 평가 등)들은 객관적 평가(지각, 결근 등)와 상관성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런 평가를 근거로 사용자는 해고를 했고 노동위원회는 그를 인정했다. 주관적 평가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D를 받게 되고, 3회가 누적되면 해고를 당하게 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이 순차적으로 잘려나갈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순차적 해고를 위한 인사평가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러한 평가를 기준으로 하여 노동자들을 차례로 잘라내는 것은 정당한가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인사평가의 목적이 해고를 위한 것이라고 보여지는데, 그렇다면 ‘누군가를 해고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인사평가의 목적이 될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3.마치며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로 아직 많은 사례가 존재하지는 않고, 또 노동위원회 판정문이 일관된 맥락이나 논리적 완결성을 보이고 있지도 않은 관계로 특정한 경향을 읽어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비정규직법 제정 이후 일정하게 2년이라는 기간이 판단에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며, 현재 발생하고 있는 해고가 장기간 일해 온 기간제 노동자들에 대하여 정리하는 마지막 해고라는 점에서 이후 이와 같은 사례가 많이 발생하리라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하기에 이 사례 하나하나를 더 주의 깊게 보고, 현장의 투쟁에서도 또 법적 투쟁에서도 의미 있는 사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례 개괄과 간략한 쟁점의 진단 수준에서 정리한 것이다. 더 많은 연구자 및 법률가들의 노력으로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우리의 입장이 잘 정리되어 좋은 판결로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