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비정규법 시행을 앞두고 사회의 공적인 영역을 담당하는 공공부문에서 앞장서서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 4월 17일 그 비정규법의 피해자 학교비정규직 정수운씨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만나보았다.
취재· 글 : 안그라미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조직부장
정수운 동지는 13년간 성신여고 학교 회계직으로 일했다. 처음 입사했을 때 비정규직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그저 일반직 자리가 꽉 찼기 때문에 학교 회계직으로 들어오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육성회비를 임금으로 받고 13년간 다녔다. 걸레질을 하라면 걸레질을 하고, 시키는 일 다 하며 열심히 일했지만 1월 22일 “비정규법 때문에 더 이상 고용할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정수운 동지는 이것이 정당한 해고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다가 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에 문의를 했고 이것이 부당한 해고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투쟁을 시작했다.
1월 22일 교장, 교감, 실장은 우리 행정실 직원들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비정규법으로 인해 더 이상 고용할 수 없다. 2월 28일까지 좋은 직장을 구해서 나가라.”고 했습니다. 저는 ‘비정규법이 대체 무엇이길래 내가 나가야 되냐?’며 행정실장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실장이 “인터넷이 찾아보면 나보다 더 잘 설명해 줄 테니 인터넷 찾아봐라”라고 말을 했습니다. 14년 동안 한솥밥을 먹으면서 일했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매정하게 해고를 하니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대로 순순히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어서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다가 학비노조에 문의하게 됐고, 즉각 투쟁에 돌입했습니다. 같이 해고 되었던 3명의 직장 동료들과도 같이 투쟁을 하고 싶었지만 먹고 살기가 바쁘기 때문에 같이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제가 다니는 학교가 사립이기 때문에 초·중·고등학교가 함께 있는데 초등학교에서도 4명, 중학교에서도 1명이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같이 투쟁을 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이리하여 정수운 동지는 나 홀로 투쟁을 하게 되었다. 즉각적인 대응을 하자 학교 측에서는 바로 ‘잠정적인’ 고용승계를 하였다.
학교에서는 잠정적으로 다시 복직시켰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잠정적’이라는 것입니다. 조금 잠잠해지면 바로 해고를 시키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는 것이죠. 그리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근로계약서의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를 해보니 1)1년이 지나면 계약해지, 2)육성회비로 임금을 줬기 때문에 학생 수가 줄어들면 자동해고 등 근로계약서에는 제게 불리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사실 2004년 이전까지는 근로계약서를 써본 적도 없었습니다. 갑자기 2004년에 행정실 직원을 불러놓고 감사를 받기 위한 것이라면서 5년 치 근로계약서를 써달라고 해서 그때부터 쓰기 시작한 것이죠. 근로계약서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근로계약서를 쓰라고 압박을 하다니….
이것은 학교가 적당한 때를 봐서 해고를 시키겠다는 것이 틀림 없었다. 정수운 동지는 불리한 근로계약서 쓰는 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폭로하기 위해 1인시위에 들어갔다.
1인 시위를 하면서 학생들이 얼마나 사회에 대해서 무관심한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학교에 다니는 여고생들의 80% 정도가 비정규직이 되겠지요. 하지만 학교 교육 어떤 곳에도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정말 슬픈 현실이지요.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동안 교장과 교감 실장은 저를 불러서 계속 뭐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노조가 너를 이용해 먹는 것이다.’‘14년 동안 같이 일한 우리보다 몇 달 밖에 안본 노조를 믿느냐?’라는 말도 서슴없이 했습니다. 참 어이가 없는 일이지요. 14년 동안 같이 일해 온 사람을 하루아침에 해고시켰으면서 이런 소리를 하다니….
얼마 전까지도 비정규법이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법안인 줄 알았고, 노무현 정부가 비정규법을 만들었으므로 이제 보호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정수운 동지는 투쟁을 하면서 강해지고 있다.
제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제 아들이 비정규직이 있는 끔찍한 세상에서 산다는 것을 생각하면 포기하고 싶다가도 힘이 불끈 솟습니다. 제 뜻이 통할 때까지 싸워야겠죠? 내 자식같은 아이들이 저랑 똑같은 세상에서 살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이 뭉쳐서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땅에 저같이 힘들게 사는 비정규직이 훨씬 많잖아요. 어서 빨리 모여서 노무현 정권을 깨버리고 싶어요.
사안은 각기 다르지만 통하는 것, 자본과 정권에게 착취당하고 있는 노동자! 이 착취의 사슬을 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노동자계급의 단결투쟁이라는 것을 정수운 동지는 자신의 투쟁으로 느꼈다.
정수운 동지와 정부종합청사 앞 화단에서 쪼그려 앉아서 인터뷰를 했다. 동지는 아직 바닥에 앉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고 부끄러운 듯 말하며 종이를 깔고 앉았다. 인터뷰를 좀 더 편한 곳에서 해야 하는데 급하게 하느라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수운 동지는 괜찮다면서 질문에 열심히 대답해주셨다. 또한 인터뷰의 말미에는 이런 상황을 많이 알려달라는 당부 또한 잊지 않으셨다.
요즘 정수운 동지는 아들과 함께 집회도 같이 참여한다면서 나에게 자랑을 했다. 며칠 전에 갔던 FTA 집회를 다녀와서 소고기국을 끓였더니 “미친 소 안 먹을 꺼야!”하며 손사레 치는 아들을 보면서 산교육을 했다면서 기뻐했다. 정수운 동지를 보면서 “투쟁이라는 것, 세상을 바꾸는 즐거운 것이다!”라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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