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공공부문의 사유화는 통신, 발전, 철도 등 기간산업 뿐 아니라 필수 공익서비스부문에서도 90년대 중반 이후 급속도로 이루어져 왔다. 특히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관할의 환경미화, 정화조 등 시설관리업종의 사유화는 행정자치부의 각종 구조조정 지침에 의거해 인력감축과 민간위탁의 형태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중 환경미화직종과 정화조 청소직종은 70년대 말부터 완만하게 사유화가 진행되었으며, 2002년 현재 환경미화직종은 가로청소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100% 대행, 용역, 위탁 등의 형식으로 민간위탁 되었으며 정화조청소 역시 독립채산제에 근거해 100% 민간위탁이 되어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 국민들은 쓰레기 수집수거, 정화조 청소가 국가/자치단체에서 직접 운영관리하고 있다고 인식할 정도로 그 성격 자체로는 오히려 국가기간산업보다도 더욱더 공공성이 유지 확대되어야 할 부문이나 '민간위탁에 따른 사무 간소화, 행정효율, 서비스 개선, 예산절감' 등의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논리가 관철되면서 환경관리 업무의 공공서비스 그 기능 자체가 축소, 상실되어가고 있다.
한편 이 글에서는 공공시설환경관리분야의 사유화에 따른 폐해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과 대안을 다루기에 앞서 청소용역업체의 재계약 문제를 다루고 나중에 기회가 닿는대로 본연의 주제를 다시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청소업체 용역 재계약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80년대 후반부터 집중적으로 민간위탁(사유화)이 진행된 생활쓰레기 수거청소업의 경우 용역 재계약의 문제는 환경미화노동자들의 고용/근로조건의 불안과 하락뿐만 아니라 재계약을 둘러싼 각종 이권의 개입과 이에 따른 비리가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특히 청소예산은 100% 국민 세금으로 용역업체에 지급, 운영되고 있으며 노동조합이 대략적으로 추산하기에 전국 24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낭비되는 청소예산액은 무려 1,000억원 대에 이르는 지경이다.
그러면 어떠한 방식으로 이와 같은 비리와 예산낭비, 환경미화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력 초과착취가 이루어지는지 지방자치단체와 청소업체의 용역 재계약 방식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청소업무의 민간위탁을 완료한 지방자치단체는 차기 년도에 소요될 청소예산을 산출하기 위해 청소용역 원가계산기관에 원가용역조사를 의뢰하고 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예산을 정한다. 산출된 청소예산은 환경미화원의 임금(직접노무비)을 비롯하여 재료비(차량유류비, 차량수리비), 간접노무비 등으로 그 항목이 잡히며 매년 지자체와 청소용역 계약을 따낸 용역업체에 전액 지급되고 용역업체는 이 청소예산으로 청소업무를 1년간 수행한다. 언뜻 보면 합리적 방식에 의해 청소예산이 지급되고 청소행정이 운영되는 듯 보이나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비리와 비효율, 낭비 그 자체이다.
첫째, 지방자치단체의 청소행정의 실질적 지도감독의 포기와 방관 문제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환경보호과 등의 환경미화 주무부서에서 청소행정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도록 되어 있으나, 민간위탁 이후 환경미화노동자들의 근로조건 보호의 문제를 용역업체에 떠넘기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또한 민간위탁의 주요한 근거로 작동한 '지자체 사무의 간소화에 따른 행정능률 향상'의 목적은 민간위탁 이후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용역업체와 원가용역계산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부실과 이들간의 비리 유착으로 인해 청소예산이 민간위탁 이후 오히려 증액 편성되어 용역업체에 지급하는 기막힌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둘째, 전문청소용역 원가계산기관의 신뢰성 문제이다. 수천만원 대의 프로젝트비(지자체 예산)를 받고 원가용역계산을 하는 민간경제/경영연구소들은 공신력과 신뢰성이 떨어지는 기관들이 대부분이다. 원가용역계산을 위해서는 자치단체 내 인구수, 세대수, 도로상황, 작업차량, 작업 인원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함에도 1∼2주 동안, 빨리는 3∼4일 내 300∼400쪽의 원가용역보고서를 부실한 내용으로 급조할 뿐만 아니라 용역업체 자본가, 비리에 유착된 공무원들의 구미에 맞게 예산을 증액 편성시키도록 보고서의 내용을 조작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셋째, 청소용역업체의 문제이다. 청소용역업체는 지방자치단체와 1년 단위의 용역재계약을 자유입찰경쟁이라는 형식으로 수탁받게 되어 있으나 대부분의 청소용역업체는 자치단체 구역 내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며 사실상 수의계약을 통해 수탁을 안정적으로 보장받고 있다. 특히 용역업체는 편성된 청소예산의 10∼20%를 이윤 형태로 의무적으로 보장받을 뿐 아니라 간접노무비를 통해 이중으로 이윤을 보장받고 재료비(주유비, 차량수리비) 횡령을 통해 삼중의 이윤을 보장받을 뿐 아니라 행자부에서 책정, 지급한 환경미화원 임금을 용역업체라는 사기업의 특성을 활용하여 중간 갈취를 통해 사중의 이윤을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민간위탁 철회, 재직영화 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결국 용역 재계약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당사자는 바로 국민들과 환경미화노동자이다. 민간위탁과 용역재계약 과정에서 낭비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은 바로 국민의 혈세이며, 환경미화노동자들의 노동의 불안정성에 따라 청소업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서 겪게 되는 생활의 불편이라는 이중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또한 환경미화노동자들은 민간위탁과 1년단위 용역 재계약 과정에서 끊임없이 고용불안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며 계속적인 임금삭감과 근로조건 악화에 따른 고통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청소업무의 민간위탁은 애초 '예산절감, 행정능률 향상, 청소업무 서비스 향상, 환경미화노동자 근로조건 개선' 어느 하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적 자본의 이윤 보장만을 위한 것이며, 이를 확대·강화하는 것이 바로 용역 재계약인 것이다.
따라서 공공시설환경관리분야의 용역 재계약 문제는 민간시설관리의 용역 재계약의 문제와 본질적으로 그 궤를 같이 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의 가장 빠르고 쉬운 해결책은 용역 재계약의 요건 강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민간위탁 철회, 재직영화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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