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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출범의 의미

:: 2002-10-23   조회: 2716  첨부파일: 3-쟁점.hwp

▲ 사진 출처 2002.9.14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창립총회

2002년 9월 14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창립총회를 했다. 철폐연대는 '불안정노동철폐운동을 자신의 과제로 하는 활동가들의 연대체'라고 위상을 규정했다.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의 역사가 길지 않고 지금도 피눈물나는 투쟁의 과정에 놓여있지만 우리는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의 과정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철폐연대의 창립이 그 희망을 더욱 밝게 하기를 우리는 원한다.



1.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기반

우리는 2000년 5월 말을 기억한다. 파견법으로 인한 방송사 비정규 노동자들의 대규모 학살, 그리고 치열한 투쟁 속에서 우리는 파견노동자들의 고통을 알게 되었다. 2년마다 한번씩 주기적으로 노동자들을 해고하면서도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뻔뻔한 법의 존재를 우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96년 말 날치기를 하면서까지 자본과 정권이 통과시키고자 했던 법이 바로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였다는 것을. 이 두가지 법이 노조의 정치활동금지나 복수노조 금지와도 맞바꿀 만큼 자본에게는 소중한 법이었다는 것을.
그것은 자본이 이제는 '노동유연화'를 자신의 가장 중요한 기조로 삼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의 무한경쟁에 기반한 신자유주의가 세계를 휩쓸면서 한국의 자본 역시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유연화를 시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동력 유연화를 위해서는 먼저 해고가 자유로워야 했고, 지금까지 인정되지 않았던 중간착취가 합법화되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투쟁을 무릅쓰고 그 두가지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90년대 중반 이후로 지속된 구조조정의 제도화로서 정리해고와 근로자파견법은 90년대 말 들어서 위력을 발휘했다. 이제 더 이상 안정한 고용은 없다. 각 사업장마다 용역, 외주화, 아웃소싱이 진행되면서 노동자들이 간접고용으로 전환하고, 정리해고를 한 자리마다 비정규직이 들어섰다. 그리고 이제는 신규채용이 전혀 없이 비정규직들로만 일자리가 채워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단지 정규직이 줄어들고 있다는 데에서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존재로부터 오는 각종 고통이 노동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직영이었다가 용역으로 전환한 이후 예전의 반밖에 안되는 40만원의 임금을 받던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자들,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규모로 노동자들이 해고된 후 3년 만에 150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과로사할 수밖에 없었던 우체국 상시위탁집배원 노동자들,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며 6년 가까이 일하다가 도급으로 전환하라며 정리해고를 하는 바람에 길거리로 내쫓긴 7,000명의 한국통신계약직 노동자들, 단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당하고, 두들겨 맞고, 가정이 파탄나야 했던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리 앞에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이렇게 많아졌다는 것, 정규직의 고용과 노동조차도 이제는 위협당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만 우리가 불안정노동철폐연대를 건설하게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철폐연대를 건설하게 된 가장 큰 기반은 지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었다.
평균 50이 넘는 연세에도 지치지 않고 46일간의 파업투쟁을 벌였던 서울대 시설관리 노동조합의 투쟁에 함께 하면서 우리는 힘을 얻었고,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농성천막을 치다 전경들에게 천막이 찢겨 울부짖으면서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다시 투쟁에 나섰던 방송사비정규 노동조합 동지들을 보며 마음을 다졌다. 비록 자본의 탄압 때문에 조합원이 4명밖에 남지 않았지만 다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고 노동조합 민주화에도 힘을 보태면서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SK인사이트 코리아 동지들에게서 위로를 받고, 517일간의 투쟁에도 서로를 보듬고 극한투쟁을 하면서도 동지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보여준 한국통신계약직 동지들에게서 우리는 희망을 보았다. 그리고 여의도에서 차량을 도끼로 부수고 들어오는 전경에 맞서 온몸으로 저항하던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 동지들에게서 끈기와 집념을 보았다.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우리 운동에서 비정규직이 아무리 많이 늘어난들, 비정규직의 고통이 아무리 심해진들, 이처럼 비정규직 투쟁을 우리의 과제로 삼을 수 있었겠는가. 새롭게 투쟁으로 일어서는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어렵더라도 희망을 만들기 위해 전진할 수 있었겠는가.
또한 명동성당에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 분쇄와 노동비자 쟁취'를 외치면서 자신의 삶을 바쳐 투쟁하는 이주노동자 동지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독소조항을 폐지하라며 음독하셨던 장애인 최옥란 동지,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장애인 노동권 쟁취의 깃발을 세운 OPENSE 동지들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가 '불안정노동철폐'를 자신의 과제로 삼고 전진할 수 있었겠는가.

2. 그동안의 투쟁에서 나타난 한계

그러나 투쟁이 아무리 자양분이 된다 하더라도, 투쟁을 하면서 나타난 한계들을 극복하지 않는다면 투쟁은 단지 투쟁일 것이다.

처음 우리는 투쟁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면서 그 투쟁을 확대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힘을 쏟았다. 연대를 확대하고 많은 동지들이 이 투쟁을 지원하면 승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투적이고 헌신적인 비정규직 동지들의 투쟁에 기대서 우리는 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만들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바람일 뿐이었다.
우리는 투쟁에서 계속 패배했다. 노동조합을 만들자마다 길거리에 내쫓기고 투쟁이 장기화하면서 동지들은 지쳐갔다. 정규직들처럼 노동조합 만들어서 한판 열심히 투쟁하고 임단협을 쟁취한 후 안정화하면 이제 일상적 활동으로 돌입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제도적 한계 때문에 지쳐갔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는' 법원의 판결로 인해 자본을 교섭에 끌어낼 수 없고, 계약직 노동자들은 계약기간이 끝난 이후 바로 해고되었다.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투쟁한 이후 재계약을 할 수 없었고, 재계약을 하더라도 활동가들에 대한 탄압이 심해졌다. 불법파견으로 판정을 받아도 '불법파견의 경우 노동자들은 보호받을 수 없다'는 황당한 판결이 노동자들을 괴롭혔다. 노동조합을 만들자마자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계약해지 당하고 길거리로 내몰려서 투쟁의 대상조차 분명하지 않은 채 장기투쟁으로 가는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있었다. 2년마다 한번씩의 주기적 정기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 때문에 파견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은 힘을 잃었다. 복수노조금지조항으로 인해 계약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합법성을 인정받을 수 없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이라는 희한한 제도 속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강제추방의 위협에 시달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노동기본권의 박탈이 자본의 필연적인 선택이었다는 점이다. 노동의 불안정화는 기업 외적으로 불안정노동층의 노동권 박탈을 전제로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고 투쟁을 하게 되면 그 자체로 자본의 의도가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자본은 반드시 불안정노동층의 단결과 투쟁을 봉쇄한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업체의 사용자성 불인정과 부당노동행위 때문에, 직접고용 비정규직들은 복수노조 금지조항과 계약해지 때문에 권리를 인정받지 못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성 자체를 부정 당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이라는 허울 좋은 제도 속에서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인 노동자들은 고용 자체가 부정 당한다. 자본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시혜'로 바꾸고, 자신들이 허락하지 않는 한 권리를 찾을 수 없게 만든다. 이러한 노동권의 부정은 단지 상대적으로 더 불안정한 노동자들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다. 더 불안정한 노동자들의 존재 그 자체가 전체 노동자들의 단결을 해치고 이것은 실질적으로 노동권을 무력화한다. 결국 불안정노동층의 노동권 박탈은 전체 노동자들의 노동권 박탈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런 제도적 문제들만 우리를 괴롭힌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정규직과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공동의 전선을 만들지 못했던 것이 투쟁의 한계를 증폭시켰다. 노동유연화가 전면화되면서 노동자대중은 단일한 대중이 아니다. 자본에 의해 찢기고 위계화된 분열된 대중이다. 지금의 구조에서 계급적 집단성은 자본에 의해 유폐되었다. 조직된 대공장 남성 노동자들은 언제부턴가 이러한 위계와 분열의 위 서열을 차지하게 되어버렸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정규직 대공장 남성 노동자들이 단결과 연대를 외쳐도, 자신의 사업장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전체 노동자들로 단결의 눈을 돌리지 않는 이상 허구이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의 성장 과정에서 자본의 분할전략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왔던 지금까지의 관행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자신의 이익에만 젖어들도록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단결과 연대를 이야기하면 정규직 노동자들은 반발하게 된다. 아직 우리는 이것을 극복하는 사례를 전적으로 만들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자생적인 투쟁, 개별적인 투쟁에 기대서 이 투쟁을 확대하려고만 했다. 그러다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기대를 밀어넣기도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매우 치열하고 전투적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계급의식에 기반한 것이기보다는 현실의 고통스러운 상태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무리에 가서는 자본의 작은 떡고물에도 쉽게 마음이 흔들리고 투쟁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가 곤 했다.
게다가 지금 우리에게 닥친 문제들은 단지 한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선도적인 투쟁으로는 도저히 돌파할 수 없는 한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도 이것은 한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뚫고 나가려고 했기 때문에 그 투쟁은 번번이 깨지고 노동자들은 찢겨나갔다.
결국 우리는 개별 투쟁에 의존해서 비정규직 투쟁의 총체적 전선을 만드는 데에 실패했던 것이다. 투쟁이 한번 휘몰아치고 아픈 상처들을 보듬고 있는 지금에 와서야 우리는 비정규직 투쟁이 개별 사업장의 선도적 투쟁으로서가 아니라, 비정규직 전체의 공동투쟁으로 만들어져야 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넘어서는 구조조정 반대투쟁으로 승화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아직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자신의 과제로 삼고 나가기에는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 그동안의 운동 관행과 체계를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문제인 것이다.
투쟁에서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한다면 비록 패배했더라도 그 투쟁이 이후 비정규직 투쟁의 씨앗이 되도록 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이기는 싸움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그토록 치열하게 투쟁했던 동지들은 어디로 갔는가? 투쟁의 과정에서 동지들은 하나둘씩 지쳐서 떨어져나갔다. 그 동지들이 다시 이곳저곳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비정규직 투쟁을 확대하는 전사로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이것은 투쟁의 치열함과는 달리 우리가 이 동지들을 추스르고 활동가가 되도록 함께 투쟁의 전망을 논의하고, 운동의 의미에 대해 논의하는 일을 게을리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이것이 당장 시작되지 않으면 비정규직 투쟁은 만은 상처만 남긴 채 다시 수그러들게 될지도 모른다.

3. 새로운 투쟁의 시작

이제 우리는 새로운 투쟁의 시작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생적 투쟁에 기대 폭발적으로 일어났던 비정규직 1세대 투쟁을 마무리하고, 이제 정말로 목적의식적이고 힘있게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한다. 바로 거기에 철폐연대가 기여하고자 하는 것이다.
철폐연대는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을 자신의 과제로 하는 활동가들의 연대체'라고 앞서 이야기했다. 이것은 철폐연대가 과제 중심적 조직이라는 의미이다. 철폐연대라는 조직의 강화가 아니라,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을 구석구석에서 강화하고 동시에 그 투쟁이 전국화되고 상호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미이다. 지금까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과제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무엇인가?
첫 번째 우리에게는 자생성을 넘어선 목적의식적 조직기획을 위해 투쟁의 주체를 세우는 것이다.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을 위해서는 투쟁의 주체를 세우는 과제가 가장 중요하다. 그 중심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있다. 지금까지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해왔지만 자생적 투쟁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한 채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이제는 자생적 투쟁을 넘어서 목적의식적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비정규직 노동자 스스로의 대중조직이 노동조합을 광범위하게 건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철폐연대에서는 시설관리 노동자, 사내하청 노동자,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대형유통할인매장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조직특위를 만들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건설을 지원하고 조직화 매뉴얼을 만들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건설을 방해하는 여러 요소들을 검토하여 그것을 분쇄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또한 각 지역마다 많은 비정규직 투쟁이 있었지만 이 투쟁의 의미들 이 상호 공유되고 사회화되는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투쟁의 경험은 개인의 경험으로만 남아있고, 새로 만들어진 노동조합은 동일한 어려움을 답습한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우리 모두의 것으로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
그런데 그동안 많은 투쟁이 벌어졌는데도 투쟁의 주체들은 현재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의 주체로 많이 남아있지 않다. 주체를 만드는 작업은 단지 노동조합을 대중적으로 건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투쟁을 통해 성장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존권 투쟁을 넘어서서 불안정노동철폐 자체를 자신의 과제로 삼을 수 있도록 함께 논의하고 교육하는 과정을 밟는 것이어야 한다. 그럴 때에야 투쟁의 승패 자체와 상관없이 투쟁했던 비정규 노동자들이 이후 폭발적인 투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철폐연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특성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비정규직 노동교실을 열 것이다.
그러나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은 단지 불안정노동자들의 핵심인 비정규직 투쟁 주체들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민주노조운동 전체가 이 투쟁을 자신의 과제로 삼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공동투쟁을 통해 비정규직화 자체를 분쇄해야 한다. 이것은 민주노조운동이 지금까지 정규직 중심의 운동 관행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민주노조운동 안에서 자신의 발언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지역별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독립적 조직체계를 만들고 그것이 민주노조운동 안에서 전국화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둘째, 지금까지의 한계를 넘어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불안정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 자체가 박탈당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 제도라는 어처구니없는 제도에 의해 노동자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건설해도 인력과 재정의 문제로 허덕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와 계약해지로 인해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성 자체를 인정받지 못해서,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복수노조금지조항과 계약해지로 인해서 노동기본권 자체가 말살당해 있다. 노동기본권을 쟁취함을 통해서 노동자들은 투쟁의 대오를 만들 수 있다. 철폐연대는 이주노동자 노동비자 쟁취,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 파견법 철폐 및 원청사용자의 사용자성 인정, 그리고 복수노조 금지조항 철폐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 밑에서 노동자들은 점차로 빈곤화하고 노동강도는 강화된다. 일반노조나 시설관리 노동자들 중심으로 벌어지는 최저임금 투쟁, 장애인과 실업노동자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투쟁 등을 저임금에 대항하는 투쟁으로 세워가면서 실질적인 삶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벌일 것이다. 또한 장시간 노동과 노동강도 강화로 인한 노동자들의 건강권 파괴, 그리고 산재보험조차도 인정되지 않는 현실에 맞서 건강한 삶을 쟁취하는 투쟁을 벌일 것이다.
자본과 정권은 이러한 것도 모자라서 불안정노동자의 노동권 자체를 파괴하기 위한 노동법 개악을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주5일제 논의를 통해서, 경제특구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이러한 음모는 지속되고 있다.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고 노동권을 완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이 외에도 비정규직 문제를 안정적으로 알리고, 투쟁을 지속하기 위하여 수요집회를 더욱 강화하고 안정화한다. 수요집회에 많은 정규직 동지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조직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의 과제로 삼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 외에도 대중적인 매체 발간을 통해서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화되고, 다양하게 알려질 수 있도록 하고, 사회적인 쟁점을 선도할 것이다.
이 투쟁은 철폐연대만의 과제는 아니다. 철폐연대가 이 투쟁에 복무한다 함은 한편으로는 우리의 힘과 노력을 다해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을 벌이는 것이지만, 동시에 그동안 개별적 투쟁의 한계를 넘어 비정규직 공동투쟁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동의 요구와 과제를 자신의 과제로 삼고, 자기 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를 넘어서서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이 투쟁이 정규직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고 전체 노동자들의 문제로 확산되고 함께 투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셋째,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의 전망을 밝히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의 한 부분으로 일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투쟁의 목표는 정규직화가 아니다. 정규직 역시 노동강도 강화와 경쟁으로 고통당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이주노동자와 한국국적 노동자, 여성과 남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영세사업장과 대기업노동자 할 것 없이 노동의 불안정화는 모두가 공통으로 직면하게 되는 상황이며,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은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이야기했다.
이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축으로는 그간 민주노조운동의 관성을 떨쳐버리고 새롭게 주체들이 혁신해야 하며, 또 한축으로는 투쟁으로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불안정노동층 노동자들이 만나 말 그대로 '천만노동자 총단결' 기치를 세워야 한다. 마치 89년 90년 노동운동탄압분쇄를 위해 '천만노동자 총단결'이 제기되었듯이 이제는 노동의 분할과 빈곤화, 경쟁으로 인한 삶의 파괴를 강제하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다시 '천만노동자 총단결'의 기치를 세울 수밖에 없다. 개별 사업장이나 개별 부문이 처해있는 요구를 뛰어넘어 노동자와 민중의 권리를 제기하고, 이것을 '신자유주의 반대'라는 대중투쟁전선으로 확장해가자. 그럴 때 우리는 계급운동으로 만난다.
절대 빈곤층의 확산, 전민중의 빈곤화, 실업의 구조화, 교육과 보건의료의 공공성 박탈, 노동권의 박탈 등 신자유주의적 공격은 일부의 민중만을 향하고 있지 않다. 신자유주의 공세는 전사회 계급과 계층을 향해 이루어지면서 인간의 삶 자체를 파탄시킨다. 경쟁력이 없는 인간은 버려지고, 버려지지 않은 인간들은 다시 자신의 고용기반을 파괴할 노동강도 강화를 수용하며 죽을 만큼 일한다. 실업과 반실업을 반복한다. 가계부채는 쌓이고 생활공동체는 파괴된다. 일부 자본가계급을 제외한 모든 민중들의 삶은 피폐해진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공격에 맞서는 투쟁은 본질적으로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것이다. 말 그대로 대중의 정치투쟁으로 전화될 때 투쟁의 승리도 가능하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수세적 대응을 넘어서서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가치를 세우기 위해, 더 이상 죽지 않고 살기 위해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전세계 불안정노동철폐투쟁단위와 국제적인 연대를 통해서 불안정노동철폐투쟁이 단지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노동유연화 반대와 신자유주의 반대의 힘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많은 동지들이 절망을 말할 때 투쟁으로 희망을 가르친 동지들이 있다. 비록 그 동지들이 지금 지쳐 쓰러져있다 하더라도 새로운 동지들이 또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우리 철폐연대는 항상 함께 할 것이다. 불안정노동이 철폐되고, 인간의 삶을 파탄시키는 극악한 신자유주의 체제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새롭게 세우기 위해 우리는 노력할 것이다.
김혜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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