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8일 일본의 파견노동자가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무차별 살상사건을 벌였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한 자동차 공장에서 시급 1300엔을 받고 일하는 파견근로자.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계속 파견사원으로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여기저기 파견직으로 돌아다니며 근무하다가 계속적인 불안한 고용과 저임금 등에 시달리면서 미래가 불안한 나머지 살인을 저질렀다고 했다. 일명 '묻지마 살인'이라고 부르는 참혹한 살인이었지만, 일본의 파견노동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일본은 1986년부터 파견법이 시행되어, 처음에는 파견업종을 16개 업종으로 제한하다가 96년 26개로 확대하고, 2003년 네거티브 리스트로 전환하였다.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된 이후에 파견 노동자는 급격히 확대되었고, 절대빈곤층 역시 늘어났다. 사람답게 살기위한 삶이 아닌 생존을 위한 삶이 되어버렸고, 자신은 쓸모없는 존재라는 생각에 항상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일본의 파견노동자의 현실이 파견법 20년의 일본이다.
한국 역시 일본과 다르지 않다. 1998년 시행되면서부터 파견노동자는 급격하게 늘었고, 파견노동자들은 2중,3중 착취로 인한 저임금, 장시간노동, 열악한 노동환경 등에 시달리고 있다. 파견노동자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파견법은 개악되어 확대 시행되었고, 그러면서 파견노동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들의 삶은 더욱 고달파지고 있다. 일본의 끔직한 참상이 남의 일이 아니다. 파견법 10년! 우리는 파견노동자의 고통스러운 삶을 담으며, 파견법 폐지에 대한 이야기를 노동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아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화장실도 쉽게 가기 힘든 노동환경입니다"
한 파견노동자의 하루일과이다. 이는 아침 8시까지 회사에 출근해서 8시10분에 조회, 8시30분에 일을 시작하고 오후5시30분까지 일을 한다. 야근은 9시까지 매일있고 11시까지도 일을 하기도 한다. 휴식시간은 10시30분에 10분휴식, 12시30분에 1시간 휴식, 3시30분에 10분휴식, 5시30분에 야근이 있으면 30분휴식 이렇게 있다. 하지만 맘 놓고 쉴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
라인작업이기 때문에 근무중 화장실 가기도 쉽지가 않다. 10시30분에 첫 타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면 화장실은 전쟁터와 흡사하다. 노동자는 100여명이 넘는 곳에서 화장실의 대변기는 3개밖에 없어 종이 치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가는 사람은 줄을 지어 가는 일이 매일 벌어지곤 한다. 휴식시간 10분은 저나 동료들 사이에서는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하지만 담배 한 모금에 커피한잔마시노라면 5분전 예비종이 울리고 사람들은 긴 한숨을 내쉰다. 일하러 준비하라는 예비종은 우리들에게는 언제나 끔찍한 종소리도 들릴 뿐이다. 그렇게 담배한대 피고 현장으로 들어가는 노동자들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화장실에서 전쟁을 벌이던 사람들도 허리춤 졸라매며 현장으로 들어오는 일이 매일 하루 일상이다.
제조업이지만 수많은 파견업체의 노동자들이 함께 노동을 하고 있다. 제조업은 파견금지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파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파견노동자의 하루 일과는 참으로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로 출근하고, 회사에서 일을 한다. 일을 하다보면 야근특근까지 하는 일이 매일이고, 끝마치고 집에 가면 다음날이 되어있다. 그리고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다시 출근하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현실에서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뿐만아니라 노동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노동자 수와 비교하여 턱없이 적은 화장실은 그나마 휴식시간도 짧은데, 이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고, 이들의 건강마저 걱정이 될 정도이다. 또한 별보고 출근해서, 별보고 퇴근한다는 이야기가 이 노동자에게 꼭 들어맞는다. 야간근무는 일상화되어있고, 재충전의 시간은 전혀없다. 여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너무 힘들어서 1개월이상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파견노동자, 현장에서의 차별
사례1.
이것은 이곳 현장의 작업복의 색깔 총 7개 빨강, 주황, 초록, 파랑, 남색, 보라. 검정으로 나누어져 있다. 주황은 반장급 초록은 정규직, 나머지는 각각의 파견업체의 유니폼 색깔이다. 회사는 이렇게 노동자들을 구분하고 분리하여 그들이 편하게 노무관리를 하고 있다. 우리들의 호칭도 처음에는 이름이 아니라 작업복 색깔에 맞은 파견업체의 이름을 부른다. '야!! xx맨파워! 이리와바~~~'라고 말이다.
<사례1>에서 보면 작업복의 색깔로 관리직, 정규직노동자, 비정규직노동자를 갈라놓는다. 이렇게 노동자내부의 위계화를 통해서 노동자의 단결을 막는다. 또한 자본은 이러한 구분으로 노동통제가 용이해진다. 자본에게 이들은 인간이 아닌 그냥 색깔로 구분되는 기계일 뿐이다.
사례2.
비정규직만도 못한 파견직이라고 너무 무시하는게 아닌가 한다. 나는 K모 이통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그래도 이곳 시스템의 대부분을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맡고 있다. 오늘은 설 연휴 전날이다. 본사직원들은 쉰다는데 우리는 나오란다. 외주업체 직원들은 한군데 몰아넣고서 이 곳엔 환풍도 잘 되지 않는다. 온풍기 때문인지 오후가 되면 머리가 띵하다. 나 외에 많은 사람들이 두통을 호소하는데 무슨 방법이 없다.
<사례2>를 통해서 보면, 파견노동자의 노동조건이 한눈에 드러난다. 일단 파견노동자에게 명절은 너무 슬픈일이다. 명절이 되어도 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원청이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파견이라는 이유로 열악한 환경을 이 노동자들이 그대로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점에 대해서 원청은 모르쇠로 일관한다.
사례3.
우리들은 지하 1층의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식비가 4천원으로 그렇게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외부의 식당은 더 비싸고 기다려야 하니깐 주로 구내식당을 이용하게 된다. 대기업의 구내식당이다 보니 시설도 좋고, 식단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나는 식판을 들고 음식을 받기위해 줄을 섰다. "삐" 나의 앞의 정직원은 사원증을 꺼내어 식당에 설치된 단말기에 대었다. 그들에게는 복리후생 차원에서 식비가 무료로 지원된다. 나는 지갑에서 작은 초록색 식권을 꺼내어 식당에 제출하였다.
<사례3>을 보면, 파견노동자의 정신적인 충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매일 남과 다른 행동을 해야하는 자기 자신이 끔찍이도 싫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감수하고, 계속 구내식당으로 갈 수밖에 없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비정규직이 가장 싫은 것이 정규직과의 차별이라고 했다. 그렇듯 이러한 사소한 일상에서도 파견노동자라는 이름으로 이들은 절망감에 빠져든다.
파견노동자의 임금
사례1.
한달 월급이 150만원정도이면 50만원은 파견회사에서 무조건 떼어갑니다. 물론 그 회사는 절대 떼어가지 않는 거라고 기업대 기업으로 계약한거라고 할겁니다. 하지만 떼어가는 거 맞습니다. 제가 여기서 회계를 하는데 제 월급 품의금액과 실수령액은 다릅니다.
사례2.
임금은 최저임금 3770원입니다. 회사의 모든 부서의 파견사원은 3770원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습니다. 야근을 하면 1.5배 10시부터 11시까지는 2배를 받고 있습니다.
사례3.
우리같은 파견직한테 핸드폰 팔아오라는 것도 억울한데 핸드폰 잘 못팔았다고 받을 용역비를 차감해서 지급하는건 졸렬하고 더럽다.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지 따까리역할을 다해주는 사람한테 도데체 연매출 7조 올리는 기업이 이 무슨 찌질한 짓이란 말인가.
사례4.
이외에 직종별 급여 수준을 알아보면, 소위 FD 라 불리는 연출보조의 경우 인력파견회사를 통해 수급을 많이 하는데 보통 월 70-80만원 정도를 받고, 작가보조인 스크립터도 비슷한 수준이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월급으로는 받지만, 계산은 제작에 참여한 프로그램 편당 15만원, 20만원 등으로 일정액이 정해져 있고, 일한 주 만큼 곱해 책정하기도 한다.
사례5.
영화기획사나 영화기획자, 엔터테인먼트의 로드매니저, 영화계 스탭 등은 하려는 사람이 워낙 많아 거의 무보수 수준으로 일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많고, 급여를 받아도 거의 식대와 교통비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월 40만원부터 70만원 정도 수준이다. 열악한 편이고, 다른 직종에 비해 수습기간도 긴 편이다.
최저임금 3770원, 이것은 파견노동자에게는 최고임금이 되고 있다. 노동자 임금의 최저선이 최저임금이 되고 있는 것이 파견노동자의 현실이다. 그리고 파견노동자는 2중착취를 당하고 있다. 일하고 있는 원청업체에게 한 번, 파견업체에 또 한번,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저임금이 될 수밖에 없다. <사례1>에서 보듯이 파견업체에서는 50만원씩 불로소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사례3>과 같이 다른형태로 임금을 떼어먹는다. 임금을 떼어먹는 것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파견법 10년에 파견노동자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제 우리 주변에서 파견노동자를 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노동을 양산하고, 확대하는 자본과 정부는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에서는 기업들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파견 허용업무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일본도 06년 네거티브 방식으로 파견법을 개정하면서 파견노동자가 굉장히 많이 양산되었으며, 그 결과 무차별 살인 같은 끔직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한국사회도 일본의 현실이 머지않은 것 같다. 이러한 삶을 살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파견법을 하루라도 빨리 폐지하고, 비정규직을 철폐하는 길일 것이다. 파견노동자들의 삶은 절망적이다. 우리는 파견법 10년, 다시한 번 파견법 폐지를 위한 투쟁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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