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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11|2002
시설관리 부문을 중심으로 본 ‘용역계약갱신 관행화’에 따른 용역노동자의 사회 문제

:: 2002-11-16   조회: 3340  첨부파일: 3-특집.hwp

1. 들어가며

700만 비정규직의 사회문제, 그 심각성은 이제 사회적, 법적, 제도적 모순으로 구체화되는 단계에 있다. 이러한 비정규직노동자 문제는 초기의 선언적 구호와 모색의 단계('어떻게 할 것인가')를 넘어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적 요구로 모아내야 할 실천의 단계로 이어져야 한다. 이제 비정규직의 문제 중, 각론으로 제기할 시설관리노동자의 사회모순은 현실적 관점에서 보면 '용역계약갱신 관행화(고착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의식은 시설관리노동자의 고용형태가 대부분 간접고용(즉, 용역)에 따른 것이므로 파견법의 적용여부와 관계없이 간접고용 부문 타 업종까지 확대하여 생각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2. 90년대 이후의 경과 및 현황

1) 관련 경과

- 90년대 들어서는 산업 전반에 경영합리화(아웃소싱)가 본격화되었다. 이에 따라 공공과 민간부문을 불문하고 공공시설, 빌딩, 아파트 등의 시설관리업무의 90% 이상이 기존의 직영에서 용역으로 전환되고 해당 종사자들은 비정규직으로 고용형태로 바뀌어 갔다. 한편 이에 편승하여 소자본으로 설립한 용역업체가 우후죽순격으로 난립하고 1년 단위의 경쟁입찰 용역계약은 경비절감을 구실로 합리화되었다.
- 필연적이나 이러한 '저단가 덤핑입찰'은 용역업체간 과당경쟁을 초래하였고 그 결과 시설관리노동자의 일상적 고용불안과 저임금은 굳어진 구조로 정착되었다.
- 특히 지난 IMF 경제위기 이후, 본격적 구조조정 국면을 거치면서 시설관리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은 더욱 더 고착화되었으며 심지어 근기법에 정한 최저임금 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이 허다할 것으로 본다 (고려대학교의 예). 한 마디로 시설관리노동자는 이중착취와 근기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실태이다.

2) 현황

- 흔히 용역계약이라고 하나 법적으로는 도급계약으로 형식을 갖추고 있다. 그 이유는 시설관리 부문에서 '기능직'의 경우는 파견법에 정한 17개 파견대상업무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법적인 형식을 갖추기 위해서다.
- 그러나 이러한 도급계약의 내용을 보면 '출근률 83%(도시철도공사) 유지, 파업 등으로 업무에 지장 있는 경우 용역계약 자동해지(대법원, 고등법원) 등' 의 사실상 열악한 근로조건과 노동3권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독소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이뿐 아니라 노조를 결성하면 자동적으로 용역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의 이면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
- 또한 용역회사로서는 비교적 고용이 안정되어 있는 '동우공영'의 경우라 해도 종업원 수 900명중, 390명 정도만이 직영인력이고 나머지는 '재용역(이중용역)'이거나 '계약직'으로, 더욱 싼 임금으로 채용하여 중층화한 고용 형태로 용역시장에서 저단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 머슴 밑에 머슴이 있는 격이 아닌가.

3. 용역계약의 반복갱신의 관행화, 그리고 사회문제

1) 상시적 고용불안

- 공공부분이나 민간부문의 대기업은 직접투자하여 용역회사를 자회사로 설립('자사용역'이라고도 함)한 후, 시설관리를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경우, 매년 수의계약을 통한 용역계약을 갱신체결하는 것이 관행이었으나 최근 영종도신공항 용역입찰에서 볼 수 있듯, 점차 자유경쟁입찰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 위의 경우를 제외한 아파트나 빌딩, 은행건물, 오피스텔 등은 그야말로 무분별한 '저단가 경쟁입찰 방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실제로 실소유자(또는 입주자대표회의)가 바뀔 경우 이렇다 할 이유조차 없이 용역회사가 바뀌는 경우도 많다.
- 문제는 용역회사가 바뀔 경우 과거 '삼창프라자'나 '은마아파트'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사용주가 마음만 먹으면 해당 노동자는 법적인 아무런 보호 장치도 없이 내쫓길 수밖에 없다(즉, 정리해고)는 것을 최근 법원의 여러 판례를 통해 알 수 있다.

2) 저임금 상태의 고착화
- 덤핑식 경쟁입찰은 '근기법 적용제외'와 같은 악법조항과 더불어 시설관리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상태를 더욱 부채질하며 합법화시키고 있다.
- 아울러 이러한 경쟁입찰은 법적, 제도적으로 아무런 제한과 거리낌 없이 사회적으로 폭넓게 확산되어 있는 실정이며 근로계약은 대부분 포괄임금제 형태(한국통신산업개발의 경우)로 교묘히 근기법의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
- 용역회사의 이윤은 용역단가와 용역노동자에 지급한 차액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윤을 중간착취라는 표현 말고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법조타운지부의 투쟁도 용역회사인 명호개발이 법원과 체결한 용역단가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통해 이윤을 얻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도 법원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즉, '재주껏, 알아서 뜯어 먹으라는 식'인 것이다.
- 전국시설관리노조는 기존의 직영정규직을 사수하기 위해 노심초사 분투하고 있는 영등포유통, 오피스텔지부를 제외한 나머지 지부의 조합원의 고용형태는 예외 없이 용역이다. 이러한 전제를 인정해야 한다면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중간착취 방지'라는 명확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3) 국가,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덤핑식 경쟁입찰'

- 국가나 공공시설의 시설관리에 있어서도 일찍이 용역을 통한 외주화가 관행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해당 부서나 부문이 수의계약을 통해 직접 용역계약을 맺어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부정요소 방지를 위한 공개입찰' 등의 원칙을 내세워 조달청에서 용역발주를 일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 더욱이 이러한 공개입찰의 기준 단가 자체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었을 뿐 아니라 '경비절감'을 그 목표로 하는 만큼, 일반 자재나 공사도급 발주의 내용과 형식이 일관되어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국가가 앞장서서 시설관리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저임금상태를 부추겨 주도해 가는 현실이 아닌가.
- 최근 '법조타운, 서울대공원, 서울대학교, 도시철도공사' 의 시설관리노동자들은 이러한 모순에 저항하여 투쟁하였으나 실질사용자나 용역회사는 스스로 사용자임을 부정하며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노동부나 노동위원회마저 각종 조정위원회 등을 통해 이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 실제로 2001년도 9월, 시설노조 연세대원주캠퍼스의 신규 임단협 과정에서 강원지방노동위원회에 연세대학교를 사용자로서 쟁의조정을 신청하였으나 정작 노동쟁의조정위원회는 참가(참관?)한 대학교측 담당자를 '되돌려 보내고 용역회사를 불러들이는' 해프닝 마저 있었다.

4) 헌법적 권리, 노동3권의 부정

- 대한민국 헌법은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누구나 누려야 할 노동3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병역, 납세 등 헌법적 의무를 700만 비정규직노동자라고 봐 주었을 리 만무한데 정작 국민의 권리로서 노동3권은 공공연히 부정당하고 있다.
- 시설노조 삼창프라자지부의 예를 보자. 2000년 마포에 소재한 '삼창프라자' 건물의 사용주인 'SC건설' 측은 회장의 아들로 하여금 창립자금을 주어 용역회사를 만들어 건물관리를 맡도록 하였다. 해당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비인간적 처우에 저항하여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사용주는 '용역전환, 선별입사'로 간단히 응수했다. 대체인력에 밀리고 구사대에 쫓겨난 노동자들은 로비점거농성을 포함하여 130일간의 투쟁을 완강히 전개하였지만 애초의 목표인 민주노조 건설을 포기하고 엄혹한 현실에 분한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 2001년도 시설노조 출범 이후, 총 25개의 교섭단위(사업장) 신규지부를 설립하였으나 '삼창프라자, 서울대공원대원, 세화여고일주, 서울대공원IBS, 김포공항ASM, 영락교회' 등을 포함, 10개의 지부가 해산 또는 사고 처리되었다. 이들은 설립 직후, 그리고 임단협 투쟁과정에서 '그래봐야 별 수 없다. 용역해지하면 그만이다. 해 볼테면 해봐라'는 식의 사용자들의 협약과 탄압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전가의 보도'.., 이는 시설관리 용역사용자들에 있어서도 단골수법인 것이다.
- 결국은 이러한 저임금, 고용불안은 높은 이직률(법조타운의 경우 : 평균근속년수 6개월에서 1년)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현실이다. 법조타운의 용역회사인 명호개발은 해당 직원들에게 작업복조차 별도로 지급하지 않고 직원들도 이에 대해서는 별 불만이 없다. 왜냐하면 퇴사자들이 벗어놓고 나간 작업복만 해도 넘쳐나기 때문이다.
- 비정규직으로서 시설관리노동자의 제도적 모순이 사회쟁점으로 떠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조직률이 워낙 낮고 투쟁이 소규모 사업장 단위로 분산되어 집중성과 사회적 파급력이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5) 환경미화원.., 최저임금제의 허상

- 지하철에서 아파트, 빌딩, 학교, 병원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이 들이 법정최저임금에 해당하는 환경미화원 노동자들이며 대부분 50대, 비교적 고령의 여성노동자들이 대다수이다. 앞서 고려대학교의 예에서 보듯, 차마 임금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최저임금 위반이라고 고소, 고발 조차 엄두를 못내는 실정이다.
- 최근 서울대를 비롯하여 연세대원주, 인하대 등에서 환경미화원, 경비원을 중심으로 노조설립 시도가 있었다. 단협을 쟁취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한 사례도 있지만 대학교 측과 용역회사가 사주공모하여 노조를 파괴한 사례가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전북대학교에서도 올 10월, 해당노동자들의 최저임금제 위반시비에도 '예산과 용역비가 이미 연초에 책정되어 추가인상이 불가', '사용자가 아니므로 용역회사에 따지던가 고발하던가 하라'며 응수하고 있다. 용역회사에 가서 책정된 용역비 이상을 요구하라는 뜻인가. 누가 대학을 양심과 지성의 전당이라 했던가.
- 올해의 법정최저임금 51만 4,150원의 실제적용대상은 우리들의 어머니요 누이인 50∼60대 여성노동자들이었다. 그러나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심지어 급여명세서 조차 없는 실제 현장에서 그 적용을 사용자들의 양심에만 맡겨진 채,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5. 맺으며

비정규직의 사회적 모순을 해결할 궁극적 대안은 당사자이며 주체인 비정규직노동자가 스스로 사회적 정체성을 가질 때에만 가능하다고 본다. 80년대에 민주노조 운동을 통해 현장노동자들이 '공돌이, 공순이'가 아닌 노동자라는 자기인식을 갖게 했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물론 비정규직노동자의 조직화와 투쟁에 민주노총을 포함한 민주노조 진영의 올바른 이해와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나 이것이 단순한 시혜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은 한다'는 식의 접근은 운동적 대안이 될 수 없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관점과 안목을 갖고 비정규직 노조운동 주체의 발굴, 육성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시설관리를 포함한 비정규직 조직화는 목적의식적이고 공세적 조직화였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오히려 해당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생존권적 요구와 투쟁을 측면 지원하거나 보조한 것에 그치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는지. 지난 경제위기, 구조조정 국면을 거치며 노동현실은 80년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 하다. 700만 비정규직의 문제를 앞에 놓고 민주노조 운동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투쟁해야 할 것인가.
구권서 | 전국시설관리노동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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