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3일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이 확정될 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 운운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기간제 노동의 사유규제, 파견법 폐지, 특수고용직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등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모두 비켜갔다. 철저히도 자본의 노동유연화에 조응하고 있는 노사정위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 기간제 노동자 보호의 핵심은 철저한 사유규제를 통한 비정규직 사용억제에 있지만, 공익위원안의 기본 문제의식은 자본의 노동유연화 공세에서 양산된 기간제노동을 중요한 고용형태로 승인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자본의 입장을 전제하고 있는 노사정위가 사용규제 방안을 채택할 리 없었다. 공익위원안은 결국“남용에 대해서는 적절히 규제하여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로 인해 상시업무에 투입되어 있는 기간제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안정된 고용을 보장받게 되는 일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근로계약이 정해진 기간동안만 보장되는 불안정한 고용형태 자체가 바로 일상적인 저임금과 차별을 양산한다는 것에 대해 노사정위는 눈감아버린 것이다.
또한 공익위원안은 근로관계가 일정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지속되는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한다는 보호조항을 가장 주요한 기간제 노동자 보호방안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조항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고용의 안정성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이미 파견법을 통해 그 폐해를 혹독하게 겪어 왔기 때문이다. 1998년 파견법이 통과 시행되면서 파견노동자 2년이상 고용시 직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직접고용의제조항(6조 3항)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기만했는지를 기억할 것이다. 직접고용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자본은 2000년 파견노동자들에 대한 대학살을 시작했고, 이후 계속해서 2년마다 무더기 대량해고가 자행되고 있다. 기간제노동자마저 또다시 파견노동자들처럼 주기적 해고를 감내해야 하는 것인가.
▷ 파견노동자 관련 보호방안을 보면 합법파견 노동자들에게 2년마다의 주기적 해고를 강요하고 있는 파견법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이는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의 핵심을 노사정위가 의도적으로 비켜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부분이다. 파견법이 파견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없는 법이라는 것은 이미 증명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파견법은 중간착취를 합법적으로 용인함으로써 파견노동자들의 저임금을 양산해냈고, 직접고용의제조항은 오히려 노동자들을 2년마다 주기적으로 해고하는 철퇴가 되었다. 실질적 권한을 가진 사용사업주에 대해서는 노동법상 어떠한 권리도 요구할 수 없었으며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면 업체 계약해지로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는 파견노동자들의 고통의 근원, 파견법 폐지를 통해서만이 이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철저히 외면했다.
▷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서는 '유사근로자의 단결활동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보호하는 안에 대한 검토가 있있다. 기존의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의 전면, 또는 일부적용 문제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독립적인 특별법으로 특수고용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는 2000년 정부가 특수고용형태노동자에게 노동3권과 임금, 해고 등의 근로기준법 일부적용을 보장하겠다고 했던 '준근로자 보호방안'에 비해서도 훨씬 후퇴한 안이다.
유사근로자 특별법에서 부여하겠다고 하는 단체조직권, 교섭권, 체결권은 전교조나 공무원과 같이 노동3권의 일부를 제약하는 노동2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유사근로자 특별법에는 특수고용이 노동자라는 기본규정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노동자가 아닌 자이지만 보호가 필요하기에 단체를 결성할 수 있게 하고 여기에 교섭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특별법이 없어도 현재시점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며, 오히려 이미 적법한 절차를 거쳐 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설립신고필증을 받고 임단협에서 파업에 이르기까지 일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서 이미 보장되고 있던 노동3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노조를 해산하고 협회로 헤쳐모여라. 이것이 공익위원 검토안의 실체인 것이다.
■ 비정규직 확대 양산의 내용을 담고 있는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의 문제는 비정규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비정규직확산의 과정에서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들은 오히려 정규직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 기간제 노동자 보호방안에서 제출된 계약기간의 원칙 부분을 보면, 계약기간의 원칙을 1년에서 일정기간(X년)으로 확대하고 일정기간(X년) 이상 고용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노동자로 간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간제 노동의 기간이 일정기간이 현재 1년에서 2~3년으로 확대되고 나면, 자본은 오히려 정규직 노동의 비정규직화를 가속화시켜 상시적인 업무에까지 기간제 노동을 적극적으로 투입할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전환, 또는 자연감소된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상시업무의 계약직 사용은 더욱 확대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 노사정위 공익위원안 파견노동자에 대한 보호 방안을 보면 파견근로허용 대상업무 범위를 조정하기 위해 노사가 참여하는 별도 기구를 마련키로 했다. 중간착취를 용인하는 파견노동을 억제하기는 커녕 파견대상업무를 계속 확대하는 데 발판을 마련해준 셈이다. 노사정위는 자본이 계속해서 주장해온 파견노동의 범위 확대에 긍정적 반응을 보여왔으나, 유연화된 방식을 채택하고자 했다. 당장에 자본의 손을 티나게 들어주기 보다는 대상업무 확대를 전제로 한 새로운 기구로 노동자들을 끌어들여 노사정 합의라는 이름으로 파견업종의 확대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파견업종의 전면적 확대 속에서 정규직 노동의 파견노동으로의 전환이 가속화 될 것이다. 외주 아웃소싱의 구조조정과 함께 정규직 노동의 간접고용화가 확대될 것이 뻔하다.
▷ 특수고용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및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특정 사업주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이로 얻은 수입으로 생활하는 자 △타인을 고용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자 △노무제공에 있어서 직간접적인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자 등과 같이 유사한 지위에 있는 자를 '유사근로자'로 명명하고 이러한 노동자들에 대해서 단체조직권, 교섭권, 협약체결권 등을 부여한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98년 파견법이 통과된 이후 파견노동이 용인되는 순간 파견 회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파견노동이 급속히 확산되었듯이, 유사근로자 특별법의 통과 이후에는 정규직 노동에 대한 특수고용직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다. 유사근로자의 범위가 새롭게 규정되면, 이는 자본의 특수고용 선호에 기름을 붙는 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고 노동비용을 줄일 수 있는 특수고용직 전환이 자본 내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 시점에 개인도급이 가능한 업종의 특수고용직 전환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 공익위원안은 비공식부문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역시 완전히 박탈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유사근로자 특별법은 사업자등록증의 강제발부를 통해 자본의 입맛대로 멀쩡한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특수고용직으로 만들어버리는 현실을 간과해버린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은 또다시 노동자냐 유사근로자냐 사업주냐의 경계에 서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현재 비공식부문에서 노동법의 적용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당연히도 유사근로자로 분류되어 현재에도 보장받고 있지 못한 노동기본권을 여지없이 완전 박탈당할 것이다.
어떻게 투쟁해야 하는가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안은 정부로 이송되어 정부입법의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다. 6월 말 빠르면 6월 말 정도에는 노동부에서 특수고용 보호방안을 제외한 정부입법안이 마련되고 9원 정기국회 때 통과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5월 23일, 이미 논의의 준거틀이 되는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이 확정되었다는 것이며, 자본과의 힘겨루기 속에 이와 엇비슷한 수준에서 결정이 날 것이라는데 있다. 자본은 노사정위 공익위원안이 마치 친노동자적 안인 양 엄살을 떨고 있지만 현시기 노동의 대응은 미비하다. 9월 정기국회까지를 투쟁의 시기로 설정하고 지금부터 투쟁주체를 만들어내야 한다. 비정규 주체부터 세워내자. 이를 위해서는 중앙, 연맹, 지역본부의 역량이 총 동원되어야 한다. 더 이상 민주노총 간부상경투쟁으로 총력투쟁을 대체해서는 안된다. 상징성이 아닌 실질적인 저지투쟁을 만들어 나가자. 반대한다는 입장표명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막아내겠다는 결의를 조직해야 한다.
▷ 비정규 대표자 회의를 통해 비정규대회를 조직하자!
비정규노조가 전국에 수십 개가 존재하지만, 아직 비정규노동자들의 공동의 요구를 내걸고 제대로 된 결집을 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전국에 있는 수십개 비정규노조의 직접적인 소통과 논의의 공간이 절실하다. 연맹이나 지역본부 담당자들을 통한 간접적 방식이 아니라 비정규주체들의 고민을 직접적인 결의로 조직해 나갈 수 있는 단위가 필요한 것이다. 민주노총 내 정식적인 의결단위로 만들어지는 데 당장의 어려움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일단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필요로라도 시급히 조직되어야 한다.
비정규 대표자회의를 통한 결의를 바탕으로 전국에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이 투쟁의 주체로 전면에 나설 수 있는 비정규대회를 조직해야 한다. 이 과정은 기존의 조직범위 - 서울지역의 비정규노조와 지역의 몇 개 투쟁사업장으로 국한되어서는 안된다. 연맹산하, 지역본부산하 단위노조, 지역일반노조를 포함하여 투쟁 주체를 새롭게 발굴하고 세워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금부터 노동조합, 정당, 단체를 포함하여 각 지역의 비정규 운동을 담당하고 있는 동지들은 새롭게 투쟁을 조직한다는 결의로 비정규노동자들의 결집을 준비해 들어가야 한다.
▷ 핵심 투쟁주체를 발굴하자!
이렇게 비정규 노동자들의 결집을 통해 확인된 동력을 바탕으로 핵심주체를 발굴해야 한다. 선봉대도 좋고 실천단도 좋다. 문제의 심각성에 동의하고 실천을 결의할 수 있는 핵심대오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법안 상정시 실질적 저지투쟁을 조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핵심주체들의 투쟁을 바탕으로 정규직을 포함한 투쟁 주체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노조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핵심투쟁주체들이 형성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 착목하자. 그리고 이는 반드시 비정규노동자들의 총결집을 전제로 한 것이어야 한다.
▷ 정규직노동자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각인시켜야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비정규직 보호방안의 칼날은 실제 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해 있다. 비정규직 보호를 핑계로 한 정규직노동의 불안정화가 핵심 목표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또다시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문제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라고 치부해서는 빠르면 일년 안에 정규직들을 공격하기 위해 날아오는 칼날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공익위원안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정부입법안이 비정규직 양산법안임을 명확히 하면서 임단협 시기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만 6-7월 민주노총의 총력투쟁 속에 비정규직 투쟁이 상징적인 문구와 구호에 그치지 않는 투쟁으로 조직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젠 더 이상 노사정위원회의 기만성을 들먹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9월 임시국회를 향한 독립적 투쟁계획을 수립하고 노동자의 대안으로 맞서야 할 것이다. 기간제 사유제한, 파견법 완전 철폐,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 인정을 향한 투쟁의 고삐를 당기자. 이것이 자본의 노동유연화 공세에 정면으로 맞서는 투쟁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