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 일컫는 고속철도가 2004년 4월 개통되었다. 고속철도는 사업결정 순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개통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그러나 고속철도의 그 많은 문제점 중에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여승무원 외에는 별로 드러난 게 없다.
고속철도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온통 고속철도에 대한 불만으로 도배되어있다. 그 중 고속철도에 대한 칭찬 중에 유일한 것이 있다면 바로 여승무원의 친절함에 대한 것일 게다. 여기저기 승무원을 칭찬하거나 고맙다는 인사 글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승무원의 웃음 뒤의 고통에 대해 승객들은 알고 있을까? 고속철도 여승무원 345명은 모두 철도외주업체가 채용한 철도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고용불안 속에 연봉2,200만원으로 계약했지만 계약금액의 60-70%만 받고 있다고 한다. 거기다 성희롱까지……. 그러나 실태가 알려졌다는 것은 그만큼 개선 가능성이 커진 것이므로 실태가 드러난 것은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른다. 실제 여승무원은 고속철도 관련 노동자 중에서 그 실태가 드러난 유일한 직종으로 고속철도 관련하여 노동자의 실태는 드러나 것은 거의 없다.
철도에는 고속철도 개통 과정에서 수많은 외주업체가 들어왔다. 철도가 신규인원을 거의 채용하지 않고도 고속철도를 개통할 수 있었던 것은 일반철도 정규직노동자와 철도 직접고용비정규직, 그리고 외주업체 소속인 간접고용비정규직 노동자의 희생 위에 가능한 일이었다. 철도청은 고속철도 필요인원 2,676명 중 1,450명은 일반철도에서 차출하고, 외주화 667명, 순수 증원은 559명이라고 산정하였다. 더욱이 외주화 인원에는 열차승무가 117명으로 되어 있지만 고철여승무원은 354명이나 된다. 따라서 처음 철도청 계획보다 훨씬 많은 범주와 인원이 외주화 된 것으로 보이며 그 규모와 실태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고속철도 개통 이전에도 철도에는 전 업종에 걸쳐 다양한 영역이 외주화 되었지만 외주화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속철도 개통 이전의 외주화 실태를 간단히 살펴보자.
먼저 철도에는 많은 역사가 위탁발매를 하고 있고, 이를 담당하는 파발마를 비롯한 많은 위탁업체가 있다. 그리고 철도회원을 관리하고 매표를 담당하는 철도회원협력회, 객차와 역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홍익회․홍익매점, 일반열차와 전동차 내, 각종비품을 공급․비치하며 청소와 오폐수를 담당하는 향우산업과 철도종합서비스, 수도권전동차 중수선을 담당하는 철도차량엔지니어링, 주차장관리․건널목관리․위탁발매업을 하는 파발마, 궤도 중수선을 담당하는 44개 외주업체 등 철도는 이미 전업종에 걸쳐 외주화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파악 부분이 더욱 많을 것으로 판단되며 특히 외주업체에 소속한 노동자들의 숫자나 노동조건 등 그 실태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한편 철도청은 공사화와 고속철도 개통과 관련하여 철도인력 9천여명 외주화를 핵심으로 하는 ‘향후 인력소요에 대비한 인력운용 효율화방안 검토’란 문서를 발표하였다. 그 문서에 의하면 일반철도분야 외주화로 산정된 인력은 총8,446명이고 고속철도 외주화 인원은 667명으로 되어 있다. 일반철도 외주화는 직종별로 보면 운수분야가 2,434명, 운전분야가 1,397명, 토목분야가 1,109명, 건축분야가 240명, 전기분야가 1,049명, 차량분야가 2,067명, 기타분야 150명이다.
고철 필요인원 중 1,450명을 일반철도에서 차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반철도는 신규채용은 거의 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고철파견을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일반철도에는 비정규직이 대폭 확대되었지만 비정규직 채용으로 정규직이 빠져나간 빈공간을 채우기는 불가능하기에 현장은 심각한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철도청은 일반철도 영역에서도 외주화를 착수했다. 고속철도 정차역 청소부문이 외주화한 데 이어 2004년 4월 1일자로 직접고용 비정규직이 담당하던 기존 철도역사의 청소부문을 외주화했다. 그 인원은 대략 6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지역은 강북과 강남으로 나누고, 대전지역, 부산지역, 순천지역으로 권역을 나눠 외주화했다. 그리고 직접고용이었던 준비기관사 120명에 대해서도 3월 1일자로 용역화를 단행했다. 이로써 철도는 2월 말 3,295명이던 비정규직 규모가 4월말은 2,700명 정도로 축소했다. 철도청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직접고용비정규직을 외주화하여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철도는 역사시설에 대한 관리도 외주화 검토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고 고속철도 건축물 유지보수 외주화와 자회사 설립안을 검토 중에 있다.
이처럼 철도청의 외주 추진은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어쩌면 철도청은 각부문의 최소 관리감독 인원을 제외하고는 전 영역을 외주화하려는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철도는 고속철도 건설 외에도 1호선 병점 연장운행, 천안 복복선 개통 등 신규 철도사업 확장에 필요한 대부분의 인원을 외주인원으로 대체해 왔다. 공사화, 주40시간제 도입 등을 앞두고 있는 철도에서 외주화는 여전히 핵심쟁점이다. 현재 철도노동자 7-80%는 24시간 맞교대와 교번근무를 하고 있어, 월간 노동시간이 250-280시간대에 이른다. 이들의 근무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신규 필요인원은 만명이 훨씬 넘는다고 한다. 이 인원을 신규채용으로 해결한다면 철도 내부 비정규직 문제나 일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나 철도청이 얼마나 신규채용할 것인지, 과연 노동조합은 자신들의 고용유지에만 급급할 것인지, 아니면 과감하게 문제제기에 나서고 투쟁할 것인지, 이는 10월 철도의 특별단체협약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이제 비정규직 문제는 자신의 사업장 내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철도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확대로 한국사회는 빈부격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고, 비정규직은 신빈곤층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사회 최대 쟁점 중의 하나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그리고 정규직노동조합의 의지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