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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노동법 개악안의 의미와 투쟁 과제

:: 2005-07-12   조회: 2516

비정규노조 대표자들의 열린우리당 의장실 점거농성과 단식투쟁으로 하반기 비정규직 노동법 개악 저지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동지들은 이 개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개악은 정규직들을 겨냥한 것이다. 비정규직 확대와 노동기본권 무력화방안은 당연히 정규직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그것을 제도화하기 위한 자본과 정권의 대응방안인 것이다. 이 개악은 노동자계급 전체에 대한 도전인만큼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총의를 모아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악안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1. 노동법을 개악하려는 시도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가?

정부에서는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신자유주의적 유연화를 시도해왔다. 93년도에도 파견법을 만들려고 해서 전노협이 반대투쟁을 하기도 했다. 김영삼 정권은 '노사관계개혁위원회'를 만들어서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등 신자유주의적 유연화전략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96년 말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날치기 통과는 그런 유연화 전략을 도입하는 구체적인 첫 시도였다. 노동운동진영은 96 97 총파업으로 맞섰지만 결국 유연화가 시작되었다.

민주노조운동진영에서는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의 여파를 잘 느끼지는 못했다. 현대자동차나 대우자동차에서 상징적인 정리해고가 벌어졌지만 대부분 정리해고라는 극한의 수는 많이 사용되지 않고, 명예퇴직이나 신규채용 중단으로 인원을 줄이고 비정규직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곳은 달랐다. 대부분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강제로 사직서를 쓰고 다음날부터 비정규직으로 그 자리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비율은 정부 통계로도 56%나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는 70%에 육박할 것이다.

파견법이 26개 업종으로 제한되었지만 자본은 절대로 만족하지 않았다. 자본이 노리는 바는 비정규직을 일반화하는 것이지, 특수한 업종에 일부 비정규직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97년에는 노동의 힘에 밀려서 일부 특수한 업종에 비정규직을 도입하는 것이었지만 원래 목적인 비정규직의 온전한 제도화를 위해 자본은 위법적이건 합법적이건 무조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늘려나갔다. 그러면서 호시탐탐 비정규직에 대한 법을 완전하게 제도화하기 위한 시도를 해왔다.
2000년에 '비전형근로자보호대책'이라고 하면서 만들어냈던 법안에서 이미 우리는 자본과 정권의 시도를 읽을 수 있었다. 그 내용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준근로자로 만드는 것, 기간제 노동자들을 사유제한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 파견법을 확대하는 것 등이었다. 그것을 법으로 제도화하기 위해 '노사정위원회' 비정규특위를 만들어서 논의를 해왔고, 어느 정도의 가닥이 잡힌 이후에는 '노사정위원회' 안에 '특수고용특위'를 만들어서 특수고용 문제에 대해서만 더 구체적으로 연구를 해왔다.

여기에 더 추가된 것이 있다고 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투쟁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면서 비정규직이라는 존재 조건 자체가 노동조합을 만들기 어려운 조건이기는 하지만 산재보험 등 일정한 양보조치를 하면서도 노동기본권은 확실하게 무력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더 세분화했다는 것 등이다. 예를 들어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해서 '유사근로자성'을 적용하여 노동기본권에서 완전히 배제한다든가, 비정규직 관련한 법안들을 근로기준법상에서가 아니라, 특별법으로 만들어서 근로기준법의 성격 자체를 완전히 무력하게 만드는 등의 방법을 취해왔다.
또한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직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았거나 전환되었더라도 노동조합의 힘을 완전하게 빼기 위해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등을 만들어서 정리해고의 요건을 더 완화하거나 단협을 무력하게 만드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에 만든 법은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이고, '기간제노동자와 단시간 노동자에 대한 특별법' 형태의 법이다. 파견과 기간제에 대한 법 모두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바꾸고, 그동안 노동자들의 투쟁 성과를 무력화하고, 노동기본권을 억누르기 위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이번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는 '유사근로자단결활동등에관한법률'이나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제출될 것이다. 그것 마저 통과되면 이후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무력화와 비정규직 확대는 그 자체로 노동운동진영을 향해오는 폭풍이 될 것이다.

2. 이번 노동법 개악의 성격

  비정규직을 정상적 고용형태로 간주하게 하는 것이다.
이번 법안의 핵심적 문제는 비정규직을 정상적 고용형태로 만든다는 점이다. 그동안 파견법은 특수한 노동자에 한해서 특수하게 적용하는 법이었다. 물론 자본은 원래부터 파견법을 일반화하고 싶어했으나 노동자들의 투쟁의 힘에 밀려 그 정도 선에서 양보해왔다. 기간제도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여 임시 간헐적 업무에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기간제를 사유가 전혀 없이 완전하게 허용하고, 파견법 허용대상을 완전히 풀어놓아 특수한 경우의 예외적 법이라고 주장했던 중간착취를 완전하게 용인한 것이다. 이것은 것은 이제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가 문제가 있는 고용형태가 아니라 정상적 고용형태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기본적으로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다. 그동안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쟁취한 많은 권리들을, 고용형태를 바꾸어서 송두리째 빼앗아가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은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을 정상적 고용형태로 만들어서 전체 노동자들을 유연화의 늪에 빠뜨리는 정권과 자본의 전략을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된다.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비정규직들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비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에게는 정규직이 될 희망이 없어졌다는 것 말고는 더 심각해질 것 자체가 없다. 이 법안은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 그리고 일단 시장에서 한번 퇴출된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만 진입하게 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다. 파견법이 제조업까지 확대되고 정리해고의 요건이 완화되면 대부분의 정규직은 비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다. 신규시장에 진입하는 노동자들은 당연히 처음부터 파견이나 계약직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특히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들어오는 노동자들은 기간의 제한 없이 계약직으로 쓸 수 있게 된다. 앞으로 공공부문에서는 정규직 채용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고령자나 준고령자들은 파견법이나 기간제 모두 기간의 제한이 없어진다. 50세만 넘으면 무제한 파견과 무제한 기간제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 아래 결국 정규직으로 고용했어야 할 노동자들을 모두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법안은 말 그대로 정규직을 노리는 것이다.

  노동기본권의 박탈이다.
이번 법안은 노동자계급 전체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 파견법이 전면 합법화되면 사실상의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는 파견사용주는 마음대로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노동자들을 임의로 해고할 것이다. 파견업체와의 계약만 쉽게 종료시키면 그만이 된다. 또한 계약직 노동자들에 대한 계약기간을 자본 마음대로 정할 수 있으므로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들은 짤라버릴 것이다. 주기적 해고 또는 주기적인 계약의 변경 때문에 노동자들은 사용주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게 되고, 설령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투쟁하게 되어도 각종 부당노동행위에 노출된다. 지금도 건설일용노조의 투쟁에서 보듯이 원청을 대상으로 하는 단협이 공갈 협박이라고 몰리는 상황에서 합법적 간접고용의 확대와 계약기간의 자유화는 노동자 전체의 노동기본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아직 정규직의 지위에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하더라도 비정규직이 확대되면 그만큼 노동조합의 힘은 무력화된다.

  그동안의 투쟁 성과를 무력하게 하는 것이다.
인사이트코리아 노동자들이 3년간 해고투쟁을 하면서 '불법파견 정규직화'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 투쟁의 성과를 전체의 성과로 만들기 위해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동지들이 정규직-비정규직 연대투쟁과 함께 불법파견 진정 투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불법파견 투쟁은 결국 아무리 용역 도급의 외피를 두르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원청이 실질적인 사용자이며,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고용해야 할 노동자들을 중간에 다른 착취기관을 두고 고용해왔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불법파견 투쟁을 통해서 우리는 원청 사용자성 인정과 정규직화 투쟁을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파견법을 전면적으로 확대하면 이 모든 불법들이 합법화된다. 우리들의 투쟁 성과가 사라진다.
계약직의 경우도 반복갱신된 계약직 노동자들이 지속적 고용이었음을 주장하며 정규직화한 사례가 있었으나 이제는 계약직도 계약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용인되는 상황이 된다. 그동안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쟁취한 성과들이 모두 무력해지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연관되어 있다. 노동자 내부를 경쟁시킨다.
노동부에서는 차별금지조항을 만들었기 때문에 기업들이 함부로 비정규직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사기를 친다. 그래놓고 혹시 자신들의 말을 못알아들었을 기업주가 있을까 싶어 친절하게 '차별금지 조항'을 피해가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금지는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비교해서 차별을 하지 말라는 것이므로 정규직 업무와 비정규직 업무를 구분하면 차별금지에 걸릴 일이 없다고 말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지금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도 3만명 정규직화 뒤에 숨어있는 내용은 노동자들을 업무 별로 구분해서 고용형태를 나누는 것이다. "정규직-장기계약직-단기계약직-아르바이트-파견-용역" 등으로 업무에 따라 노동자들을 나누고 각각마다 위계를 두어서 노동자들을 자발적으로 경쟁시키는 것이다.
금속에서도 '모듈화'를 한다면서 전환배치를 통해 핵심공정에는 정규직을 쓰고 다른 공정은 모두 외주화하거나 용역화한다. 용역화한 곳에서도 일용직과 정규직, 계약직을 나눠서 쓴다. 이렇게 노동자들을 위계화하고 경쟁시키는 것은 자본의 구조조정과 전혀 어긋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더 촉진하며 노동자들은 갈기갈기 찢어진다. 이렇게 노동자들을 위계화하는 것은 비정규직을 더욱 확산했을 경우 자본의 통제력에서 벗어날 것을 염려하여 노동자들을 경쟁시키고 한칸이라도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자본에 충성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 저임금으로 부려먹는 이유는 이렇게 경쟁하게 만드는 요인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이후에 신자유주의적 유연화를 완성하는 노동법 개악이 더 나온다.
고용을 외부화하고, 고용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것은 결국 노동능력이 있으나 일할 수 없는 노동자, 그리고 반실업 상태에 놓인 채 비정규직을 강요당하는 노동자들을 양산하게 된다. 이렇게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양산되는 것은 자본에게는 매우 필요한데, 필요한 시기에 적정한 인력을 공급받고, 언제라도 버릴 수 있으려면 대기 상태에 있는 노동자,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한 노동자들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의 확대는 자본의 노동유연화를 가능하게 만들고, 그 유연화의 결과로 또다시 비정규직이 확산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결국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 된다.
이번으로 그치지 않는다. 지금 기업도시를 만든다고 하고, 그 안에서는 자본의 자유를 무제한적으로 주려고 한다. 예전 경제자유구역법에서도 그 경계 안의 노동자들에게 노동기본권을 일부 제한하기도 했다. 이제 곧 100만 가까운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완전히 부정하는 '유사근로자단결활동등에관한특별법'도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면 이제는 서류한장 바꿔서 자본가들이 노동자들에게 사업자 등록증을 내게 하면 누구라도 노동자가 아니게 된다. 노사관계 로드맵은 그나마 남아있는 정규직 노동조합의 단협을 무력화하여 이후 비정규직이 더 확산되는 것을 도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싸우지 못하면 신자유주의적 유연화는 일반화되고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무력해지는 것이다.

3. 노동법 개악안 해설

(1) 정부의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의 문제점

<정부 입법예고안의 개요>
  파견허용업무를 현행 26개업무에서 전면 자유화
  파견허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파견사용기간에 제한을 받지 않는 경우 신설
  파견기간 초과시 직접고용간주조항을
   사용사업주의 의무조항으로 약화


① 파견 허용업무의 자유화

  현행 파견법은 원칙적으로 26개 업무에 한하여 파견제를 허용하고 있음. 이에 반해 정부입법예고안은 '건설공사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선원의 업무' 등 소수의 금지업종을 제외하고 모든 업무에 파견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임. 현행법에서도 건설업 등은 파견금지업종이지만 실제로는 인력소개소를 통한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고 이에 대한 감독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정부 입법안은 사실상 파견 허용업무의 완전 자유화라 할 수 있음.

  최근 사내하청 불법파견 집단진정으로 쟁점이 되었던 제조업에 대해서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대하여는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그리고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최장 6개월까지 허용하겠다고 함.
이것은 실제로는 제조업에서도 파견제를 허용하겠다는 것임. 현행법 하에서 제조업은 26개 허용업무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 인력 필요가 있는 경우 6개월 한도 내에서만 허용됨. 그런데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제조업 직접생산공정만 6개월이라는 기간 제한을 받을 뿐이고, '직접생산공정'을 제외한 간접공정과 지원부서는 3년까지 파견제를 허용하는 것이 됨. 결국 보도된 바와는 달리 실제 법안은 제조업에서의 파견제 허용안임. 이로 인해 간접고용 노동자(사내하청)에 대한 전환배치와 구조조정과 함께 제조업 전반에서 파견제가 급속히 확산될 것임.

② 파견 허용기간의 자유화

  입법예고안은 파견 허용기간을 현재의 2년보다 연장하여 (반복갱신을 포함하여) 최장 3년까지 연장하였음. 따라서 현행 파견법 하에서 2년마다 파견노동자를 교체사용하던 것이 3년마다 교체사용하는 것으로 바뀔 뿐이고, 파견노동자의 주기적 해고는 계속될 것임. 오히려 파견기간 연장을 통해 기업이 상시적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더욱 열어준 것임.

  또한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의한 고령자(55세 이상) 또는 준고령자(50세 이상)는 3년을 초과하여 파견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을 신설하여(법안 제6조 제3항), 중고령노동자의 간접고용화를 더욱 부추길 것임. 현재도 중고령노동자들이 경비·청소·환경미화 업무에서 용역으로 대거 사용되고 있는데, 입법예고안 따르면 준고령자에 대해서는 파견허용기간도 무제한이고 직접고용 의무조항도 적용되지 않게 됨.

  게다가 파견허용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었다는 것이 파견노동자의 고용기간이 연장되었다는 의미가 아닌 것에 주의해야 함. 파견계약기간을 사용자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최장 사용기간이 3년이 되는 것이므로, 사용자는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합법적으로 파견노동자를 해고할 수도 있고 선별적으로 재계약할 수도 있음. 결국 사용자가 파견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은 연장되었으나 파견노동자의 주기적 고용불안은 전혀 해소되지 않을 것임.

  정부는 동일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교체사용하는 것을 규제하기 위해 파견제 사용 중에 휴지기간(동일한 업무에 파견노동자 사용이 제한되는 기간)을 두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나,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사용사업주는 3년간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경우 3개월의 휴지기간만 가지면 다시 3년간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 이렇게 되면 동일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는 '휴지기간'이란 명분에 불과함. 실제로는 "3년간 파견노동자 사용   3개월간 계약직 전환   다시 3년간 파견노동자 사용"이 가능하게 됨. 결국 기업은 상시적으로 파견노동과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임.

③ 직접고용 간주규정의 삭제

  현행 파견법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음
(파견법 제6조 3항).
그런데 입법예고안은 "사용사업주가 3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용사업주는 당해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여야 한다"로 규정하고 있음.
이렇게 되면 현행 파견법의 '간주규정'에서 후퇴하여 사용사업주의 '의무규정'이 되는 것이어서 사법상의 효력이 약화되는 것임. 현행법대로라면 파견허용기간을 초과하여 파견노동자를 사용한 시점부터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된 것으로 법적으로 간주됨. 그러나 입법예고안대로라면 설령 파견 허용기간 초과로 파견법 제6조 제3항의 적용을 받게 된 경우라도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게 되고 기껏해야 재판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뿐임.

  노동부의 설명자료에서도 고용의제규정을 고용의무규정으로 전환하는 이유에 대하여 "당사자의 의사의 합치없이 근로관계가 강제되어 사적자치(계약의 자유)의 원칙에 반한다"라고 밝히고 있음. 노동부는 사용사업주가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시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여 직접고용의 유인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임.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만 경제적 제재 수단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설령 행정적 제재를 가한다고 하더라도 사용사업주는 직접고용보다는 이것을 택할 것임. 현재에도 노동부가 불법파견으로 시정명령을 내린 경우에도 사용사업주가 이에 불복하여 행정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허다한데, 입법예고안은 파견법에 의해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되었음을 재판상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없애버렸음.

(2) 정부의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문제점

① 기간제 고용을 무제한 확산하는 법안

  정부 입법예고안은 3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간제고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법안 제4조 제1항),  사업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거나 근로자가 학업·직업훈련 이수 등으로 결원이 발생한 경우,  고령자(55세 이상)나 중고령자(50세 이상)의 사용의 경우,  전문적 지시·기술의 활용이 필요하거나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으로 일자리가 제공된 경우,  기타 이에 준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대통령령으로 정한 경우에는 3년을 초과하여(무제한으로) 기간제 고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함(법안 제4조 제3항).

  입법예고안대로라면 사실상 기간제 고용을 무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를 열어준 것이나 마찬가지임. 법안 제4조 제3항에 열거되어 있는 예외사유는 지나치게 포괄적일 뿐 아니라 대통령령을 통해 계속 확대할 수 있는 길마저 열어 두었음. 이러한 기간제한 예외사유가 과연 3년을 초과하여 허용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인데,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이 3년을 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은 사실상 모든 업무에서 상시고용을 대체하여 기간제고용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임.

② "기간제 노동자를 3년 이상 사용하면 해고가 제한된다"는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름

  정부 입법예고안은 "사용자가 3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정당한 이유없이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만을 이유로 당해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음(법안 제4조 제2항).

  이것은 언론이 보도하는 식으로 3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하면 함부로 해고를 시킬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님. 3년을 초과하여 계속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하다가 그 이후 재계약을 거부하는 경우, 이 때의 재계약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법적으로 다툴 수 있다는 의미임. 그러나 현행법 하에서도 일정 기간 계약을 반복한 경우 재계약 거부시에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다툴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이 때의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때 정규직에 비해 폭넓게 사용자측의 정당성을 인정해 주는 것이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경향이었음. 따라서 언론의 보도는 왜곡된 것이고, 오히려 파견노동자와 마찬가지로 3년마다 기간제 노동자를 교체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임.

  게다가 이마저도 법안 제4조 제1항에만 해당되는 것임. 즉 제4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는 포괄적인 예외의 경우에는 이 정도의 규정마저도 적용되지 않음. 결국 기간제고용의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아무것도 없는 것임.

③ 재계약거부를 통한 해고에 대하여 법률적으로 다툴 수 있는 가능성이 축소됨

  현행 근로기준법 하에서는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한 경우 무기근로계약임을 다툴 수 있는 법적 가능성이라도 있었으나, 입법예고안 대로라면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아무리 여러번 반복하여 장기근속한 경우라도 재계약거부를 통해 해고되었을 때 노동자측에서 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법적 여지 자체가 없어지게 됨.
입법예고안이 광범위한 경우에 기간제고용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이후에는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기간제고용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상당히 장기간 사용되어도 입법취지상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볼 것임.

④ 비정규직 사용을 통한 사용자의 편의만을 극대화하고, 노동기본권 억압을 부추길 것임'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계약기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음. 그러나 반대로 노동자는 정해진 근로계약기간 중에 퇴직의 자유가 제한됨. 이것은 비정규직 사용을 통한 사용자의 편의를 극대화시키는 것으로서 사용자는 재계약 절차를 통해 선별적으로 고용하거나 해고하는 것이 가능하게 됨.

  현재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재계약이 되지 않을까봐 두려워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이 더욱 심해질 것임. 일례로 사용자가 신규 채용자를 일정기간 계약직으로 채용한 이후 선별적으로 정규직화하거나 계약직으로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노동자 내부의 경쟁과 위계화를 강화시킬 수 있음. 이렇게 되면 기업은 정규직을 채용할 필요 없이 핵심업무에 있어서도 계약직을 사용하여 원하는 노동통제를 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계속 고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게 될 것임. 동시에 비정규직의 노동3권은 극도로 위축될 것임.

(3) 정부 입법예고안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금지를 도입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노동부 스스로가 설명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음

  정부안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처우하라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것임
  - 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격차가 당연히 법위반이 되는 것이 아니며
  - 그 중 합리적인 이유없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발생하는 임금격차가 금지·시정대상이 되는 것임
  차별금지 법제화에 따라 사용자가 부담하게 되는 임금비용 추정을 위해서는
  - 임금격차중 다른 임금결정변수에 의한 격차를 제외하고 고용형태에 의한 격차만을 분석해야 함
  한편, 정규직 임금인상 자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업무구분의 명확화, 임금피크제 도입, 직무와 성과중심의 임금체계 개선 등을 통해 완화 가능

  입법예고안에 포함된 차별금지 관련 골자는 다음과 같음

<기간제 관련>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인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파견제 관련>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는 파견근로자임을 이유로 사용사업주의 사업내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에 비하여 차별적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이에 따르면 해당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비교가능한 노동자가 있어야만 함. 따라서 비정규직의 업무와 정규직의 업무 자체가 구분되어 있거나 설사 유사한 업무를 하는 경우에도 정규직이 관리직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차별의 성립 자체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짐.

(4) 결론

- 정부 입법예고안은 상시적 업무에서 비정규직 사용을 확대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대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임. 기간제고용과 파견제에 관한 최소한의 규제마저 없애버림으로써 비정규직의 확산과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없애버렸음. 지금까지 단체협약을 통해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거나 정규직화 제도를 둔 노조의 경우에도 법개악으로 인한 사용자측의 공세가 강화될 것임.
- 입법예고안은 또한 비정규직에 관한 기존 판례마저 후퇴시킬 것임. 재계약거부에 따른 부당해고구제, 불법파견에 따른 정규직화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얻었던 부분적인 성과마저도 법개악으로 인해 무력화될 지경에 처했음
- 입법예고안은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확산을 통해 차별을 고착화시키고, 정규직의 노동조건 삭감을 통한 하향평준화를 의도하고 있음. 정부가 자랑하는 차별구제절차는 실효성이 전혀 없음.
- 가장 중요한 사실은 사용자의 고용형태 선택의 폭을 넓혀 줌으로써 노동자간 경쟁을 부추기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임.


4. 대응방안

이 투쟁은 비정규직의 것도, 정규직의 것도 아니다. 전체 노동자계급의 문제이다. 지금까지 투쟁해서 쌓아온 노동기본권과 각종 권리들을 한꺼번에 무너뜨릴 것인가, 아니면 노동계 전체가 비정규직 확산 법안을 저지해서 신자유주의적 유연화 정책을 무너뜨릴 하나의 고리를 찾을 것인가의 기로에 놓여있다. 핵심은 11월 초순 총파업 투쟁이다. 총파업 투쟁의 힘으로 반드시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고, 노동기본권을 쟁취하자!

  이번 노동부에서 낸 개악안의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 정부에서 여론전을 너무나 잘 하고 있어서 개악안의 성격이 계속 왜곡 보도되고 있다. 우리부터 개악안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 이 개악안의 핵심은 '모든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노동기본권을 무력화하겠다'는 내용이다. 97년에 통과된 노동법 개악이 비정규직 제도화의 포문을 연 것이라면 지금은 그것을 완전히 제도화하는 것이며, 이후에는 '노사관계 로드맵'의 악법조항이 따라 나올 것이다. 이 법안은 비정규직을 향한 것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을 향한 것이다.

  핵심은 올해 총파업투쟁을 기필코 성사시키는 데에 있다.
- 비정규노조들이 반드시 하루총파업을 성사시킬 수 있도록 조직하고 결의를 모으자.
- 정규직노조들이 중요하다. 지역에 있는 단위노조에서 총파업을 결의하게 하되, 설령 파업에 동참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간부파업이나 중식집회나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함께할 수 있도록 조직하자. 안되면 몇몇 동지들이 월차를 쓰고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파업에 동참할 수 있도록 만들어가자.

  총파업을 성사시키려면 조합원에게 교육하고 선전해야 한다.  
- 비정규노조나 정규직 노조 할 것 없이 '반드시' 단위노조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조직하자. 회원 동지들과 관련이 있는 단위는 어디든 할 수 있도록 하자.
- 대자보 문항이나 선전물을 내려 보낼 텐데, 이 내용이 반드시 현장에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조직하자.
- 지역마다 비정규연대회의 차원의 결의를 모을 수 있도록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와의 간담회를 힘있게 조직하자.






  
김혜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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