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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비정규직 노동법 개악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 2005-07-12   조회: 2467

1985년 제정되어 몇 차례 개정을 거친 일본의 파견법은 1999년에 파견대상업무의 확대와 파견기간의 연장 등 많은 내용을 개정하였다. 이후 일본정부는 자본측의 의견을 전격 반영해 일본의 장기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시장을 더욱 유연화하고 고용창출과 안정을 꾀한다는 미명하에 파견법을 2003. 6월 부분적으로 개정하여 2004. 3.1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미 1999년 개정된 파견법에서 파견대상업무를 원칙적으로 자유화하였지만, 이번 개정법에서는 파견근로가 금지되던 적용제외업무와 기간을 더욱 완화하여 일반 제조업에도 파견을 1년간 전면 허용하였고, 제조업 이외 업종은 파견기간 1년을 최장 3년으로 확대하였다.

일본 정부는 기업이 어떠한 고용형태를 사용하던지는 전적으로 기업의 몫이며, 일단 고용형태가 어떠하던간에 고용창출만 진행된다면 이후 비정규직 사용으로 인한 문제는 대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정부가 말하던 파견법의 취지는 무엇이었는가? 파견근로자의 보호와 정규직의 대체방지라는 목적에서, 파견대상업무와 파견기간을 조합하여 파견근로를 제한한다던 파견법은 노동진영의 예상대로 정규직을 파견노동자로 대체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주기적 해고를 통한 노동의 불안정화를 가속화시키는 악법이 되어버린지 오래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파견법 개악 이후 실상을 살펴보자.
현재 일본의 경우도 파견법의 확대로 노동자들이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일본적 대표적 기업 도요타자동차는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비정규직을 늘려오다가 정부가 3월 파견법을 개정해 제조업 현장에도 파견직을 쓸 수 있도록 하자 바로 올 4월부터 파견노동자도 쓰기 시작했다. 6만5천여명의 노동자 중 생산직에서만 30%이상을 이미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는 인재파견회사에서 약 500명의 사원을 받아 일본 내 주요 공장에 배치했다. 이러한 파견노동자 확대 계획은 정규직과 직접고용비정규직의 자리를 일단 파견노동자로 대체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하청노동자들을 불법파견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합법파견의 형태로 전환하려는 의도이다. 도요타의 파견직 채용은 노동계의 '일대 사건'으로 언론이 크게 다뤄졌다. 이후 이러한 파장은 마쓰시타전기를 시작으로 하여 일본의 대표적 제조업들의 파견노동자 사용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에선 비정규직 규제완화와 제조업 부활의 바람을 타고 기업들이 파견노동자 채용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도요타자동차의 생산라인에는 정규직-파견-계약직-여성파트타임노동자-이주노동자가 뒤섞여 일을 하고 있다. 정규직 신규채용은 이미 오래전에 중단된 상태에서 파견, 여성파트, 이주노동자의 확대로 인한 도요타 공장의 변화된 모습을 상상해 보자. 비정규직으로 가득찬 절망의 공장...

그렇다면 이들의 구체적 삶은 어떠한가?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50년간 무분규와 끊임없는 노조무력화로 세계최고의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끊임없는 인건비 절감을 통한 이윤극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5,000달러가 되는 일본의 인건비 구조를 보자. 도요타의 정규직은 시간당 3,000엔의 임금을 받는 반면 파견노동자는 1,500엔으로 똑같이 일하고도 극심한 임금차별을 받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사용기간 1년이 지나면 직접고용하도록 파견법에 나와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없다. 이것은 파견노동자 사용으로 임금비용을 줄이기 위한 자본의 목적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도 파견법에는 원래 23개 업종만 허용하다가, 2004년 3월부터 확대되어 일반 제조업에도 파견이 허용되었다. 물론 이렇게 법 개정 이전에도 제조업에 파견노동자가 만연했다. 이로 인해 일본의 파견 노동자는 파견회사 직원이면서 사용업체의 지시와 명령을 받아 일을 하고, 계약관계도 불분명하고 기한도 불분명해서 한마디로 바쁠 때 고용하고 한가하면 해고를 당한다.

또한 일본의 계약직은 6개월 단위 계약을 기본으로 하는데, 판례가 있어 3회 이상 재계약하면 상시고용으로 인정되어 마음대로 해고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3월 파견법 개정으로 6개월 단위가 기본이던 계약기간을 최고 3년까지 가능하도록 바뀌어서 이제 3년짜리 계약을 세 번 갱신해야, 즉 10년 가량이 지나야 상시고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20대 펄펄한 노동자를 계약직으로 채용해서 뼈빠지게 부려먹고 10년쯤 지나 30대에 해고하는 일이 숱하게 벌어질 것이 일본의 상황이고, 한국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보다 앞서 여성노동법과 파견법을 개악한 일본의 경우 법이 개악되자마자 제조업 야간근무에 파트타임 노동자로 여성노동자들이 대거 투입되었고, 파견법이 개악되자 마자 다른 업종은 말할 것도 없고 제조업까지 수많은 파견노동자들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정부는 기업이 어떤 형태의 노동자를 고용하든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며, 고용만 늘려주면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더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정부 자본의 논리가 정규직 중심의 일본 노동조합운동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지난해 파견법을 고칠때 일본 노동계도 자본의 논리를 받아들여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노동운동에서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정말 중요하다. 일본과 미국의 경우 파견근로의 확산 과정은 동시에 곧 정규직의 파견직화 과정이었다. 직종의 성격에 따라 고용형태가 정해지는 것이 아닐진대, 정규직은 어느 때라도 파견직화 할 수 있다. 오히려 경기 불황으로 인한 경영 압박이 가중될수록 단기적인 이윤 증대를 위해 기업은 기존의 정규직을 파견직화하려는 경향이 강할 수밖에 없다.
이번 노동법의 개악을 막아내지 못한다면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교섭력이 약한 부분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파견근로가 확산되어 갈 것이다. 개별 노동조합차원에서는 단체협약 등을 통해 파견근로자의 사용을 제한함으로써 파견근로의 확산으로 인한 조직률 약화, 근로조건의 저하 등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법개악 이후 이러한 개별적 대응으로는 정부와 자본의 총공격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정리해고반대투쟁에서 경험했다. 96,97년 총파업의 기억속에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이번 노동법 개악을 또다시 비정규직만의 문제로 돌려서는 안된다. 또다시 선언하는 총파업이 되어서는 안된다. 개별적 대응이 아닌 총노동의 총파업 투쟁으로 노동법 개악을 반드시 막아내야 할 것이다.

유현경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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