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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2. 민주노총 부위원장선거

:: 2002-10-23   조회: 1707  첨부파일: 2-초점2.hwp

▲ 사진 출처 주노총 부위원장으로 당선된 비정규후보 홍준표 (++사진 : 참세상방송국)
2002년 민주노총 부위원장 선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4월 2일 발전산업노조의 총파업이 무력화된 이후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고 투쟁에 대한 냉소가 현장에 만연해 있었다. 96·97년 총파업 패배 이후 "나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현장의 정서가 활동가들을 압박하고, 계속되는 자본의 압박 및 회유에 의해 민주노조운동 진영은 투쟁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흔들렸다. 그렇지만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려는 투쟁의 움직임은 지속되었다.
98년 현대자동차, 만도기계의 투쟁, 99년 서울지하철노조의 투쟁, 2000년 롯데호텔과 비정규직 투쟁, 그리고 2001년 대우자동차 투쟁, 2002년 발전산업노조의 투쟁에 이르기까지 지치지 않은 투쟁이 그나마 민주노조운동을 사수하고 명맥을 이어갔다. 비록 이 투쟁들이 자본의 파상공격과 민주노조운동의 대처가 부족함으로 인해 무너져갔지만 아직 투쟁의 불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동지들이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을 이야기하고, 이제라도 제대로 투쟁을 조직해 보자는 결의를 다지는 것이다.

민주노총 혁신과 비정규직 투쟁

바로 이 의미를 갖고 민주노총 부위원장 선거가 치러졌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비정규직 홍준표 후보가 출마하여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었다. 비정규직 후보가 나선 것은 이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비정규직 투쟁이 "민주노조운동의 혁신"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임을 확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민주노조운동을 새롭게 세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노동자계급의 통일과 단결의 정신을 실현하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우리 민주노조운동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 곧 전체 민중의 이해관계와 일치했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전면화되면서 노동자대중은 자본에 의해 찢기고 위계화되었다. 계급적 집단성은 자본에 의해 유폐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된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는 그것이 위계화된 노동자계급의 윗서열인 대공장 남성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게 될 때가 많고, 이것이 때로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관계와 대립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모순된 상황을 극복하고, '민주'노조운동으로서의 집단성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비정규직 문제를 자신의 과제로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단결의 기치를 다시 세우고 정규직 노동자들을 설득하면서 비정규직을 조직하고 자본의 분할전략을 정면 돌파하는 것, 이것이 바로 민주노조운동을 새롭게 세우는 것이 된다.
민주노조운동을 새롭게 세우는 두 번째 의미는 '피해 최소화 논리'를 넘어서 계급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동안 투쟁의 패배로 인해 신자유주의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용인하면서 피해 최소화 방향을 찾는 순간, 최소화된 피해의 내용이란 것은 '구조조정의 승인'이나 '비정규직 확대'에 대한 승인이 된다. 이것을 전제로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고용의 일부를 인정받게 되면, 이것은 결국 피해최소화가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본질적 힘인 '노동자계급의 집단성'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살아남아 본 정규직 노동자는 당연히 노동자전체의 계급적 연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노력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노동자들에게도 '피해최소화 논리'가 내면화된다. 투쟁의 기반 자체가 파괴된다. 노동자계급에게 두려운 것은 조직이 탄압을 받아서 깨지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개별화되어서 경쟁을 내면화하게 되는 것이다. 노동조합을 신뢰하지 않고 자본에게 빌붙게 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무언가가 아니다. 우리의 투쟁에 의해 변질되고, 깨지는 현실의 역관계 그 자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비정규직 문제를 민주노조운동 혁신을 위한 중요 과제로 삼는다는 것은 이렇게 피해를 일부에게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세적으로 계급적 단결을 도모하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투쟁을 조직할 준비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정규직 투쟁의 전진을 위한 실천 과제

이런 과제를 안고 홍준표 동지가 부위원장 후보로 출마하였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민주노조운동 안에 확산시키고자 하였다. 홍준표 부위원장이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것은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근거한 것이었다. 1998년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투쟁에 나섰다. 노조를 만들자마자 길거리에 쫓겨나고 죽고, 다치고, 가정이 파탄나면서도 자본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투쟁해왔다. 바로 그 투쟁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비정규직 문제가 왜 반인간적인가를 알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공동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왔다. 바로 이러한 투쟁의 성과가 오늘날 민주노조운동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제일의 과제로 삼게 만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들의 문제'일 뿐이다. 노동기본권도 보장 받지 못하고, 4대 보험도 없고, 임금도 적은 열악한 노동환경의 노동자들의 문제로 치부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새롭게 일어섰다.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을 통해 도움을 받거나 동정을 받는 존재가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민주노조운동의 당당한 한 주체로 자신을 세우고,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새로운 투쟁의 전망을 만드는 데에 힘을 보태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2002.8.27.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부위원장선출 (++사진 참세상방송국)



하지만 비정규직 부위원장이 한 명 당선되었다고 해서 이러한 의미들이 전반적으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선거가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홍보용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많은 동지들이 우려한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확보하고자 했었던 바,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민주노조운동의 한 주체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서고자 했던 의미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 실천을 통해서야 실현될 것이다.

첫째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민주노조운동의 구조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조적으로 배제 당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비록 이들이 배제 당하고 있지만 문제의식을 확산시키다보면 곧 중심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부르주아 조직도 인원수에만 비례해서가 아니라 직능의 문제의식을 반영하려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민주노총 체계는 말 그대로 인원수 중심, 효율성 중심의 체계이다. 그러다 보니 비정규직 등의 문제는 언제나 양념으로만 제기될 뿐이다. 인원수 중심의 체계, 효율성 중심의 체계를 넘어서서 노동자 전체의 연대정신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조직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역과 산별연맹으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함께 낼 수 있도록 구조적인 반영을 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노총 산하에 '비정규직 노동조합 전국 대표자회의'가 되든, 민주노총 미조직특위를 '비정규직 특위'로 재편해서 각 지역과 연맹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든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한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말 그대로 비정규직 문제가 민주노총 전체의 투쟁이 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지금 진행되는 '비정규직 철폐 100만인 서명운동'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 이 문제의식을 받아 행동에 나서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 또한 2003년의 임단협 기간에는 2002년의 성과를 이어받아 전국적인 '비정규직 공동단협'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비정규직 관련 단협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 건강에 대한 항목" 등 아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내용을 뽑아 전체 민주노총 산하 조직들이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 번째로, 목적의식적인 조직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금까지 많은 비정규직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투쟁하고 그리고는 깨졌다. 그 성과는 우리 민주노조운동 안에 많이 축적되어 있지 않다. 개별의 투쟁, 자생적 투쟁에 기대서 이것을 확대 발전시키고자 하거나, 이 투쟁을 열심히 지원·연대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비정규직 투쟁을 발전시킬 수 없다. 이제는 민주노조운동 전체가 장기적 계획을 갖고 목적의식적 조직화를 위해 기획을 하고, 사람을 파견하고, 조직의 매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비정규직 투쟁의 자양분이 되었다. 그 위에 일상에서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 정규직 노동조합의 노력이 더해졌다. 그리고 민주노총에서는 5억 기금모금이나, 미조직특위의 각종 활동, 특수고용 대책회의, 간접고용 대책회의, 비정규직 철폐 100만인 서명운동 등 많은 노력을 지속했다. 이제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운동은 새롭게 조직되어야 한다. 민주노총의 혁신, 목적의식적 조직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의식을 반영하는 구조의 확립, 민주노총 전체가 함께 하는 비정규직 투쟁,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 민주노조운동의 주체로 서기 위한 자기혁신을 하는 과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이 짐을 짊어지고자 먼저 홍준표 동지가 나섰다. 우리 모두 함께 전진해서 반드시 성과를 남기자!
김혜진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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