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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2023년 서울대병원 노동조합 투쟁

 

 

윤태석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분회장

 

 

 

함께 싸워야 이길 수 있다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노동·연금·교육을 3대 개혁과제로 선포하며 또다시 이명박, 박근혜 시절과 같은 노동개악과 노조탄압을 시도했다. 주 52시간제 폐지, 근로시간저축계좌제, 직무성과급제 등 더 많이 일하고 덜 받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전방위적 압박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후 여론의 뭇매로 조금 주춤했으나 여전히 윤석열 정부는 자본의 요청대로 노동개악을 시도 중이다.

 

이런 정부의 상황은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노사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법률 개정사항과 상관없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 같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노조무력화를 시도했다. 일방적인 단체협약 시정명령부터 경영평가를 빌미로 한 직무성과급제 도입까지 전방위적으로 공공기관을 압박하며 노사관계에 개입하고 있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올해 윤석열 정부에 맞서 임단협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장만의 산발적 투쟁으로는 돌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공공기관 노동자들과 함께 싸워야만 함께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단협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공공성 강화, 직무성과급제 저지, 실질임금 인상, 필수인력 충원, 노동시간 단축, 조직문화 개선, 복지확대 및 교대근무자 근로조건 개선을 목표로 2월 1차 조합원 간담회를 시작으로 4월, 5월 대의원회의 그리고 2차 조합원 간담회를 통해 6월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였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들은 최근 3년간 낮은 임금인상률(21년 0.9%, 22년 1.4%, 23년 1.7%)로 실질임금 인상 요구는 절대적이었다. 같은 기간 민간병원은 3~5% 임금 인상을 합의하면서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공공병원과 민간병원과의 임금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민간병원과의 임금 격차는 곧 공공의료가 축소되고 후퇴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동일한 업무와 노동강도임에도 민간병원과 공공의료기관과의 임금 차이는 병원 인력 확보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공공의료 축소 결과로 나타난다. 따라서 서울대병원 조합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소위 먹고살 만한 정규직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더 많은 임금을 위한 요구가 아닌 공공의료를 지키고 확보하는 요구였다.

 

또한 서울대병원은 매년 의사들에게 진료량, 수술 건수 및 수술시간 등 수익연동형으로 성과급을 지급한다. 국가중앙병원을 자칭하면서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과잉진료를 막고 공공병원이 표준진료 모델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말이다. 의사성과급제를 통해 교수들의 진료행위를 하나하나 점수화하여 평가하고 이를 통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초진환자를 많이 볼수록, 그 환자들을 입원시킬수록, 수술을 짧게 많이 할수록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수술 잘하는 의사’가 아니라 ‘수술 많이 하는 의사’가 더 훌륭하다고 평가받게 하는 정책이다. 정보 비대칭이 확실한 의료 영역에서 성과급제는 곧 과잉진료와 의료비 폭등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의사성과급제 폐지를 요구하는 노동조합에 병원장은 의사들의 업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 차원이고 교수 임금이 낮다는 이해할 수 없는 답변만 내놓았다.

 

최근 언론 기사를 통해 소아과 진료 대란 등 소아과 진료의 어려운 현실이 대두되고 있다. 대형 민간병원조차 소아청소년과 입원 중단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소아과 진료를 많은 민간병원에서 포기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은 매년 수백억의 적자를 무릅쓰고 어린이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공공병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원은 어린이병원 리모델링을 이유로 어린이병원 병상을 축소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더욱이 설계단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교수사무실은 기존보다 더 확대되어 리모델링될 계획임에도 말이다.

 

코로나 3년을 겪으면서 모든 국민들은 공공병상과 병원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획재정부의 인력 통제로 인해 필수인력조차 제대로 충원되기 어렵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경우는 노사가 합의한 인력조차 기획재정부의 승인 거부로 인력 확충이 안 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야간에도 위험업무에도 1인 근무 금지가 불가능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노동강도는 병가자, 사직자 속출로 이어지고 있다. 병원 인력은 곧 환자 안전과 감염문제로 이어질 수 있지만 수익논리로 인해 적절한 인력이 충원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서울대병원 인력 상황이다.

 

특히 간호 인력 부족은 더 심각하다. 병실의 경우 간호사 1인당 환자를 여전히 10명 이상 담당하고, 대부분 국가에서 중환자실의 경우 간호사 1명이 1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음에도 서울대병원 외과계 중환자실의 경우는 여전히 1명의 간호사가 3명의 중환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보라매병원 내과중환자실의 경우 10개월간 40여 명의 간호사 중에 16명이 퇴사했다. 일반인들은 듣고도 믿지 못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서동용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간호사 59%가 2년 내 퇴사한다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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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1.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가 경북대병원분회와 함께 파업에 돌입했다. [출처: 노동과세계]

 

 

파업대오 1,000명, 7일간의 파업

 

10월 11일 파업에 돌입했다. 공공성 강화, 실질임금 인상, 필수인력 충원 등을 걸고 1,000여 명의 조합원들이 현장을 박차고 나왔다. 2년 연속 파업이라는 부담도 있었지만 파업 투쟁만이 서울대병원을 바꿔 낼 수 유일한 방법이기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특히 8월 말 즈음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노동조합이 민간병원과의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임금가이드라인을 넘는 임금 인상 요구에 ‘정부지침을 지킬 것이다’라며 거부했다. 그러나 9월 중순 병원 운영위원회에서 469명의 의사들에게 수당 100억을 추가 인상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러면서 임금가이드라인 밖으로 적용되는 임금으로 직원들 임금 인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뻔뻔스러운 대답을 했다.

 

서울대병원은 기재부의 총액인건비, 총정원제 적용을 받는다. 이유는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초 국립대병원협회는 정부에 국립대병원 기타공공기관 해제를 요청하며 인건비와 인력 통제로 인한 문제점을 해소하겠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사 임금만 총액인건비에서 제외시키고 그 외 일반직종은 기타공공기관 해제 후에도 여전히 통제를 요청했다. 이유는 노사갈등이 심해진다는 분석이다. 말도 안 되는 이러한 내용에 대해 노동조합이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이며 국립대병원협회장은 사실무근이고 논의단계에서 나온 것일 뿐이라며 발뺌했다. 결국 이 사건을 통해 국립대병원장들의 의사 중심의 병원 운영 단면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10월 11일부터 진행된 총파업은 7일간 지속되었다. 파업이 지속될수록 파업 참가자는 증가했지만 병원은 여전히 임금가이드라인을 넘을 수 없고 어린이병원 병상은 축소될 수도 있다는 합의 이상으로 할 수 없다고 했다. 10월 16일 대의원회의를 개최하여 병원 제시안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고 대의원들은 현장 조합원 순회와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취합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조합원들은 어린이병원 병상 축소를 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하지 않는 병원에 맞서 파업 지속을 결의했다. 그리고 실질임금 인상을 위해 필수인력 충원을 위해 병원이 더 많은 수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즉 서울대병원 공공성을 지키고 강화시키며 실질적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더 큰 파업투쟁이 필요하다고 토론하며 대의원회의를 통해 파업 지속을 결정했다. 이후 파업대오는 지속적으로 늘어 파업 마지막 날인 10월 17일은 1,100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잘 싸웠다, 7일간의 파업 

 

병동 간호인력 파업대오가 늘어나면서 심지어 신규 간호사들은 오늘 가입하고 오늘 파업에 나오며 함께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구안 쟁취를 위해 함께 싸운다는 생각에 너나 할 거 없이 파업에 동참했다. 엄숙하고 긴장감 넘치는 기존의 파업과는 다르게 파업장의 분위기도 예년과는 달랐다. 소위 MZ를 포함한 젊은 조합원들을 위해 노동조합 변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했던 집행부의 생각들이 파업 프로그램과 농성장 분위기를 바꿔 냈다. 파업에 처음 참여한 듯한 조합원들은 파업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인증샷을 넘어 무대로 올라와 발언과 장기자랑까지 파업이라는 공간이 무색하게 즐거운 축제의 장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축제 같은 분위기만으로 파업에 임하지 않았다. 파업 3일 차 때 파업사태는 해결하지 않고 서울대병원 개원기념일 행사를 진행하려던 김영태 병원장을 마주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들며 병원장을 에워싸고 파업사태 해결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즐거운 축제의 장이었지만 투쟁은 진심으로 강하고 가열 차게 임했다. 그러면서 서울대병원을 이끌고 있는 진짜 주인이 조합원임을 깨닫고 서울대병원을 잘못 운영하고 있는 병원장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리고 이후 대표자 면담과 교섭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교섭이 진행되는 내내 모두 서울대병원 시계탑을 둘러싸며 교섭단에게 힘을 주고 병원장을 압박하는 투쟁을 진행했다. 어느 누구 하나 불만을 가지거나 피하려 하지 않았다. 정말 잘 싸웠다.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들은 매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의료공공성 요구를 단체교섭에서 제시하고 매년 실질적인 합의를 이뤄낸다. 다인병상을 확대시키고 민간보험사인 삼성생명 창구를 서울대병원에서 몰아내는 투쟁을 했다. 의료급여환자 진료비 감면 등을 위해 임금손실도 마다하고 투쟁했다. 올해도 어린이병원 병상 축소를 위한 병원의 계획이 밝혀지고 교섭을 통해 축소 금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장은 확답할 수 없다는 말로 사실상 축소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10월 16일 파업 6일 차 때 병원의 최종 제시안에는 어린이병원 병상 축소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이에 조합원들은 파업으로 인한 임금손실에도 불구하고 투쟁을 결의했고 마침내 축소금지를 합의할 수 있었다.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들의 공공성 강화 투쟁에 대한 높은 수준의 눈높이는 지속적인 조합원 교육과 간담회뿐만 아니라 공공병원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책임감에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자랑스러운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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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7. 파업 7일 차 잠정합의 후. [출처: 서울대병원분회]

 

 

윤석열 정부에 맞서 2년 연속 파업투쟁을 승리로 마무리했다. 박근혜 시절 방만경영 정상화 투쟁 때보다 두 배 이상 증가된 파업대오와 젊은 조합원들의 대거 참여로 인해 파업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조합원이 희망이라는 것이다. 상투적인 표현처럼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날이 갈수록 파업대오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조합원이 있고, 병원의 도발행위에 꿈적하지 않는 조합원이 있고, 수년간 지속된 투쟁을 통해 공공성 강화가 진짜 내 투쟁으로 인식하고 있는 조합원들이 어찌 희망이 아니겠는가? 내년 내후년 어떤 투쟁이 예상될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조합원을 객체가 아닌 주체로 만들고 집행부는 이들을 믿고 싸운다면 어떤 어려움을 넘지 못하겠는가?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들… 7일간 정말 잘 싸웠다. 그리고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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