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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가는 이야기

 

 

노동기본권학교 참가 후기

 

 

김미영 • 김철회 • 손병흠 • 이강산 • 해미 • 민선 

 

 

 

● 김미영 (KT새노조)

노동조합 활동에서 큰 고민 중의 하나가 교육이다. 노동을 폄훼하고 노동자를 업신여기는 한국 사회 풍토에서 노동자에게는 당연한 권리가 있고, 노동자가 이 세상을 유지하고 발전시킨다는 각성을 싫어하는 자본이 노동계급에 노동자 교육을 시킬 리 만무하다. 오히려 우리는 자본의 입장을 엄청난 양과 정보로 무방비로 피폭되고 있다. 우리는 점점 나이 들어가고 자본의 관점에 익숙해지면서 타협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해내는 것은 참 힘들다. 하여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우리의(노동자의) 입장을 가질 것인가 토론하다 보면 교육으로 귀결하게 된다. 그렇게 어려운 게 교육이다. 원칙과 명분으로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우리의 역량과 여러 환경 때문에 교육의 필요성만큼 조직 내부에서 교육을 하긴 너무 어렵다. 그런 와중에 철폐연대의 2023 노동기본권학교 교육이 있는 걸 봤고, 냉큼 조합 간부 2명과 함께 교육에 참여했는데 참 좋았다. 오랜만에 큰일 한 것 같은 기특함까지…ㅋㅋ

정규직 노동운동은 망했고 나는 패배했다는 상실감이 큰 요즘, 이번 교육을 통해 패배감 깊은 우리의 현실이 이해도 되고, 어디가 부족했는지 아직 길을 찾지 못했지만 주저앉아 있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움직이고 뭐라도 해 보려고 하고 씨를 뿌리는 맘으로 그냥 살아가다 보면 역사는 진보한다는 당연한 말에 힘 받는 시간이었다.

어려운 철폐연대에 염치없지만 이런 교육을 더 많이 많이 만들어 주시라. 그래서 길을 찾을지(만들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나아갈 힘을 낼 수 있도록 교육에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철폐연대 감사합니다.

 

 

● 김철회 (통신노동자)

노동은 한국 사회에서 의도적으로 터부시하는 용어이다. 우리는 노동이라는 용어보다는 근로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근로자, 근로자의 날 등. 노동자의 덕목은 근면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이들 간 경쟁적 줄 세우기로 들어간 대학에서는 경영학과는 있지만 노동학과는 없다.

그에 비해 유럽의 경우 어릴 적부터 기본적으로 노동을 가르친다. 협상하는 방법 등 대부분 노동자가 될 미래세대에 노동교육은 필수인 것이다. 그러나 노동교육을 받아 본 적 없는 우리 사회 대중들은 안타깝게도 대부분 자신이 노동자임에도 경영자 처지를 걱정한다. 이러한 현상은 학습된 관점에 의해 자동반응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런 가운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노동교육이 있다는 것을 듣고 가능한 한 참석하려고 했고, 전체 강의일 중 이틀간 참여했다.

비록 모든 강의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무척 인상 깊은 수업이었고, 노동운동 변천 역사에 대한 학문적 접근을 들을 수 있어 무척 의미가 있었다. 특히 노동운동의 역사와 흐름에 대해 우리는 알아야 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부분을 명확하게 알게 된 점이 큰 소득이었다. 우리 사회의 노동운동 흐름의 분기점이 된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역사란 변화를 위한 철학이 만들어지는 기반이 된다. 최근 해외기업들이 ESG 정책을 주도하며 ILO 노동 규범을 지키도록 공급망에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해외기업 변화 역시 68혁명과 같은 서구사회 역사 흐름에 의해 변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 사회 노동운동 방향은 노동뿐 아니라 기업문화가 변화하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 손병흠 (시민)

저는 은퇴자입니다. 몇 년 전 ‘운 좋게도’ 다니던 회사에서 정년을 맞았습니다. 정년까지 다닐 수 있었기에 행운이라고 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회사 직원들은 언제나 불안정한 고용 현실 탓에 불안했습니다. 해마다 연말이면 몇 명씩 해고를 당해 사라졌습니다. 지난 수십 년 그래 왔습니다. 그 기억 탓일까요. 철폐연대에서 노동기본권학교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노조 활동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시민단체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도 아닌 백수인지라 괜히 다른 분에게 돌아갈 수강 기회를 없애는 건 아닐까 살짝 고민도 했지만 용기를 내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는 만족스러웠습니다. ‘불안정노동’이라는 말 대신 ‘노동의 불안정화’라고 해야 마땅하다는 지적부터 노동운동의 역사와 열악한 노동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노조법 2·3조 개정의 노력까지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한국 사회 노동의 실태를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강의를 모두 듣고 난 후의 소감은 이렇습니다.

노조나 단체의 실무자, 활동가만이 아니라 나와 같은 보통사람들에게 이 같은 실상을 널리 알리는 일이 더 중요하다. 어차피 이런 강좌의 기획의도 자체가 몇몇 활동가들만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보다 많은 대중에게 현실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었을 텐데. 하지만 그러기에는 강좌의 장소나 규모가 좀 부족해 보인다. 뿐만 아니라 보통사람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강좌가 열리면 그 자리는 보통사람들의 목소리를 피드백 받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철폐연대에 조심스레 제안합니다. 사람들을 부르는 강좌가 아니라 사람들을 찾아가는 강좌를 기획해 보면 어떨까요. 전국 곳곳에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모임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들과 협력하여 각 지역을 방문, 대중강좌를 열어 그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노동의 현실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면 좋지 않을까요.^^

좋은 강좌를 만들어 주신 철폐연대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씀 전합니다. 꾸~벅.

 

 

● 이강산 (반올림)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뭔가요?” 철폐연대에서 진행한 2023 노동기본권학교 첫 수업을 듣고, 제일 처음 던진 질문이다. 활동을 올해 시작한 점도 있지만, 노동운동의 역사는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철폐연대에서 사회단체 신규활동가도 참여할 수 있는 노동기본권학교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잠시 쉬어 가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철폐연대로 향했다.

우선, 철폐연대 강의를 따라가며 처음 했던 기대를 이뤘다! ‘노동’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진 여러 시민, 활동가들을 만났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운동을 함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에는 투쟁해야 할 여러 문제가 존재하고, 투쟁의 주체로 많은 분이 활동하고 계신다는 점에서 더 연대할 수 있는 동지들이 생겨난 것 같아 좋았다. 특히나 노조 활동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계신 점을 공유할 때는 안타까움을 공유하면서도, 그들이 운동을 밀고 나간 경험을 들었을 때는 존경심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 불안정노동, 87년 이후 한국노동운동의 역사, 임금, 노동시간, 노동3권, 노동조합 등을 공부하며 잘 알지 못했던 주제들을 폭넓게 알 수 있어 든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최근 운동의 역사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 것이 있다. 반올림 시작 당시에 운동을 조직하기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당시 반도체 직업병과 투쟁이 한국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닌, 미국에서의 경험이 있었고 그것이 한국으로 이전돼 온 역사가 있었다는 것이 공유되었다고 한다. 이에 많은 분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고, 반올림 운동의 기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철폐연대에서 배운 역사와 지식이 활동에 자양분이 되어 언젠가는 어떤 운동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그 근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좋은 강연을 준비해 주신 강사분들과 철폐연대 상임활동가들께 감사의 말을 전한다. 철폐연대의 교육프로그램이 앞으로도 진행되어 많은 분이 나와 같은 소중한 경험을 했으면 한다.

 

 

● 해미 (인권운동사랑방)

직업선택의 자유, 그리고 자아실현. 교과서에서 노동이라는 말을 처음 접하고 어떤 일/노동을 하는 나의 미래를 떠올리며 설렜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노동 행위/과정 그 자체에서 오는 의미를 찾자는 건 배부른 소리로 느껴질 만큼, 현실에서 노동은 각박하고 절박한 무언가였다. 무엇보다 노동의 권리는 많은 경우 노동자 스스로 삶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적절한 노동의 대가(임금)를 받고, 노동의 자리(고용)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권리로 다뤄지는 듯하다. 그에 끄덕이면서도, 한편으론 ‘노동’의 권리가 ‘생존’을 위한 ‘일자리’로의 권리에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노동’을 이해하고, ‘노동’을 더 깊이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해 준비된 철폐연대의 노동기본권학교에 기대했고 또 실제로 만족했던 부분은 다양한 참여자들과 함께 노동의 권리를 더 넓게 질문하고 상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위기에 대비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는 어떤 노동, 노동자/존재를 그리고 또 쟁취해 나갈지 질문하고, 결국 노동의 권리가 단지 일의 세계에서의 투쟁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님을 생각해 보게 됐다.

여전히 나는 ‘생존’이 아닌 ‘삶’의 필수 요소로 다뤄지는 노동을 꿈꾼다. 나 자신이 어떤 노동/행위를 하며, 혹은 어떤 노동자/존재로서 살아가고 싶은가. 이를 노동하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으로부터 노동, 노동의 권리가 더 깊게 이해될 수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 민선 (인권운동사랑방)

배움에 게으른 제가 2023 노동기본권학교에 함께했어요. 2021년 철폐연대에서 낸 야심작 <모두를 위한 노동 교과서>를 사랑방 동료들과 함께 읽었던 적이 있는데 희미해진 기억을 다시 되짚을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노동의 불안정화가 심화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의 변천사를, 87년 이후 노동운동의 성장과 쇠퇴를 돌아보며 재구성에 대한 고민을, 주는 대로 받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닌 임금과 노동시간을 노동자의 권리로 세워 가는 의미를, 이를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함께 요구하고 싸우며 권리를 지어 갈 권리로서 노동3권을 확립해 온 역사와 과제를 4차례의 강의를 통해 속성으로 배우고 나누었습니다. 알찬 내용만이 아니라 매회 준비된 자료와 강의에서 철폐연대의 고민과 질문을 나눌 수 있어 고마웠습니다. 활동하며 자주 만나는 철폐연대지만 구체적인 활동에 대한 논의의 범주 넘어 고민을 나눌 기회가 별로 없거든요. 노동기본권학교는 노동담론, 노동운동에 어떤 갱신이 필요한가 제가 함께하는 운동에 대한 고민과 과제를 틔워 주고 던져 준 시간이었습니다.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답답하거나 깜깜할 때 어떤 토대 위에 있는지를 알게 되는 게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자리를 앞으로도 열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잠시 숨 고르면서 함께 배우고 이야기하며 노동의 권리를 지키고 세워 갈 힘을 서로 북돋는 시간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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