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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최저임금, 왜 배달노동자는 배제하나?

 

 

구교현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한때는 필수노동자로 불렸던 배달노동자. 현재는 기업의 노동착취, 정부의 무관심, 국회의 무대책, 사회의 편견 속에 버려진 존재가 되었다. 배달기업 1위인 배민으로부터 촉발된 임금삭감이 확산되고 있고, 라이더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건당 배달료는 2021년에 비해 20% 넘게 삭감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동네의 일반배달대행사에선 기본배달료를 무려 35%나 삭감한 사례도 있다. 사측은 코로나로 주문량이 줄어들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배민의 경우는 2022년 영업이익으로 4,000억 원 넘게 벌어들였고, 기본배달료 35%를 삭감한 일반대행사의 경우는 사업주가 걷는 수수료는 유지하고 배달료만 깎은 것이 확인되었다.

 

2022년 기준 산재사고가 가장 많이 난 기업 1위를 배민이 차지했다. 쿠팡, 요기요 등의 배달플랫폼들도 상위권에 올랐다. 전통적 위험업종이었던 건설업, 조선업을 뛰어넘을 만큼 배달업은 위험업종이 된 것이다. 작년 기준 이륜차 이용자 중 사망자는 500명을 넘는 상황인데, 이 중 상당수는 배달노동자로 추정된다. 하루 1.4명꼴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AI알고리즘은 실시간으로 갈수록 정교하게 노동자를 통제하고 있는 상태다. 배달노동자는 일감배정 기준이 무엇인지, 패널티가 있는지 없는지, 배달료 책정의 근거는 무엇인지 등등을 하나도 알 수 없는 상태다. 회사는 배달노동자로 하여금 자발적 충성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사고를 유발하는 알고리즘도 있다. 배민은 픽업이 지연된다고 판단할 시 앱으로 확인 메시지를 전송하는데, 라이더 입장에선 해당 메시지를 터치해 배달 중이라는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배정업무가 취소되므로 주행 중 뜨는 메시지를 곧바로 확인하게 된다. 확인 후 원상태로 돌아가려면 4회에 걸쳐 터치를 해야 해서(핸드폰을 자세히 보고 버튼을 정확히 눌러야 함), 이 과정에 전방주시가 되지 않아 위험 상황을 유발하는 것이다. 비마트 품목에 대해서도 배민은 배송이 지연된다고 판단할 경우 여러 차례 메시지를 보내 배달노동자를 재촉하기도 한다. 개선을 수도 없이 요구했지만 변화는 없다.

 

윤석열 1주년, 라이더대행진 열려

 

윤석열 정부 취임 1주년이 된 5월 10일, 오토바이 150여 대가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은 배달노동자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고, 국회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을 벌였다.

 

라이더유니온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을 개혁해야 한다고 외쳤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은 기득권노조 타파와 노동약자보호로 압축된다, 기득권노조 타파는 화물연대, 건설노조, 민주노총을 때려잡기로 전개됐고, 그 결과 지난 5월 1일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가 몸에 불을 붙이고 산화하는 참사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노동약자보호는 대통령의 발언에선 수시로 등장하지만, 정작 정부정책에선 단 한 줄 찾아볼 수 없다. 임금삭감, 사고위험, 노동착취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배달노동자의 존재가 바로 그 증거다. 윤석열 정부는 기득권이라 낙인찍어 노조를 짓밟고, 노동약자보호는 이걸 감추는 포장지로 썼을 뿐이다.

 

라이더유니온은 당초 용산 대통령실까지 오토바이 200대가 행진하겠다고 집회신고를 냈다. 이에 경찰은 오토바이 행진은 물론 집회장에 오토바이를 가져오면 안 된다며 집회금지를 통고했다. 2019년 이후 매년 오토바이 행진이 열렸지만 집회금지통고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은 이에 대해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대행진 전날 이를 일부 수용했다. 오토바이는 배달노동자를 상징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를 집회물품으로 사용하는 것은 배달노동자들의 자유로 보았다. 오토바이 행진은 아쉽지만 100대까지 허용했다.

 

그런데 경찰은 집회 당일 아침에 다시 한번 집회금지를 통고했다. 대통령실까지 행진은 안 된다는 것이었다. 법원의 허용범위 내에 대통령실까지 행진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경찰은 이를 일방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결국 당일 행진은 대통령실과 멀리 떨어져 있는 용산구청까지 진행되었다. 경찰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는 것으로 정권의 노동정책 기조를 따르고 있는 셈이다.

 

 

4. 본문사진1.jpg

2023.5.10. 제6회 라이더대행진. [출처: 라이더유니온]

 

 

최저임금, 금액은 높이고 대상은 넓혀야

 

그간 최저임금은 금액을 높이는 운동으로 전개되어 왔다. 매년 노동계는 생계비를 근거로 대폭인상을 요구했고 사용자 측은 동결을 요구해 왔다. 10년 전 시작된 최저임금 1만원 운동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분위기가 고조되자, 사용자 측은 업종별 차등적용을 들고나와 최저임금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소리소문없이 최저임금 무력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최저임금법이 아예 적용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를 확대해 왔기 때문이다. 배달노동자도 과거에는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노동자들이 다수였으나, 어느 순간 플랫폼을 매개로 한 특수고용 형태의 배달노동자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코로나를 경과하며 완전히 대세가 됐다. 배달노동자를 포함해 3.3% 소득세를 내는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은 700만 명을 넘는 상황이다.

 

배달노동에서는 광범위한 대기노동자들이 존재한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콜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노동자들인 것이다. 대기노동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플랫폼사는 더 빨리 더 저렴하게 더 효율적으로 배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그렇기에 배민은 지금도 친구를 배민커넥터로 추천하면 현금을 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콜 대기 시간 동안은 배민이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대기시간 동안 최저임금을 적용해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면 배민의 노무관리전략은 바뀌게 될 것이다. 현재 배민은 대기노동을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최저임금은 금액의 인상에 더해 대상을 넓히는 운동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최저임금이 그 정체성에 걸맞게 노동자 전체의 생활 안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배달노동자의 급여

 

국토교통부가 생활물류법에 근거해 실시한 최근 실태조사 결과, 배달노동자는 월평균 약 25.3일(주 6일 이상 근무) 일하며 약 381만 원을 벌고, 약 95만 원을 보험료·렌탈료 등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월 실 급여는 286만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2022.12.27. 발표). 더불어 이 정도 수준의 수입을 올리려면 1일 평균 12시간 이상 근무해야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주 72시간이 넘는 총 근무시간을 놓고 급여 수준을 산정할 경우, 배달노동자 수입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최근에는 엔데믹으로 배달단가가 낮아져 라이더들이 근무시간을 더욱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배달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일반 노동자에 비해 건강보험료를 2배 수준으로 부담하고 있다. 비슷한 소득 수준의 근로자에 비해 조세 부담도 2배 수준이다. 법정 퇴직금도 없다. 또한 사고 발생 비율이 높고 사고 시 부담도 온전히 노동자 책임인 상황이라 이로 인한 추가 지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 비용을 놓고 산정하면 배달노동자의 실 급여는 더 낮아질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되면 배달노동자의 소득 수준을 일정 정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 5조 3항 및 그 시행령에는 “임금이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진 경우에 근로시간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그 밖에 같은 조 제1항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면 해당 근로자의 생산고(生産高) 또는 업적의 일정단위에 의하여 최저임금액을 정한다”고 나와 있다. 이미 법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다. 외국 사례처럼 기본 최저임금에 비용(고용보험법에서는 배달노동자 비용을 30%로 설정)과 주휴수당 등 근로기준법상의 수당을 더해 산정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면, 올해 최저임금 9,620원에 비용 30%를 더하고 법정수당을 더해 1만 5,000원 수준으로 정할 수 있다. 배달노동자가 시간당 수행하는 건수를 평균 3건으로 본다면(관련 통계는 플랫폼사가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으므로 적정 건수 산정은 언제든 가능할 것) 1건당 최저배달료는 5,000원 이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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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3. 플랫폼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요구 기자회견. [출처: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최저임금위원회, 공식안건으로 다뤄야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와 같은 노동법 바깥의 노동자는 지금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요구는 소득 불안정성의 개선이다. 최저임금법에는 근거가 있고, 고용산재보험 확대적용 과정에서 국가 차원에서 각 업종별 소득파악 등 시스템도 갖춘 상태다. 그렇다면 최저임금법 적용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지금은 업종별 차등적용이 아니라 업종의 확대적용이 필요한 시대이다. 2023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를 공식안건으로 다루고, 내년에는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연대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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