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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운동을 생각한다

 

여러분의 눈과 귀를 재벌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세윤 (희망연대노조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정책부장)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유선방송이라는 문화를 접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0년을 정점으로 유선방송 가입자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기도 했지요. 많은 분들께서 이 시기에 유선방송을 신청해서, 방문 기사님들이 전신주에서 선을 연결하여 TV에 연결하는 공사를 하는 것을 보시기도 했을 것입니다.

 

사실 유선방송은 TV 채널이 다변화함에 따라서 생겨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TV가 없던 시대에서 흑백 TV로,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이 과정에서 매번 접하던 방송은 지상파 3개 채널이 고작이었습니다. 이때까지는 여러분의 눈과 귀를 정권이 장악했었습니다. MBC와 KBS는 이른바 ‘땡전뉴스’ 등이나 방영하기 급급했고, 1990년 SBS가 등장해서도 얼마간은 거의 변하지 않았었지요.

그리고 시대가 바뀌어 점점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방송국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하였고, 이렇게 TV 채널이 다양화되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 바로 여러분들께서 알고 계시는 유선방송입니다.

그리고 지금 2019년, 이제 여러분의 눈과 귀는 정권이 아닌 대재벌들에게 다시 팔리시게 됩니다.

 

모르긴 하겠으나 집에서 TV를 시청하시는 분이라면 아마도 대부분이 KT, SK, LG, CJ헬로, 티브로드, 딜라이브 같은 IPTV나 케이블TV를 시청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각 방송통신 업체들의 지난 약 20년간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하여 거의 대한민국 전역에 설치가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일 테니까요. 그 중에서 방송 점유율 1위부터 6위까지 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점유율이 자그마치 약 85%에 달합니다(<중앙일보> 2019년 5월 9일,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 캐비닛 11개 분량 서류접수”).

 

다시 말해서 대한민국 국민들 중, 조금 과장하면 10명 중 8명 이상은 케이블TV나 IPTV를 시청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회사들이 본인들끼리 사고파는 과정으로 3개로 통폐합이 되고 있습니다. KT는 딜라이브를, SK는 티브로드를, LG는 CJ헬로를 인수하는 국면이거든요. 이렇게 되면 스카이라이프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KT의 경우에는 약 37%, SK는 약 24%, LG는 약 25%의 점유율을 확보하게 됩니다. 결국 KT, LG, SK와 같은 통신 대기업들이 송출하는 내용을 대한민국 국민들 대다수가 시청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갑자기 이렇게 점유율 타령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인수 합병 과정에서 반드시 있어야 할 것들이 없고,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점유율에 관한 이야기는 아래쪽으로 잠시 미뤄두기로 합시다. 먼저 케이블TV가 지금까지 해왔던 기능들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케이블TV 회사가 지금까지 사회에서 무엇을 해왔을까요? 당연히 생각해보셨던 분들도 계시겠지만, 굳이 말씀드리자면 이런 겁니다.

 

- 지역 소식 전파

 

KT나 SK, LG 등의 유선방송을 시청하셨던 분들 중에서 혹시 우리 동네 구의원이나 구청장, 혹은 시의원 선거의 토론회를 방영해 주는 경우를 보신 분이 있으십니까? 아마도 안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IPTV는 전국 사업장이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방영해 주는 지역방송 채널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이는 우리 생활에 매우 중요한 내용임에는 분명하지요. 적어도 내가 사는 지역의 정책을 입안하고 대의할 정치인들을 뽑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저 사람이 무엇을 주장하는지, 문제점은 뭔지, 그리고 그들 중에서 누가 가장 잘할지 정도는 알려내는 채널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언컨대 광역단체장쯤 되지 않는다면 KBS나 MBC, SBS 등에서는 방영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 장담합니다. 유일하게 이 일을 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알려내고 있는 것이 바로 지역 케이블 방송인 것입니다.

 

이뿐일까요? 얼마 전 강원도 일대 도민들의 가슴까지 새까맣게 만들었던 산불 사건을 여러분들께서는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해당 시각,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자연재해가 발생했고 인명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기존 편성을 방영하기 바빴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지상파를 포함한 모든 케이블 채널들을 포함하여 속보 자막이나 내보내던 그 시각, 단 한 채널에서만큼은 이 산불이 알려지자마자 모든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한 채 이 내용을 48시간 동안 쉬지 않고 알려냈었습니다. 그리고 후문에 따르면 이 채널에서 나오는 방송 덕택으로, 강원도 산불을 진화하기 위하여 전국에서 달려온 소방관 여러분들도 신속한 대처가 가능해졌다고도 합니다. 화재 지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이 방송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었고, 때문에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 따로 브리핑 등이 없이 바로 투입될 수 있었다고 하죠. 바로 이것을 해낸 것도 강원도 지역의 케이블TV 업체였던 CJ헬로였습니다.

 

- 지역 일자리 창출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기능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역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능입니다. 케이블TV 사업은 지역 사업입니다. 이 과정에서 업체는 특정 지역에 유선방송 및 인터넷을 설치하거나 유지·보수 작업을 할 인력이 필요하게 되지요. 그리고 그 인력은 아무래도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 청년들로 채워지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 그리고 해당 지역을 오래 알고 있는 만큼 이동 시간의 축소라든지 담당 구역 특성에 관계된 업무 이해도 등을 고려하면, 사실 지역 청년들을 고용하는 편이 많은 경우 효율의 증대로도 이어집니다. 때문에 자연스레 지역 청년의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되었지요.

 

- 독과점 방지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만약 방송통신 업체를 독점하는 업체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 말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합시다. 일단 한 가지 가정을 해보도록 하죠. 바로 ‘지금부터 인터넷을 쓸 수 없다’고 가정을 해보자는 겁니다. 어떠십니까?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실까요? 물론 일상생활 자체가 ‘정지’까지는 아니겠지만, 제 생각엔 단 하루만 지나더라도 국민들 중 상당수가 답답함에 미칠 지경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이 가정을 조금 바꿔 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는 있는데, 다만 요금이 매우 비싸다고 가정하는 겁니다. 방송과 함께 요금을 내는 경우 한 달에 15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해봅시다. 이번에는 어떻습니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비싼 요금을 지불하면서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재빨리 다른 통신 업체로 갈아타는 겁니다. 맞습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제가 제목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독과점이라서 다른 기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요? 아마 처음에는 이 요금의 부당성이 대두될지도 모르나, 그 수준의 요금이 정례화되는 수순으로 넘어가는 순간, 국민들은 아마 이러한 요금이 비싸다고는 생각하더라도 당연시 여기게 될 지도 모릅니다.

   

자, 이제 이쯤에서 다시 통폐합되는 방송통신 시장의 이야기로 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IPTV에서 케이블 방송사들을 인수하려고 합니다. 그럼 IPTV에서는 대체 왜 이 회사들을 사려고 하는 것일까요? 단순히 점유율이나 올리기 위해 조 단위의 돈을 들여서 인수를 하려고 하겠습니까? 답은 간단합니다. 돈 때문일 겁니다.

 

IPTV 업계, KT·SK·LG에서 매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은 사실 요금이 아닙니다. 요금은 사실 다른 업계들도 대부분 대동소이하게 가져가는 부분이니까요. 그렇다면 무엇이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고객들에게 더 돈을 뽑아낼 수 있는 부분, 즉 고객이 집에서 손쉽게 리모컨으로 무언가를 구매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TV다시보기 메뉴라든지, 홈쇼핑에서 어떤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인데요, 여기서 나오는 수수료를 말하는 것이지요.

 

자, 이제 그러면 본격적으로 인수합병에 한 번 연결시켜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 수수료 등을 벌어들이기 위해 케이블방송들을 인수합니다. 그렇다면 IPTV 업체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제 짧은 소견으로는…… 케이블업체에 가입되어 있는 가입자들만 쏙 빼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핵심입니다. 상황이 이런데 KT, SK, LG에서 티브로드, 딜라이브, CJ헬로에서 일하는 설치 및 AS 기사들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싶을까요? 돈도 되지 않는 지역케이블 채널들을 계속 유지하고 싶겠습니까? 그리고 그곳에 속한 PD나 기자, 스태프 들에게 임금을 지불하며 굳이 데리고 있고 싶겠냐는 말입니다.

 

약 3년 전, SK에서 CJ헬로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을 때에 CJ헬로의 기사인력이 약 2천 명이 넘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때에 CJ헬로는 매각에 적극적이었으나 불발되었지요. 그러나 그 이후로도 CJ헬로의 매각 준비는 착실히 계속되었고, 지속적인 인력 감축으로 인하여 2019년 현재 남아있는 기사인력은 약 1천 명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사실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적어도 3년 전, SK – CJ헬로 사건 때에는 SK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내용으로 어떠한 내용을 이행할 것이며,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를 정부에 보고했었습니다. 그런데 대규모 지각 변동이 일어나는 지금에서는 모든 회사들이 어떠한 방법도 내어놓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한 공청회에서조차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라며 회피하기 바빴던 것이 SK, LG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합병심사가 슬쩍 승인되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SK에서 “이미 법인은 넘어왔으니 기존 티브로드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20%만 고용승계 하겠습니다”라고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최악의 경우 몇 천 명의 케이블TV 업계 노동자들이 대량해고되어 거리로 내몰릴지도 모를 상황이 발생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 10명 중 8~9명이 소비하고 있는 방송과 인터넷 업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거죠.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바로 당신께서 곧 겪으실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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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정부청사 앞 희망연대노조 농성장 [출처: 필자]

 

그래서 호소를 드립니다. 부디 저희 케이블업체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합니다. 노동조합에서 아무리 잘 싸워낸다 해도 비정규직에 불과한 노동자들이 내는 목소리에는 한계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때문에 회사의 돈줄을 쥐고 계시는 시청사이자 소비자이신 여러분들의 목소리가 있어야만 위에서 언급했던 공공성과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2019년 하반기. 이제 대한민국의 방송시장이 재편됩니다. 부디 이번에는 대한민국의 절대 다수가 포함된 소비자들의 힘으로 회사가 방송·통신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기업에 인지시킵시다. 그래서 나중에 혹시라도 추가로 생기는 인수합병에서도 이번 일이 지표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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