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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공연은 상품이 아니다” 정동극장예술단지회의 투쟁
민영기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 조직국장)

 

정동길을 따라가다 보면 정동극장이 나오는데, 매일 점심시간 즈음에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이들이 있다. 수년간 정동극장에서 공연을 해왔으나 하루아침에 계약직으로 전락해버린 정동극장예술단지회 조합원들이다. 그들은 지난겨울엔 ‘7개월짜리 근로계약 철회’를 외쳤고, 지금은 ‘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판결 이행’과 ‘정규직 전환’ 요구를 외치고 있다.

 

1 [출처 필자].JPG

[출처: 필자]
 
우리 전통공연은 장사가 안 된다는 정동극장

정동극장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의 복원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근현대 예술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95년에 개관하였다. 한국 전통공연예술의 대중화와 세계화 그리고 명품화를 미션으로 한국무용, 사물놀이, 기악연주, 판소리 등으로 구성된 전통공연을 선보였다. 
정동극장은 2010년에 한국무용, 사물놀이, 기악연주, 판소리 등 4개 분야를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작품으로 고전소설 <춘향전>을 기반으로 한 공연 <춘향연가>를 선보였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의 정수를 담은 작품으로 호평 받은 <춘향연가>는, 2010년부터 2014년 2월까지 약 4년 2개월 동안 무대에 올려졌다. 2014년 정동극장은 조선 후기 고전소설인 <배비장전>을 무용극으로 만들어 공연했고, 관객 100만 명 돌파라는 공공극장에서는 전례 없는 기록으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춘향연가>와 <배비장전>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공연되며 한국의 전통문화예술을 세계 여러 나라에 전파하였다. 
그러나 2015년 12월 31일, 기악연주팀이 없어졌다. 정동극장은 기악연주팀의 라이브 연주가 연주자의 컨디션에 따라 매일 같은 음색을 표현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녹음된 음악(MR)을 사용해서 무대에 올려야 관객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정동극장의 무대는 관객석과 무척이나 가깝다. 그만큼 예술단원들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음악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서 호평을 받은 이유 중 하나도 라이브로 전달되는 국악의 시청각적 생동감이었다. 그러나 정동극장은 기악연주팀의 연주가 작품의 현대화와 상품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2014년부터 1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라이브 연주를 즐겼던 <배비장전>은 2016년 1월 처음으로 사전에 녹음된 MR로 한 달간 공연을 했다. 
그리고 2016년 정동극장은 우리나라 전통문화예술과는 거리가 먼 판타지 장르의 <가온 세상의 중심>을 새로운 작품으로 선보였다. 작품에 필요 없다는 이유로 예술단원들은 해고됐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한국전통공연예술의 맥을 이어온 정동극장과는 걸맞지 않는 작품이라는 악평을 들어야 했다. 그리고 2016년에는 판소리팀마저 없어지고 말았다. 
정동극장을 찾는 관객의 대부분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에게 우리의 전통문화예술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극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동극장은 ‘우리의 것’이 장사가 안 된다며 작품에 어울리지 않는 퓨전적 요소를 가미하고, 기악연주와 판소리 그리고 사물놀이마저 작품에서 지워내고 말았다. 이는 곧 외국관객들이 등을 돌리는 역풍을 불러왔다. 그럼에도 정동극장은 한 작품을 1년 내내 무대에 올리는 것은 극장수입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2017년부터는 외부에서 인정받은 작품을 가져와 프로젝트 형식의 단기공연을 여러 차례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와 함께 정동극장은 예술단원들에게 7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  

 

무기계약 전환 대상인지도 모르고 공연을 해오다
짧게는 2년, 길게는 10년 동안 정동극장에서 무대에 오르기 위해 매일 연습한 예술단원들이었다. 격일로 진행되는 하루 2번의 공연에 제대로 쉴 틈도 없이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그래도 한국무용이 좋아서, 사물놀이가 좋아서, 그들은 싫은 내색 없이 항상 무대에서 환한 미소로 관객을 맞이했다. 
2016년 12월, 수년간 공연해온 정동극장에서 7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받고 나서야 예술단원들은 이에 항의하고자 2016년 12월에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뒤늦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수년을 정동극장에서 공연해왔지만 정규직이 아니었다. 매년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왔는데, 심지어 연차수당이 발생하는지도 몰랐다. 정동극장에서 근로계약서 작성하라고 해서 그래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이들은 비정규직보호법의 보호대상이 아니었다. 정동극장은 이들은 노동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7개월 근로계약 철회를 주장하고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교섭을 요청했다. 그러나 정동극장의 답변은 2016년 12월 31일자로 근로계약이 끝나기 때문에 우리 극장의 소속이 아니므로 교섭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동극장은 극장 앞에서 현수막을 게재하고 피켓 시위하는 이들에게 무마용으로 2017년 작품 오디션에 응할 것을 제안했다. 무대에 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감에 조합원들은 피켓 시위를 중단하고 오디션에 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악연주와 사물놀이 그리고 판소리를 공연하는 단원들은 더 이상 선발되지 않았다. 오디션에 합격한 예술단원에게는 프리랜서라는 명칭이 부여됐다. 공연기간 동안 채용해서 무대에 오르게 하지만 정직원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겨울 동안 피켓 시위를 했던 예술감독과 사물놀이패 2명은 끝내 거리로 내몰렸다. 해고된 예술감독과 사물놀이패 2명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고, 지난 5월 2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들 3명에 대해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사용자도 노동부도 노동자가 아니라고 했던 정동극장 예술단원 해고자들에게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노동자임을 인정하고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판정했다. 이에 정동극장은 즉각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청구를 했다. 현재 해고자 3명은 7월 3일자로 다시 출근하고 있으나, 이전 작품이 더 이상 공연되지 않는다며 정동극장 측은 원직복직을 시키지 않고 있다.   

 
혹독한 오디션을 통한 매년 재계약 방식
정동극장 예술단에는 정직원이 없다. 1년에 몇백 회의 공연을 하면서도 정동극장 예술단원은 1년 단위 재계약 형식으로 계약을 맺어왔다. 이들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1년에 3번의 시험을 봐야 했다. 매년 12월에 진행되는 공개 오디션에서 선발되면, 1월에는 등급 오디션과 작품 캐릭터 오디션을 봐야 했다.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내부평가와 외부평가로 등급(연봉) 시험도 봐야 했다. 예술단원 중에 선정된 우수단원들에게는 오디션 면제와 2년을 계약할 수 있는 ‘특권’을 주기도 했다. 예술단원들은 무기계약 전환대상이었음에도 말이다. 
정동극장 예술단원들은 하루 2번의 공연을 한다. 국내 어느 예술단체도 이렇게 운영되지 않는다. 투 트랙으로 운영되는 공연방식에서, 배우 한 명이 아프거나 하면 다른 배우가 대신 공연을 해야 한다. 하루 2회씩 4일 연속으로 공연을 하기도 했다. 여성 예술단원들은 어릴 적부터 아파도 공연을 하게끔 배워왔단다. 그래서 웬만한 아픔이 아니라면 무대에 오른다.   

 

예술단 명칭을 지우다
혹독한 오디션을 통해 무대에 오르지만 이들은 매년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기 때문에 고용에 대한 보장이 없다. 정동극장 예술단원은 2013년까지는 정동극장 예술단 소속으로 공연을 해왔으나 2014년부터는 출연자로 명칭이 바뀌었다. 올해부터 7개월 근로계약을 맺으면서 프리랜서로 계약을 맺었다. 이들 예술단원들에게는 단기간 계약직으로 고용보장도 허용되지 않지만, 4대 보험도 적용되지 않는다. 프리랜서라는 겉으로는 자유로워 보이는 이름 뒤에는 지독한 불안정성이 있을 뿐이다.
심지어 마땅히 연습할 공간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동극장은 상설적인 운영이 아닌 공연을 올릴 때마다 작품별 오디션을 통해서만 무대에 오를 단원을 모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제는 예술단이라는 이름도 사실상 지워진 상태이다. 
그 나라의 문화예술을 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한국전통공연을 계승 발전하겠다던 정동극장은 예술단원을 거리로 내쫓으며 그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고 있다. 작년 겨울 7개월짜리 근로계약 요구에 많은 정동극장 예술단원들이 떠났다. 오랫동안 정동극장에서 공연을 한 단원들은 그 수가 하나둘씩 줄어들고 있다.
정동극장 예술단원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정동극장이 예술단이 아닌 프리랜서 형태의 계약을 통해 계속 공연을 올린다면. 전통공연에 대한 책임감 부재는 말할 것도 없고 작품의 질 역시 떨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설립취지와 본연의 역할을 외면하며 수익창출에만 골몰하는 정동극장의 처사에도 불구하고, 예술단원들은 국내외 관객들에게 우리 전통공연을 선보이고 계속 이어가기 위해 항상 주어진 무대에 최선을 다해왔다. 그들에게 정동극장 무대는 20대의 청춘을 함께 보낸 공간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예술을 하려면 ‘국립으로 가라.’ 하지만, 정동극장을 보면 이는 틀린 말이다. 정동극장은 더 이상 전통공연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정동극장 예술단원들이 노동자일 뿐만 아니라 무기계약 전환대상자라고 판정했다. 정동극장은 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전통공연은상품이아니다” 정동극장예술단지회의투쟁_민영기-질라라비20170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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