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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운동의 목소리

 

 

여성파업이 다가온다…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은 여성파업의 날

 

“여성이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정은희 • 사회주의를향한전진 여성운동위원회

 

 

 

여성파업을 준비 

 

최근 넥슨의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이어 여대 졸업생은 이력서부터 거른다는 채용 성차별 뉴스가 잇따랐다. 그런데 페미니즘을 광고에 활용한 펨버타이징(femvertising : 페미니즘(feminism)과 광고(advertising)의 합성어)은 이미 대세며, 페미니즘을 말하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구조적인 성차별이 여기에는 없고, 저기에는 있다. 바로 계급이라는 당파성의 유무가 이를 가른다. 우리가 2024년 3.8 여성파업을 준비하기 시작한 이유 역시 여성이 공히 겪고 있는 문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여성 스스로가 계급적 주체로 서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바로 여성억압은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의 산물이므로 이에 걸맞은 계급적 무기를 들자는 취지다.

 

사실 여성의 권리와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사회의 백래시는 점입가경이다. ‘페미니스트면 맞아야 한다’는 이유로 짧은 머리의 편의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는가 하면, 넥슨의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는 ‘페미 다 죽이겠다’는 살해 예고글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그런데 이러한 백래시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과 성평등 후퇴 조치 속에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한 여성가족부 폐지를 성사시키지는 못했지만, 성평등 정책을 이미 심각하게 후퇴시켰다. 여성가족부는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성평등한 사회 실현’을 주요 목표에서 삭제하고 성평등 예산을 삭감하는 한편, 수많은 지자체는 잇따라 성평등 정책을 가족정책에 흡수통합했다. 뿐만 아니라 여가부는 성 인권 교육을 전면 폐지했고, 청소년 활동 지원 예산도 전액 삭감했다. ‘비동의강간죄 도입’도 국정과제에서 삭제됐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성평등 정책 후퇴는 비단 여가부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민영화 확대를 노정한 사회서비스 고도화 정책과 사회서비스원 해체 정책, 고용노동부의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예산 삭감과 임신한 여성 노동자의 근로시간 확대 계획, 지역 돌봄위기를 헐값에 전가하려는 이주 가사노동자 제도 확대, ‘성별근로공시제’ 기업 자율화, 영아살해죄의 살해죄로의 통합 및 보호출산제 도입까지 여성 노동자의 권리는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윤 정권은 여성 노동자에 대한 초과착취와 무급 가사돌봄 노동을 확대하는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올해 최저임금위가 결정한 최저임금인상률은 역대 두 번째로 낮은 2.5%에 불과했다. 지난 9월 고용노동부 고용보험위원회는 ‘시럽(syrup) 급여’ 논란 속에서도 고용보험법 관련 규정을 개정해 1일 3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들의 실업급여를 대폭 삭감했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약 71%가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 노동자의 실업급여를 삭감한 것이나 다름없다.1)

 

그래서 우리는 이에 맞서 2024년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 여성파업을 일으키기로 했다. 여성파업이란 여성억압에 맞서 여성의 노동을 중단하는 파업을 말한다. 계급적 주체로서 노동을 중단하는 행위는 애초 국제 여성의 날의 취지를 계승하는 것이다. 애초 3.8 국제 여성의 날은 초기 자본주의 착취와 억압에 맞선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기 위해 1910년 8월 제2인터내셔널 사회주의자 여성대회에서 독일의 클라라 체트킨을 비롯한 여성 사회주의자들이 제안하면서 시작했다. 1920년대 처음으로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한 국내서도 그 이름을 ‘국제무산부인데이’로 짓고 계급적 당파성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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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01. 2024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출처: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이에 우리는 지난 2023년 6월부터 ‘초동단체’를 결성하고 여성파업을 준비하기 시작해 11월 1일 ‘2024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를 출범했다. 조직위에는 승급 성차별로 악명 높은 KEC, 해체 위기를 겪고 있는 사회서비스원, 현재도 노동조건을 문제로 싸우고 있는 톨게이트, 코로나 시기 부당하게 해고된 세종호텔 노동자들을 비롯해 페미니즘과 사회운동을 일궈 온 여성, 노동, 예술, 법률, 학생, 인권단체 등 12월 25일 현재 모두 28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그동안 조직위는 △ 성별임금격차 해소, △ 돌봄 공공성 강화, △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 및 유산유도제 보장, △ 최저임금 인상을 5대 요구로 채택하고, 찾아가는 여성파업과 노조 워크숍,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 건보고객센터 노동자 파업 지지 여성노동자 선언을 진행했으며, 여성 노동자 현실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여성파업의 전략2)

 

이러한 여성파업은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생산과 재생산 영역 모두를 문제로 삼으며 이에 따라 임금노동과 함께 무급 가사돌봄 노동의 중단을 추구한다. 자본주의는 생산과 재생산을 분리하고 재생산은 사적으로 가정에 떠맡겨, 가부장제 아래 여성이 이를 무급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이중의 굴레를 철폐하기 위해 보다 분명한 전략을 추구한다.

 

첫 번째 전략으로 여성파업은 노동자계급 여성의 단결을 조직한다. 여성파업은 여성들의 탈계급적인 연대인가, 아니면 노동자계급 여성의 파업인가의 문제다. 여성파업은 성차별과 성폭력 철폐를 주장하지만, ‘성평등하게’ 착취하고 억압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도 여성 CEO나 여성 정치인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이 아무리 고위직에 올라간다 해도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되는 한 기층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와 억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5. 본문사진2.jpg

2023.12.06.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 [출처: 스튜디오 알] 

 

 

둘째는 여성 억압에 맞선 파업을 조직하는 동시에, 무급 가사돌봄 노동 중단을 통해 공동의 위력을 조직한다. 노동자가 생산하는 잉여가치에 늘 굶주린 자본가계급과 대항하는 실천적인 타격을 조직하기 위해서는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임금노동의 중단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재생산 노동의 중단은 그것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이미 무급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노동을 중단한다고 해도 자본가계급에 미치는 타격이 직접적으로 조직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여성파업에 무급 가사노동 중단을 포함하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의미가 있다. 생산과 재생산을 분리하고, 재생산 업무를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이 아니라 개별 가정에서 주로 여성이 전담하는 사적인 일로 ‘은폐’하며, 그럼으로써 자본가계급의 이윤 축적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도록 여성을 종속시키는 가부장적 자본주의의 비밀을 사회의 표면에 드러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무급 가사노동 중단과 더불어, 이를 개별 가정에 떠넘기지 말고 다양한 성별의 노동자가 충분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보장받으며 일하는 공적 산업으로 재편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여성파업은 생산과 재생산의 관계 전체를 변혁하는 대안적인 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여성파업은 무급 가사돌봄 노동 전가를 포함한 여성 억압에 대항하기 위해 임금노동의 중단을 조직해 자본가계급을 압박하며, 그와 동시에 무급 가사돌봄 노동을 중단한 여성들과 함께 집회시위를 통하여 공동의 위력을 조직하는 전략을 취한다.

 

셋째, 여성파업은 성소수자, 남성을 비롯한 모든 성별의 노동자의 공동투쟁을 제안한다. 가부장적 자본주의는 여성과 성소수자 노동자들만 억압하는 것이 아니다. 남성 역시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당연시되는 노동강도를 포함해 직장 내 규율은 남성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억압하기 위해서도 작동한다. 또한 여성·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철폐하기 위해서는 노동자계급 전체의 단결된 투쟁이 필요하다.

 

해외 여성파업에 비하면, 누군가에게는 우리의 현재가 보잘것없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1975년 처음 여성파업이 일어난 아이슬란드에서도 파업의 시작은 소수의 단체에서 비롯됐다. 이제 우리의 여성파업을 준비하자. 우리 역시 여성파업으로 잃을 것은 여성 노동자를 쥐어짜고 멸시하고 살해하는 이 가부장적 자본주의 세상의 사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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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4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 참가 제안서 중.

2) ‘여성파업의 전략’은 지난 12월 6일 열린 ‘여성파업 첫발떼기 토론회’에서 발표된 “왜 파업인가? 2024년 여성파업의 함의, 국제 여성파업 사례 검토하기” 원고를 축약한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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