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질라라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우리 동네 2%

 

 

청년 노동자들의 민주노조 이야기,

금속노조 테스트테크지회

 

 

김국배 • 테스트테크 신종노조파괴중단 및 민주노조사수 충북대책위

 

 

 

테스트테크 MZ 노동자

 

2023년 1월 26일 테스트테크 젊은 노동자들과의 첫 만남은 꽤나 흥미로웠다. 12명의 노동자들이 단체로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사무실을 찾아와서는 대뜸 노동조합 준비과정에서 회사에 노출되어 시급하니 당장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찾아오는 다수의 노동자들은 대체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조심스럽게 접근하지만 테스트테크 노동자들은 달랐다. 초조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 그저 덤덤하고 호기심에 찬 눈빛이었다. 그렇게 다섯 차례 모임을 통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3. 본문사진1.jpg

테스트테크 청년 노동자들. [출처: 테스트테크지회]

 

 

청년일자리 우수기업, 테스트테크

 

충북 오창에 위치한 테스트테크는 2001년 설립되었다. 패키지기판 전기검사 전문 업체로 대부분 20~30대의 젊은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오창에 본사를 두고 시작된 사업은 2014년 2공장, 2021년 3공장까지 확대되었고 2021년 시흥, 부산으로 지사가 설립되었다. 그렇게 확장된 공장은 해가 갈수록 매출은 늘었고 현장 노동자의 품삯으로 회사는 모범기업인, 좋은 일자리기업, 청년일자리 우수기업, 노사협력유공자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대표이사의 공치사로 치장했다.

 

청년 노동자들의 현실

 

그러나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강제 연차 사용, 관리자들의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 직장 내 괴롭힘이 난무했다. 인건비를 줄이려 인력 채용도 제대로 하지 않아 현장 노동자의 하루 이동거리가 무려 3만 보 이상일 수밖에 없었다. 노동권과 인권이 완전히 무시된 현장이었다. 물량이 줄어들 때면 회사가 강제로 연차를 사용하게 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의 연차는 두 달이면 모두 소진됐다. 관리자들은 기본적으로 반말을 사용하고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업무용 단체 채팅방에서도 관리자는 “욕 처먹고 싶으면 저한테 오세요. 얼마든지 욕 처 해 줄 테니”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살 빼라’, ‘머리 짧게 자르지 말고 길러라’ 등 언어폭력과 팔을 꼬집는 등 불필요한 신체 접촉까지 갖가지 성희롱도 다반사로 일어났다. 대부분 테스트테크가 첫 직장이었던 젊은 노동자들은 회사 생활이 다 그런 줄 알고 참고 살았다.

 

청년 노동자들의 선택은 민주노조!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노동자들의 선택은 노동조합이었다. 2023년 2월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에 가입하고 테스트테크지회를 설립했다. 오창공장 현장 직원 130여 명 중 110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평균 연령 26세의 패기 넘치는 민주노조가 테스트테크에 만들어졌다. 노조와 회사는 3차례 교섭을 통해 순탄치는 않았지만 기본협약 체결을 통해 노조 전임자, 노조 활동보장, 노조 사무실 제공 등을 합의했다.

 

자본의 선택은 어용노조

 

원만하게 대화로 해결할 듯하더니 결국 회사가 본색을 드러냈다. 회사는 기본협약 체결 나흘 만에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인 관리자들을 중심으로 어용노조를 만들었다. 어용노조는 오창공장 관리자들뿐만 아니라 시흥, 부산공장의 관리자들까지 대거 가입시켜 교섭대표노조가 되었다.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를 악용해 민주노조의 교섭권을 빼앗은 것이다. 그러자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 금속노조와 체결한 기본협약을 무효화했다.

 

탄압에는 연대로!

 

어용노조를 앞세운 회사는 금속노조를 탄압하기 시작했다. 지회 간부들을 징계하고, 현장에 CCTV 40여 대를 설치했다. 현장을 감시하고 노조활동에 앞장서면 징계한다는 본보기를 보여 주려 했다. 그러나 회사의 탄압에는 더 강한 연대로 대응했다. 지회는 5월 18일부터 천막농성에 돌입했고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전체 지회들과 민주노총 충북본부 산하 산별노조들이 하루도 빠짐없이 연대했다. 5월 31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통해 테스트테크 자본에 맞서 연대하고 투쟁하겠다고 결의했다.

 

 

3. 본문사진2.jpg

2023.06.07. 테스트테크 노동자 감시·인권탄압 CCTV 설치 규탄 및 고소장 접수 기자회견.

[출처: 테스트테크지회]

 

 

소중한 승리! 더 큰 투쟁으로!

 

천막농성 27일 차인 6월 13일, 금속노조와 회사가 기본협약에 보장됐던 내용을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노조 전임자, 노조 활동보장, 노조 사무실 제공 등에 합의하며 천막농성을 종료했다. 지역의 연대로 소중한 승리를 만든 것이다. 금속노조 테스트테크지회는 이제 민주노조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다. 강제 연차, 관리자들의 갑질, 성희롱, 어용노조 등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5월 18일 테스트테크 과반수 노조에 대한 이의신청 심문회의 결정문이 전달되었다. 결정문에 따르면 과반수 노조 이의신청은 기각되었다. 그러나 충북 지방노동위원회 조사와 심문회의 과정에서 ‘자격 없는 자들에 의한 노조 설립’ 및 테스트테크 경영진의 불법적인 노조지배개입 정황이 드러났고 관리자 주도로 설립된 복수노조의 결성대회에 참여한 참석자 15명 중 주임급 이상 관리자가 14명이며, 이 중 사실상 인사평가 권한을 가진 팀장급 관리자는 4명이었다. 즉 자격 없는 자에 의한 노조 설립의 개연성이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회사는 민주적인 금속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관리자 노조를 통해 예전 폭언, 갑질이 만연했던 과거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로 깃발이 세워진 이상 더 이상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제대로 출발점에 선 새내기 민주노조에 더 많은 연대와 튼튼한 민주노조가 되도록 끝까지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