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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직 100% 비정규직 공장에 금속노조 깃발을 세우다

장안석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사업부장)

 

 

지난 2월 12일 일요일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로고가 새겨진 작업복과 사원증을 패용한 노동자 250여 명이 12시간의 야간노동이 끝나고 한자리에 모여, 금속노조의 깃발을 세웠다. 깃발의 이름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비정규직지회’(이하 ‘지회’)다. 사무관리직군을 제외한, 생산직 노동자 약 350명은 모두 도급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이다.

   

용역업체 중 한 곳인 에이치알티씨(HRTC)는 지회가 교섭을 요청하고 창구단일화 절차가 마무리되자, 개인 지병을 이유로 도급 계약을 만료하고 4월 2일자로 폐업한다며 ‘고용 종료 통보서’를 모든 직원에게 발송했다. 지회와 금속노조 인천지부는 즉시 대책회의를 열고 ‘개별 면담 및 근로계약서 작성 거부,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출퇴근 투쟁을 진행 중이다. 에이치알티씨 소속의 노동조합 임원을 만나, 그간 지회를 설립하게 된 배경과 현재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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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12.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비정규직지회 출범식 [출처: 금속노조인천지부]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0.1시간 노동”

조합원들은 하루 12시간 격주 맞교대로 근무하여 1주당 84시간을 공장에서 보내 순수 노동시간만 1주당 73.5시간이다. 1년으로 따지면 3,696시간으로, 365일 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10.1시간을 일했다. 하지만 정규직과 평균 연봉 4천만 원이 차이 나는 현실에서, 조합원들은 스스로 만도헬라의 정규직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금속노조의 문을 두드렸다.

 

“만도헬라로 알고 입사했어요”

조합원들은 만도헬라에 입사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막상 면접을 보는 사람은 서울커뮤니케이션(SC)과 에이치알티씨라는 업체 소속이었다. 용역업체 면접을 보고 난 후, 만도헬라 원청의 사무실로 이동해 원청 소속 차장도 만나 ‘열심히 일하자. 잘 해 보자’라는 얘기를 들었다. 이상했다. 만도헬라로 알고 갔는데, 이상한 업체와 면접을 보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마치 용역업체는 만도헬라의 면접부서이고 부서장이 OK한 후 공장장에게 인사를 한 모양새였다.

 

“시급을 올렸어요” “근데 임금 총액은 줄었어요”

통상임금이 뭔지도 모를 그때, 최저시급에 상여금 400%를 받았다. ‘특근수당 누진제’도 있어서, 이번 주 특근하면 다음 주 특근 때는 50%가 아니라 100%의 특근수당이 붙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임금총액이 다른 데에 비해 높으니 참고 일했다. 2014년 1월 회사가 상여금 중 300%를 기본급에 포함시키며 시급을 올리고 특근수당 누진제도 없다고 했다. 또 이상했다. 시급은 올랐는데, 임금 총액은 오르지 않았다. 해가 갈수록 임금이 예상보다 더 낮아졌다. 수년에 걸쳐서 상여금 300%를 없애는 과정이었다.

 

“도급업체가 도급 총액의 25%를 가져간다고 들었어요”

생산직을 관리하는 용역업체가 100원에 도급을 받았다면, 25원을 가져간다는 사실도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 알았다. 만도헬라 원청의 계획과 지시에 따라서 일은 조합원들이 했는데, 돈은 용역업체가 챙겼던 것이다. 원래 지급됐던 상여금 300%와 특근수당 누진제의 돈이 용역업체의 주머니로 들어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노동조합이 생기고 나서야 들었다.

 

“시급이 6.8% 오르고 갑자기 노사협의회도 한대요“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킨 이후 매년 시급을 150원 정도(2%)씩만 올리더니, 노동조합 생긴다는 얘기가 현장에 돌자 6.8% 올랐다. 그것도 1월 임금지급일인 2월 10일 하루 전인 9일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그전엔, 난데없이 노사협의회를 한다며 ‘근로자 대표’를 뽑겠다고도 했다. ‘근로자 대표’와 노사협의회에 콧방귀를 끼고 2월 12일 지회 출범식을 가졌다.

 

“노조는 해도 돼, 근데 강해도 안 되고 앞장 서도 안 돼. 그럼 해고돼”

출범 전후로 회사 관리자들은 ‘간부하지 마라, 노조원이 몇 명이냐, 노조하면 해고 된다’는 말들을 하고 다녔다. 조합원들은 대부분 30대이지만 기혼자가 많고 생계에 대한 부담과 잠시라도 임금이 끊기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많은 편이다. 한 조합원은 배우자에게 “노조 간부하면 이혼 할 생각해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언론과 주변에서 ‘노조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는 얘기를 들으며, ‘앞장서지 말고 뒤에 있어라’는 얘기도 들리는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금속노조는 강성이다”는 얘기도 했다. ‘노조는 해도 돼, 근데 강해도 안 되고 앞장 서도 안 돼. 그럼 해고돼’ 라는 말로 모아졌다.

 

“반성합시다!”

에이치알티씨의 ‘고용 종료 통보서’가 날아온 후 간부들 중심으로 출‧퇴근 선전전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간부뿐만 아니라, 많은 조합원들이 함께 나와 매일 아침과 저녁 출‧퇴근 시간에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진행자의 구호를 따라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처음 집회 진행을 맡은 간부는 구호를 외치는 중간 중간에 “반성합시다!” “반성하세요!” 외쳤다. 조합원들은 키득거리며 재미있어 했다. 진행자는 또 외쳤다. “불법 파견 반성해라!” “정규직으로 전환해라!”

 

“위장도급 중단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에이치알티씨의 자리에 베스템프라는 회사가 들어왔다. 베스템프는 노동조건과 복지에 대해 설명회를 개최했다. 베스템프는 그 자리에서 “진성도급화 할 거다”라는 얘기를 했다. 지금 있는 서울커뮤니케이션와 에이치알티씨는 위장도급(불법파견)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반면에, 현재 위장도급인 서울커뮤니케이션도 갑작스런 폐업으로 ‘고용 종료 통보’를 하고 업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혀 두렵지 않다. 이미 위장도급에 대한 증거가 차고 넘치고 있으며, 지금까지 위장도급으로 일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행해왔던 불법행위에 대한 인정,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조합원들이 지회로 뭉쳐있기 때문이다.

 

지회와 금속인천지부는 현재 서울커뮤니케이션, 에이치알티씨와 각각 교섭 중이다. 집단 교섭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에이치알티씨의 도급 만료일인 4월 2일이 가까워짐에 따라 개별적으로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베스템프와도 협의를 진행 중에 있으며, 현재까지 ‘조합 탈퇴한 자에 한하여 고용 승계한다’는 말은 없는 상태이고 해고되는 조합원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송도 그리고 노동조합

한국은 2002년 12월 31일자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2003년에 1차로 인천, 부산·진해, 광양만권을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고 2008년에 추가로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을 지정하여 총 6개의 경제자유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에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각종 혜택은 물론, 근로기준법 및 파견법 등을 적용하지 않는 것(유급 주휴일 미적용, 사실상 무제한 파견 허용)이 가능하다.

송도 경제자유구역에는 바이오단지, 지식정보산업단지, 첨단산업 클러스터, 물류단지, 대학-산업체-연구기관 클러스터 등이 구성 및 운영되고 있으며, R&D 센터 등을 제외하고 213개의 공장이 입주해 있다. 공장설립 온라인시스템(www.femis.go.kr/femispo 팩토리온)에 공개된 자료로 보면, 공장의 고용 규모별 분표는 [표1]과 같다. 하지만, 해당 고용규모는 기간제와 파견직 등 비정규직이 반영되지 않았고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처럼 하도급업체가 포함되지 않아 실제 규모는 더 크다. [표2]는 팩토리온 자료상 100인 이상 기업 리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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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봄, 노동조합으로 시작합시다!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는 잘 나가는 대기업이다. 하지만, 매출액 대비 임금비율은 4%에 불과하다. 30대 그룹 상장사의 2015년 평균 매출액 대비 임금비율이 9%인 것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최소한 그 비율의 차이만큼 노동자에게 주지 않았다는 뜻이고, 그만큼이 생산직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못 받은 임금이다. 노동조합이 없는 공장들은 능력만 된다면, 다들 이렇게 노동자들 임금을 떼먹으며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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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개 공장이 있고 공장부지 무상 임대와 세제 혜택 등 기업들이 다양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경제자유구역에 금속노조의 깃발이 처음 올려졌다. 휘날리는 지회의 깃발이 일으키는 바람이 송도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전파되길 바라고 있다. 만도헬라와 가까운 만도브로제(주)도 있고 인천에도 지회가 있었던 엠코테크놀러지, 의료영리화의 주범인 삼성의 바이오 회사도 있다.

지회 깃발을 올릴 때, ‘노조 만들면 해고 된다’는 얘기가 마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얘기됐었지만, ‘노조 만들어도 해고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더 널리 퍼지고 부당한 대우를 받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설립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찾았다는 소식이 송도 전역에 전파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희망한다.

 

 

생산직100%비정규직공장에금속노조깃발을세우다_장안석-질라라비201704.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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