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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청소노동자 행진 <청춘(淸春):청소노동자의 봄>을 시작합니다

류남미 (5회 청소노동자 행진 준비위원회, 전국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팀장)

 

 

봄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다. 언 땅을 기어이 뚫고 올라오는 새싹, 딱딱한 나무껍질 위로 기어이 움터오는 꽃눈, 꽝꽝 언 강을 기어이 풀리게 하는 가는 물살. 이 모든 것이 찬란한 봄을 기어이 이루는 것이다. 청소노동자의 봄도 거저 오지 않는다.

 

2010년 청소노동자들은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 여기, 우리가 있다’는 외침과 함께 1회 청소노동자 행진을 시작했다. 한 겨울, 화장실 한 쪽에서 혹은 지하실 어딘가에서 차디찬 밥을 먹어야 하는 청소노동자의 현실 뒤에는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굴레가 거대한 성벽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학교, 병원 등 모든 건물에는 청소노동자가 존재하고, 이들의 노동 없이는 하루도 제대로 운영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회는 40만에 달하는 청소노동자들이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모든 권리를 박탈한 채, 이들을 유령처럼 떠돌게 했다. 존재하지만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적 유령 말이다. 그 유령들이 자신들의 존재와 권리를 이야기하기 위해 대낮에 행진을 시작했다. 그것이 1회 청소노동자 행진이었다. 청소노동자 행진은 청소노동자들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장이었고, 청소노동자들의 축제였고, 또한 청소노동자들의 권리 찾기에 기꺼이 함께하고자하는 이들의 연대의 장이었다.

 

‘우리는 유령이 아니다’라는 청소노동자의 행진이 시작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청소노동자의 휴게실이 개선되었고, 또 일부 지자체에서는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공공부문 청소노동자의 저임금과 고용불안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발표했다. 청소노동자를 비롯한 용역노동자들의 휴게시설, 세면시설 등의 설치나 이용에 도급사업주가 협조해야 한다는 산업안전보건법 29조 9항도 신설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한 사회적 지지였다. 2011년 새해 벽두, 집단해고에 맞서 시작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사회적 관심과 지지가 이어졌다. 초등학생부터 해외이민자들까지 수많은 이들이 성금, 신문광고, 지원물품, 지지방문 등으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했다. 사회적 지지에 힘입어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은 승리로 마무리되었고, 이후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이 이어졌다. 많은 것이 변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분명 청소노동자들의 행진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들의 봄은 요원하다. 3월 캠퍼스는 젊음의 싱그러움으로 가득하고, 건물들은 봄맞이 새 단장으로 분주하다. 주말마다 타오른 1,600만의 촛불은 기어이 박근혜를 파면시켰다. 세상은 이제 ‘장미 대선’ 이야기로 분주하다. 그러나 2017년 봄, 청소노동자들은 아직 겨울이다. 청소노동자는 여전히 유령이거나 동정의 대상이다.

위키백과사전에는 청소노동자의 정식 명칭을 ‘청소용역노동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청소’라는 직업과 ‘용역’이라는 고용형태가 일치되어 있는 것이 차디찬 현실이다. 매년 연말연초면 반복되는 용역업체 변경과정에서 혹 해고될까 밤잠 이루지 못하고, 또 많은 이는 해고되어 추운 밤을 보내고 있다. 청소노동자는 여전히 저임금의 대명사이다. 건물을 쓸고 닦는 청소노동자에게 허락된 공간은 가장 좁고, 더럽고 어두운 곳이다.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두려움은 막말, 폭언, 성희롱에 차오르는 울분을 삼키게 만든다. 더 이상 참지 못해 노동조합을 만들었지만 원청과 용역업체는 그 작은 희망조차 꺾어 버리려 혈안이다. 그래서 아직 겨울이다.

 

청소노동자들은 기어이 봄을 이루려 마음먹었다. 저임금, 용역, 차별, 무시……. 청소노동자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이 모든 것들을 청소해야겠다. 최저임금 1만원, 생활할 수 있는 임금, 2년마다 바뀌는 용역업체가 아닌 매일 새벽이면 출근하는 그 건물의 직원으로 일할 권리, 폭언과 성희롱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권리, 일하다 다치면 보상받고 치료받을 권리, 헌법에 보장된 노조 할 권리 그리하여 청소노동자가 한 명의 노동자로 시민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기어이 꽃피워야겠다.

 

봄은 모두의 것, 청소노동자만의 봄은 없다. 청소노동자의 봄은 이 사회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봄이고, 여성 노동자의 봄이며, 이 사회 99%의 봄이다. 청소노동자가 기어이 꽃 피우려는 권리가 바로 간접고용 노동자의 권리이고, 여성노동자의 권리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의 겨울이 지속되는 한 이 사회 99%에게도 온전한 봄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소노동자들은 이 사회 곳곳에서 기어이 봄을 이루려는 모든 이들과 함께할 것이다. 그리하여 청소노동자의 봄은 모두의 봄이다.

 

2017년 4월 22일, 청소노동자들은 흐드러진 봄꽃보다 찬란한 행진을 한다. 청춘(淸春) 행진이다. 아니, 이 행진은 이미 시작되었다. 청소노동자들이 기어이 봄을 이루겠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부터, 스스로 피워 올릴 권리의 꽃을 고민하는 그 순간부터 청춘 행진은 시작되었다. 3월 3일, 80여 명의 청소노동자들은 한데 모여, ‘청소노동자에게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바꿔야 할 한 가지’에 대해 토론했다. 청소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토론한 것이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2 2017.3.3. ‘청소노동자에게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바꿔야 할 한 가지’토론회 [출처 5회 청소노동자 행진 준비위원회].jpg2017.3.3. ‘청소노동자에게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바꿔야 할 한 가지’토론회 [출처: 5회 청소노동자 행진 준비위원회]

 

 

* 청소노동자 토론회 결과

 

① 청소노동자에게 최저임금 1만원을

② 청소노동자에게 차별 없는 일터를: 식대, 복지 등 정규직과의 차별해소

③ 청소노동자에게 고용안정을: 용역업체 변경 시 포괄적 고용승계 등

④ 청소노동자에게 직접고용을: 공공부문부터 청소노동자(시설관리노동자) 직접고용, 간접고용 사용금지 및 상시업무 정규직 고용 법제화

⑤ 청소노동자에게 노조 할 권리를: 노조탄압 중단, 자유로운 노조활동 보장

⑥ 청소노동자에게 인권을: 폭언·성희롱 없는 일터, 휴게실 개선, 산재보상 등

 

이런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모아 3월 8일, 109주년 세계여성의 날에 5회 청소노동자 행진 개최를 선포했다. 그리고 이제 ‘청소노동자의 봄’ 소식을 전하기 위한 실천을 준비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시작은 새벽선전전이다. 새벽 첫 차를 타고 출근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청소노동자의 봄’을 전하고,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모으기 위해 두 차례 새벽선전전을 진행한다. 공공부문부터 청소노동자를 비롯한 시설관리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국회 기자회견도 준비 중이다. 대학에서는 학생들과 함께 토크쇼를 진행하고, 청소노동자 행진 소식을 알리는 대학가 퍼레이드와 플래시몹도 계획 중이다. 2011년에 이어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실태조사도 진행한다. 6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과연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실태는 개선되었는지, 무엇이 변했고, 무엇이 변하지 않았는지 조사하고 그 결과도 발표할 계획이다. 저마다 한국사회의 봄을 이야기하는 대선주자들에게도 그 속에 청소노동자의 봄은 있는지 따져 물을 것이다. 이 모든 실천들은 공공운수노조 소속 청소노동자들과 5회 청소노동자 행진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단체들이 함께한다.

   

그리고 4월 22일 5회 청소노동자 행진으로 이어진다. 4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되는 행진은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청소노동자들의 한 판 축제의 장이고, 청소노동자들이 기어이 피워 올릴 권리를 이야기하는 장이며, 청소노동자들과 기꺼이 함께 하고자하는 모든 이들의 연대의 장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기어이 찬란한 봄을 이룰 것이다. 물론 그 곳에는 언제나 당신을 위한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5회청소노동자행진[청춘-청소노동자의봄]을시작합니다_류남미-질라라비201704.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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