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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누구를 위한 것인가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대책의 일환으로 ‘목표관리제’를 제시한 바 있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정규직 고용의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경우 정원의 5%, 지방공기업의 경우 정원의 8% 수준으로 기간제 노동자의 정원을 제한하고 관리하겠다는 것이었다. 겉으로는 그럴싸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일정 비율만큼 비정규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였다. 실제 제도 시행의 결과는 더 문제적이었다. 제도를 강제할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그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2018년 5월 31일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운영방안’(이하 ‘사전심사제’)을 보면서 공교롭게도 ‘목표관리제’가 떠올랐다. 그럴싸한 취지, 그러나 취지와 정반대의 내용, 집행 장치의 미비, 부실한 제도 시행의 우려까지 형식만 다를 뿐 ‘사전심사제’와 ’목표관리제’는 판박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이드라인’의 문제점 그대로 답습

 

사전심사제는 이미 작년에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은 정규직(실제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상시‧지속적 업무에는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 기간제, 파견·용역 등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경우 사전심사제를 도입하겠다고 하였다. 이 계획에 따라서 정부는 2017년 12월 사전심사제의 실천 방식을 담은 표준인사관리규정을 마련했고, 이후 전문가 협의 등을 거쳐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한 후 지난 5월 31일 1단계 정규직 전환 추진 기관이었던 중앙부처, 자치단체, 교육기관,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을 대상으로 사전심사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처럼 사전심사제는 별도의 대책은 아니며 가이드라인의 일부이자 가이드라인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다 보니 가이드라인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이 사전심사제에서도 그대로 발견되고 있다.

 

아시다시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은 상시‧지속적 업무의 범위를 협소하게 인정하였다. 또한 상시‧지속적 업무인 경우에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는 예외를 광범위하게 열어두었다. 사전심사제도 마찬가지다. 아래와 같이, 가이드라인이 제시했던 무기계약직 전환의 기준은 사전심사제가 정한 정규직 채용 업무의 기준과 동일하다.

 

캡처1.JPG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연중 9개월 이상 계속되는 업무가 아니거나,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면 애초에 비정규직으로 채용해도 무방한데, 이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하려는 기관의 자율에 맡겨져 있다. 즉 상시‧지속적 업무인지 여부를 채용기관이 재량껏 판단하게 내버려둔 것이다. 또한 상시‧지속적 업무인 경우라고 하더라도 구직자의 나이가 60세 이상 고령자인 경우에는 제한 없이 비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것을 구직자 탓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정부는 “실업·복지대책 차원에서 제공하는 경과적 일자리의 경우”, “고도의 전문적인 직무인 경우”, “다른 법령에서 기간을 달리 정하는 등 교사·강사 중 특성상 전환이 어려운 경우”에는 사전심사제를 적용하지 않고 곧바로 기간제 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다고 하고 있지만 상시‧지속적 업무라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할 일이지, 굳이 업무의 특성이나 외부 상황을 핑계로 비정규직 채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간접고용도 마찬가지다. 민간의 고도의 전문성, 시설․장비 활용이 불가피한 경우, 법령 정책 등에 의해 중소기업 진흥이 장려되는 경우를 제한 없이 간접고용 노동자를 채용할 수 있는 사유로 두고 있는데, 이는 결국 기업을 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기업을 핑계로 실제 사용자인 공공기관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 “산업 수요·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기능조정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경우”는 구조조정을 뜻하는 것인데, 이는 구조조정을 통한 고용의 유연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당화하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이나 자회사의 경우에도 단순히 인력 공급만 하는 곳들이 많은데, 이러한 실질은 살핌이 없이 단지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예외를 두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사전심사제는 “이에 준하는 사유로서 비정규직 채용 필요성, 불가피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는 일반조항을 두고 있는데 당해 사유는 채용기관이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채용의 가능성을 완전히 열어둔 것과 다를 바 없다.

 

 

허울뿐인 심사와 통제

 

사전심사제의 운영 절차는 다음과 같다.

 캡처2.JPG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비정규직 채용이 정당한지에 대해 채용기관 내부에서의 부서 간 심사만 있을 뿐이다. 외부에서 이를 감독하거나 통제하는 장치는 없다. 비정규직 채용 주체는 어디까지나 채용기관이며 일개 부서가 아니다. 그런데도 사전심사제는 마치 책임의 주체인 채용기관은 무관한 일인 것처럼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채용 심사위원회를 둘 수도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비정규직 당사자나 외부의 견제 주체가 들어갈 여지는 없다. 물론 중앙부처의 경우 기획재정부에 예산안을 제출하도록 하고는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어떤 곳인가. 비용 절감과 효율성만을 앞세워, 총액인건비제와 공무원정원제를 통해 정규직의 채용을 제한하고 대신 비정규직을 활용하도록 압박했던 주체가 아닌가. 기획재정부에 심사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정규직을 채용하기 위해 적은 액수의 예산안을 제출하는 경우 기획재정부는 오히려 비정규직 채용 확대를 위한 예산안을 제출하라고 다그칠지도 모를 일이다.

 

이뿐만 아니다. 사전심사제는 심사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할 수 있는 길도 열어두고 있다. 휴직대체 등 결원 발생으로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경우에는 채용통보로 심사절차를 갈음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말은 즉 심사를 면제하겠다는 것이다. 심사절차를 생략할 수 있는 경우는 더 황당하다. “심사 절차를 생략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경우” 생략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급박한 비정규직 채용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도 시기에 상관없이 수시로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 있고, 부서 간 사전협의를 통해 사전심사를 갈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간접고용으로 포함한 비정규직 확대의 가능성

 

사전심사제가 애초의 취지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정규직 정원 확대, 정규직 인건비 예산 확보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런 정책이 병행되지 않으면 사전심사제는 비정규직을 줄이는 데에 무주공산이 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과거 목표관리제가 그러했듯이, 사전심사제 역시도 이런 중요한 정책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또한 사전심사제는 비정규직 중에서도 기간제와 파견‧용역만을 대상으로 한다. 파견‧용역 형태가 아닌 간접고용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정확하게는 안중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채용기관이 보다 심각한 간접고용의 방식으로 제도를 회피하는 경우에도 이를 제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목표관리제가 시행된 후 간접고용은 더욱 확대되었다. 똑같은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닐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대책은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활용한 것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상시‧지속적 업무의 경우 정규직을 고용해야 하며 진짜 사용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에 근간해야 한다. 그러나 사전심사제를 보면 원칙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정규직 전환 의무를 면제해주기 위해 만든 것인지 정녕 묻고 싶다. 비정규직의 활용을 정당화하고 비정규직의 확산을 가져올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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