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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속으로

 

 

이영주 노동해방을 위한 좌파활동가 전국결집 공동대표

 

 

“노동해방으로 가는 평등한 세상을 만든다”

 

 

인터뷰·정리 안명희 •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

 

 

 

6. 본문사진1.jpg

이영주 전국결집 공동대표

 

 

Q. 전국결집의 결성 배경은?

 

A. 2020년 가을부터 시작이 됐는데요. 9월, 10월이었던 것 같아요. 민주노총 직선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였어요. 당시 좌파의 당선 가능성은 없다라는 게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그때 후보 제안이 들어왔고, 선본 동지들한테 이 선거의 목적이 무엇인가, 이 선거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토론을 먼저 제안했어요. 그리고 각각의 의견들을 모으면서 이번 선거운동의 목표는 좌파의 재결집이다, 좌파를 다시 한번 제대로 건설해 보자고 합의했어요.

 

이길 가능성이 없는데 선거를 나가고자 하는 마음은 단순하게 선거가 목적이 아니라 바닥을 쳤다라고 할 만큼 절박한 거거든요. 한계 상황이 느껴진 게, 우리가 흔히 노동운동을 하면서 그 운동이 망가졌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실은 운동이 망가진 게 아니라 그냥 우리가 망가진 거죠. 그래서 당시 선본에서는 굉장히 냉정하게 분석을 하자, 우리가 무너졌고 우리가 운동을 포기하고 있고 우리의 문제이지 다른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그 진단을 하면서 선거운동을 준비했던 거였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단위들과는 선본의 운영이 달랐어요. 특히나 지역 선본에 선거가 끝나도 해산하지 말고, 해체하지 말고, 그대로 유지시켜 달라는 부탁을 다 하면서 전국을 돌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운동본부 자체가 꾸려지지 않은 지역이 전국적으로 꽤 여러 군데였어요. 실제 선거운동 자체가 포기된 곳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지역 간담회를 할 때 항상 이 얘기를 했어요. 절망이라는 것은 굉장한 동력이다, 그러니까 아주 절대적인 절망을 했을 때만이, 바닥을 쳤을 때만이 다음 올라갈 수 있는 동력과 희망이 만들어지는 거다. 전국결집을 만들 수 있냐, 도대체 이게 가능한 일이냐라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우리가 항상 얘기했던 것이 그 정도의 절망 상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거였어요.

 

2021년 1월, 선거운동이 끝나고 바로 다음 해부터 선거 평가와 함께 실제 이 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조직 논의가 들어갔어요.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선본에서 전환이 됐다, 결국은 민주노총 선거 대응 조직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심과 우려를 했어요. 애초에 앞 이야기를 모르는 분들이 밖에서 봤을 때는 선거 지고 나니까 차기 선거를 준비하려는 조직이다라고 이해를 한 거였지요. 우리는 선거를 계기로 전국에 지역 조직을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이후 좌파 단일 조직을 건설한다, 좌파 단위의 재건이다라고 하는 목표를 갖고 선거를 하러 나간 것이기 때문에 같은 현상을 봤어도 해석은 전혀 달랐던 거죠.

 

 

Q. 전국결집의 정체성은 ‘전략 투쟁’?

 

A. 현재의 노동운동이 왜 길을 잃고 전망을 못 찾는가? 대공장 정규직 중심의 조직 이기주의적인 운동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진단을 하는데, 그것을 벗어날 기획은 누가 할 건가? 단위 사업장별로 투쟁들은 다 이루어지는데, 어찌 보면 그것은 자연발생적인 투쟁이지 기획 투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단위 사업장 투쟁을, 단사의 문제를 어떻게 총 노동전선으로 펼쳐 낼 것인가? 한마디로 투쟁과 운동의 컨트롤타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업의 핵심으로 잡은 것이 바로 전략 투쟁이에요.

 

2015년 한상균 집행부가 내놨던 사업 계획은 3년 사업 계획이었어요. 첫해에 잡았던 총파업과 민중총궐기는 과도기적인 투쟁이었죠. 1년 투쟁을 통해서 민주노총 내에서의 지도력과 인지력을 확고히 하고 외부로는 박근혜 정권과의 관계에서 민주노총이라는 존재의 사회적인 위상을 획득하는 것. 2년째 투쟁에서는 내부 혁신안을 통해 민주노총이 어떠한 방향으로 어떤 사업을 해야 되는가를 내부 토론을 통해 끌어내고, 3년째에 그것을 이루어 낼 수 있고 조직화까지를 달성하는 것. 6.30 사회적 총파업이라는 걸 통해서 비정규직 의제를 전 사회적인 의제로 만들고, 비정규직 조직화의 계기로 만들고, 우리 내부를 단결시키고, 이러한 의제에 대한 조합원 교육을 하는 이 종합된 상황들을 하나로 다 묶어서 투쟁으로 전선을 찍는 거죠. 총노동과 총자본의 전선으로 전국적 전선이 되어야 한다. 이랬을 때 해당 사업장들의 단사 투쟁들은 존재하겠지만, 단사로 갇히는 게 아니라 단사의 투쟁들을 다 엮어서 중앙에서는 이것을 총전선으로 전환시키는 기획이 필요하다. 이게 6.30 사회적 총파업을 잡으면서 우리가 했던 전략 투쟁이라는 개념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왜 우리는 전진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거예요. 왜 우리는 끊임없이 투쟁하고, 절박하게 투쟁하는데 전진하지 못하고 전망이 없는가. 거꾸로 말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투쟁의 기획력인데, 우리는 전략 전술을 너무 무시했다라는 거죠. 어떻게 보면 열정페이처럼 최선을 다해서 싸우면 돼라는 너무나 관념론적으로 투쟁을 만들었던 건데, 자본은 굉장히 기획적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우리는 무모하게 버티고 있었던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노동도 전략과 전술에 대한 기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단사의 투쟁에 연대하는 게 아니라 단사의 투쟁을 어떻게 전체적인 총 노동전선으로 전환시킬 것인가라는 걸 고민해야지 단사 투쟁에 사람 대 주는 게 지도부의 역할은 아니라는 거죠.

 

그런데 지금 과연 한국에서 노동운동에서 좌파는 그것을 하고 있는가. 이때의 고민 지점이 실제 좌파 단위는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한상균 집행부 때 좌파 단위는 그 일을 했다라는 것이죠. 성공하고 실패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전선을 기획해 본 경험을 가졌다라고 하는 것 자체는 굉장한 자산이라고 본 겁니다. 그래서 실제 전국결집이 만들어지는 초기의 멤버들은 한상균 집행부 때 지역과 산별 투쟁을 전담했던 사람들이에요. 전략 투쟁의 맛이 뭔지를 아는. 제가 만약에 민주노총에서 이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전국적인 전선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총파업이나 총투쟁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구체적으로 상이 안 잡힐 것 같아요. 그래서 전국결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들한테 제일 설명하기 어려웠던 게 바로 이 전략 투쟁인 거예요.

 

전략 투쟁이라고 하는 부분들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운동을 하는 우리를 버티게 해 주는 힘인 것 같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좌파의 기획력으로 전략 투쟁을 만들고 총 노동전선을 만든다라고 하는 것을 목표로 내부의 회원들을 교육하고, 실제 어떠한 계기점들을 잡으면서 이 전선들을 확대해 나갈 건지, 전국결집은 이 고민을 하는 조직이라고 정체성을 잡고 있어요.

 

 

6. 본문사진2.jpg

2023.03.18. 2023 전국결집 총회. [출처: 전국결집]

 

 

Q. 지역을 중심으로 한 조직, 지역의 전략 투쟁은 ‘지역 파업’?

 

A. 전략 투쟁이라고 하는 것은 조직의 사업 방식인 거고요. 한마디로 어떠한 투쟁을 할 것인가라는 부분인 거죠. 그리고 이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면 ‘지역’을 잡고 있어요.

 

이제 중앙에서 간부들 중심으로 또는 몇몇 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그런 투쟁 방식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부터 운동이 바뀌어야 하는데, 이것을 페이퍼로 하는 게 아니라 실제 내 사업장에서 실현하고 바꿔야 된다는 거죠. 그러려면 모두가 현장에 기반을 둬야 하고, 한국에서 현장에 기반을 둔다라고 하는 것은 산별 구조 체계가 아니라 지역 체계여야 된다고 보는 거예요. 가령 왜 희망버스가 더 이상 힘을 받지 못하는가. 희망버스가 만들어진 그 시기에는 전국에서 끌어모아서 오는 희망버스라도 의미가 있었지만, 거꾸로 말하면 지역 파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희망버스가 온 거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제 희망버스도 한계에 도달했다고 하면 그다음은 뭐냐. 다시 원칙적으로 지역 파업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지역에 계속 요구하는 게 언젠가 우리 지역은 지역 사업을 완수할 것이다라는 목표로 지역 조직의 운영을 고민하시라 하는 겁니다. 이 조직을 어떻게 만들고 어떤 사업을 할 것인가라고 하는 부분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지역의 전략 투쟁은 지역 파업이다라는 거죠. 작년 대우조선 상황이었을 때 만약 경남이 지역 파업이 가능했다면? 쿠팡 투쟁이 있을 때 그 지역의 파업이 가능하다면? 우리가 권리찾기유니온을 구상할 때 어디랑 교섭할 것인가 상상하는 게 다 이거잖아요.

 

 

Q. 전국결집의 궁극적 목표는?

A. 아주 멀게는 “노동해방으로 가는 평등한 세상을 만든다”라고 문장을 구성하고 있어요.

 

저는 단계적으로 보면, 최근 우리는 2015년에 민중총궐기, 2016~17년에 촛불을 경험했는데, 우리가 준비되지 않은 채 경험을 하다 보니까 우리의 액션은 존재했으나 그래서 세상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의 방향과 그다음 구체적인 기획이 없었어요. 우리의 투쟁 기획만 있었지 이후에 대한 전술이 존재하지 않았거든요.

 

2017년 2월쯤 민주노총에서 굉장히 많은 토론들이 있었어요. 그때가 박근혜 정권 막바지일 때였잖아요. 한 그룹에서 지금 이 시기면 혁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접수해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저는 그 전날까지도 그런 상상을 안 했거든요. 영화나 소설에서는 다 그러는데 왜 우리는 못 하고 있을까. 영화에서는 혁명위원회가 인수를 시작하면서 바로 이 나라를 이렇게 운영하겠다고 딱 붙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한국 사회를 체제를 전환하자고 하지만 이 체제 전체에 대한 고민과 안이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설령 우리가 힘이 돼서 혁명위원회를 꾸리고 권력을 인수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 나라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없는 거예요. 그러면 선언할 수 없는 거예요. 힘이 되어도 선언할 수 없는 거예요. 또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언을 했다고 할 때 과연 몇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그 당시 민주노총의 조직률이 3%였거든요. 3% 가지고는 선언 다음 날이 아니라, 몇 시간 만에 보수세력에 의해 다 끌려내려 오겠죠. 그리고 조직이 박살이 나겠죠.

 

그러면서 든 생각이 여태까지 우리는 굉장히 립서비스로 살았구나. 세상을 바꾸자, 혁명하자라고 했는데 실제로 결정적 순간이 왔는데 우리는 바꾸거나 혁명할 수 있는 힘이 없는 거예요. 정말 입으로는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막 떠들고, 바로 뭐 해야 된다 뭐 해야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만큼 조직도 갖고 있지 않고 안도 없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정말로는 혁명이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구나. 만약에 정말 혁명이 올 거라고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준비 없이 살지는 않을 건데. 근데 우리는 도대체 뭐 한 거지. 이게 수배 중에 2017년 2월에 민주노총 사무실에 앉아서 가졌던 생각이었어요.

 

하지만 언제 어느 순간에 또다시 그러한 결정적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2017년도 민중총궐기 이후에 그 기반 속에서 만들어졌다, 민주노총이 마중물이었다라고 하지만 솔직히 우리가 촛불까지 기획한 건 아니었던 거고. 그렇지만 우리가 계속 기회를 만들 수도 있는 거고, 또 예상하지 못했는데 기회가 어느 날 훅 들어올 수도 있을 테니까 이렇게 널브러져 있지 말고 그 세상을 위해서 내가 오늘 무엇이라도 해야 될 게 아닌가. 그게 전국결집이라는 조직으로 사람들이 모이게 된 이유 중의 하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몇 년 안에 전략 투쟁으로 전국적인 총전선을 만든다. 한국 사회의 1차적인 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는 전국적인 투쟁을 기획하고 그것을 성사시킨다. 이 조직은 전국적인 체계를 가지는 조직으로 전선을 만드는 데 공헌한다까지가 3년 차까지의 목표예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마지막 전략 투쟁은 저는 지역 파업이라고 보고 있어요. 전국결집의 마지막 투쟁은 결국은 반자본 투쟁으로 체제 전환을 만들어 내기 위한 단계적인 사업을 시도하게 될 거요.

 

 

Q. 철폐연대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A. 현재 한국 사회의 핵심 정세는 불안정노동이라고 보고 있어요. 불안정노동에 있어 가장 선구자적인 역할과 정책적 브레인은 결국 철폐연대밖에 없다고 생각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철폐연대 동지들한테 많이 도움을 요청하게 될 것 같아요.

 

또 철폐연대도 지향하는 세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결국 발이 있어야 하는 거고, 현장 조직이 있어야 되는 것이라, 저희한테 철폐연대가 굉장히 소중하고 중요한 것처럼 철폐연대에도 저희가 굉장히 소중하고 중요한 조직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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