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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지역에서 철폐연대 동지들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지역사회 만들기

이백윤 (서산환경파괴시설백지화연대 집행위원장, 철폐연대 회원)

 

 

옥녀봉. 충청남도 서산시의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서산시청 뒤편으로 자리한 낮은 봉우리 옥녀봉은 서산시민들의 등산코스로 유명하다. 서산의 랜드마크랄까?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곳의 낙엽이 썩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이유인즉 화학물질과 미세먼지 때문에 미생물이 죽어버려 낙엽 부식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다소 애매한 상태이긴 했는데, 사실이건 아니건 간에 소문이 도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을 터. 어찌되었던 시민들의 불안감이 그만큼 높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인 것 같다.

 

이런 소문이 번질 만한 이유가 있다. 서산을 둘러싸고 유해화학물질을 다루거나 취급하거나 배출하는 사업장이 두루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산시 대산읍의 석유화학단지에는 LG화학,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롯데캐미칼 등 석유화학 4사가 있다. 여수화학산업단지에 이어 연간 생산량이 두 번째로 높다. 또 당진, 태안, 보령, 서천의 화력발전소로 둘러싸여 있고 바람 방향이 내륙을 향할 때에는 오염물질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전국 최고 농도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고, 벤젠, 부타디엔 등 대기 중 유독성 화학물질 농도 또한 수도권의 수십 배에 달한 상태라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공공기관도 대책을 마련하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작년부터 화력발전소 주변 환경역학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서산을 대기환경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해보려고 대기환경영향평가도 진행되고 있다. 오염물질 배출사업장의 단속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왠지 관계기관의 대책이 잘 세워지고 집행되기를 기대하고 있기에는 좀 불안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서산시청의 주요업무 계획에는 다양한 대책 마련을 위한 고심의 흔적이 엿보이지만 석유화학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거나 안전대책을 강화할 근본적인 계획이 수립되어 있지는 않다. 작년에 노후설비로 인한 롯데케미칼 벤젠누출사고, 설비용량의 처리능력을 넘어선 생산으로 인해 한계에 다다르자 고의적으로 물질을 태워서 배출했던 두 번의 플래어스택(flare stack, 정유 공장이나 석유 화학 공장 따위에서, 안전을 위하여 가연성 가스를 점화하여 연소시킬 목적으로 설치된 굴뚝) 화재사고가 있었다.

하지만 서산시는 기업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고 예방에 주력하는 노력보다는, 인근 주민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에 주로 치중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러한 정책적 방향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큰 기업을 건드리기 불편하여 문제를 시민들 개인이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 것으로 돌리고 있는 데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또 석유화학산업단지 확장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이미 10조 원 규모의 대산 첨단화학 특화단지 조성을 위한 MOU가 체결되었고, 산업단지의 신규 확장을 보조하여 2,200억 원을 들여 해수담수화 사업을 하겠다고 한다. 예산 80억 원을 투여해 물류도로 확충 등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주민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완충녹지를 정유사에 싼값에 팔아 그 토지는 정유사의 신규사업에 쓰이고 있는 현실이다.

   

화학사고 예방과 대처에 가장 큰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서산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이하 방재센터)가 부여된 위상과 달리 아직 제구실을 못하고 있기도 하다. 전국에는 화학산업이 발달한 지역을 중심으로 6개의 방재센터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충북에서 유해화학물질 취급허가 사업장의 51%가 밀집해 있는 충주에 방재센터가 들어섰지만, 문제는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능동적이고 신속한 대응력을 갖추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파견되어 있는 광역시‧도, 환경부, 고용노동부, 군소지자체, 소방방재청 등이 한 곳에 모여 각자 자기 업무를 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서산 방재센터는 2014년 1월 개소 이후 컨트럴센터 역할을 해야 하는 센터장 보직도 아직 명확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서산 방재센터는 화학사고와 화재를 포함한 안전사고를 구분하여 업무범위를 축소하여 대응하는 등 소극적 업무형태를 지속하고 있고, 다른 기관들은 사고 대응에 대해 ‘방재센터의 권한이니 거기 가서 따지라’고 회피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 늦게나마 대응하기 위해서 서산 시민사회단체와 산업폐기물매립장, 광역쓰레기소각장 인근주민대책위 등이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를 제안했고 올해 1월부터 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화학물질 안전관리 조례에는 크게 지역에서 취급되는 주요 화학물질과 유독물질 소량 취급 사업장을 포함한 정보공개와 조사,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대한 주요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노동‧시민사회가 포함된 관리위원회 구성, 주민감시체계의 구성과 운영 등이 명시되어 있다. 작년부터 각종 강좌를 열고 화학물질 감시운동에 참여를 제안하고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던 기본적인 정보의 공개와 공유, 화학사고 시 대피요령 등의 상세화, 정책 입안과 결정 과정에서 노동자와 시민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된 점 등에 주요하게 착목하고 있다.

하지만 조례는 조례일 뿐 한계도 명확하다. 조례에 표현되어 있는 각종 강제조항을 기업이 거부하더라도 조례로는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는 강제력이 없다.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의 출입이나 화학사고 현장에 대한 조사 등도 지자체장의 의지가 높다 하더라도 기업이 거부하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며 이는 조례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다.

 

또 서산시의 경우만 보아도 조례를 만들기보다 제대로 가동하기가 훨씬 어렵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서산시에만 414개의 조례가 있지만 실제 주요하게 활용되거나 시민들이 알고 있는 조례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조례의 조항에 근거해 103개의 각종 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식사비와 회의참가비 지급을 위해 1년에 한두 번 형식적 회의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 2018.10.16. 서산시민사회환경협의회 출범토론회 [출처 필자].jpg

2018.10.16. 서산시민사회환경협의회 출범토론회 [출처: 필자]

 

이러한 과제를 안고 작년 4월 화학사업장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주민대책위가 모여 서산시민사회환경협의회를 결성했다. 무엇보다 지역 내 주체들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는 과제인 것 같다. 노동자들은 사고 발생 시 건강역학조사 규정 등 산업안전보건법상 최소한의 보장을 받고 있지만, 퇴근 후 시민이 되면 아무런 보장도 되어있지 않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또 화학단지 인근 주민들이 느끼는 상상 이상의 공포감도 함께 공감하고 있다. 밤이 되면 공장 주변을 한 바퀴 돌아봐야 잠이 온다는 분들, 저녁 무렵이면 낮에 안 보이던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굴뚝과 이따금씩 치솟는 불길을 보며 살아야 하는 인근 주민들이 이제는 자체적으로 폐질환 사례를 수집하고 있는 상황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노동조합과 주민단체, 그리고 지역 시민사회가 공장 울타리를 넘어서, 때론 서로에 대한 오해와 선입견을 넘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동의 과제 해결을 위해 나설 때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는 주체가 세워진다고 생각된다. 멀지만 차근차근 가야할 길, 우리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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