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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2)

 

 

노동조합에 가입한 죄로 3년 넘게

거리에서 울부짖는 선원 노동자들

 

 

박성모 •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조 해운지부장

 

 

 

우리 땅 독도에 가려면 강릉에서 여객선을 타고 울릉도를 거쳐야 한다. 독도에 갈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여객선 이곳에는 전국민주연합노조 해운지부가 노조탄압철회 원직복직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강릉항과 묵호항의 여객선사는 씨스포빌과 정도산업 두 곳이다. 이 두 회사는 법인만 다를 뿐 소유주가 같은 가족경영 회사이고, 2011년 신조선을 강릉항에서 취항하여 2024년 현재는 5척의 여객선을 보유하고 매년 350억 원의 흑자를 내는 강원 동해안의 유일한 여객선사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10여 년간의 흑자에도 선원들의 임금과 복지에는 매우 소홀했다. 

 

선원들은 3월부터 11월까지 쉬는 날 없이 매일 새벽 6시 출근, 밤 9시에 퇴근하는 노동으로 자신의 몸과 가정보다는 신생회사의 발전에만 신경을 썼다. 12월부터 2월까지의 비운항기에는 운항기에 미루었던 여객선 정비를 게을리할 수 없었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나도 회사는 돈만 챙길 뿐 선원들의 삶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선원들은 2021년 5월에 쉬는 날 없는 하루 15시간의 노동환경 개선과 권리를 위해 노조를 만들었다. 노조를 만들 당시 14명의 선원이 3척의 배를 운항해야 했고, 이들은 항상 피로와 혹시 모를 사고에 무방비 상태였다. 2020년 선사는 코로나19를 핑계로 선원들의 임금을 많게는 20% 적게는 10% 삭감하고 결원이 발생해도 직원 채용을 하지 않았다. 결국 선원들은 노조를 만들었고 동시에 선사의 노조탄압도 시작되었다.

 

하루의 휴가를 내어 건강검진을 하겠다는 선장을 휴업 중인 선박으로 발령하고, 이 발령에 불만을 가진 선원 3명에게도 휴업 중인 선박으로 발령을 강행했다. 선원들이 자기 일터인 배에 들어가 일일근무시간표를 선원근로감독관에게 제공했다는 이유로 절도죄로 몰아 해경에 고소하고, 동시에 5명의 선원을 해고하고, 이를 부당하다고 피켓 선전전을 한 선원 6명을 추가 해고했다. 결국 노조원 전원을 해고했다.

 

선원들도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강릉항과 묵호항에서 부당해고 철회투쟁을 하고, 동해해수청에서 악덕 선사를 규탄하는 선전전을 매일 진행했다. 그 결과 선원노동위원회에서는 부당발령과 부당해고임을 인정했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같은 답을 얻어 냈다. 또한 선원법*의 조항을 이용하여 악덕 사업주를 선원법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선사는 이런 선노위와 중노위의 판정에도 불복하고 행정소송으로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이행강제금 제도가 선원법에서는 적용이 안 된다는 법의 허점을 악덕 사장은 미리 알았던 것이다. 

 

 

4. 본문사진1.jpg

강릉항과 묵호항에서 부당해고 철회투쟁. [출처: 전국민주연합노조 해운지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인 윤미향 의원의 도움으로 2022년 국정감사에 선사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하였으나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불출석했다. 또 한번 악덕 사장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려 했다. 그러나 악덕 사장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꿰고 있는 선원들이었다. 증인 출석일 당일 아침 병에 걸려 병원 요양한다던 악덕 사장이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와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는 모습을 사진 찍어 국회의 부름에도 불응하는 악덕 사장의 민낯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2023년 국정감사에는 지부장인 내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동해해수청과 강릉시청의 악덕 사업주 봐주기 의혹을 제기하고 엄벌에 처할 것을 촉구했다. 동해해수청은 선원법을 위반한 악덕 사업주의 여객운송사업면허를 취소하고, 강릉시청은 강릉항 최초 여객사업 승인 시 면허조건을 10년이 넘도록 불이행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터미널 사용허가를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2022년 11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선원법 개정을 위해 전국여객선 터미널 순회 선전전을 진행하면서 우리 선원들의 노동 현실과 악덕 사업주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상황을 공유하고 규탄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울진을 시작으로 포항, 울릉도, 완도, 통영, 여수, 목포, 인천까지의 여정은 힘들었지만 선원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의 열악함을 절실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2023년 8월 31일 부당발령 및 재심판정 승소, 12월 28일 절도혐의로 고소당한 해경 고소 건도 불기소 처분으로 판결이 났다. 2024년 1월 26일 부당해고 행정소송 1심 판결 또한 선원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처럼 선원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고, 이들의 권리 또한 보장받아야 마땅함을 인정받은 것이다. 행정소송의 승소로 선원 노동자들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우리의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이 났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마도 악덕 사업주는 행정소송 판결도 불복할 것이다. 자신이 가진 자본을 선원 노동자들을 괴롭히고 힘들게 만드는 것에 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4. 본문사진2.jpg

2024.02.26. 노조탄압 철회투쟁 1019일차! 부당해고 철회투쟁 793일차! 출근투쟁 727일차! 원주 jeep 매장 선전전! [출처: 전국민주연합노조 해운지부] 

 

 

노조를 만들고 첫 번째로 해고당한 나는 이렇게 말한다. 3년이 지나는 시간 동안 동지들 누구 하나 고맙지 않은 사람이 없다. 생계투쟁을 위해 멀리 거제도에 승선 중인 동지, 러시아 외항선에 승선 중인 동지, 임금이 적은 유람선에 승선해 매일 쓰리잡을 뛰고 있는 동지, 법률적으로 뛰어다니는 동지, 매일 현장에서 더위와 추위에도 한결같이 투쟁하는 동지들께 감사한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투쟁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의지도 동지애도 깊어지는 거라 생각된다. 우리의 이 투쟁으로 우리 선원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권리가 보장받을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고 그것으로 족하다. 

 

오늘도 강릉검찰청에서 강릉시청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따뜻한 3월이 오면 다시 운항을 시작하는 강릉항과 묵호항에서 선원 노동자의 권리와 원직복직을 위해 투쟁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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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2조(선원근로계약의 해지 등의 제한) ① 선박소유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휴직, 정직, 감봉 및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제167조(벌칙) 선박소유자 또는 선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할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5. 1. 6.>

1. 선박소유자가 제32조제1항을 위반하여 선원근로계약을 해지하거나 휴직, 정직, 감봉 및 그 밖의 징벌을 하였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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