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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우리의 투쟁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 출범

 

 

조혜연 • 김용균재단 상임활동가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윤석열 정권하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2021년 초,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여의도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곡기를 끊고서야 몇 년째 계류 중이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어렵게 통과된 법은 취지를 다 살리기에는 양에 차지 않았지만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법을 지키고 죽음을 막기 위한 준비를 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 로펌에 돈을 바치고, 법이 제대로 시행되기 전부터 개정을 요구해 왔다. 정부 역시 노동자·시민보다는 기업의 편에서 사고했다.

 

후보 시절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완화의 뜻을 밝혀 왔던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이를 현실화했다. 국민의힘에서는 2022년 6월, 경영책임자의 처벌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정부도 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한 준비를 해 왔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2월, 경제5단체장과 만나는 자리에서 “기업이 최대한 피해 입지 않도록 하겠다”는 노골적인 언급을 했는데, 그간의 행보를 생각하면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지난 2023년 1월 발족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심각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가장 중요한 취지였던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축소하고, 과징금을 도입하여 형사처벌을 완화하는 한편, 2024년 1월부터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문제를 더 연기하는 내용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대부분 기업들이 아우성치며 요구하고 있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5월 31일 경총이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에 제출한 건의내용을 들여다보면 △ 중대산업재해 기준 완화, △ 경영책임자 정의 변경, △ 경영책임자 의무 축소, △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완화, △ 도급 시 원청 경영책임자 의무 규정 삭제, △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경총이 요구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주요 항목

개악 요구 내용

중대산업재해 기준 완화

* 사망자 수 1명 → 동시 2명 또는 1년 이내 2명 이상

* 직업성 질병에 의한 사망자는 급성중독 질병으로 한정

경영책임자 정의 변경

* 경영책임자는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을, ‘또는 해당 사업의 안전보건에 관한 조직, 인력, 예산 등을 관리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사람’으로 변경 ⇒ 사실상 위임만 하면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는 얼마든지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된다.

경영책임자 의무 축소

*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아닌 위험성 평가 체계 구축 및 이행조치로

* ‘재해’발생 시가 아닌 ‘중대재해’발생 시 재발방지대책 수립 및 이행조치로

* 안전보건 관계법령상 관리 조치를 산업안전보건법만으로 한정

경영책임자 형사처벌 완화

* 경영책임자의 형사처벌 조항을 없애고, ‘합리적 수준’의 과태료·과징금 등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

* 징역형 1년 이상의 하한 규정을 7년 이하의 상한 설정으로

도급 시 원청 경영책임자 의무를 담은 중대재해처벌법 5조 삭제

* 제5조(도급, 용역, 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는 제3자의 종사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제4조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그 시설, 장비,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ㆍ운영ㆍ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

50명 미만 사업장 법 적용기간 유예

* 50명 미만 사업장과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사업장은 2024년 1월 27일부터 법 적용이 미뤄져 있었으나 2년 더 유예

 

 

위와 같은 기업의 요구와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TF의 논의는 세세한 규정 하나를 넣고 빼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 자체를 뒤흔드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그대로 반영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있으나 마나 한 법이 될 것이고, 그간 수많은 사람들이 애타게 염원해 왔던 일하다 죽지 않는 안전한 일터는 더욱 먼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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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주관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 행사장에서 피케팅. [출처: 김용균재단]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 이전으로 회귀,

노동시간 개악으로 과로사 조장 등 생명안전과 관련한 후퇴와 개악의 흐름

 

중대재해처벌법뿐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산업안전보건 법령정비추진반’을 출범하며 산업안전보건법과 하위법령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보면 정말 소름이 돋는다.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직후인 2019년 초 산안법 전면개정 당시 핵심적인 요구는 ‘위험의 외주화 금지’였다. 정작 화력발전소 현장은 제외되었지만 그래도 일정 정도 그러한 요구가 반영되었고, 원청의 책임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현재 추진반에서는 이러한 진전을 완전히 거꾸로 되돌려 원청의 책임을 다시 완화하고, 심지어 노동자의 의무를 강화하여 처벌을 확대하는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

 

윤 정부 집권 초기부터 속전속결로 논의된 근로시간 개편안은 수많은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미 입법예고 기간까지 종료되었으나 반대 여론이 더 거세지자 현재 노동부가 대국민 설문조사를 하겠다고 하여 법 시행이 늦춰진 상황이다.

 

과로사법으로 불리는 근로시간 개편안은 이 법안대로라면 노동자들은 주당 69시간(1주에 하루도 쉬지 않을 경우 최대 80시간)까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연장근로를 관리하는 단위를 종전 1주에서 분기, 반기, 연 단위까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을 줄여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장시간 노동을 허용한다면 안 그래도 과로사 1위 국의 오명을 못 벗어날 정도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다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이미 쓰러진 다음에 산재를 인정받으면 무엇하겠는가.

 

윤 정권하에서 정부와 기업은 수많은 동료노동자, 가족, 지인을 잃고서 처절하고 지난하게 싸워 조금씩 바꿔 온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과 제도들을 정말 속속들이 뒤집어서 시간을 되돌리고 있다. 화물노동자의 생명과 도로 위의 시민안전을 지키기 위한 화물안전운임제를 폐기하고, 공휴일에 하루 쉬게 되어 있던 마트 의무휴업일제가 지자체별로 폐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안전점검, 안전작업 등의 준법투쟁을 태업으로 몰아 타원크레인 기사 노동자들의 기사면허를 취소시키고 탄압하는 어이없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4일에는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결정적인 규제, 즉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 내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졌다. 킬러 규제란 기업이 도저히 투자하기 힘든 규제를 말하는 것으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예를 들어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무, 중대재해처벌법, 중소기업을 비롯해 국내 기업들을 옥죄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히는‘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 등을 의미한다고 한다(노컷뉴스 2023.07.04.). 그리고 7월 14일 국무조정실은 킬러 규제 15건을 선정했다고 밝혔는데, 이 중에 화평법과 화관법 등의 화학물질 규제, 산업안전 규제 분야가 포함되어 있다.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

 

이윤과 효율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노동자의 생명을 강제로라도 존중하도록 수많은 법을 만들었으나 그 법들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지켜 나가는 일 또한 투쟁의 연속이고 끝이 없어 보인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지역별로도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운동본부’가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이렇게 총체적으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개악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을 막아 내기 위해 다시 한번 관련 단위들이 모였다. 그리고 시민사회에 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기 위해 싸웠던 것만큼이나 지키고 개선해 나가기 위한 투쟁이 시급하고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여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약칭: 생명안전 행동)’이 7월 5일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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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5. 생명안전 후퇴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저지 공동행동 출범 기자회견.

[출처: 김용균재단]

 

 

중대재해처벌법·산안법 개악, 노동시간 개악 등이 올해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이 예상되고 있어 시민사회의 합력으로 이를 막아 내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거리선전전, 각종 토론회 등 개악 내용을 알리기 위한 사업들이 먼저 진행되고 있고, 주요하게는 개악안이 나오는 시기에 따라 전 국민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산안법을 전면개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마침내 만들었던 그 힘을 다시 한번 모아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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