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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 포커스

 

 

타워크레인 월례비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국토교통부 보도설명자료의 문제점

 

 

문은영 • 변호사, 법률사무소 문율

 

 

 

지난 6월 29일 대법원은 전남 담양군의 한 철근콘크리트 업체가 타워크레인 운전기사 16명에게 지급한 월례비 6억 5,000여만 원을 돌려 달라고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광주고등법원 2023. 2. 16. 선고 2021나22465판결)에 대하여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타워크레인 월례비 대법 사실상 임금”(한겨레), “대법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는 임금”(경향신문) 등 언론 기사가 나오자 7월 1일 국토교통부는 “6월 29일 월례비 관련 대법원 판결은 월례비를 임금으로 판단한 것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국토교통부 보도설명자료는 월례비 지급 관행에 대한 이해와 설명 없이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심지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국토교통부가 이례적으로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보도설명자료를 내면서까지 월례비의 임금성을 부정하려고 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2월 21일 발표에서 ‘월례비’ 자체를 부당한 금품으로 간주한 후 타워크레인 노동자와 건설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것에 관한 법적 근거가 흔들렸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는 보도설명자료에서 대법원이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임금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고, 다만 원고 측이 월례비 지급의 강제성을 입증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기각된 것일 뿐 여전히 부당한 월례비 지급을 갈취 행위로 보아 제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토교통부의 보도설명자료의 내용은 해당 판결의 표면적인 문구만 인용하여 판결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축소, 왜곡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적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 보도설명자료의 내용

 

국토교통부는 타워크레인 월례비에 관한 대법원 판결에 대하여 △ 월례비를 임금으로 판단한 바 없고, △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구체적 심리에 나아가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으며, △ 월례비 지급에 대한 강제성이 입증되면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판결의 내용은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 보도설명자료> (2023.07.01.)

 

6월 29일 월례비 관련 대법원 판결은 월례비를 임금으로 판단한 것이 아닙니다.

▲ 금번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은 타워크레인 월례비가 임금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며, 구체적 심리에 나아가지 않은 것입니다.

▲ 또한 추후 월례비 지급에 대한 강제성이 입증되는 등 사실관계가 다른 사건이 있을 경우, 법원은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 2심 판결에서도 법원은 월례비를 임금으로 판단한 바 없습니다.

- 원고 측이 월례비 지급의 강제성을 입증하지 못한 점 등을 근거로 월례비를 묵시적 계약에 따른 증여로 보았으며,

- 월례비 지급은 채무 없음을 알고 변제한 비채변제(민법 제742조)에 해당하므로 반환을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한편,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으로 사용자-근로자 사이에 채권·채무관계가 형성되므로 임금의 지급은 비채변제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 따라서 법원은 월례비 지급을 임금 지급으로 판단한 것이 아닙니다.

▲ 정부는 부당금품을 수수하는 조종사는 국가기술자격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면허를 정지하는 한편, 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하여 부당한 금품수수·요구에 대한 처벌조항을 마련하는 등 앞으로 부당한 월례비 갈취를 근절하기 위하여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과연 이러한 국토교통부의 보도설명자료에 문제는 없을까.

 

‘특고 신분’과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 관행’에 대한 이해

 

우선 국토교통부 보도설명자료의 문제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지급하게 된 역사적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언론은 마치 건설노동자가 건설사에 작업거부 등을 무기로 타워크레인 월례비 지급을 강요하여 받아 내고 있는 것처럼 설명하고 있으나, 기존에 월례비 지급 관행이 형성된 과정과 내용을 생략한 채 사실상 임금의 성격을 갖는 월례비 지급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

 

타워크레인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월례비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기간 단축이라는 이익,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입장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1)로서 불안정한 고용관계로 인한 생계유지에 필요한 금전을 지급받는 등의 이익, 이렇게 양측의 이해관계가 결합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서 형성된 건설 현장의 관행이다.

 

과거 IMF 금융위기 이전에는 건설사가 타워크레인을 소유하고 있어 타워크레인 조종사도 건설사의 근로자였으나, IMF 금융위기 이후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작업을 모두 외주화하면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다. 타워크레인은 임대업체가 소유하고 있다가 건설시공사로부터 타워 공사를 수주하게 되면 타워크레인 노동자를 공사기간 동안만 현장 계약직으로 채용하여 일을 시키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건설현장에서는 직접 고용관계를 맺지 않은 건설사가 타워크레인 운영과 관리 및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노무제공에 대한 지휘·감독을 하는 기이한 구조가 형성되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과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동일하게 일하면서도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

 

하도급 건설사는 직접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타워크레인 노동자에게 공사기간 단축에 필요한 새벽, 야간근무 등의 추가 조업을 수시로 요청하고 기한 내 공사완공을 수행하도록 유인하기 위해 그에 대한 대가성 금원으로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이 관행화되면서 일정액의 월례비를 지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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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2. YTN “정부가 콕 찍은 월례비...건설사가 먼저 제안하기도”에서 인용.

 

 

이와 같이 하도급 건설사가 이렇게 고용계약도 맺지 않는 타워크레인 노동자에게 월례비를 지급하는 것이 관행이 된 것은 타워크레인 작업을 외주화하면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법적 지위 변화에 따라 건설사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과 직접 고용관계를 맺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으나 월례비 지급을 통해 공사기간을 단축시켜서 이익을 얻고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정 상태에서 생계비를 확보한다는 이익이 합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실제 건설사는 관행적으로 월례비를 지급하고 필요한 경우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에게 추가조업 등을 요청하고 있다.

 

한 언론보도에 의하면 건설현장에서는 건설협회 등에서 월례비 상한을 공지하고 적정수준의 월례비 지급 기준을 마련하여 지시하고 있고, 건설사, 타워크레인 임대사, 타워크레인 노동자 사이에 월례비 지급에 대하여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을 것을 약속하는 확약서를 작성하는 계약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확약서에는 월례비를 매달 타워 기사에게 지급하는 성과수당 및 추가 OT수당으로 표현하고 있고 이는 “현장의 공기 단축과 원활하고 신속한 작업 처리를 위하여 또는 새벽 및 야간근무 목적으로 지급하는 금원”으로 명시하고 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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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2. YTN “정부가 콕 찍은 월례비...건설사가 먼저 제안하기도”에서 인용.

 

 

이와 같이 월례비가 형성된 과정을 살펴볼 때 당사자 간의 의사합의에 의한 현장의 관행이지 월례비 자체에 불법적인 공갈, 갈취의 요소가 있는 것이 아니다.

 

소송이 제기된 배경과 판결의 구체적인 내용

 

2016년 철근콘크리트 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원고 회사는 원청으로부터 골조공사, 철근공사 등을 하도급받았다. 도급 회사가 타워크레인 회사들과 타워크레인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타워크레인 회사들은 피고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을 각 공사현장에 보내 작업을 하도록 하였다. 피고들은 원고 하도급업체에 시간외근무수당(OT비) 및 월례비를 요구하였고 하도급업체 원고는 피고들의 요구에 따라 월례비를 지급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피고들과 계약관계가 없으므로 피고들에게 월례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피고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월례비로 지급하여 월례비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들에게 부당이득금을 반환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원고의 이러한 청구에 대하여 피고들은 월례비가 부당이득금이 아닌 법률상 원인이 있는 급여에 해당한다는 점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장하였다. 타워크레인 회사가 피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임금을 원고 회사가 대신 지급한 것이거나, 원고가 사실상 사용종속관계 또는 파견관계 있는 피고들에게 근로를 지시하고 사용자의 지위에서 임금을 지급한 것이거나, 도급 또는 위임사무에 대한 보수에 해당하거나, 용역 또는 위험부담의 대가와 사례금의 성격을 가진 것 등을 법률상 원인으로 주장하였다. 이에 추가하여 설사 부당이득금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항변으로 민법 제742조의 비채변제(채무가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 지급함)이므로 반환은 불가하며, 지급 관행과 월례비가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주요 수입원 중의 하나인 점 등을 들어 신의칙 항변을 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광주지방법원 2021. 6. 4. 선고 2019가합59979판결)은 원고 하도급 회사는 월례비 지급에 관하여 타워크레인 노동자들과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타워크레인 회사가 부담할 인건비를 합리적 이유 없이 하도급 업체들에 전가하는 것은 근절해야 할 관행이기 때문에 원고가 지급한 월례비는 부당이득금으로 반환해야 할 돈이지만 원고 건설사들이 채무가 없음을 알고 변제(비체변제)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러나 2심(광주고등법원 2023. 2. 16. 선고 2021나22465판결)은 1심 판단과 달리 ‘월례비 지급’은 공사현장에서 원고 건설사와 피고 타워크레인 노동자들 사이에 ‘월례비 상당의 돈을 증여하기로 하는 내용의 묵시적인 계약이 성립하였고 그에 따른 정당한 지급이라고 판단’하였다. 2심은 판단 부분에서 정당한 지급의 근거로 첫 번째 “하청업체인 철근콘크리트 업체의 타워크레인 기사들에 대한 월례비 지급은 수십 년간 지속하여 온 관행으로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는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3)라고 하여 타워크레인 노동자에게 지급한 월례비에 대하여 △ 지급 관행이 존재하는 점, △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을 모두 인정하였다.

 

아울러 2심은 이에 더하여 △ 원청의 특기시방서에 입찰견적금액 산정시 월례비를 반영하여 입찰할 것이 규정된 점, △ 원고가 소속된 철근콘크리트 협의회에서 업체가 지급하여야 할 월례비 액수를 통일하기로 한 점, △ 타워크레인 노동자는 월례비를 지급받지 않는다면 작업 자체를 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 △ 원고는 연장근로비 및 성과급 고정금액(월례비)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협약서에 날인하여 월례비 지급의 의사가 확인되는 점 등을 볼 때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월례비 지급에 대한 의사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원고 건설사에 월례비 지급의 의사가 있었던 점을 인정하였다.

 

2심은 아울러 월례비 지급 과정에서 피고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작업을 거부하였다거나 월례비의 지급을 강제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2심 판단에 대하여 대법원(2023다226897)은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의 각호에서 정한 사유4)를 포함하지 아니하거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하여 심리불속행기각 판결을 하였다.

 

국토교통부 보도설명자료의 문제점

 

○ “월례비가 임금이 아니다”라는 주장의 문제

 

국토교통부는 “대법원 판결이 심리불속행되어 구체적 심리로 나아가지 않았고 원심도 타워크레인 월례비가 임금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토교통부의 주장은 말장난에 가깝다. 판결에서 “월례비가 임금이다”라는 말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대법원은 월례비를 임금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불과하다. 판결의 핵심은 법원이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그동안 지급받아 온 월례비가 “사실상 임금에 준하는 성질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즉 법원은 월례비가 아무런 근거 없이 지급되는 부당한 금품이 아니라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근로한 것에 대한 대가로서 ‘사실상’ 임금으로서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마치 A가(법원이) “태양을 도는 어떤 물체는 사실상 지구와 같다”라고 한 것을 두고 “A는 태양을 도는 그 어떤 물체를 지구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어떤 물체가 태양을 도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심이 월례비를 근로기준법상 임금이라고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못한 것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고용관계 특수성 때문이지 월례비의 임금으로서 특성이 없어서가 아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과거 건설사의 근로자였으나 타워크레인 업무가 외주화되면서 원고 건설사와 피고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법적 계약관계를 형성하지 않는 상태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임금이라고 할 수 없을 뿐 실상은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건설사의 지휘·감독 아래 추가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월례비의 속성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법원은 “사실상 임금으로서 성격”이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앞서 2019년 조세심판원 결정(조세심판원 2019. 12. 24. 조심2019부2607 결정)에서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용역제공에 대한 보수 등 대가의 성격”이 있다고 인정한 결정을 통해서 월례비의 대가성이 이미 법적으로 인정된 바 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현재 고용관계 형성의 역사적 특수성을 간과한 채 국토교통부가 대법원이 월례비를 임금이라고 판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라고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달을 보라고 하는데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만을 보면서 손가락은 달이 아니라고 우기는 꼴이다.

 

국토교통부는 ‘법원이 월례비를 묵시적 계약에 따른 증여로 보았기 때문에 임금 지급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원고 건설사와 피고 타워크레인 노동자 간에 고용관계가 형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월례비를 지급하기로 당사자 간에 합의한 것을 법리적으로 민법상 여러 전형계약 중 ‘증여’로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증여계약이 발생하게 된 전제, 즉 원고 건설사와 피고 타워크레인 노동자들 모두 월례비 지급에 관한 당사자 간의 합의가 존재했던 사정을 증거를 통해 인정했다. 법원이 월례비를 당사자 간의 묵시적 증여 계약이 성립하여 지급한 것으로 판단한 것은 월례비 지급이 불법적이고 부당한 금원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월례비는 임금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공허하게 들린다. 월례비가 임금이 아니라고 하면 국토교통부가 그동안 외치던 것 같이 부당한 금품이 되는가.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월례비는 노무 제공을 대가로 지급된 사실상 임금의 성격으로서 불법성이 없는 금원이란 점이다.

 

○ 강제성 입증의 문제에 대하여

 

국토교통부는 해당 판결에서 원고가 피고들의 월례비 지급을 강요한 점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패소한 것일 뿐 지급의 강제성만 입증되면 다른 판단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월례비 지급이 강제로 이루어짐에도 원고들이 안타깝게도 입증하지 못해서 패소한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해당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들이 월례비를 강요한 사실이 있음에도 입증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당사자 간에 합의에 의해 월례비가 지급된 것”이 여러 증거에 의해 드러난 것을 법원이 확인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이 부분 주장은 여전히 월례비는 강요에 의해 지급되는 불법적인 금품임을 전제로 재판에서 입증만 되면 그 불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처럼 월례비를 호도하기 때문에 부적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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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1. 월례비 해법 마련을 위한 증언·토론회. [출처: 건설노조]

 

 

국토교통부, 이제라도 ‘월례비’에 대한 미련을 버리길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21일 법무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과 함께 마련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 발표에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월례비’를 받을 경우 위법한 부당금품 수수행위로 보고 면허정지 처분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고, 아울러 관련법을 개정해 불법행위 적발 시 면허를 취소하고 건설사에는 불법행위 신고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발표 이후 정부는 건설현장의 월례비 수수 등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을 포함한 건설노조 및 조합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수사를 벌여 8월 현재까지 1,400명에 가까운 건설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이 경찰 소환조사를 받았고 30여 명이 구속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타워크레인의 월례비 지급은 불법행위가 아니고 사실상 임금으로서 성격을 가진 정당한 금원임을 확인하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국토교통부가 판결의 핵심적 의미를 간과하고 심지어 왜곡, 호도하는 ‘보도설명자료’를 발표하는 것은 정부기관으로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 않은 모습에 해당한다.

 

그간 국토교통부는 국민을 위한 행정기관이 아닌, 정치적 이익을 위해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을 법률적 근거도 없이 관행적으로 지급받아 온 ‘월례비’를 부정한 금품으로 일방적으로 규정한 뒤 부정한 집단으로 몰아세우고 단속과 수사로 수개월간 위협하는 행위를 하였다. 그러나 이젠 그 행위를 멈추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타워크레인의 월례비 관행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수사와 단속이 아닌, 그러한 관행이 형성된 맥락을 살펴 대안적인 정책을 마련하여 실행하는 것이 행정기관으로서 역할에 다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즉각적인 보도설명자료에도 불구하고, 현재 수사 실무에서 월례비의 임금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월례비’ 지급 관행이 인정되고 월례비가 사실상 근로의 대가로서 지급된 임금으로서 성격이 지녔기 때문에 이를 지급받은 것이 불법이 아님을 대법원 판결이 확인해 주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이제라도 법원의 판결 의미와 내용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월례비 단속과 불이익 조치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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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 ①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음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각 호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람(이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 한다)의 노무를 제공받는 자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 <개정 2020. 5. 26.>

1.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할 것

2.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

3.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67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범위 등) 법 제77조제1항제1호에 따른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한다.

2. 「건설기계관리법」 제3조제1항에 따라 등록된 건설기계(타워크레인 포함)를 직접 운전하는 사람

 

2) 이준엽, “정부가 콕 찍은 월례비...건설사가 먼제 제안하기도”, YTN, 2023.02.22. https://www.youtube.com/watch?v=G32MDetZGnc

 

3) 2심 판결문에 설시된 바를 그대로 인용하였다.

 

4)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심리의 불속행) ① 대법원은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사유를 포함하지 아니한다고 인정하면 더 나아가 심리(審理)를 하지 아니하고 판결로 상고를 기각(棄却)한다.

1. 원심판결(原審判決)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헌법을 부당하게 해석한 경우

2. 원심판결이 명령·규칙 또는 처분의 법률위반 여부에 대하여 부당하게 판단한 경우

3. 원심판결이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하여 대법원 판례와 상반되게 해석한 경우

4. 법률·명령·규칙 또는 처분에 대한 해석에 관하여 대법원 판례가 없거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

5.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규정 외에 중대한 법령위반에 관한 사항이 있는 경우

6. 「민사소송법」 제424조제1항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규정된 사유가 있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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