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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다시 한 번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3권을 외면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재판장 남양우)은 8월 27일, 천안아산지역건설노조 박영재 위원장에 대해 징역 1년의 실형을, 노선균 부위원장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지역건설노조가 건설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협매일노동뉴스<성명서> 검경의 조작수사를 비호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권 짓밟는 법원 판결을 규탄한다
- 천안아산지역건설노조 조직가들에 대한 천안지원의 유죄 판결을 규탄하며

1. 법원이 다시 한 번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3권을 외면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재판장 남양우)은 8월 27일, 천안아산지역건설노조 박영재 위원장에 대해 징역 1년의 실형을, 노선균 부위원장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지역건설노조가 건설 원청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을 공갈·협박에 의한 금품수수로 보았던 검찰의 손을 다시 한 번 들어준 것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 2월 대전지법에서 대전충청지역건설노조 6명의 조직가들에게 유죄를 인정하였을 때부터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법원 판결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천안지원의 판결을 보면서는 이보다 더 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검찰·경찰의 허위 진술조서 작성 의혹이 제기되고 재판 과정에서 검찰측 증인이 진술을 번복하거나 출두를 거부하는 등 재판의 전과정이 파행으로 일관되었음에도, 대전지법의 판결문과 문장마저 똑같은 '판에 박은 듯한' 선고가 내려졌다. 법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권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의심이 날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재판의 일반 원칙마저도 저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마저도 들 정도이다.

2. <건설노조 공안탄압 분쇄와 원청 단체협약 인정을 위한 공대위>는 지난 6월 2일 기자회견을 가지고 천안아산지역건설노조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것을 요약하자면 첫째, 증인 중 일부가 법정에서 경찰진술조서가 본인들의 진술 내용과 다를 뿐 아니라 고쳐달라고 요구하였음에도 그대로 작성되었다고 증언하는 등 경찰이 진술을 짜맞추었다는 의혹이 사실이 드러났고, 둘째, 해당 시기에 조직가로 활동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단체교섭을 강요하였다는 식으로 진술조서가 작성되었다가 문제가 드러나자 진술조서를 재작성하는 등 경찰이 애초에 피의자를 지목하고 그에 맞추어 현장소장들의 진술을 작성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셋째 검찰측 증인 중 6명이 출두를 거부하여 법원으로부터 과태료 부과·구인영장 발부가 이루어지고 결국 이 중 2명에 대해서는 검찰 스스로가 증인신청을 철회하는 등 검찰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증인의 신빙성이 의심스러웠다는 점, 넷째 검찰측 증인 28명 모두가 지역건설노조가 건설 현장에서 퇴직공제제도 등에 대한 선전활동, 산업안전 문제 등 일용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 활동을 하였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여 '공갈·협박에 의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조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검찰측 주장과 모순된다는 점 등이다. 이처럼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만으로도 검찰 주장의 부당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유죄를 인정하고야 만 것이다.

3. 건설산업연맹을 비롯하여 각계의 노동·사회·인권단체들은 지난 9월부터 벌어진 검찰의 건설노조 탄압의 부당성에 대하여 폭로하고 지역건설노조 활동의 정당성에 대하여 주장해왔다. 동일한 사업장에서 수차례의 불법적 하도급으로 진행되는 건설산업의 특성상 건설원청업체 및 그 현장대리인을 상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건설일용노동자의 권리를 실효성있게 보장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이치이다. 이러한 건설업의 특성 때문에 현행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건설근로자의고용개선등에관한법률 등에서 건설원청업체가 건설일용노동자의 근로관계에서 사용자로서 책임을 부담함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도 건설원청업체와 건설일용노동자 사이에 하도급업자가 개재되어 있더라도 건설원청업체와 노동자 사이에 실질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1986. 8. 19. 선고 83다카657 판결 등). 이러한 사실은 건설현장에서 건설일용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건설원청업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는 지역건설노조의 주장이 정당함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4. 이번 천안지원의 판결을 보면서 우리는 검찰의 반헌법적·반인권적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경악을 금치 못할 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점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불법파견 노동자에게는 파견법상 보호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SK인사이트코리아노조 사건 행정법원 판결, 건설운송노동자의 근로자성을 부인한 법원 판결 등 법원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짓밟는 판결들을 내려 왔다. 설사 끈질긴 투쟁을 통해 대법원에서 권리를 인정받는다고 해도 이미 현장에서는 법원판결을 빙자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노동조합이 무력화되는 결과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했다. 사태가 이렇다보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원을 불신하고 법원의 합리적 판결을 기대하느니 노동법을 제·개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마저 가지고 있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사용자편향적이라는 일반의 인식을 확인하는 계기일 뿐 아니라, 건설일용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원청업체를 상대로 노동조합활동을 벌일 수 밖에 없는 파견·용역·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외면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이번 천안지원 판결은 각종 관계법령에 명시되어 있는 건설원청업체의 사용자 책임을 무시하고 지역건설노조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불법시하였다는 점에서 반헌법적·비상식적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건설일용노조 공안탄압 분쇄와 원청 단체협약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번 판결에 대한 불복종운동을 강력히 전개할 것이며 상급법원에서 올바른 판결이 나올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또한 노동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한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을 쟁취하기 위하여 투쟁할 것이다.

2004년 9월 2일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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