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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안인 77만원 쟁취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 77만원은 액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가 되어야 한다는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대한 요구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13.2%에 합의한 것은 우리의 요구를 왜곡시키고 단성명> 2004년 최저임금투쟁, 무능과 무책임으로 변명할 수 없다.    


25일 노동자위원이 합의해준 최저임금 인상안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허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요구안인 77만원 쟁취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 77만원은 액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가 되어야 한다는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대한
요구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13.1%에 합의한 것은 우리의 요구를 왜곡시키고 단지 얼마
인상이라는 숫자놀음으로 투쟁의 의미를 전락시킨 것이다.

생각해보자. 올해 최저임금 투쟁은 규모나 내용에 있어 어느 때보다 발전된 모습이었다. 해마다
열정적으로 참여해온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뿐 아니라 조직된 노동자 천 여명이 노숙농성 투쟁을
했다. 최저임금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공동투쟁단은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최저임금,
최저생계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각 지역 동지들에게 전달하였다. 그 자리의 모든
동지들이 외쳤던 것은 공익위원의 숫자놀음에 좌우되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임금이었다. '전체 노동자 정액급여 평균의 50%'를 법제화해서
최저임금위원회가 농간을 부릴 여지를 없애자고 하였다.

그러나 올해도 공익위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관철되었다. 7-13% 사이에서 수정안을 내지
않으면 사용자편을 들지 모른다는 공익위원의 압박 속에서 민주노총은 13.2% 수정안을 냈다.

02년엔 12.6%, 03년엔 8.3%, 04년엔 13.1% 인상되었다. 공평무사하게도 짝수년엔 노동자,
홀수년엔 사용자손을 들어주는 것이 공익위원들의 습성이라니 내년엔 마음을 비우고 11% 인상
정도 바래야 할까? 노동생산성, 경제성장률, 중소기업의 아우성, 노동계의 반발 등을 적당히
섞어서 인상률을 결정하는 공익위원의 손아귀에서 언제쯤 최저임금을 구출할 것인가.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률만이 현실화투쟁의 목표라고 생각하는가.

혹자는 말한다. '심의위원회를 결렬시켰다면 10% 인상 밖에 안 됐을 것이다. 저임금 노동자에게
시급 100원, 200원은 절실한 문제이다. 수 백만 노동자에 대해 책임져야 할 문제이기에 섣불리
할 수 없다'라고. 당사자를 핑계로 한 무책임함, 비겁함은 이 뿐이 아니다. 25일 민주노총
지도부는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최종결과를 발표하면서 여성연맹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였다.
청소용역노동자를 주로 조직하는 여성연맹에서 동의한다는데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변명하였다.
최저임금투쟁은 전체 노동운동이 책임져야 할 과제인데 투쟁의 조직도, 결과에 대한 책임도
모두 당사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새벽부터 청소하느라 골병 들어도 파스 하나 맘껏 못붙이는 여성 청소노동자, 생활비를 벌려면
하루 12시간 이상 휴일도 없이 일해야 100만원 만들 수 있는 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인상은 유일한 임금인상 기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최저임금결정 기준과 방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최저임금 투쟁과 일반 임단협을 혼동하지 말라. 일반 임단협에선 몇 % 인상하냐가 중요하지만
최저임금 투쟁에선 최소한의 기준을 달성할 수 있느가가 중요하다. 13% 인상해서 64만원이든
11%인상해서 62만원이든 턱없는 저임금이라는 사실엔 차이가 없다. 이런 식으로 최저임금 투쟁
10년을 해도 현실화는 어림없는 일이다.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은 6월 말까지이다. 25일 협상을 결렬시킴으로써 최저임금 결정제도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이를 통해 최저임금위원회를 압박하는 전술을 쓸 수 있었다. 왜 그리 서둘러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을 정리하고자 했는지 냉정한 평가와 비판이 필요하다. 당사자를 핑계로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려 놓고 이후 최저임금 투쟁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최저임금 투쟁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민주노총에서 합의해줬으니 내년 투쟁 땐 '너희도 64만원으로 살아봐라'고 외칠 수 있겠냐는
자조섞인 소리가 들려온다. 최저임금 투쟁에 함께 한 천 여명의 대중들은 이번 투쟁에서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내년엔 현실화되리라는 희망을 가졌을지, 내년엔 11% 정도 인상되겠다고
제법 계산할 수 있게 되었을지 참으로 갑갑할 따름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민주노총의 요구와 원칙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결정되었다. "요구안에 못미치는
아쉬운 수준이지만 제도개선 투쟁으로 보완하겠다."는 논평으로 무마될 수 없다. 제도개선
투쟁의 가장 중요한 계기를 스스로 포기하고 무슨 제도개선 투쟁을 하겠다는 것인가.

민주노총과 전체 운동진영에 제안한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대한 평가를 통해 무너진
원칙을 다시 세울 것을 제안한다. 철폐연대 역시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의 의의를 제대로 살리는
투쟁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했는지 스스로를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무능과 무책임은 더 이상 변명이 될 수 없다.

2004.6.29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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