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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노조 출범 그리고 새로운 시작

황철우 (서울교통공사노조 초대 사무처장, 철폐연대 회원)

 

 

서울지역에서 가장 큰 노조가 출범했다. 그것도 최대 지하조직이다. 서울 전역에 일터가 있어서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다. 바로 서울지하철이다. 그동안 둘로 나눠져 있던 서울지하철노조(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노조(5~8호선)가 통합 이후 지난 4월 초대 집행부 선거를 마치고 6월 7일 취임식을 가졌다.

30년 역사의 서울지하철노조는 민주노조운동의 산 증인이다. 전두환 군부독재 시절 노조를 만들었고 투쟁과 파업에 앞자리를 지켰다. 20년 역사의 서울도시철도노조는 어용노조와 복수노조의 패권과 단절을 딛고 민주노조와 조직통합을 이루어낸 조직이다. 두 노조는 처음부터 하나의 조직이어야 했다. 하지만 김영삼 정권 시절 민주산악회 회원들의 일자리 만들기와 서울지역의 거대노조 탄생을 부담스럽게 생각한 권력과 자본의 이해관계가 맞아 분리 운영되었다. 당시 서울지하철노조는 분리 운영에 따른 시민안전 위협과 중복투자, 노동자 간의 분열과 경쟁 유발 등의 이유를 들어 운영권통합 투쟁을 전개했다.

 

노조의 주장은 2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그대로 입증되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양 공사 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되다가 구의역 참사를 계기로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2017년 5월 31일 서울교통공사가 출범하였다. 이에 발맞춰 노조통합 논의가 시작되었다. 공사통합보다 노조통합은 더욱 더 복잡했다. 누구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단결은 투쟁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역사적 사실은 그대로 입증되었다.

양 노조는 2017년 임‧단협 공동교섭과 공동투쟁을 진행하면서 통합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공동투쟁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통합노조 찬반투표가 진행되었으며,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노조통합이 결의되었다. 그러나 통합을 추진했던 양 노조 지도부의 임‧단협 막판 직권조인과 불신임 등으로 지도집행력의 커다란 공백이 발생했다. 결국 현장에서 지도부를 비판했던 조직이 뭉쳐 초대 집행부 선거에 출마해 큰 표차이로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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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6.7. 서울교통공사노조 제1대 위원장 취임식 및 제1대 집행부 출범식 [출처: 김영준]

 

서울교통공사노조는 277개 역사와 11개 차량기지, 4개 별관과 본사에 조합원 1만 2천여 명을 포괄하는 서울지역 최대노조다. 4개 본부와 84개 지회를 두고 있으며, 서울 곳곳에 일터를 가지고 있다. 신생노조지만 민주노조운동의 역사까지 고스란히 이어받았으며, 투쟁의 경험을 간직한 노조간부들이 아직도 살아 있는 조직이다. 하지만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양 노조가 걸어온 길이 다르기 때문에 회의, 조직, 교섭, 투쟁문화부터 차이가 나며, 노조간부들 사이의 만남과 투쟁도 아직은 생소하다. 처음부터 새로운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각자 따로 살던 집을 허물고 다시 집을 짓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신생노조가 갖는 생소함과 신선함, 끈끈한 동지애와 단결력보다는, 아직은 각자의 경험과 투쟁이 우선시되고 있기 때문에 단결과 투쟁의 원칙을 새롭게 세워나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 비정규직운동을 하다가 뜻하지 않게 정규직운동의 중심에 서게 됐다. 10년 전 기륭전자 투쟁과 함께하면서 비정규직운동에 눈을 떴다. ‘끈질긴 비타협투쟁’이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비없세(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도 만들고 희망버스도 함께 탔다. 거리에서 투쟁하는 동지들과 벗이 되어 함께 눈물을 흘렸다. 10년 넘는 해고생활의 대부분을 비정규직운동과 함께했다. 복직 이후에도 비없세 동지들의 헌신적인 투쟁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노력했다. 비정규노동자의 집 ‘꿀잠’을 짓는 과정에서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값진 경험도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발 딛고 있는 정규직노조운동의 현실과 마주할 때마다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 정규직운동의 절망적인 모습과 행동을 볼 때마다 주변 동지들은 한결같이 “이젠 정규직운동은 끝났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다. 어느 순간부터 공공부문 사업장은 제도화된 파업(필수유지업무)에 익숙해져 있으며, 그조차도 힘들게 여기고 있다. 정부의 부당한 각종 지침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적당히 타협하거나 수용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정치권에 기대거나 의존하는 경향은 갈수록 심각했다.

특히 최근 50년대 말 60년대 초 베이비붐 선배들이 대거 퇴직하면서 들어오는 신입사원들의 모습은 또 다른 심각한 위기요소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신입사원들은 다른 세상의 세대들이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책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당연시한다. 노조에 대한 인식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말이 적합할 정도로 가입과 탈퇴에 대한 부담감이 없으며 탈노조화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특히 정권과 자본의 공격은 변하지 않고 있으며, 언론의 악의적 보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정말 대기업 정규직노조운동은 희망이 없을까? 비정규직노조운동에 대한 대기업 정규직노조의 태도와 입장만을 보면 절망이다. 하지만 정규직노조의 내부 상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준은 아니다. 조합주의 운동에 사로잡혀 정규직조합원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대변하고 자판기노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운동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움직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출범 전부터 양 노조가 무기계약직(업무직)의 정규직화 추진을 진행해 공공부문에서는 최초로 1,500여 명 무기계약직 전원의 정규직화를 이루어 냈다.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 변화로 시작되었지만, 노조가 앞장서서 청년조합원 등 내부 조직의 반발을 극복하면서 힘들게 정규직 전환을 주도하였다. 아직 경력 미인정 등의 차별적 요소가 존재하고 내부의 조직적 갈등과 반발 등이 남아 있지만 시간을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출범 이후 ‘차별을 극복하는 연대와 나눔의 실천’이라는 사업기조를 수립하고 서울지역의 다양한 연대를 앞장서서 조직하려고 한다. 그 일환으로 서울 전역에 사업장이 있다는 장점을 살려 노조조직 체계 내에 ‘지역지부’를 수립해 지역연대 실천의 거점 기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비정규직 투쟁사업장과의 연대를 비롯해 다양한 지역사회와의 연대도 추진하고, 277개 역사를 활용한 ‘공간공유사업’와 ‘선전공간 제공사업’도 진행시켜 나갈 계획이다. 그 시작으로 방송작가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위해 상암동 부근의 노조사무실을 같이 사용할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결정했다. 지난 파인텍 굴뚝고공농성 200일 투쟁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277개 전 역사에 부착했으며, 350여 명의 노조간부들이 지지‧서명에 동참하고 200일 투쟁에 적극 결합하기도 했다. 또한 비정규직노동자의 집 ‘꿀잠’에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금을 내기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기도 했다.

최근 일련의 사업 경험을 통해 확인한 것은 노조지도부가 명확한 입장과 태도를 갖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비정규직운동과의 연대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연대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현안문제 해결과 임‧단협 투쟁으로 눈 돌릴 틈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도부가 의지를 갖고 실천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신생노조다.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화합적 통합을 만들어내고 노조의 기풍을 바로 세우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노조의 기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정하면 실천한다’는 것이며, ‘연대가 희망이고 투쟁이 승리다’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작은 실천이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서울교통공사노조의 움직임 속에서 대기업 정규직노조운동의 희망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 이 글은 철폐연대가 발행하는 기관지 <질라라비> 179호(2018-07)호 '현장에서 지역에서 철폐연대 동지들은'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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