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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운동을 생각한다

 

‘회계’ 기준보다 중요한 ‘노무’ 기준

- 고용형태 공시와 노무관리 진단을 중심으로

박사영 (공공개혁시민연대 대표, 공인노무사)

 

 

“신속하고 투명한 공시, 세계 속의 초일류 ‘자본’시장을 만들어 나갑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인 DART 홈페이지 내 캐치프레이즈다. 일정 기준 이상 기업들이 투자자 및 주주를 위해 기업의 자본 현황을 공시해야 하고 이들에게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자본과 회계 및 경제를 바로 세우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구체적으로는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분기보고서 등의 ‘정기공시’,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증권발행실적보고서 등의 ‘발행공시’ 및 ‘외부감사보고서 공시’로 구분된다. 그만큼 자본과 회계에 관한 정보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 등을 통하여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그 내용 또한 투명하게 공개하는 제도가 수십 년간 일상적으로 정착해왔다.

 

기업의 두 축은 자본과 노동이다. 즉, 돈과 사람이라는 두 바퀴가 제대로 굴러가야 기업이라는 차가 바로 갈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기업의 자본 현황은 공시 제도와 외부회계감사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 특히 금융업종 및 독점거래 방지를 위한 대기업 감독 수단으로 강한 공시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거짓된 공시를 할 경우 강력한 제재금과 벌칙이 따른다. 자본에 대한 공시는 이렇게나 활발하게 운용되고 있는 데 비해, 노동에 관한 투명성 공개 정도는 어느 정도까지 와 있을까?

 

필자는 기업 내 회계 기준보다 노무 기준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돈, 즉 자본에는 생명이 없으나, 사람, 즉 노동은 그 자체로 생명이고 삶이자 우리 인생이기 때문이다. 굳이 감성에 기대어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가 아니다. 노동이 곧 삶의 현장이라는 데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본의 공시가 ‘주주’와 ‘예비주주인 투자자’를 위해 존재하듯, 노동의 공시 또한 ‘노동자’와 ‘예비노동자인 구직자’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현재 인사와 노무에 관한 기준 공시가 존재하지 않다시피 한다. 국가 단위로서 유일한 노무 공시 제도가 「고용정책기본법」 상 고용형태 현황에 관한 공시(지방자치단체인 서울특별시에서 임금형태 현황에 관한 공시도 시행 중이다.)이다.

 

고용형태 공시제도란 노동시장 내에 격차가 심화되고 간접고용 근로자의 고용불안정, 불합리한 차별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 관하여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고용형태를 공시하도록 함으로써 사회적 여론 등을 통해 사업주의 자율적인 고용구조 개선을 유도하기 위하여 2014년 도입된 제도이다. 공시의무 대상은 상시 30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이다. 다만, 상시 1,000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주는 사업체(법인) 단위의 고용형태 및 사업장 단위의 고용형태 현황과 소속 외 근로자의 주요 업무 내용도 공시하여야 한다. 공시대상 고용형태로는 소속 근로자(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기간제, 단시간), 소속 외 근로자(파견, 용역, 도급)로 구분된다.

 

소속 근로자라 함은 공시의무 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근로자를 의미한다. 이 중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는 해당 사업(장)의 정규직, 무기계약직 등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기간제 근로자를, ‘단시간 근로자’는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8호」에 의한 단시간근로자, 즉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에 비하여 짧은 근로자를 의미한다. 소속 외 근로자의 경우 다른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로서 공시의무 사업주가 그 ‘사업장 내’에서 사업주 간 파견, 용역 및 도급 계약 등에 의해 사용하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사업주는 매년 3월 31일을 기준으로 사용 근로자의 고용형태를 해당연도 4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이 구축, 운영하는 고용안정정보망(워크넷)’에 공시해야 한다. 대상 기업들이 직접 워크넷(http://www.work.go.kr/gongsi)에 로그인하여 입력(공시)하고 이는 국민들이 워크넷에서 고용형태 공시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된다. 당해년도 공시 결과 및 분석 내용은 매년 7월 1일 대국민에 공개되고 고용안정정보망은 최근 3년 동안의 공시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운영된다. 우리나라 법률상 현재 인사와 노무에 관한 기준 공시는 이 고용형태 공시가 유일하다. 고용형태의 구조적 개선을 유도함으로써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취지의 선진적 제도이다.

 

3 [워크넷 고용형태공시 현황 페이지].JPG

 [워크넷 고용형태공시 현황 페이지]

 

한편, 국가가 고용에 관한 정책을 수립·시행하여 기업의 일자리 창출 및 인력확보,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고용형태 현황을 보다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에서는 사업주가 고용형태 현황을 거짓 공시하거나 미공시한 것에 대한 불이익이 일절 존재하지 않기에, 사업주가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공시하는 경우 제재를 부과하도록 하여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원활한 인력 확보를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고용형태 공시제도에 관한 처벌 조항 입법 등 제도적 강화가 필수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이 고용형태 공시제도 강화를 위한 처벌 조항 도입을 이미 주장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나 국회 공전으로 상임위 통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환경노동위원회 수석 전문위원 또한 동의한 바 있고 오히려 자본에 대한 감시에서의 벌칙이 매우 강력한 것과 비교하여 서형수 의원이 제시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로는 처벌로써의 의의가 미약하다는 검토로 해석(의안번호 제2007683호 고용정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환노위 수석전문위원 김양건)된 바 있다.

 

처벌을 하려면 그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외부노무진단보고서가 기업의 고용형태와 함께 공시되어야만 한다. 환경노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고용정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의안번호 제2007683호 고용정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환노위 수석전문위원 김양건))에 의하면, 사업주가 근로자의 고용형태 현황을 공시하지 아니하거나 거짓으로 공시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는 개정안은 고용형태 공시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여 궁극적으로는 고용의 질을 높이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문제는 사업주가 공시한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행정력이 필요하므로 이 행정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대안이 바로 외부노무진단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시한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현재 근로감독관 수, 근로감독 범위 한계 및 고용노동청 업무 과부하 등을 고려할 때 민간의 독립된 전문가가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이 보다 효율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업 내 자본에 관한 감사는 민간인인 공인회계사가 수행 중이라는 점에서도 기업 내 노동 현황 확인 또한 민간 외부 전문가가 진단하는 방안이 효율성 측면에서 보다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관련 사례가 있는지 여부를 파악해 본 바 조달청 「우수조달물품지정관리규정」에 따른 우수조달물품 지정기간 연장 신청 시(「우수조달물품지정관리규정」 제12조 제2항 제5호) 정규직 등 신규채용 비율, 즉 해당 기업 고용형태에 관하여 공인노무사가 작성한 의견서(「우수조달물품 지정관리 규정」 별지 제3호의7 “공인노무사가 작성한 정규직 등의 신규채용 비율 확인에 관한 의견”)를 필수로 제출케 하여 조달청 업무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인노무사법」에 따라 노무관리진단 업무가 공인노무사의 독립된 배타적 업무에 해당하여 전문성이 인정되고( 「공인노무사법」 제2조 제1항 : 공인노무사는 다음 각 호의 직무를 수행한다.  4.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사업이나 사업장에 대한 노무관리진단 / 「공인노무사법」 제2조 제2항 : 제1항제4호에서 "노무관리진단"이란 사업 또는 사업장의 노사(勞使) 당사자 한쪽 또는 양쪽의 의뢰를 받아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인사ㆍ노무관리ㆍ노사관계 등에 관한 사항을 분석ㆍ진단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공인노무사법」 제27조 : 공인노무사가 아닌 자는 제2조제1항제1호ㆍ제2호 또는 제4호의 직무를 업으로서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른 법령으로 정하여져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실제 노동 현장에서 공인노무사들이 대기업 고용형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확인을 토대로 불법파견 적발 등에서 상당한 성과(파리바게뜨, 아사히글라스 및 KT스카이라이프 불법파견 사건 등)를 내고 있으며 현재도 대기업의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 현안에 대해 공인노무사들이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바((주)KT 불법파견 진정 사건 등) 고용형태에 관한 공시 내용의 진위 여부 파악을 위해, 고용형태에 관하여 외부 공인노무사가 작성한 노무관리진단보고서를 함께 공시케 함으로써 고용형태에 관한 분쟁 발생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고 공시 내용의 진위를 확보하는 한편, 노동행정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노동자의 고용 안정에도 이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스스로 공시하고 해당 내용의 진위 여부가 파악되지 않으면 공시제도를 실시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다. 따라서 외부의 독립된 민간 전문가인 공인노무사가 공인회계사의 외부회계감사 업무와 같이, 외부노무진단을 통해 고용형태에 관한 진위 여부를 파악할 필요가 크다. 현재 「공인노무사법」 제2조에 따르면 노무관리진단은 “사업 또는 사업장의 노사 당사자 한쪽 또는 양쪽의 의뢰를 받아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인사‧노무관리‧노사관계 등에 관한 사항을 분석‧진단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일련의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외부의 노무진단보고서가 고용형태와 함께 공시된다면, 마치 재무상태표에 회계감사보고서가 그 진위 내용을 담보하듯 고용형태 공시제의 신뢰성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공인노무사회가 고용형태 공시제도 강화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이를 꼭 입법으로 관철시켜야 할 것이다. 환경노동위원회 의원은 물론 양대노총과 경총 등과의 업무 협조도 필요하다. 최근 고용형태 공시제도 강화 등과 관련하여 민주노총 위원장과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장이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노무진단보고서 동반 공시 연구를 위해서 한국공인노무사회 사외이사에 양대노총 위원장이 참여하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외부회계감사 업무와 한국공인노무사회의 외부노무진단 업무 간 교류를 위한 MOU협약 체결도 필요할 수 있다. 외부감사(Audit) 기법의 고도화 등은 외부노무진단에서도 그 활용성이 충분히 높기 때문이다.

 

투자자와 주주를 위해 자본 현황을 공개하듯, 노동자와 구직자를 위해 노무 현황을 공개하는 것은 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한 길이라는 점을 확고히 해야 한다. 이제는 노동이 경제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정착하고 있다. 공인노무사들이야 말로 노동인권의 파수꾼이며 이들이 노동인권을 포기하게 되는 순간, 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하소연할 곳은 사라진다.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섭니다”는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캐치프레이즈이다. 이제는 자본만이 기업을 구르게 하는 바퀴가 아니라는 데에 모두가 동의하는 시대이다. 이제는 노동이다. “노무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섭니다”, 이것이 한국공인노무사회의 캐치프레이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아울러 고용형태 공시제도의 강화 및 노무진단보고서의 공시를 강력하게 거듭 주장하는 바이다.

 

 

 

[편집자주] 

고용형태공시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론적 대안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라는 점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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