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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동네 2%

 

 

배달플랫폼노동조합(준) 출범과

안전배달제 도입 요구

 

 

홍창의 •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준) 위원장

 

 

 

‘오늘도 무사히’를 외치며 하루를 시작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강요된 위험 운전을 하며 생계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달리는 배달노동자들이다. ‘배달비 한 건에 2만 원’, ‘월수입 천만 원’ 등 언론의 왜곡 보도를 통해 배달노동자들은 고소득을 버는 전문직(?)이 되었고, 너도나도 배달에 뛰어들어 전 국민이 배달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1월 18일 배달플랫폼노동조합(준) 출범과 안전배달제 도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행하였다. 노동조합 출범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합원 수가 만 단위 넘는 조직도 아닌 시작한 지 3년도 안 되는 신생조직의 기자회견에 많은 언론사에서 취재하러 온 것을 보면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다. 이전까지 나에게 기자회견은 기자들이 오지 않는 기자회견을 빙자한 집회였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배달플랫폼과 관련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인터넷카페에 올라오는 배달노동자들의 인증샷이 기사화되는 것을 보면 배달플랫폼, 배달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느낄 수 있다.

 

배달노동자 조직사업의 시작

 

2019년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소속의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이 출범하였다. 박근혜 탄핵 촛불 이후 노동자 민중의 요구는 쏟아져 나왔고 그 요구를 조직화로 이어내기 위해 서비스연맹에서 전략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그해 7월부터 서비스일반노조 배달플랫폼지부(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배달노동자 조직사업을 시작했다. 배달앱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거리에 배달 오토바이가 늘어나면서 배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늘어나기 시작하던 때였지만 배달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단결시키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속해 있는 노동조합들에 노조 신고필증이 나오고 있지만, 당시에는 노조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고 배달플랫폼 기업들은 사용자성 거부를 넘어 사용자성 지우기에 급급했기 때문이었다.

 

노동조합의 생명력은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투쟁하면서 생기는데 노조할 권리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어떤 요구를 걸어야 할지, 교섭은 누구랑 할지 막연했다. 우선 배달 앱 시장, 배달 노동의 구조 등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거리로 나가 설문조사, 배달노동자 심층면접을 통해 파악을 하기 시작했고 현수막 걸기를 통해 노동조합을 알려 나갔다.

 

설문조사, 심층면접을 통해 파악된 일반적인 요구는 보험 문제였다. 오토바이 보험은 가정용 보험, 비유상운송보험, 유상운송보험으로 분류되는데, 배달플랫폼 노동자들이 가입해야 하는 보험은 유상운송보험이다. 보험사에서 사고율이 높다는 이유로 유상운송보험료를 높게 책정해서 받았고 나이가 어릴수록 보험료는 올라갔다. 20대 배달노동자의 유상운송종합보험이 천만 원을 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비싸므로 배달노동자들은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가정용 보험에 가입해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정용 보험에 가입하면 사고 시 처리가 안 되기 때문에 인터넷카페에는 가정용 보험에 가입하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 대처 방법을 묻는 글들이 올라오곤 했다.

 

다음은 산재보험 문제였다. 90% 이상의 배달노동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산재보험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일하다 다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산재보험에 가입이 안 되어 있으므로 영락없이 무급으로 쉬고 병원비도 자비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험 문제에 대한 교육을 통해 조직화를 시작하기로 계획을 세웠고, 거리로 나가 배달노동자를 직접 만나 홍보를 통해 신청을 받았는데 신청자는 예상외로 많았다. 10명만 모여도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개 지역 각각 30명이 넘게 신청한 것이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막상 교육 당일 교육을 신청한 배달노동자는 거의 오지 않았고 교육사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앞으로 교육사업은 하지 말자는 큰 교훈을 남겼기 때문이다.

 

‘대화’를 조직화의 매개로, 플랫폼 기업과 최초의 교섭

 

무엇이 문제였을까? 고민을 시작했고 그간의 과정을 평가했다. 보험 문제가 배달노동자들의 큰 관심사이고 해결되어야 할 요구이긴 하지만, 당장 해결되기엔 막연했고 거리감이 있었기 때문에 절박한 요구는 아니라고 결론 지었다. 작은 것이라도 직접 해결할 방안을 찾고 그것을 매개로 조직화로 연결 짓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대화’였다. 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임금도 올리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사용자성을 거부하고 계속 뒷걸음치는 배달플랫폼 기업과 교섭을 할 수는 없었기에 덜 부담스러운 대화를 선택했다. 서비스연맹에서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고 플랫폼 기업이 모여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 적극 호응했다. 이후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이 구성되었고 협약까지 체결한다.

그중에 적극적이었던 ‘배달의 민족’에 정책협의를 제안했고 사측이 제안을 받음으로써 노사간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당시 배달의 민족이 직접 배달하는 ‘배민라이더스’ 서비스를 통해 일하는 배달노동자들의 규모는 크지 않았으나 배달플랫폼 기업과 직접계약으로 전속성이 강했기 때문에 배달의 민족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의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정책협의에 참여한 조합원들뿐만 아니라 사측도 만족스러워했다. 노조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조합원들이 제안한 정책들이 사측 입장에서 나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을 매개로 조직화에 나섰고 우리의 불만을 정책협의로 해결하자고 홍보하여 조합원 수는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당시 배민라이더스 노동자들은 일방적이고 잦은 회사의 정책 변경에 불만이 컸었기 때문에 정책협의를 시작해서 회사와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노조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정책협의가 소문이 났고 불만이 컸던 노동자들이 연락하기 시작했다. 대구, 부산, 인천, 서울의 각 지역 등 여러 지역에서 연락이 왔고 그곳이 어디든 달려가서 그 지역을 노동조합으로 묶어 세워 조직체계를 만들어 나갔다.

 

이후 라이더유니온이라는 타 노동조합에서 배달의 민족에 단체교섭을 신청했고 노조에 대한 선입견을 줄인 사측이 교섭에 응하게 되었다. 플랫폼 기업 최초의 교섭이 시작된 것이다.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우리 노조가 교섭대표노조가 되었고 약 6개월간의 교섭 과정을 통해 성과 있는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단체교섭을 통해 노동조합에 대한 인정, 배달 노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장기근속자에 대한 우대, 명절 선물비, 건강검진, 피복비, 안전교육, 수수료 폐지,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노사협력, 노조 사무실, 인건비 지원 등의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이는 최초의 사례였기 때문에 이후 교섭을 시작하는 곳에서 많은 문의가 있었다. 배달의 민족 사측도 문의가 많았다고 한다.

 

 

3. 본문사진1.jpg

 

2020.10.22. 서비스일반노조와 우아한청년들, 2020년 단체교섭 조인식 모습.

[출처: 배달플랫폼노조(준)]

 

 

‘안전배달제’를 통한 사회 구조적 해결 방안 모색

 

2019년에서 2020년까지 노조 체계를 만들고 단체교섭을 통해 조직을 확대하는 과정이 있었고 배달의 민족을 선택하고 집중했다면, 2021년은 전체 배달노동자의 문제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갑질 아파트’ 문제였다.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고급 아파트가 많은 곳에서 아파트 지상은 물론이고 지하까지 오토바이의 출입을 금지해 걸어서 배달하는 곳들이 많고, 엘리베이터도 화물용만을 타게 한다거나, 위험해 보인다고 헬멧도 벗게 하는 곳이 많아 정말 기분 나쁘다는 조합원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두 번째는 일하다 사고 나는 문제였다. 배달노동자들이 일 년에 평균 2회의 사고가 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비가 오고 눈이 오면 꼭 사고 소식을 들을 정도다. 8월 ‘선릉역 배달노동자 사망사고 추모 행동’을 조직하며 사고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며 이 구조적인 문제를 꼭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 번째는 배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문제이다. 위의 두 가지와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언론사의 기사에는 그것이 좋은 기사건 나쁜 기사건 항상 ‘신호나 잘 지켜라’, 오토바이 소음 단속해라’, ‘딸배’ 등등 배달노동자를 무시하는 댓글들이 달린다.

 

하지만 배달 일을 하면서 배달이 갖는 소중함을 많이 느끼게 된다. 밤 12시에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으면 배달을 시키면 된다. 주로 일하는 지역 중에 하나가 정릉동인데 고도가 높은 동네에 배달음식을 갖다 주면 그렇게 마음이 뿌듯할 수가 없다. 또한 코로나19 문제가 커지면서 비대면 음식배달이 필요해졌고 배달 노동이 필수노동으로 인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달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곱지 않다. 이러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서는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안전배달제’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안전배달제의 주요 내용은 ‘적정 배달료와 적정 배달 건수’, ‘배달노동자의 유상운송보험 가입 의무화, 플랫폼 기업의 상해보험 가입’, ‘배달오토바이 공제조합 설립’, ‘안전교육 의무화를 통한 입직 요건 마련’이다.

 

‘적정배달료와 적정배달건수’는 시간당 적정한 임금을 보장해주고 배달 건수를 제한하여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의미이다. 시간당 2만 5,000원을 벌어야 하루 8시간, 한 달 20일, 400만 원의 수입을 가져가지만, 오토바이 유지비, 소득세 등을 빼면 280만 원 정도를 순 수입으로 가져간다. 위험한 일에 비해 수입이 낮으므로 전업 배달노동자들은 시간을 태워 하루에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한다. 시급을 올리기 위해서는 배달 건수를 올려야 하고, 무리하게 배차를 잡다 보면 무리한 운전이 뒤따르기 때문에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결국 배달비를 올려야 하는데 아직 배달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공짜’이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퀵서비스, 대리운전, 용달차 등등을 부르면 노동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음식배달에 대한 인식은 공짜이다. 예전 중국집 배달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데, 그때와는 상황도 다르고 배달의 구조도 많이 달라졌다. 결국 사회적으로 배달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직업으로서 인정을 받을 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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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8. 배달플랫폼노조(준) 출범 기자회견 퍼포먼스. [출처: 노동과세계]

 

 

플랫폼 노동조합의 중요성

 

플랫폼 노동을 혁신이라고 하면서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한다. 1차 산업혁명이 생기고 수많은 노동자가 노동법이 없는 상황에서 착취 받았듯이 플랫폼 노동 또한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있으므로 착취 받고 있다. 노동자이지만 노동자가 아닌 아이러니한 상황 때문에 13시간 14시간을 일해도 기업은 처벌받지 않는다.

 

우리는 배달하려고 태어난 것도 아니고 배달하는 기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3시간 14시간 일하는 것을 개인의 자유로 포장하고 선택을 강요한다. 기업은 노동자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점점 더 플랫폼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비정규직을 양산해서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고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킨 것처럼 이제는 전체 산업을 점점 더 플랫폼화해서 더욱 이윤을 극대화하고 노동자들을 노예로 만들어 나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조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이고 미약하지만, 노동자 선배들이 뚜벅뚜벅 우직하게 길을 만들고 열어왔듯이 우리 또한 우직하게 길을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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