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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원회에서 이루고자 한 것이 저임금의 정당화인가?

 
 
문재인정부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복원하기 위해 매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공간에서 도대체 무엇이 논의될지는 이미 진행된 바 있는 노사정회의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공공병원 노사정TF‘가 만들어져서 5차례 회의를 했다고 한다. 병원에서 벌어지는 태움문화, 노동시간 특례를 유지한 결정의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이 많지만, 9월 10일 가장 먼저 합의한 사항이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이었다. 공공병원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임금의 안정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합의된 가이드라인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임금격차가 해소되고 임금의 안정성과 형평성이 확보될 지 알 수 없다. 미화, 주차, 경비, 식당, 콜센타 노동자들을 모두 <가군>으로 직무를 구분하고, 기본급은 ‘매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한다. 모두 18단계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번째 단계의 임금은 1,573,770원이고, 직무가치와 숙련을 고려하여 임금이 상승할 수 있는데 최종단계에 도달하면 임금이 1,864,770원이 된다. 다시 말해 아무리 근속이 오래되고 숙련이 쌓여도 이 직무에서 일하는 이상 최대한 오를 수 있는 임금은 최저임금의 1.17배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묻는다. 미화, 주차, 경비, 식당, 콜센타 노동자들의 임금은 왜 최저임금이어야 하는가? 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서는 병원을 깨끗하게 하는 미화노동자가 꼭 필요하다. 콜센타 노동자들은 환자 및 보호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예약을 받는다. 환자식도 치료와 회복에서 매우 중요하다. 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일하는 이분들이 다른 직무와 달리 ‘최저임금‘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는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바로 이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최대’ 임금 수준이다. 또한 많은 노동자들은 투쟁으로 그 최대임금을 현재 임금으로 지급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임금에서 후퇴하라는 것인가?
 
정부는 2018년 1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실무 TF 확대회의‘에서 ‘표준임금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그 때 정부가 내놓은 ‘표준임금체계(안)’에 대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강하게 반대했다. “기준임금의 기준을 최저임금으로 설정한다”는 조항이 반대 근거 중 하나였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해당 내용은 삭제됐고, 문서에 잘못 들어갔다”고 구두로 밝힌 바 있다. 그래놓고는 ‘공공병원 노사정 TF’를 통해 자신들이 이미 삭제했다고 이야기했던,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한 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을 부활시킨 것이다. 정부가 관철시키고자 하는 직무급제란 바로 이렇게 직무를 구분짓고, 위계화하고 임금을 제한하는 것임을 이번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왜  노사정위원회를 복원하려고 하는 것인가?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양극화’를 해소하고, 비정규직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정위원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미 만들어진 노사정 논의구조에서 만든 합의는,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최선을 다해 일해왔던 노동자들에게 “고용안정은 보장’해주겠으나, 너희의 노동은 최하의 가치이다. 너희는 최저임금 이상을 받을 권리가 없다“는 선언이다. ‘비용줄이기’를 위해 노사정위원회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을 영원히 저임금으로 묶어두고, 사회적 신분제도를 만드는 안에 합의한 것이다. 심지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제한적으로만 들은 채 말이다.
 
문재인정부에게 묻는다. 이 가이드라인 합의에 참여했던 분들에게 묻는다. 당신들에게 “어떤 이들의 노동은 최저임금만 받아도 되는 가치 없는 노동”이라고 선언할 권리가 있는가? 아마도 ‘가이드라인’일 뿐, 합의는 기관별로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핑계 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공공병원’에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당시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각 기관과 지자체의 교섭을 통제해왔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요구한다. 정부는 ‘파견용역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표준임금체계 가이드라인’을 폐기하라. 노사정 합의의 결과가 이와 같은 가이드라인이라면 ‘소득주도 성장’이니 ‘양극화 해소’니 부지런히 했던 말들이 참으로 부끄럽지 않겠는가. 
 
                                                             2018년 9월 14일
                                                        전국불안정노동철페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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